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 첫 숨바꼭질 시리즈 세트 - 전3권 - 호랑이야, 어디 숨었니? + 토끼야, 어디 숨었니? + 코끼리야, 어디 숨었니?
샘 태플린 지음, 에밀리 도브 외 그림, 니콜라 버틀러 디자인 / 어스본코리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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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넘나 애정하는 어스본의 [우리 아기 첫 숨바꼭질] 세트입니다!

어스본의 책들은 색감이 너무 예뻐서 첫째 책으로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요,

둘째를 위한 책들이 적어 요즘 구매도 하고 서평단 도서로 받기도 합니다.

그 중 둘째를 품에 꼭 안고 같이 읽기 좋은 [우리 아기 첫 숨바꼭질] 세트에요!

총 세 권입니다!

호랑이, 코끼리, 토끼를 찾는 그림책입니다만,

요고요고 쉽게 보시면 큰 코 다치십니다아~

세 권의 구성은 동일해요!

이렇게 작은 구멍을 통해 동물들의 신체부위로 보이는 것을 살짝 보여주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

저 작은 구멍을 통해 이것이 사실은 무엇일지 생각해야 하는데 제가 상상하기에도 살짝 어렵더라고요;;

둘째와는 저 구멍과 올록보록 솟아있는 여러 가지 모양들을 손가락으로 쓸어보고 짚어보며

촉감을 즐기고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어디 어디 숨었니?'

동물들이 사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마지막 장에서야 밝혀집니다!

 

둘째를 위해 들인 책이었는데

둘째는 책을 주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상태인지라 사실 첫째와 더 열심히, 자주 보고 있어요 ^^;;

그래도 어느 날은 앉아서 웃으며 손가락으로 꼭꼭 짚는 모습을 보이는데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욥 >.<

 

첫째도 작은 구멍으로 보이는 게 무엇일지 아직은 상상하기 어려운 지

뭘까, 뭐지, 잘 모르겠네 요러면서 같이 보고 있습니다!

오감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최고인 것 같아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부드러운 색감과

손에 쏙 들어오는 적당한 크기라 휴대하기에도 편하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보드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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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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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외출하기 전, 전쟁같은 준비 시간을 지내고 차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맨 순간부터 시작되는 소중한 멍 때리기. 신랑이 운전하면서 말을 걸면 특별히 말해두기도 한다. 나 지금 잠시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니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가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공간에 있을 때도 이 멍 때리기 기술이 발휘되는데, 그것이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 나조차도 의문이다. 커피는 잠을 깨기 위해서도 마시지만 '차 한 잔의 여유'가 필요할 때도 마시고, 게임과 스포츠는 이기느냐 지느냐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헬스클럽에서의 운동보다 산책을 즐긴다. 여행 갈 때 준비물은 아낌없이 챙기지만 가서 무얼 할 지 0부터 10까지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지는 않으며 그날 그날의 날씨따라 기분따라 숙소에 하루종일 있기도 한다. 재미로 스페인어를 배워본 적이 있고 도중에 그만두긴 했지만 언젠가 다시 배워볼 의향이 있다. 갑작스러운 휴가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은 일은 독서와 멍 때리기와 시체놀이?! 크아! 너무 하고 싶다!

 

책 뒷날개에 첨부되어 있는 <당신이 제대로 못 쉬고 있다는 신호 열 가지>의 체크리스트 중 몇 가지다. 총 열 가지 중에 '독서의 순수한 즐거움보다는 숙제하듯 책을 읽는다'는 그럴 때도 있고 안 그럴 때도 있어서 패스. '깨어 있을 때 쓰는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서 잠을 잔다' 항목에서는, 글쎄. 육아 때문에 다음 날의 에너지를 위해 잘 때가 더 많으니 이것도 패스해야 하려나. '내 삶은 언제 즐기지?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또한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으니 패스다. 육아도 내 삶의 일부분이고 이 또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하지만 둘째 곰돌군이 정신이 나가고 귀가 얼얼하도록 울어제끼거나 첫째 곰돌군에게 엄청나게 짜증을 낸 날은 우울감으로 가득 차 혼자 있는 시간을 절실히 원하기도 하니까. 음. 여기까지 쓰다보니 또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는데 새벽 1시라 커피우유로 대신한다.

 

