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유쾌한 인물상식 교실밖 상식 시리즈 4
김동섭 지음 / 하늘아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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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에 도움이 되는 책 좀 추천해주세요." "상식을 쌓고 싶은 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하죠?"

책카페에의 질문 게시판에서 종종 보게되는 질문이다.

한 번도 그런 질문에 답해 본 적은 없지만, 저런 경우에는 무슨 책을 추천해야 하나? 무슨 책을 읽어야 하나?

혼자 여러 책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보곤 했다.

그때 내가 내린 결론은, 모든 책, 이었지만.

(책을 읽다보면, 뜻하지 않은 곳에서 '아하! 그렇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때가 많다. 소설책에서도.)

 

이 책을 보며,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나는 종종 접했던 저 질문들을 떠올렸다.

상식을 쌓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겠어서 고민하던 저네들이 원하던 책이, 이런 책은 아니었을까?

왜냐면, 그런 내가 원한 책은 이런 책이었으니까 말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꽤나 '아는 게' 없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에서 배우는 게 다 쓰잘데기 없어 보였다.

머리 아픈 수학 공식이며, 과학, 화학 그런 거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까 싶었고,

무슨 시대에 누가 살았고, 몇 백 년 전에 무슨 대륙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그런 거 다 외워서 뭐하려나, 싶었다.

그런 내가 가장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건, 말 그대로 정말 실용적이었던, 가사, 가정 수업 정도였던 것 같다.

그와는 상관없이 좋아했던 국어, 문학 수업이 있었고.(그렇게 따지자면 문학은 뭐에 써먹으려고?)

그땐, 먹는 거 참 좋아했나보다. '써 먹을 데' 없어 보인다고 배움에 시큰둥했으니.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해 더 넓은 세상에 나와서야,

나는 그때 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던지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관심이 생겨, 어디 이거 한 번 공부해볼까? 싶은 것들이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 그때 내가 콧방귀를 쳤던 것들인 경우가 많았다.

'저 사람은 어쩜 저렇게 아는 게 많지?'하고 부러움에 의기소침해질 때도, 가만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유별나게 아는 게 많은 게 아니라, "학교 다닐 때 다 배운 거잖아."라고 말할 그런 내용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까, 학교 다닐 때, 열심히 배워두는 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됨을, 학교 떠나고 느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뒤늦게 '상식'에 목마름을 느낀 나인지라, 제목에 '상식'이 붙은 책을 보면 귀가 솔깃해지곤 한다.

 

이 책은 '인물상식'이다. 거기다가 내가 좋아하는 '문학' 분야와, 요즘 피아노를 배우며 관심을 갖게 된 '예술' 분야와,

얼마 전에 철학 서적을 읽고 관심이 생긴 '철학', 이렇게 세 분야를 아우른 '인물상식'.

청소년을 위해 쓰여진 책이라니 지루하거나 어렵지도 않겠다 싶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만나보았다.

 

이 책은 정말 정리가 깔끔하게 잘 되어 있다.

문학, 철학, 예술에 대해서 대략적인 정의로 그 장을 열며, 각 분야는 모두 동서양으로 나뉘고,

거기에서 시대에 따라, 나라에 따라 나뉘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인물 소개 순서도 무작위가 아니라 출생년도를 기준으로 하였기 때문에,

인물들의 선후 순서가 깔끔하게 정리된다.

각 인물들이 활동한 시대 배경으로 시작하여, 생애, 주요 활동 및 업적을 들려주고,

그 중간 중간에는 주요 저서라든가, 주요 이론 같은 것을 따로 박스에 담아 설명해두었다.

그리고 한 분야가 끝날 때마다 적지 않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핵심용어를 정리해주고 있는데, 이 부분도 무척 마음에 든다.

용어 하나 하나 그 정의를 읽고 있자니, 마치 수험생 시절로 돌아가 밑줄 박박 그어가며 외워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주변의 중고등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교과서로 볼 때는 고리타분하고 따분하게 느껴지지만,

교과서 외의 책으로 볼 때는 괜히 더 재미있고 머리에 잘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닐 것 같은데,

이런 책은, '교과서 외 책'이니 일단 읽는 마음 편안하고, 내용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 도랑치고 가재잡는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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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김선우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비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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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에서

 

나의 책읽기에는 슬픈 징크스가 하나 있다.

