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실은...

내게는 낯선 이름이었는데,
‘김지원 작가 타계 1주기 추모 특별 보급판’이라는 문구에,
그러니까, 좀 더 정직하게는,

특별 보급가(각 권 5000원, 3권 세트 15000원)에
살펴보게 되었다.

1997년 이상문학상 수상작가를
이 덕분에 만나보게 된다...

 

 

 

 1권 『폭설』에는 ‘폭설’과 ‘잠과 꿈’ 두 작품이

2권 『바닷가의 피크닉』에는 ‘마술의 사랑’ ‘한밤 나그네’ ‘바닷가의 피크닉’ ‘잊혀진 전쟁’ ‘내 노래가 꽃이면’ ‘돌아온 날개’ ‘늪 주변’ ‘겨울나무 사이’ ‘지나갈 어느 날’ 아홉 작품이

3권 『물이 물속으로 흐르듯』에는 ‘비’ ‘사랑의 기쁨’ ‘먼 집’ ‘어떤 시작’ ‘알마덴’ ‘시간과 강물’ ‘낙원 같은 집’ ‘물이 물속으로 흐르듯’ ‘사랑의 예감’ 아홉 작품이

실려 있다.

 

“김지원 작가 타계 1주기를 맞아 그의 문학에 담긴 의미를 더 많은 독자와 나누기를 바라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제작되었으며, 출간 후 1년 동안 보급가로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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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있어야 되는 기라. 

 

포수는 투수가 사인대로 공을 던질 거라고 믿어야 된다. 투수는 포수가 받아 줄 거라 믿어야 되고. 근데 믿는다는 게 뭔가? 안다는 기다. 아니까 믿음이 가는 기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니는 어떤 아가?

 

니는 어떤 아였나 말이다. 니가 여기서 뛰놀 때 니는 어떤 아였나. 기억이 전부 안 나는 건 아이잖아. 니가 아는 니는 어떤 아가? 니는 니를 믿을 수 있나?

 

투수한테는 포수와 야수 말고도 믿어야 되는 기 더 있다. 뭔지 아나?

 

자기 공을 믿는 기라. 똑같은 공이라도 자기가 던지는 공을 믿지 못하는 투수의 공은 가볍다. 공이 다 똑같지 뭐가 가볍냐고? 아이다. 믿음을 갖고 던지는 공은 그 믿음만큼의 무게가 더해진다. 그런 공은 타자가 쳐도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묵ㅡ직하거든.

 

니는 니를 못 믿겠나? 스스로 돌이켜 봐라. 니는 어떤 아였나. 아를 음악실로 유인해 가 몹쓸 짓이나 하는 그런 아였나. 물론 실수도 하고 잘못도 했을 기다. 또 앞으로도 할 기야. 하지만 니는 니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는 걸 믿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살았나. 그렇다면 더 할 말은 없다. 아니라면 뭐가 그리 두렵나.

 

 

_ 이동원 『수다쟁이 조가 말했다』

 

 

 

최근에 내 마음을 몹시 두드린 글.

 

 

 

믿음이 있어야 되는 기라.

자기 공을 믿는 기라.

믿음을 갖고 던지는 공은 그 믿음만큼의 무게가 더해진다.

 

 

믿는 기라.

 

 

 

다들, '자기 공'을 믿고, 그 믿음만큼의 무게가 더해진 공을 던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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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북, 기린의 말> | 김연수 作 | 2013 | 7번 국도 미니북에 수성 만년필 | 8.5*6cm

 

 

김연수 화백님의 기린 그림이에요... ♡

"김화백이 그린 기린 그림은 잘 그린 기린 그림이고~~~" ^0^*

 

 

 

김작가가 쓴 깊은 밤, 기린의 말은 잘 쓴 기린의 말이고....

 

 

 

 

_ 여러 개 중 하나의 희망이라면 이뤄져도 그만, 안 이뤄져도 그만이겠지만, 거기 단 하나의 희망만 남는다면 그건 돌멩이처럼 구체적인 것이 되리라. (43)

 

_ 인내심이란 뭔가 이뤄질 때까지 참아내는 게 아니라 완전히 포기하는 일을 뜻했다. 견디는 게 아니라 패배하는 일. (47)

 

_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우리 머리 위에는 거대한 귀 같은 게 있을 거야. 그래서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말이라도 우리가 하는 말들을 그 귀는 다 들어줄 거야. 그렇다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맺어주거나 내 안에 가득한 슬픔을 없애준다는 뜻은 아니니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그저 크고 크기만 한 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귀가 있어 깊은 밤 우리가 저마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들은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은 거야. (52)

 

_ 이 자리에서 고백하는 말이지만, 우리 아들은 마음이 닫힌 아이입니다. 아무리 큰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말해도 그 말들은 우리 아들에게 가 닿지 않습니다. 제게 말들이란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 모릅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말들은 외롭고 슬픕니다. (61)

 

 

김연수 「깊은 밤, 기린의 말」 (『사월의 미, 칠월의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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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셸 퓌에슈의 <<나는, 오늘도 Philosopher?>> 시리즈에 빠져 있다.

