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김연수 지음 / 세계사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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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상깊은 구절

- 경험이라는 것은 아주 놀라운 삶의 한 장치인데, 이것을 겪은 사람과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그 틈이라고 하는 것은 삶과 죽음의 틈과도 같은 것이다. 경험을 한 자들은 대개 이론을 무시하게 마련이고,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상상한 얘기들을 주장하게 마련이었다.

- 너는 그렇다면 언젠가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을 가지고 있는가? 너의 존재를 가장 객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말 한마디라도 가지고 있는가? 주인은 백열등이 작열하는 밀실에서 그 질문과 맞닥뜨리고는 수없이 좌절하였다. 결국 나의 존재라는 것은 유동하는 것일 뿐이다. 어떠한 진실도 내 몸안에서는 살고 있지 않다. 내 몸은 텅 빈 동굴일 뿐이며 공허한 울림만이 메아리치고 있을 뿐이다. 주인은 그 곳을 나오면서 그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2009년 독서 계획 - 김연수 작가 책 다시 읽기' 1호

 

  2006년 5월, <청춘의 문장들>로 김연수 작가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한 권으로 '김연수'에 꽂혀버린 나는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그의 책은 몽땅 빌려와 한입에 먹어치우듯이 허겁지겁 읽어내렸다. 그리고 작년 12월, 그동안 미뤄뒀던 '꾿빠이, 이상'을 읽은 것을 끝으로, 김연수 작가님의 책 12권을 모두 읽었다.

 

  이미 두 번 세 번씩 읽은 책도 있긴했지만, 한꺼번에 몰아서 읽어댔던 책들은 희미한 인상 밖에 남지 않은 경우도 있어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기왕 읽을 거 이번에는 출간 순서대로 읽어보자 하며, 책을 살펴보니, 마침 단행본으로 나온 책이 딱 12권이다.(비매품 산문집 포함.)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한 권씩 읽으면 딱이로구나! 그래서 2009년 1월에 읽은 책은, 김연수 작가님의 첫 소설이자, 제3회 작가세계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이다.

 



  1993년, '강화에 대하여'외 4편의 시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 김연수'가 그 이듬해인 1994년, 이번에는 '작가세계 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 김연수'로 거듭났다.(작가세계, 사람보는 눈이 대단히 훌륭하다!) 김연수 작가님의 강연회에서 이 상을 받을까말까, 무척 고민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상을 받으면 나는 이제 꼼짝없이 소설을 써야 되는 것이다, 두려웠다고 했다. 자칫, '소설가 김연수'가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그 갈림길에서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작가님은 그 '운명'을 받아들였고, 소설가로서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셨던 거다.

 

  이 소설이 세상에 나오고 10년도 더 지난 2006년에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작가님과의 첫 만남이었던 <청춘의 문장들>은 산문집이었으니, 이 책은 처음으로 읽은 작가님의 소설책이고, 마침 작가님의 첫 작품이었다. 그때는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라기보다는 '소설가 김연수'라는 인물에 무조건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마구 읽어대던 때였는데, 그 탓인지 이 책을 읽고 나서 그저 '좀 어렵다'라는 느낌만 남기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었다.(사실은 많이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중국어로 '太難了(너무 어렵다)!'라고 적어놓은 흔적이...)

 

  그리고 2년 반 정도가 지나 다시 읽은 느낌은, 첫느낌과 완전히 달랐다. (그 시간동안 김연수 작가님의 '광팬'이 되어버린 까닭도 클 듯...) 두 번째로 읽는 거라고는 하나, 책 내용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탓에(사실 '도널드 덕', '바이러스 연구소'라는 아주아주 단편적인 기억 말고는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없었다) 처음 읽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음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뒤쪽 먼저 읽어보는 옛날 버릇이 나오려는 걸 꾸욱 눌러 참기도. 중간중간 읽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하필이면 중요한 내용들이!) 처음 읽을 때처럼 안개 속을 더듬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기는 커녕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용 전개에 무척 흥미를 느끼며 재미있게 읽었다.(역시 책은 한 번 읽고 덮어 둘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반복해 읽으며 그 책의 참 맛을 찾아야 한다. 고기만 씹어야 제맛인 것은 아니다.)