바로, '사랑'과 관련된 책에서는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남들이 정말 감동적이고 재미있다고 추천 한 '사랑 소설'에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는 '사랑 에세이'에서도,

내 가슴은 데워지지 않는다.

보고 나면 괜히 서러움만 더해질 뿐이다. 내 가슴에는 '사랑'이 비었구나,를 깨닫고는 말이다.

요즘 시집에 한창 빠진 터라, 이 시집을 만나보면서도, 내심 걱정했다.

나, 이 시집도 아무런 감동도 받지 못하고 차가운 마음으로 읽으면 어쩌나...

 

하지만 아름다운 시 앞에서 무너지고마는 내 '차가운 심장'을 느끼며

이 시집을 무척이나 아름답고 달콤하고 감미롭고 애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시의 힘이 위대함을 깨달았다.

 

이 시집은 시인 14명이 모여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를 추천하고, 추천작 중 50편을 엮은 것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한 번쯤 읊어봤을, 예쁘게 베껴 그리운 사람에게 한 번쯤 보내봤을 반가운 시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장석남, 김선우 시인의 아름다운 해설은 시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

해설은, 단순히 작품 분석인 것이 아니라, 그 시인에 얽힌 혹은 그 시에 얽힌 일화가 재미있게 실려 있기도 하고,

(신경림 시인의 '너희 사랑'과 '가난한 사랑 노래'에 얽힌 이야기는 무척 감동적이었다.)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생각들이 괜시리 내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도 만들어준다.

거기에 시를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낸 클로이의 그림이 곁들여져,

읽는 내내 행복한 책이다. 나처럼 '사랑' 앞에 차가운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도 말이다.

 

창호지 문에 달 비치듯

환히 비친다 네 속살꺼정

검은 머리칼 두 눈

꼭두서니 물든 두 뺨

지금도 보인다 낱낱이 보인다

사랑 눈 하나 못 뜨고 헛되이 흘려버린 불혹

                     - 이근배, '찔레' 중에서.

 

'불혹이 되도록 사랑에 눈을 못 뜨면 인생에 이루어야 할 일이 도대체 무엇이겠는가.'라고 김선우 시인이 해설에 적어놓았다.

그 문장을 오래오래 곰곰 생각해보았다.

불혹이 되도록 사랑에 눈을 못 뜨면 인생에 이루어야 할 일이 도대체 무엇일까?

갑자기, 불혹이 되기 전에 사랑에 눈 뜨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불혹이 되어 찔레 덤불 가시의 아픔을 맛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

 

비록 사랑에 빠진 눈으로 보지 않아서, 이 시들과 많은 교감을 하진 못했을 테나,

'그리움' '기다림'을 노래한 시들은 오래전 짝사랑에 빠졌던 내 마음을 생각나게 해주어,

간만에 가슴이 콩콩 뛰는 시간 누려보기도 했다.

이미 잊은 지 오랜 감정이었는데, 시를 통해 되살아 난 그 느낌들, 참 그립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감미롭고 감미로운 시집이다.

특히 사랑에 빠진 이들이 읽으면 더없이 좋을!

(한 지인은 이미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그의 연인에게 문자메시지로 '날려'주었다 했다.

이후 알콩달콩 아름다운 대화들이 오갔음은 당연한 일.)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를 읽으며,

문득 달이 떴을 때, 달 떴다고, 전화를 할, 전화를 해 줄 상대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이 밤이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라고 말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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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60
오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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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것은 生의 노래를 잠들게 한다.

머무르는 것은 生의 언어를 침묵하게 한다.

人生이란 그저 살아가는 짧은 무엇이 아닌 것.

문득-----스쳐 지나가는 눈길에도 기쁨이 넘치나니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CHEVALIER

                      -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중에서.

 

한 시인의 '추천 시집' 목록에서 보고 메모해 두었다가 구입한 시집이다.