모두 아홉 권으로 나온 책인데,

01 사랑하다

02 설명하다

03 수치심

까지 만나봤다.

 

평소에 철학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일단 본문의 문장들이 눈에 쏙쏙 잘 들어오게 디자인 되어 있어서,

'철학 몰라요, 철학 어려워요' 하는 나도, 주제별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을 쓰는데, 어딘가에 일부러 '빠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다들 사랑에 빠지기를 바란다(이미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경우만 아니라면). 우리는 사랑에 빠지기 위해, 상대도 또한 나와 사랑에 빠지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_ '사랑하다'

 

커다란 여드름이 났더라도 남자친구는 여전히 멋있다. 약속이나 생일을 깜박할지라도 여자친구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불충분한 결과에 대해 점수를 깎는 관계라면, 사랑이 아니라 심사나 경쟁을 해야 하는 다른 종류의 관계일지도 모른다. _ '사랑하다'

 

사랑에서 비롯되는 의무들은 매우 복잡한데, 상대에 대한 의무만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의무(내가 될 수 있는 최고가 되는 것)도 있고, 사랑한다는 사실에 따르는 의무만이 아니라 사랑받는다는 사실에 따르는 의무, 특히 사랑하는 상대가 가치 있게 여기는 나를 소중하게 돌봐야 할 의무까지 있기 때문이다. _ '사랑하다'

 

 

설명한다는 것은 진정한 상호 의사소통 행위이다.

상호 소통이란 양방향 소통이다.

설명을 듣는 사람도 공동의 노력에 참여하면서 '수신' 모드만이 아니라 '참여'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_ '설명하다'

 

설명하는 사람은 상대가 이미 잘 이해하고 있는 것들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명하려면 그 사람과 그 사람이 세계를 알아야 하고, 그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아야 한다. 또한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의 입장에 서보아야 한다. _ '설명하다'

 

설명은 상대에게 크게 팔을 휘두르면서 "나 여기 있어, 나한테 와!"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다. 설명을 하려면 상대를 찾으러 가야 하고, 따라서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며, 그 사람 가까이에 가서 마치 손을 잡고 하는 것처럼 이끌어줄 수 있어야 한다. _ '설명하다'

 

인생의 문제 앞에서 수동적이고 체념한 태도를 취할 필요는 없지만, '놓아버리고' 흘려보내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는 것, 때로는 설명 없이 지낼 줄도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_ '설명하다'

 

 

수치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거기서 벗어나는 것!

이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물론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수치심에 대해 털어놓는 것은 예를 들어 몸을 보여주거나 만지게 하는 것보다 더 친밀한 행동이다. _ '수치심'

 

수치심은 밝은 곳을 꺼린다.

빛,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내뿜는 빛을 받으면 금방 녹아버린다. _ '수치심'

 

수치심에서 무언가 배울 게 있다면, 그 수치심을 잘 활용하는 것이 무조건 치워버리려 하는 것보다 낫다. 언제나 수치심을 제거해버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지난 일을 생각해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고 진심으로 후회가 된다면,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수치심을 통해 무언가를 배운 것이다. _ '수치심'

 

"하나도 창피하지 않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때,

스스로도 편안할 뿐 아니라

자유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 특유의 떳떳한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_ '수치심'

 

 

 

04 걷다

05 먹다

06 말하다

07 원하다

08 버리다

09 살다

 

다른 책들도 어서 만나봐야겠다.

걷고 먹고 말하고 원하고 버리고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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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매일 조금씩 실망하고,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키지만,

이런 자질구레한 실망들은 오히려 삶의 자극제,

자신이 바라는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실망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그 전에 야망, 계획, 목적이 있었다는 뜻이다.

 

실망을 느낄 때

우리는 원래 이루고

싶었던 목적을 다시금

기억하게 된다.

 

*

 

지난 일을 생각해 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고

진심으로 후회가 된다면,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수치심을 통해 무언가를 배운 것이다.

 

 

_ 미셸 퓌에슈 『수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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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 2013-11-2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 보고 셋트로 구매했어요^^
원주님 덕분에 좋은 책 알게 되어서 감사

원주 2013-11-29 10:50   좋아요 0 | URL
으아닛, 미망 님!!! 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읽은 세 권에서 밑줄 그은 문장들, 벌써 몇 번씩이나 읽고 또 읽고 있어요.^^
나는 오늘도, 이 책들에 빠져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