 

  책 뒷표지에 실린 당선소감 중에 '이 소설을 나와 함께 뉴 트롤즈의 아다지오를 들으며 87년 대선을 투표권이 없는 눈으로 지켜보았고, 「영웅본색」「개 같은 내 인생」「천국보다 낯설은」의 순으로 영화를 보았던 나의 세대에게 바친다.'라고 적혀있는데, 나도 10년만 더 빨리 태어나서 작가님과 같은 시대를 살았더라면 하는 생각이...(87년에 나는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나보다 한 살 많은 '친구'들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작가님과 같은 세대가 아닌 나는, 소설 속에 나오는 '계란 노른자를 띄운 모닝커피'에 깜짝 놀라버렸던 것이다...(한번 마셔보고 싶다!)

 

 

- 쓰다보니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쏘옥 빠진, 잡설이 되고 말았다는...

'2009년 독서 계획 - 김연수 작가 책 다시 읽기' 1호

 

  2006년 5월, <청춘의 문장들>로 김연수 작가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한 권으로 '김연수'에 꽂혀버린 나는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그의 책은 몽땅 빌려와 한입에 먹어치우듯이 허겁지겁 읽어내렸다. 그리고 작년 12월, 그동안 미뤄뒀던 '꾿빠이, 이상'을 읽은 것을 끝으로, 김연수 작가님의 책 12권을 모두 읽었다.

 

  이미 두 번 세 번씩 읽은 책도 있긴했지만, 한꺼번에 몰아서 읽어댔던 책들은 희미한 인상 밖에 남지 않은 경우도 있어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기왕 읽을 거 이번에는 출간 순서대로 읽어보자 하며, 책을 살펴보니, 마침 단행본으로 나온 책이 딱 12권이다.(비매품 산문집 포함.)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한 권씩 읽으면 딱이로구나! 그래서 2009년 1월에 읽은 책은, 김연수 작가님의 첫 소설이자, 제3회 작가세계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이다.

 



  1993년, '강화에 대하여'외 4편의 시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 김연수'가 그 이듬해인 1994년, 이번에는 '작가세계 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 김연수'로 거듭났다.(작가세계, 사람보는 눈이 대단히 훌륭하다!) 김연수 작가님의 강연회에서 이 상을 받을까말까, 무척 고민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상을 받으면 나는 이제 꼼짝없이 소설을 써야 되는 것이다, 두려웠다고 했다. 자칫, '소설가 김연수'가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그 갈림길에서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작가님은 그 '운명'을 받아들였고, 소설가로서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셨던 거다.

 

  이 소설이 세상에 나오고 10년도 더 지난 2006년에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작가님과의 첫 만남이었던 <청춘의 문장들>은 산문집이었으니, 이 책은 처음으로 읽은 작가님의 소설책이고, 마침 작가님의 첫 작품이었다. 그때는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라기보다는 '소설가 김연수'라는 인물에 무조건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마구 읽어대던 때였는데, 그 탓인지 이 책을 읽고 나서 그저 '좀 어렵다'라는 느낌만 남기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었다.(사실은 많이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중국어로 '太難了(너무 어렵다)!'라고 적어놓은 흔적이...)

 

  그리고 2년 반 정도가 지나 다시 읽은 느낌은, 첫느낌과 완전히 달랐다. (그 시간동안 김연수 작가님의 '광팬'이 되어버린 까닭도 클 듯...) 두 번째로 읽는 거라고는 하나, 책 내용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탓에(사실 '도널드 덕', '바이러스 연구소'라는 아주아주 단편적인 기억 말고는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없었다) 처음 읽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음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뒤쪽 먼저 읽어보는 옛날 버릇이 나오려는 걸 꾸욱 눌러 참기도. 중간중간 읽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하필이면 중요한 내용들이!) 처음 읽을 때처럼 안개 속을 더듬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기는 커녕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용 전개에 무척 흥미를 느끼며 재미있게 읽었다.(역시 책은 한 번 읽고 덮어 둘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반복해 읽으며 그 책의 참 맛을 찾아야 한다. 고기만 씹어야 제맛인 것은 아니다.)

 

  책 뒷표지에 실린 당선소감 중에 '이 소설을 나와 함께 뉴 트롤즈의 아다지오를 들으며 87년 대선을 투표권이 없는 눈으로 지켜보았고, 「영웅본색」「개 같은 내 인생」「천국보다 낯설은」의 순으로 영화를 보았던 나의 세대에게 바친다.'라고 적혀있는데, 나도 10년만 더 빨리 태어나서 작가님과 같은 시대를 살았더라면 하는 생각이...(87년에 나는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나보다 한 살 많은 '친구'들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작가님과 같은 세대가 아닌 나는, 소설 속에 나오는 '계란 노른자를 띄운 모닝커피'에 깜짝 놀라버렸던 것이다...(한번 마셔보고 싶다!)

