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이런 조합을 보게 될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다. 별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와 별을 그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라니.
124편의 시와 129점의 그림이 수록된 이 시화집은 아마 누구라도 탐내지 않을까. 이상하게 자꾸 마음이 가고 자꾸만 알고 싶은 두 사람의
매력적인 콜라보가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로 출간되었다. 시를 쓰며 조국의 독립을 염원한 윤동주와 평생을 그림 속에 파묻혀
자신만의 세계를 완성해낸 그들의 영혼이, 이렇게 보니 조금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장식된
표지가, 윤동주라는 이름을 만나 더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이 가득하다는 것을 대충 훑어만 보아도 알겠다. 시 하나와 그림 한 점을 매칭하는 작업이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 하나하나를 다시 읽어보고, 그림 한점한점을 유심히 들여다보았을 편집자의 나날들이 눈에 보이는 듯 선명하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시는
역시 <서시>다. 고흐의 그림은 <별이 빛나는 밤>. 이어지는 <자화상>이라는 시에는 고흐의
<자화상>이 함께하고, <돌아와 보는 밤>에는 <아를의 고흐의 방>이 나란히 붙어 있다. 어찌 이리 하나하나가
잘 어울리는지. 조금 과하게 이야기하자면 서로가 서로에게 '여보게, 친구, 자네는 시를 쓰게. 난 그림을 그리겠네. 알겠네, 우리 한 번
해보세'라고 말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활동한 시대와 장소도 달랐던 그들이 평생의 친구를 가까이 두고 있는 것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