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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 나의 뱀파이어 연인 ㅣ 트와일라잇 1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평점 :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내가 서 있는 앞자리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가방에서 책을 꺼내들었다.
책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을 보게 되면 '저 사람은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래서 흘끔흘끔 제목을 확인해보곤 하는데, 그 여학생이 꺼낸 책 제목은 <트와일라잇>이었다.
트와일라잇? 아하, 요즘 한창 떠들썩한 그 책이군!
얼핏 보기에 표지도 예뻐 보이고,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그리 인기가 많을까 궁금해서 읽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한 달여쯤 지나 나도 드디어 <트와일라잇>을 읽게 되었다.
그때는 대충 무슨 내용이겠구나, 책 소개를 봤을 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책에 대한 정보는 다 까먹고, 그냥 읽었다.
무슨 내용이 전개될지 전혀 모르고 무작정 읽다가, 주인공이 학교 식당에서 보게 되는 기이한 가족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 그제서야 머리를 스치는 한 단어, '뱀파이어'!
그러고보니 작가 소개에 '매혹적인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꾼 후, 소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고 나와 있었다.
이 책은 바로 '인간 소녀'와 '매혹적인 뱀파이어'의 사랑이야기였다.
책을 쥐고 있는 내내 '오, 하느님! 제 꿈에도 이런 뱀파이어를 내려주소서!'라는 부러움 반, 간절함 반으로 읽어 내려갔다.
(꿈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뱀파이어를 만나 사랑에 빠져보고 싶기도 했고,
나도 꿈에서 뱀파이어와 아름다운 사랑에 빠졌다 깨어나면, 소설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아주아주 대략적인 줄거리를 살짝 말하자면, 주인공 벨라는 아버지가 살고 있는, 일년 내내 구름이 햇빛을 막아 음침한 마을 포크스로 이사를 간다. 전학 간 학교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아주 매혹적이고 아름답고 환상적이고 숨이 멎을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뱀파이어' 에드워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그런 이야기다.
에드워드,에 대해서는 저렇게 긴 수식어를 쓸 수 밖에 없었다.(사실 더 많은 수식어를 붙일 수도 있는데...)
이 책에서 내게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 에드워드에 대한 묘사들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지고 환상적인 사람, 아니 뱀파이어이길래...아무리 내 머릿속에 그려보려 해도, 그런 사람, 아니 뱀파이어를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상상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그나마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에서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상상을 해 볼 수는 있었지만.(띠지에 실린 영화 배우의 모습은 애써 외면해야 했다. 아무래도 책 속에서 주는 이미지와 많이 달라서...)
워낙에 사랑에 관한 글이라면 소설이든 에세이든 심리서든 잘 읽지 않는데,(전에는 읽었었지만, 갈수록 '사랑'이라는 소재에 공감이 안 되어서 흥미를 잃었다.) 이번에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그냥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스르르 빠져들었다. '스르르'는 어쩐지 좀 약한 느낌이다. 이 책을 읽느라 온밤을 꼬박 지새버리고, 동이 튼 뒤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쉽게 잠들지 못했을 정도이니까.
오랜만에 읽은 러브스토리라서 일까, 그야말로 매혹적이다 못해 사람 숨을 멎게 만드는 뱀파이어, 에드워드 때문일까?
정말 간만에 책을 읽으며 가슴이 찌리리릿 하는 경험을 했다.
<트와일라잇>을 다 읽고 나서,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고민에 빠져들었다.
아, 이 시리즈를 다 읽어야 하나 어째야 하나...
나를, 온밤을 지새게 만들고 설렘에 잠도 못 들게 한 책인 건 틀림없지만, 아무리 매혹적인 뱀파이어라도,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어쩔 수 없이 대동하게 마련인 공포심은, 내 약하디 약한 심장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전반에서는 아직 '뱀파이어'라는 소재에 적응을 못했기 때문에, 그냥 막연하게 공포심을 느꼈지만,
(나는 공포소설은 못 읽는다. 공포영화도 물론 못 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좀비'와 '드라큘라'다...)
후반에서는 나쁜 뱀파이어가 등장하고 긴장과 공포가 극에 달하면서 심장 박동을 엄청나게 상승시켜주었다.
에드워드의 입술이 다가올 때 벨라의 심장이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지금 이 다음 편을 읽느냐 마느냐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중인데,
아무래도 나의 이 '부실한' 심장에겐 미안하지만,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여기에서 그만 두기에는, 앞으로 이어질 벨라와 에드워드의 러브스토리가 궁금해 미치겠다.
벨라의 '소원'이 이루어질지도 너무너무 궁금하고...
결국 나는 꿈에서 뱀파이어를 만나지 못 했다. 에드워드 같은 매혹적인 뱀파이어라면 공포 대신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멋진 뱀파이어를 만난 작가가 참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