 

 

- 쓰다보니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쏘옥 빠진, 잡설이 되고 말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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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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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나는 뜬금없게도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떠올렸다.

'가난한 내가' 사랑한 '아름다운 나타샤'의 이름과 이 책 제목이 비슷한 탓일 것이다. 나타샤, 나스타샤. 나스타샤, 나타샤. 제목만 보고는 그냥 그 탓이려니 했는데, 이 책을 덮으면서도 나는 또 나타샤를 생각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왠지 같은 마음을 시로 쓰면 '나타샤'가 되고, 소설로 쓰면 '나스타샤'가 될 듯한 그런 부분을 만난 탓일까. 나만의 다소 엉뚱한 느낌이겠지만, 여튼, 나는 이 소설을 다 읽고나서 다시 백석 시집을 뒤적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어보았다. 이번에는 '나와 나스타샤와 흰 당나귀'라고 생각하며...

 

그러면 이런 시가 된다.

'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스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나스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스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눈은 푹푹 나리고/나는 나스타샤를 생각하고/나스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스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문 응용)

 

이 소설에는 바로 '아름다운 나스타샤'가 나오고, 나스타샤를 사랑하는 (가난하지는 않은) 내가 있다.(소주 대신 위스키가 나오고.)

'나'는 미국에서 수학하고 캐나다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그 외 집필과 박물관 동양관 고문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고, 나스타샤는 반체제 운동을 하다 남편과 아이와 헤어지고 캐나다로 망명한 우크라이나 여인이다. 반체제 운동 중에 심한 고문을 당해 몸도 마음도 다 망가지고 겨우 목숨을 건져 캐나다로 건너온 이 가여운 우크라이나 여인과, 지역사회에서 나름 존경받는 교수인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결코 인연이 아닌 듯 싶지만, 운명은 그들을 만나게 하고 기어코 사랑에 빠뜨린다. 나스타샤는 그녀의 본명이 아니다.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나'가 붙여준 이름이다.(우크라이나에서 대학까지 나왔는데, 이름을 묻는 기초 회화마저도 되지 않는 건, 조금 받아들이기 힘든 설정이었다.) 그렇게 '나'가 붙여준 이름을 가지고 나스타샤는 '나'의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편치 않게 만드는 건, 바로 나스타샤가 우크라이나에 두고 온 가족이 있다는 것. 그것도 생살을 찢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아이와의 이별이었다는 것. 반체제 운동 중 사라진 나스타샤의 남편과 아이의 존재가 유령처럼 나스타샤를 따라다니는 한, 이 둘의 사랑은 매 순간 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읽는 나는 내내 '나스타샤는 가족을 찾으면 떠날 거잖아!'라는 생각에 불편할 수밖에. 이런 느낌은, 책 표지의 회색빛이 강렬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기도 전부터 내 마음은 회색빛에 젖어, 슬픈 눈으로 호수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봐야 했으니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이 잿빛 마음은 가시질 않았다.

 

한 책을 읽고 나면, 보통 이런 느낌들이 나온다. 와, 정말 멋진 책이다. 뭐, 그냥 그렇네. 아니, 뭐 이런 책이!

그런데 이 책은 책을 읽으면서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느낌이 참 묘하다. 이 책에 대한 호불호를 나조차도 뚜렷이 모르겠다는 거다. 책을 읽고 나면 대개 '이 책은 별 몇 개짜리 책'이란 느낌이 있는데, 이 책은 별을 몇 개를 줘야할지 조차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여기에서 세 개 반을 준 것도 내 진심은 아니다.) 별을 다섯 개 이상도 주고 싶고, 세 개 이하를 주고 싶기도 하고, 책 한 권이 이런 다중적인 이미지로 다가온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나도 잘 모르겠다. 결코 쉽지 않게 읽은 책인 건 확실하다. 스토리 중간 중간에 나오는 여러 사상과 이론 등은 어떻게 보면 이 책을 더 흥미롭게 해주는 요소이기도 하고, 달리 생각하면 이야기 흐름을 끊는 방해 요소이기도 했다.(내가 이해하기엔 꽤나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 내 마음이 책을 읽다가 딴 곳으로 도망치기도 여러번이었다. 거기다 분량을 따지면 스토리와 반반쯤 될 듯.) 회색은, 검은색보다는 밝고, 흰색보다는 어둡다. 검은색보다는 희망적이고, 흰색보다는 절망적이다. 이 책이 내게 준 느낌은, 책 표지처럼 딱 그런 회색이다. 더 표현하기가 힘든 참 오묘한 느낌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난 언젠가는 이 책을 다시 읽어보게 될 거라는 점이다.(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때되면, 검은색이든 흰색이든, 좀 더 확실한 느낌이 나올까?

