죽이고 싶은 한국추리문학선 7
한수옥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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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도]

여성의 가슴을 잔인하게 절단한 뒤 시체에 박쥐 모양 목각인형을 두고 사라지는 범인. 강력반 형사 재용은 연달아 벌어지는 사건을 수사하던 와중 사랑하는 아내 은옥 역시 박쥐 모양 목각인형을 간직하고 있었음을 기억한다. 여리고 심약한 아내가 범인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재용은 아내를 데리고 자취를 감춘다. 한편 국회의원 최철민은 자신이 후원하는 보육원을 통해 더럽고 추악한 욕망을 채우고, 열 네살 수민도 그의 마수를 피하지 못했다. 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이 보육원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경찰은 이 사건이 아주 오래 전의 비극과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표지는 청순한데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공공장소에서는 펼치고 읽기 쉽지 않지만, 읽다보면 어째서 제목이 '죽이고 싶은'인지 절감하게 된다.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한가득인 것은 그러려니 하겠다. 그런데 원장으로 있을 때부터 어린 소녀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아 농락하고, 국회의원이 된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세월을 아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을 계속해오다니 책을 읽다 저절로 욕이 나올 정도다. 게다가 아이들을 전달하는 것은 보육원의 교사 정순. 같은 여자이고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 오히려 아이들을 골라 철민에게 보낸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뻔히 알면서. 또 게다가. 아직 미성년자이면서도 여러 명이 한 여자아이를 집단 성폭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동영상을 찍는다. 사건이 발각되자 제법 이름 좀 날린다 하는 부모들이 아직 미성년자라며, 보육원과 합의했다며 범죄자인 아이들을 그대로 집으로 데리고 간다. 점점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읽는 내내 속이 좋지 않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그대로 우리 현실에서도 일어난다. 아침저녁으로 뉴스에서 볼 수 있는, 타인의 인생을 짓밟고 그 위에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려는 짐승들의 모습. 만약 내 딸이, 내 가족 중 하나가 저런 일을 당한다면 나라도 가해자들을 죽이고 싶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연쇄살인범이 최철민이나 그와 비슷한 족속들을 죽였다면 감정적으로 더 이입할 수 있었을텐데 자세한 사정은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어떤 공통점을 가진 여성들을 살해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결말이 나름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처입은 많은 사람들이 과연 제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요즘 케이스릴러에도 관심을 갖는 중인데 한수옥 작가도 이 [죽이고 싶은]으로 처음 만났다. 소재와 추악한 인물들로 인해 부들부들 떨면서 읽기는 했지만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 부문 베스트 리그 작품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속도감과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부디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는 제발 그만 일어나기를. 미성년자이든 아니든 죄를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추악한 범행은 특히 엄벌에 처해야 한다. 법이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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