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 그림의 침묵을 깨우는 인문학자의 미술독법, 개정증보판 미술관에 간 지식인
안현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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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 중 소장하지 못한 한 권이 바로 이 '인문학자'였습니다. 화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의학자, 해부학자+히포크라테스 미술관까지 각종 분야와 그림이 융합된 이 시리즈를 무척 애정하는데, 유독 <인문학자> 편만 접할 기회가 없더라고요. 한 번 읽어야지, 읽어야지 해도 재미난 책들이 계속 출간되어 나오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개정판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른 책들도 전부 재미있었지만 특히 기대한 인문학자편! 기대했던만큼 알차고 재미있는 미술관람 시간이었어요!

 

<신화와 종교를 비춘 미술>, <역사를 비춘 미술>, <예술을 비춘 미술>, <인간을 비춘 미술> 총 네 파트에 65점의 그림과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저는 특히 <역사를 비춘 미술> 부분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신화나 종교와 관련된 그림은 워낙 많이 접하기도 했고, 예술이나 인간을 다룬 부분도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역사 파트가 제일 매력 있었다고 할까요.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 호의 뗏목>은 인상적이다 못해 충격적이었습니다. 1816년 마흔 네개의 대포를 싣고 프랑스 본토를 떠나 아프리카 세네갈로 향했던 프랑스 해군 전함 메두사 호. 배가 침몰 위기에 놓이자 배의 함장은 하급 승무원 149명을 버려둔 채 탈출합니다. 배에는 노도 남아있지 않았을 뿐더러 약간의 식량밖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구조대는 오지 않고 식량마저 동나자 조난자들은 죽은 동료의 시체를 먹는 것도 모자라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격렬한 몸싸움까지 벌이게 됩니다. 생존자들 중 의사인 사비니와 엔지니어 코레아르에 의해 책으로 출간되어 이 사실이 알려지자 왕당파 신문사들은 이 두 사람을 식인 혐의로 신고하기에 이르는데, 이런 불의에 분연히 일어난 화가가 바로 제리코였던 겁니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키오스 섬에서의 학살>을 위해 화가는 신문을 탐독하고 학살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을 인터뷰했다고 해요. 마치 기자처럼요. 그림 속 소재의 객관성과 사실성을 강조했던 그 덕분에 그림은 물론 그림의 배경이 되는 학살 사건까지 조명받았으니, 이것이야말로 화가의 사회적 역할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그 외에도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 영국 왕실 역사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문학과 역사,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멋진 미술관 기행.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기쁜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을 거예요. 이 시리즈에 매력을 느끼신다면 다음으로는 화학자와 물리학자, 수학자와 의학자, 해부학자 등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말로는 다 할 수 없을만큼 정말 매력적인 시리즈니까요!!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어바웃어북> 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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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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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지의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콤슨 가의 장남인 퀜틴의 시각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처음에는 이 퀜틴과 캐티의 딸인 퀜틴이 약간 헷갈렸는데, 이렇게 퀜틴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내용을 읽다보니 그의 내면 세계가 활짝 들여다보이는 듯한 기분이다.

 

이성적이고 자신을 절제하는 듯 보이지만 내면의 갈등으로 흔들리는 퀜틴. 그를 괴롭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버지와의 관계도 그리 긍정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여성을 보는 시각이 왜곡되어 있고, 여성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듯한 퀜틴이지만 캐티에 대한 감정은 남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아버지와 나는 여자들을 서로에게서 우리 집 여자들을 그들 자신들로부터 지키려 한다.

p148

 

굽이치는 시간 속에서 방황하는 것처럼 보이는 퀜틴을 이해하기란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그가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고 자살을 결심한 상황에서 현실과 과거가 순서없이 지나간다. 음..머리가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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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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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들었던 '윌리엄 포크너' 를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해서 한껏 들떴던 마음. 몰락해 가는 미국 남부의 명문가 콤슨 가문에 벌어진 비극을 그렸다는 말에 엄청난 대작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음..그런데 생각보다 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다.