 

*. 한 가지 덧붙이자면, '조지수'라는 필명은 나와 소설과의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감을 만들어 주었다. 평소에 작가 이름으로 소설을 보곤 하는 내게, '누가 쓴 책'인지 모르는 이 책은, 뭔지 모를 일말의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을 쓴 이는 누구일까,라는 마음에 얽매이는 나 자신을 꾸짖어 봐도 소용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이 책은 점점 짙은 회색빛을 띄며,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내게 남겼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낚시 좋아하는 이들이 보면 아주 좋아할, 낚시를 묘사한 부분이 참 많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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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눈 2010-09-03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석의 시를 떠올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랑 일정 부분 독서 취향이 겹치시는 듯... 글을 종종 봤거든요. 게다가... 이름이 저와 같으셔요.^-^;; 어딘가 댓글을 달려고 하다가, 제 이름이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내가 올린 글은 아니었다는. 혹시 문학동네 카페에도 자주 가시나요? 그곳에서도 이번과 동일한 경험을 해서...^-^

원주 2010-09-06 13:39   좋아요 0 | URL
앗, 소설공장 님도, 원주 님...? (와우, 저 아닌 다른 사람을 '원주 님'이라 불러보려니 어색하고 색다른 경험인데요! ^^;;)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는 '원주'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다른 닉네임을 쓰고 있어요.
소설공장 님도 문동 회원이시군요!! 반갑습니다!! ^_^*
 
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
서상훈 지음 / 지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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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동안 177권의 책을 읽었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별로 내새울 것도 안 되는 분량이지만, 우리나라 연 평균 독서량 12권과 비교해 보면 분명히 적은 양은 아니다. 연말에 한 해 동안 읽은 책의 목록을 정리하면서 처음에는 그 분량에 나름대로 뿌듯함을 느꼈다. 그래도 이틀에 한 권 꼴로는 읽었구나, 하면서. 그러나 이내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목록으로 올린 책 중에서, 그 내용이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책도 꽤 많았고, 어떤 책은 참 재미있게 읽었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그 '추천 이유'를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는 거다. 그러니까,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단지 재미를 뛰어 넘는 이상의 독서를 하지 못한 것이다. 꽤나 큰 충격이었다. 책을 100권을 읽었으면 뭐 할 것이고, 1000권을 읽었으면 뭐 할 것인가. '제대로' 읽은 책이 없는데!

 

그래서 2009년 새해 맞이로 이런저런 계획을 짜면서, 비장하게 세운 계획 중 하나가 '제대로 된 독서하기'이다.

'제대로' 된 독서는 이런 것이다, 라는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튼 지금 읽는 것처럼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름 제대로 된 독서를 하기 위해 정한 '규칙'이 첫째는, 책 읽는 양은 조금 줄이고, 책을 읽은 후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자,였다. 둘째는, 읽은 책은 반드시 리뷰를 쓰자. 사실 둘째 규칙은 첫째 규칙에 속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책을 익은 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그 생각은 반드시 글로 정리를 해 두는 과정이 필요할 테니까. 이렇게 책읽기에 관한 계획을 세워두고 나니, 그럼 도대체 '제대로' 된 책읽기는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사실 알면서도 모르는 체 했을지도 모른다. 뭐든지 '제대로' 하려면, 까다롭고 어려우니까.) 그러고보니 글쓰기에 관한 책은 여러 권 봤지만, 책읽기에 관한 책은 거의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몇 년 전에 <천천히 읽기를 권함>을 읽었는데, 책읽기에 관해 떠오르는 유일한 책이다.) 그래서 책읽기 관련 책을 통해 나의 도서 습관 개혁에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도우미'로 만난 책이 <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이다.