추천해주신 서른 권의 시집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제목이었다.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그렇지, 가끔은 주목받는 생도 동경하게 되지.

 

며칠 전에 이비인후과에 가면서 가지고 가,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읽었다.

(토요일 오전의 이비인후과는 원래 그렇게 사람이 많나?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집에서 살짝, 휘리릭 넘겨 보았을 때는 왠지 꽤나 어려워보인다, 싶어서 어찌 읽을까 걱정 했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펼치니, 첫 시부터, 사람 마음을 사로 잡는 게 장난이 아닌 거다.

애써 한 시간 기다려 놓고는 이름 부르는 거 못 들어 진료 놓칠 뻔 했다.

시 한 편 한 편,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잠시라도 덮는 손길이 어찌나 아쉽던지.

(시집은 서평 쓰기 어렵다. 내 짧은 글 솜씨로는.

다만, 이렇게 내 마음 울린 시집이라는 것만이라도 전달되길...)

 

 

눈싸움은 깨끗한 것으로 싸우는 싸움

얻어맞으면 체온이 더 따스하고

내가 피하면 얻어맞은 벽도 깨끗해진다

눈싸움은 눈덩이가 녹는 싸움 눈이

녹고 나와 적이 녹고

함께 물이 되어 숲이나

강으로 가서는 물로 흔들린다

눈이, 하얀 눈이 온다

나는 눈이 오면 적들과 눈싸움을 한다

눈이 제일 먼저 쌓이는 낮은 곳에서

이기기보다 지기 위해서

                  '詩人 久甫氏의 一日 5

                           ----눈싸움' 중에서.

 

요즘, 저어기 먼 나라에서 들려오는 전쟁 소식에 마음이 참 아픈데,

이 시를 보니, 그 아픔이 다시 크게 진동한다.

언제쯤이면 전쟁 없는 세상이 올까, 이 세상에서 전쟁이 끝나는 날이 오긴 올까?

눈싸움 빼곤, 모든 싸움이란 싸움은 다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지금 그들도, 무시무시한 총칼 대신, 맞으면 맞을수록 깨끗해지고 따뜻해지는 눈을 뭉쳐서 싸움 한바탕 해본다면,

니 편 내 편 없이, 하얀 눈밭위에서 한바탕 눈덩이를 던지며 싸움 해본다면,

"하하하" 웃으면서 싸움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눈싸움이 하고 싶어진다.(이제는 겨울이 눈을 잊은 지 오래다.)

 

'이기기보다 지기 위해서' 사는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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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창비시선 191
정호승 지음 / 창비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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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따라가며 울다

 

내 몸 속에 석가탑 하나 세워놓고

내 꿈 속에 다보탑 하나 세워놓고

어느 눈 내리는 날 그 석가탑 쓰러져

어느 노을 지는 날 그 다보탑 와르르 무너져내려

눈 녹은 물에 내 간을 꺼내 씻다가

눈 녹은 물에 내 심장을 꺼내 씻다가

그만 강물에 흘려보내고 울다

몇날 며칠 강물을 따라가며 울다


 

 

작년에 어딘가에서 만난 시다. 이 시를 보다가 그만 심장이 철렁, 했었다.

눈 녹은 물에 꺼내 씻던 내 간과 심장을, 그만 강물에 흘려보내고 울다니...

강물에 쓸려 내려가는 간과 심장 생각에, 나는 정말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

 

이 시를 어디서 보았던 건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 시집은 아니었나 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는 제목이 눈에 익지 않은 걸로 봐서.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그러고보니 오늘 저녁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 못하던 그 시간에, 기차를 탔어야 하나보다.

시인이 알려준대로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서, 선암사 해우소에서 실컷 울었어야 하나보다.

자꾸자꾸 마음에 맺혀서 남아있지 않게,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다 풀어버렸어야 하나보다.

뭐 오늘 저녁의 사정이야 이 시집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서평을 쓰려고 앉아서는 계속 제목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잔잔한 시집이다. 표지 그림처럼.