 

일단 선천적으로 지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막내 벤지가 서른 셋으로 등장한다. 글자의 폰트가 바뀔 때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아직 머리에 남는 것은 러스터가 벤지에게 '그만 좀 징징대'라는 대사가 전부라고 할 정도로 징징대지 말라는 말이 계속 등장한다.

 

어느 때는 현재인 것도 같고 어느 때는 과거인 것도 같은데, 과거 중에서도 시간이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라 머리속이 혼란스럽다. 내용이 명확하게 이해되는 느낌이 아니라 이 의식의 흐름들을 오가며 나의 의식도 흘러갔다 내려갔다 하는 기분. 좀 더 읽어야 이 작품의 매력을 알 수 있으려나! 일단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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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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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이어지는 스릴과 반전, 모든 것이 독자를 즐겁게 한다]

 

사랑하는 아내 엘리자베스를 잃은 기억으로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데이비드 벡.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그녀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벡을 괴롭게 한다. 그런데 아내가 살해되었던 호수에서 발견된 두 구의 시체와 현장에 함께 묻혀 있던 둔기. 여기에 벡의 혈흔이 묻어 있는 것이 증명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혹시 벡이 아내를 살해하고 피해자인 척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어지는 의심스러운 메일과 살아있는 모습으로 벡에게 소식을 알려온 엘리자베스. 상상도 못한 음모 속에서 벡을 죄어오는 의문의 암살자들. 과연 8년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은 엘리자베스의 출현인가, 벡의 비밀인가!!

 

읽을 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긴장감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하는 반전으로 늘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할런 코벤이 돌아왔다! 세계 3대 미스터리 문학상을 모두 수상한 최초의 작가로 전세계에 7,500만 팬을 가지고 있는 스릴러의 제왕답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또한 스릴러를 읽는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특히 스릴러 소설의 공식(?) 상 반전이 드러나는 부분은 마지막으로 한정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작품 안에서 몇 번이나 던져지는 반전에 독자를 정신 못차리게 하는 매력이 여전하다.

 

데이비드 벡조차도 감히 짐작할 수 없었던 현실. 엘리자베스가 실제로 살아있는 것인지 기술의 발전으로 이뤄낸 거짓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설정 속에서, 나는 이 벡조차도 섣불리 믿을 수 없었다. 흔히 아내가 죽으면 남편이 범인,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범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벡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억에 오류가 생긴 것은 아닌가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었던 그 때 어둠의 세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쩐 일인지 엘리자베스의 죽음에 연관이 있는 듯한 그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 사건과 연관 없는 인물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과거도, 심지어 데이비드 벡조차도!!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스릴러를 통해 얻는 재미가 무엇인지 새삼 깨달은 듯하다. 쉴 새 없이 넘어가는 책장, 진실에 대한 갈구, 드디어 밝혀지는 진상 앞에 느껴지는 희열!! 무겁지 않게 읽고 마지막에 ' 정말 재미있었어!'라고 생각하며 기지개를 켜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상의 독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덕분에 독서하기 좋은 추운 계절, 스릴러 뿐만 아니라 다른 책도 놓지 않고 열심히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 출판사 <비채>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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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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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과 [숲속의 로맨스]의 뒤를 이어 <고딕서가 시리즈> 대단원의 막을 장식해준 작품은 조셉 셰리던 르 파누의 [엉클 사일러스]. 앞의 두 작품과는 표지의 연결성이 떨어지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포스터 같은 느낌이 참 좋았다. 새벽인 듯도 하고 깊은 밤인 듯도 한 숲 속 한가운데 우뚝 자리잡은 남자의 그림자. 큰 키와 늘씬하게 쭉 뻗은 다리들로 인해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을 상상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작품 초반 여주인공 모드가 엉클 사일러스의 초상화를 발견했을 때의 묘사 덕분에, 세 작품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남자주인공의 출현이라고 멋대로 상상해버렸다!