'책을 제대로 읽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혜강 최한기, 백곡 김득신, 존 스튜어트 밀, 에이브러햄 링컨... 시대와 나라는 달라도 천재들의 독서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나이에 갑자기 천재가 될리는 없겠지만, 여튼 천재로 만들어주는 독서법이라는 데 혹하기도 했고, 천재들의 독서법은 뭐가 다른가 궁금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을 통해 '존 스튜어트 밀 독서법'을 알게 됐는데, 이 책에서도 역시 존 스튜어트 밀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그에 대한 기대감도 안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천재 독서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독서 토론'과 '베껴쓰기(필사)'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혹독한 독서교육을 받았는데, 어른들도 읽기 어려워하는 책들을 읽고 아침마다 아버지와 깊이 있는 토론을 했다. 그 과정을 통해 저자들의 위대한 사고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조선후기 사상계의 최고 봉우리로 평가 받고 있는 기학의 창시자, 혜강 최한기는 매일 아침 자신의 서재(양한정養閑亭:한가로움을 기르는 정자)에서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그 책의 저자와 상상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즐겼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자신이 존경하는 워싱턴과 제퍼슨의 필체를 그대로 옮겨쓰면서, 글쓰기에 비범한 재주를 갖게 되었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베껴쓰고, 스크랩북으로 만들어서 외울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이런 그의 노력은 훗날 그의 명연설 속에서 그대로 빛을 발한다. 백곡 김득신은 나이 스물에 겨우 스스로 작문을 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훗날 만 번 이상 읽은 책들은 베껴 써 <독수기讀數記>로 엮어 내었다.1만 번 이상 읽은 글이 36편이나 되니, 36편은 모두 베껴 쓰기를 했음은 물론이고, 글에 대한 섬세한 평까지 함께 적었다 한다. 그 후 백곡 선생은 오언절구와 칠언절구의 대가로 이름을 떨쳤다. 이 '천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평범한 사람도 독서 후 활동을 통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독서 토론과 필사하는 방법에 대하여 들려준다. 필사는, 말 그대로 책을 옮겨적는 것인데, 자기가 좋아하는 글이나, 이해가 잘 안 가는 글을 베껴씀으로써, 글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일 수 있고, '글 쓰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작문 실력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필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신경숙 작가님의 <외딴 방>을 통해서였다.(신 작가님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필사하셨다.) 그리고 나는 <외딴 방>을 필사해 본 경험이 있다.(조금 밖에 하지 못했지만, 아직 진행형으로, 언젠가는 꼭 다 하리라 다시 한 번 다짐.) 하지만 독서 토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어, 막상 독서 토론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한데, 이 책에서 저자가 실제 독서 토론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면서 '예'를 들어주고 있어 나중에 독서토론을 하게 되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딱 한 번 독서 토론에 참석해 본 적이 있는데, 그날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과, 다른 프랑스 도서 한 권을 놓고 10명 정도가 모여 토론을 벌였는데,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모여 각자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처음이라 무척 신선했다. 그 날의 토론을 통해 그 두 권의 책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고, 내가 미처 모르고 지나갔던 메시지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자주 참석하고 싶은 자리였는데, 이 책을 읽으니 '꼭'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09년을 보내고 나서 한 해 동안 읽은 책을 정리할 때, 지난 해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나의 '독후 활동'을 제대로 정비해야겠다. 이 책에서 알려준 두 방법, '베껴쓰기'와 '독서 토론'도 반드시 실천으로 옮길 수 있길 바라고, 다짐해본다. 이제는 '제대로' 된 독서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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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1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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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내가 서 있는 앞자리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가방에서 책을 꺼내들었다.

책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을 보게 되면 '저 사람은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래서 흘끔흘끔 제목을 확인해보곤 하는데, 그 여학생이 꺼낸 책 제목은 <트와일라잇>이었다.

트와일라잇? 아하, 요즘 한창 떠들썩한 그 책이군!

얼핏 보기에 표지도 예뻐 보이고,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그리 인기가 많을까 궁금해서 읽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한 달여쯤 지나 나도 드디어 <트와일라잇>을 읽게 되었다.

 

그때는 대충 무슨 내용이겠구나, 책 소개를 봤을 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책에 대한 정보는 다 까먹고, 그냥 읽었다.