표지 그림에는 동자승으로 보이는 소년이 파란 달빛을 받은 강물 위에 배를 띄워놓고,

고요히 앉아있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배에는 하얀 강아지 한 마리 앉아있고,

그 위에는 하얀 새가 한 마리 날고 있고. 참 고요하고 잔잔한 그림이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눈물이 날 때, 기차를 탈 여건이 안 되면 이 사진이라도 보면 좋겠구나,는 생각을 잠깐.)

 

세상의 작고 약한 것들도 다 보듬고,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여주고, 소중한 것들에 고마워하고,

그런 마음들을 느끼며, 잔잔하게, 차분하게, 고요하게 읽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마음을 가라앉혀줄 이런 시집 한 권...

'눈물이 나면 이 시집을 읽어라'...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선암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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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웃긴 꽃 문학동네 시집 90
윤희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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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온라인에서 알게 된 지인에게 선물 받은 시집이다.

'나를 웃긴 시집입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내 품에 안긴 이 시집을, 작년에 이미 읽었지만,

기축년 소띠의 해를 맞이하여 다시 꺼내 들었다.

소띠의 해에, 이 시집은 꼭 읽어야 한다,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

 

시를 잘 모르고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나는 보통 시집 한 권을 읽으면,

마음에 쏙 드는 시는 두세 편, 많으면 너댓 편 정도 '건지게' 되는데,

이 시집은 내 마음에 와 닿는 시가 참 많았다.

표제작 '소를 웃긴 꽃'은 물론이거니와,

1번으로 실린 '농담할 수 있는 거리'를 비롯해서 수많은 시들이 내 마음을 차고 넘치게 해주었다.

웃긴 시도 있고, 기발한 시도 있고, 아픈 시도 있고, 슬픈 시도 있고,

우리 삶에서 느낄 수 있는 많은 감정들이 한데 어우러져있는 시집이다.

그래서 시집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시의 대상을 향해 연민을 느끼기도 했고, 슬퍼지기도 했고, 눈물을 한 방울 떨구기도 했다.

 


행과 행 사이에서

잠시, 스산한 마음을 놓쳤다

어쩌면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많지 않으리라

 

지금 읽는 책을

언제 또다시 읽을 수 있을까

 

이제부터 읽는 책들은 이별이다

 

                - '마흔 살의 독서' 전문

 

이 시를 보다가 나는 그만 페이지를 넘기려던 손을 멈춰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이별이야기다. 지금 만나는 나의 책들이 '만나자마자 안녕'이라니...

그러고보니 책들과의 만남은 거의 다 '첫 만남'이 곧 '마지막 만남'이었다.

이별인 걸, 영영 작별인 걸 의식하지도 못하고 숱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었구나,

깨닫는 순간, 그만 그 이별이 너무나도 슬퍼서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책장으로 고개를 돌려 책들을 바라보는데, 모두들 나를 향해 "안녕..."하며 쓸쓸하게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는 책을 읽을 때마다,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마다, 이 시가 떠오를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헤어짐을 슬퍼하겠지.

첫 만남 후 곧바로 헤어짐이 아닌, 오래오래 다시 만날 수 있는 책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슬퍼진 마음은, 눈가에 매달린 눈물 방울은,

나주 들판에서 웃는 소가 말끔히 날려주므로, 잠깐 눈물 한 방울 떨궈도 괜찮다.

'영영 슬픔'은 아니니까. '내 친구 9'도, '재래식 화장실'도 나를 웃겨주니까.

꽃이 소를 웃기고, '소를 웃긴 꽃'이 나도 웃기고,

여튼, 울다가 웃어서 어디에 털 날 일만 없다면, 그렇게 웃으며 울며 볼 수 있는,

'완소' 시집이다.

 

소띠의 해에, 이 시집은 꼭 한 번 읽어보길. 소와 함께 웃으며, 행복한 한 해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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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09-01-1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를 웃긴 꽃...이 작품, 오래갈 명품이지요.

참 좋은 시집입니다.웃다가,울다가 하는 시집입니다.
............반갑군요^^

원주 2009-01-13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멋진 시집이지요? ^^

경부선 2009-01-24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아요...소를 웃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