 

흰 가죽바지에 무릎까지 오는 가죽 장화, 담황색 조끼와 초콜릿색 코트 차림이었고, 긴 머리는 뒤로 빗어 넘긴 스타일이었다. 이목구비가 눈에 띄게 품위 있고 섬세했다. 그러면서도 그저 멋쟁이나 세련된 남성 부류와는 구별되는 결의와 열정이 묻어났다.

p27

 

하지만 모드에게 늘 '기약없는 여행'을 언급해온 그녀의 아버지만 해도 70 언저리. 그러니 그의 동생인 엉클 사일러스 또한 비슷한 나이대라는 것을 짐작했어야 마땅하거늘, 단순히 표지에 취해 너무나 멋진 엉클 사일러스를 고대했던 나로서는 중반 부근부터 등장하는 그의 출현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때의 실망감이란!! 그러나, 뒤에서도 다시 한 번 언급하겠지만 [엉클 사일러스]에는 멋진 남자주인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모드가 매력을 느끼는 남자들이 두 어명 등장하나, 그들은 이 작품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모드에 의한, 모드를 위한, 모드의 이야기이므로!!

 

스웨덴보리라는 다소 독특한 종교를 믿었던 아버지와 그가 남긴 의문의 유언장. 오랫동안 사일러스와 단절된 생활을 이어온 모드의 아버지는, 어째서인지 자신의 죽음 뒤에 모드의 생활을 사일러스가 맡아줄 것을 부탁한다. 그가 살인사건에 휘말렸던 것, 그로 인해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했던 것, 도박에 빠져 진 빚을 모드의 아버지가 일부 갚아주었던 것 등 사일러스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기에 충분한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모드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일러스의 그의 자녀들이 살고 있는 바트램-호프로 향한다. 초중반이 이런 상황 설정에 페이지를 할애했다면 사일러스와 살기 시작한 시점에서 모드의 진정한 모험(?)이 시작되었다고 할까.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는 뚜렷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과 그 인물들을 둘러싼 분위기라고 하겠다. 일단 모드의 가정교사를 맡았던 마담 드 라 루지에르. 분명 마녀 아니면 마녀를 추종하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확신할만큼 너무나 뻔뻔스럽고 대담하다. 그녀가 등장하는 페이지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그녀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 하고, 그녀가 사용하는 프랑스어가 환청처럼 들리는 듯 했다. 그리고 엉클 사일러스. 초반에 너무나 멋진 매력남을 상상했던지라 괴리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나, 이 고딕소설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손색이 없을만큼 괴이하다! 아편에 중독되어 넋이 나간 모습에 대한 묘사라든지, 모드의 동정과 애정을 이용해 그녀의 재산을 빼앗으려하는 모습은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마지막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말로 말 그대로 모두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막대한 재산의 상속녀 모드. 과연 그녀의 친구는 누구이고, 적은 누구인지 마지막까지 혼란스러웠다. 그런 점에서 현대의 심리 스릴러와 비슷한 점이 많다. 나처럼 혼란스러워하는 모드의 내면, 곁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고딕소설에서 초자연적인 현상 뿐만 아니라 인물의 심리 묘사가 다루어졌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엉클 사일러스]는 고딕소설이자 모드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마담 드 라 루지에르에게 위협받던 소녀가, 사일러스와 함께 생활하면서부터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나타내는 아가씨로 성장했다. 그 와중에 방치되었던 사일러스의 딸 밀리를 보살피면서 그녀와 평생의 우정을 다지기도 한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할 줄 알고, 위기 속에서 모드를 구해낸 사람은 바로 모드 자신이었다. 남자 주인공에게 의지해 위기에서 벗어났던 [숲속의 로맨스] 의 아들린과는 대조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무려 805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었지만 작가의 필력과 재미난 이야기에 정신없이 달린 듯한 기분이다. 마지막까지 모드가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가 없어서 무척 조마조마했다. 개인적으로 표지도, 이야기도 시리즈의 세 권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 그의 작품은 계속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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