무슨 내용이 전개될지 전혀 모르고 무작정 읽다가, 주인공이 학교 식당에서 보게 되는 기이한 가족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 그제서야 머리를 스치는 한 단어, '뱀파이어'!

그러고보니 작가 소개에 '매혹적인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꾼 후, 소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고 나와 있었다.

이 책은 바로 '인간 소녀'와 '매혹적인 뱀파이어'의 사랑이야기였다.

책을 쥐고 있는 내내 '오, 하느님! 제 꿈에도 이런 뱀파이어를 내려주소서!'라는 부러움 반, 간절함 반으로 읽어 내려갔다.

(꿈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뱀파이어를 만나 사랑에 빠져보고 싶기도 했고,

나도 꿈에서 뱀파이어와 아름다운 사랑에 빠졌다 깨어나면, 소설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아주아주 대략적인 줄거리를 살짝 말하자면, 주인공 벨라는 아버지가 살고 있는, 일년 내내 구름이 햇빛을 막아 음침한 마을 포크스로 이사를 간다. 전학 간 학교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아주 매혹적이고 아름답고 환상적이고 숨이 멎을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뱀파이어' 에드워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그런 이야기다.

에드워드,에 대해서는 저렇게 긴 수식어를 쓸 수 밖에 없었다.(사실 더 많은 수식어를 붙일 수도 있는데...)

이 책에서 내게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 에드워드에 대한 묘사들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지고 환상적인 사람, 아니 뱀파이어이길래...아무리 내 머릿속에 그려보려 해도, 그런 사람, 아니 뱀파이어를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상상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그나마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에서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상상을 해 볼 수는 있었지만.(띠지에 실린 영화 배우의 모습은 애써 외면해야 했다. 아무래도 책 속에서 주는 이미지와 많이 달라서...)

 

워낙에 사랑에 관한 글이라면 소설이든 에세이든 심리서든 잘 읽지 않는데,(전에는 읽었었지만, 갈수록 '사랑'이라는 소재에 공감이 안 되어서 흥미를 잃었다.) 이번에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그냥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스르르 빠져들었다. '스르르'는 어쩐지 좀 약한 느낌이다. 이 책을 읽느라 온밤을 꼬박 지새버리고, 동이 튼 뒤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쉽게 잠들지 못했을 정도이니까.

오랜만에 읽은 러브스토리라서 일까, 그야말로 매혹적이다 못해 사람 숨을 멎게 만드는 뱀파이어, 에드워드 때문일까?

정말 간만에 책을 읽으며 가슴이 찌리리릿 하는 경험을 했다.

 

<트와일라잇>을 다 읽고 나서,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고민에 빠져들었다.

아, 이 시리즈를 다 읽어야 하나 어째야 하나...

나를, 온밤을 지새게 만들고 설렘에 잠도 못 들게 한 책인 건 틀림없지만, 아무리 매혹적인 뱀파이어라도,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어쩔 수 없이 대동하게 마련인 공포심은, 내 약하디 약한 심장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전반에서는 아직 '뱀파이어'라는 소재에 적응을 못했기 때문에, 그냥 막연하게 공포심을 느꼈지만,

(나는 공포소설은 못 읽는다. 공포영화도 물론 못 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좀비'와 '드라큘라'다...)

후반에서는 나쁜 뱀파이어가 등장하고 긴장과 공포가 극에 달하면서 심장 박동을 엄청나게 상승시켜주었다.

에드워드의 입술이 다가올 때 벨라의 심장이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지금 이 다음 편을 읽느냐 마느냐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중인데,

아무래도 나의 이 '부실한' 심장에겐 미안하지만,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여기에서 그만 두기에는, 앞으로 이어질 벨라와 에드워드의 러브스토리가 궁금해 미치겠다.

벨라의 '소원'이 이루어질지도 너무너무 궁금하고...

 

결국 나는 꿈에서 뱀파이어를 만나지 못 했다. 에드워드 같은 매혹적인 뱀파이어라면 공포 대신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멋진 뱀파이어를 만난 작가가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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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 얼굴에는 입이 하나 있다.

이 하나 밖에 없는 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빼놓을 수 없는 게, 먹고 말하는 일이다. 보통 우리가 입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이 두 가지이다.