[게으름 예찬]이라니, 취향저격의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친정엄마로부터 '넌 참 게을러'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하는데, 그래도 결혼을 한 지금은 꽤 많이 부지런해진 편이다. 두 곰돌군을 챙겨야 하니까. 곰돌군들이 좀 성장하고 난 후에는 또 예전의 게으름 모드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는데, 벌써부터 어떻게 하면 좀 더 게으르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를 연구하면서 집안일을 분류하고 있다. 침대에 누워 뒹구는 시간을 사랑한다. 지금은 벌떡 일어나는 시간이 대부분이지만 누워서 이 생각, 저 생각 하고 있으면 행복했다. 그렇게 한껏 뒹군 후에 일어나 배를 채우고 다시 나른하게 보냈던 시간들. 크흑. 지금은 꿈도 꿀 수 없어서 더 그립다. 그래도 내 밥벌이를 하는 데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이 정도 게으름은 피워도 되지 않겠냐며, 정말 해야하는 최소한의 것만 한다. 현재의 내가 집안일도 최소한의 것만 하는 것처럼.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게으름에 대한 찬양으로 채워져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 게으름은 삶에 있어서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라 여겨진다. 바쁘게, 급하게 허덕이며 생활하다보면 꼭 실수를 했다. 지금도 무언가 서둘러서 하면 발이 걸려 넘어지듯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생채기가 생긴다. 게으름을 피우며 천천히,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것. 느긋하게 그런 순간을 거칠수록 더 단단한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책에서 독서에 대해 표현한 부분이 있는데 그 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딱 맞아떨어져 놀랐다. '꼼짝도 하지 않은 채로 모험을 하기 위해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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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카카오프렌즈 한국사 1 - 큰★별쌤 최태성과 떠나는 초등한국사 대탐험 구해줘 카카오프렌즈 한국사 1
최태성.조윤호 지음, 도니패밀리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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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관련해 수많은 학습만화가 출간되고 있다. 어린 아이 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역사는 어려운 분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만화를 읽으면서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지는데, 그 수많은 종류 속에서 어떤 책을 고를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집에는 박시백 작가님의 [조선왕조실록]과 초등 한국사 학습 용으로 알려진 한국헤르만헤세 출판사의 <HOW SO 한국 역사탐구 시리즈>가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예전부터 재미있게 읽어 소장중이고, <HOW SO 한국 역사탐구 시리즈>는 나중에 아이들이 읽기 전에 일단 우리가 먼저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구매했는데 어린 아이용 학습만화라 해서 쉽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들어가는 순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들이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기 때문. 이 와중에 큰별쌤! 최태성 선생님과 떠나는 한국사 대탐험이라니, 읽어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 게다가 귀여운 카카오 프렌즈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신나는 여행이다.

카카오프렌즈 친구들에 대한 설명부터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캐릭터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깨닫고 크게 놀라고 만 상황. 라이언이 곰이 아니라 갈기 없는 수사자였다니! 원래 아프리카 둥둥섬의 왕위 계승자이기까지 했지만 자유로운 삶을 동경해 탈출, 꼬리가 길면 잡히기 때문에 꼬리가 짧다는 웃음 빵 터지는 설명이 압권이다! 복숭아인 줄은 알았지만 자웅동체인 사실까지는 몰랐던 어피치는 그렇다 쳐도 무지와 콘의 정체는 놀랄 노자다! 귀여운 토끼인 줄 알았던 무지가, 사실은 토끼 옷을 입은 단무지라니! 게다가 친구인 줄 알았던 둘의 관계가 사실은 콘이 단무지를 키워 무지로 만들었다는 이 설명에 아연실색했다. 부잣집 도시개 프로도와 패셔니스타 네오, 공포를 느끼면 미친 오리로 변하는 튜브와 힙합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제이지에 관한 내용은 이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다. 그리고 등장하는 큰별쌤. 카카오프렌즈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둥둥반 담임선생님으로 도서관에서 라이언을 구하려다 신비한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탈출문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카카오프렌즈에게 궁금증이 생기면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 해결해준다. 큰별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인 구석기인과 카카오프렌즈가 다니는 학교의 도서관 사서 선생님인 쪼리쌤이 함께 해 역사적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카카오프렌즈의 궁금증과 답이 제시되어 있다. 청동거울로 얼굴을 볼 수 있는지, 진짜로 곰이 사람으로 변한 건지, 왜 삼국이 한강을 두고 다투었는지, 가장 늦게 발전한 신라가 어떻게 삼국 통일을 이루어낼 수 있었는지, 왕건이 결혼을 많이 한 이유, 고려가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 이유와 과정, 왜 고려 왕의 이름이 '충'자가 붙었는지, 법전을 보고 어떻게 조선 백성들의 생활을 알 수 있는지 등, 현직 초등 교사가 수업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BEST 20을 뽑은 것으로 재미있지만 제법 심오한 질문들이 펼쳐진다. 들여다보니 내가 답할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 어떻게 초등학생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좋을지 연구하게 되는 질문들도 있어서 그런 점에서는 '학습'만화의 역할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게다가 조선의 '경국대전'을 다룬 파트는 어른인 내가 봐도 눈이 핑 돌 지경인데, 용어는 생소해도 만화로 보니 한결 이해하기 쉬웠다고 할까.

이제 책에서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던 큰별쌤은 구석기인에 의해 2권으로 연결된 연결문으로 밀쳐진다. 임진왜란에서 한국사를 끝낼 수는 없으므로. 독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도움을 주듯 안 주는 구석기인의 정체도 궁금해진다. 콕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만화로 구성된 역사책들은 책마다 특징이 있는 것 같아 자신의 취향에 맞는다면 여러 전집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특히 친근한 카카오프렌즈들을 내세워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은데, 어른인 내 취향에도 아주 잘 맞았다. 어떻게 하면 시험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까에 치중하지 않고 역사를 좋아하게 만드는 마음이 먼저라는 점을 생각해 양질의 역사 학습만화가 많이 출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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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보는 그리스신화 - 오늘, 우리를 위한 그리스신화의 재해석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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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든 철학이든 서양 고전을 읽을 때면 어느 때든 툭툭 튀어나오는 그리스 신화. 단순한 비유의 역할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제공한다. 수없이 많은 세대에 걸쳐 축적되어 왔기 때문에 서구적 사고방식의 DNA라 불려도 과언이 아닌, 그렇기 때문에 서구적 사고의 원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신화에는 그리스 철학의 모태가 되는 원초적 세계관과 인생관이 들어 있다. 이 신화를 통해 그리스 철학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10세기 이상의 사유 방식의 축적과 전환 과정의 산물임을 발견할 수 있다고. 구전에 의해 정보가 전달된 시대에 신화는 가장 훌륭한 기록의 방식으로, 이 시대의 사유 방식을 이해하는 데 신화는 매우 유익하다. 이런 신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철학적 맥락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신화는 언제나 특정한 역사적 배경 아래서 탄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신화를 배경으로 사유의 세계가 펼쳐진다. 인간과 세계를 살펴보고, 문명과 국가를 돌아보고, 이성과 감성에 관해 묻고, 여성과 남성을 생각하는 과정. 신화의 기본적인 재미난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그 안에 묻혀 있는 메시지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시시포스의 형벌>을 바라보며 쳇바퀴 인생의 희망에 대해 질문하고, 나르키소스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어째서 저주였는지 되묻는 신선한 시각. 그동안은 나르키소스가 자신만을 사랑하게 된 것에 대해 보다 큰 사랑을 깨닫지 못하는 삶 자체가 불행한 것이라고 여겼지만, 국가를 최우선으로 하는 시대에 개인을 앞세우는 것 자체가 금기로 취급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랐다. 저자는 개인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현명한 나르키소스로 살아갈 것을 조언한다.

<이카로스>를 통해 무모한 도전인지 무한한 도전인가에 대해 토론하고, 인정에만 치우쳐 크레온을 악한 왕이라 평가했던 방식을 버리고 법과 정의라는 관점에서 그를 재조명한다. 영웅적인 서사시로 평가받는 [일리아스] 속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를 소환해 전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고, 희대의 악녀로 불리는 헬레네를 통해 선과 악을 딱 잘라 구분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남편에게 버림받아 복수심에 눈이 멀어 자식들의 목숨을 빼앗은 것으로 알려진 메데이아를, 적에게 처참한 죽음을 당하느니 어미인 자신이 마지막을 거두어주는 것이 의무라 여겼다 재평가하며 여성성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도 제공한다. 개인에서부터 국가까지, 여성으로부터 남성까지, 법과 질서, 사회와 개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시각에서 서술된 새로운 그리스 신화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다.

어렸을 때부터 신화를 접해왔고 일종의 향수같은 감정마저 느껴온 세월들을 되돌아보며 어째서 신화를 읽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에 대한 목마름들을, 신화와 명화를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소견들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신화에 대한 재해석. 이 새로운 시도의 결과야말로 '지금, 여기'를 이해하는 통로로 기능하는 살아있는 신화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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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빈센트 (반양장)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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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이런 조합을 보게 될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다. 별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와 별을 그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라니. 124편의 시와 129점의 그림이 수록된 이 시화집은 아마 누구라도 탐내지 않을까. 이상하게 자꾸 마음이 가고 자꾸만 알고 싶은 두 사람의 매력적인 콜라보가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로 출간되었다. 시를 쓰며 조국의 독립을 염원한 윤동주와 평생을 그림 속에 파묻혀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해낸 그들의 영혼이, 이렇게 보니 조금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장식된 표지가, 윤동주라는 이름을 만나 더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이 가득하다는 것을 대충 훑어만 보아도 알겠다. 시 하나와 그림 한 점을 매칭하는 작업이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 하나하나를 다시 읽어보고, 그림 한점한점을 유심히 들여다보았을 편집자의 나날들이 눈에 보이는 듯 선명하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시는 역시 <서시>다. 고흐의 그림은 <별이 빛나는 밤>. 이어지는 <자화상>이라는 시에는 고흐의 <자화상>이 함께하고, <돌아와 보는 밤>에는 <아를의 고흐의 방>이 나란히 붙어 있다. 어찌 이리 하나하나가 잘 어울리는지. 조금 과하게 이야기하자면 서로가 서로에게 '여보게, 친구, 자네는 시를 쓰게. 난 그림을 그리겠네. 알겠네, 우리 한 번 해보세'라고 말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활동한 시대와 장소도 달랐던 그들이 평생의 친구를 가까이 두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림은 말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는 문구에 저절로 눈이 가는 시화집이다. 그들이 과연 시와 그림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한층 더 귀기울이게 되는 책. '열두 개의 달 시화집'은 달마다 어울리는 화가를 선정하여 그림과 시를 매치한 시화집 시리즈인데 이번에 이렇게 귀한 책을 내주었다. 몇 세기가 흘러도 변하지 않을 가치를 지닌 책을 소장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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