그 외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뽀뽀를 할 수도 있고, 미운 놈 깨물어 줄 수도 있고,

코가 막히면 숨도 대신 쉴 수 있고, 차력사라면 입으로 차를 끌 수도 있다.

담배를 필 수도 있고, 풍선을 불 수도 있고, 휘파람을 불 수도 있고, 관악기를 연주할 수도 있고, 메롱도 할 수 있다.

아마 이 외에도 더 많은, 입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하나 밖에 없는 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기도 많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지만, 입이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 또 있다.

남의 가슴에 상처 내기, 한 사람의 목숨 들었다 놓기, 사람 사이 갈라 놓기, 남의 눈에 눈물 빼기...

 

이 책의 주인공 광셴이 바로 입으로, 말로, 저런 일을 벌이고 있는, 그러고나서 죽도록 후회하는 우리의 '미스터 후회남' 되시겠다.

광셴은 어려서부터 저 입을 조심하지 못해서, 많은 것을 잃고 후회하며 살아간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를 잃고, 여동생을 잃고(한 마디로 온 가족을 잃고), 사랑도 잃고, 돈도 잃고, 신용도 잃고, 명예도 잃고,

아무튼 입으로 잃을 수 있는 건 다 잃는 듯하다.

 

광셴의 그 입이 처음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성'에 관한 일이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성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전반적인 소재가 '입'과 '성'이다-그 덕인지 술술 잘 읽힌다.)

흘레 붙은 개 한 쌍을 한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 다같이 구경하고 나서, 그 날 밤 몸이 달아버린 어른들에서 시작되어 점차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사건들에는 목격자 광셴이 있고, 그 사건을 일파만파 커지게 만드는 광셴의 입이 있다.

그래서 책 속에는 광셴이 자신의 입을 때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모든 문제의 원흉인 그 입에게 벌을 주려는 것이다. "요놈의 주둥이!!"라는 대사를 살짝 곁들여주면 더 좋을 듯.

하지만 그 입이 매 몇 대 맞는다고 쉽게 다물려질까?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가고, 어려서부터 함부로 나불대던 '주둥이' 역시 평생이다.

하지만 광셴이라고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입을 놀리기만 한 건 아니다. 그 뒤엔 어김없이 후회가 따른다.

말 해 놓고 후회한다. 저질러 놓고 후회한다.

그때....했더라면, 그때....이랬더라면, 그랬다면.....일텐데, 그랬더라면.....했을텐데....

이런 후회의 말들이 정말 질리도록 나온다. 내 평생 한 후회보다 더 많은 후회를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하지만 후회한들? 이미 늦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것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말로, 행동으로 온갖 후회스러운 일들을 저지르는 광셴의 모습에서 종종 내 모습도 발견한다.

나도 말로 남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고, 괜한 말을 했다고 후회한 적도 많고,

이건 진작 했어야 하는데, 이건 하지 말걸, 그런 숱한 후회 속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말 실수를 할 때마다 내 입을 때리는 벌을 줬더라면 지금쯤 입이 퉁퉁 부어 고름이 줄줄 흐르지 않을까?)

아마 광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이 광셴처럼 그렇게 많은 후회스러운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어도, 우리네들의 후회스러운 일들을 모두 모아놓으면

바로 광셴의 후회의 역사와 비슷해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지난 날에 후회될 짓을 했다고 너무 자학하진 말길.

우리 삶이라는 게, 그렇게 후회를 거듭하면서, 그 후회의 상처가 아물고 딱딱해 진 위에 좀 더 나은 삶을 일궈나가는 것일테니까,

그 후회가 없었다면 그만큼의 반성과 깨달음도 없었을테니까.

광셴의 후회하는 삶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광셴은 그런 후회스러운 삶 중에 '옌스화(延時話)'라는 내공을 연마하기도 한다. 

바로, 무슨 일이든 심사숙고 한 후에야 입을 열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남이 어떤 질문을 해도 바로 답하지 않고, 바둑을 둬도 성급하게 알을 옮기지 않는다.

생각 생각 생각한 끝에야 비로소 말하고 행동한다.(얼마 가진 못하지만.)

이런 '옌스화'는 나도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하는 내공인 듯 싶다.(역시, 너무 지나치지는 않게...)

 

이 책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마지막 부분에 광셴이 의식 없는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후회록'을 털어놓는 부분이다.

십여 페이지(!)에 걸쳐 이어지는 '만약....더라면'을 꼭 한 번 맛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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