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김연수 지음 / 세계사 / 1994년 3월
평점 :
품절


인상깊은 구절

- 경험이라는 것은 아주 놀라운 삶의 한 장치인데, 이것을 겪은 사람과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그 틈이라고 하는 것은 삶과 죽음의 틈과도 같은 것이다. 경험을 한 자들은 대개 이론을 무시하게 마련이고, 경험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상상한 얘기들을 주장하게 마련이었다.

- 너는 그렇다면 언젠가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을 가지고 있는가? 너의 존재를 가장 객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말 한마디라도 가지고 있는가? 주인은 백열등이 작열하는 밀실에서 그 질문과 맞닥뜨리고는 수없이 좌절하였다. 결국 나의 존재라는 것은 유동하는 것일 뿐이다. 어떠한 진실도 내 몸안에서는 살고 있지 않다. 내 몸은 텅 빈 동굴일 뿐이며 공허한 울림만이 메아리치고 있을 뿐이다. 주인은 그 곳을 나오면서 그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2009년 독서 계획 - 김연수 작가 책 다시 읽기' 1호

 

  2006년 5월, <청춘의 문장들>로 김연수 작가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한 권으로 '김연수'에 꽂혀버린 나는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그의 책은 몽땅 빌려와 한입에 먹어치우듯이 허겁지겁 읽어내렸다. 그리고 작년 12월, 그동안 미뤄뒀던 '꾿빠이, 이상'을 읽은 것을 끝으로, 김연수 작가님의 책 12권을 모두 읽었다.

 

  이미 두 번 세 번씩 읽은 책도 있긴했지만, 한꺼번에 몰아서 읽어댔던 책들은 희미한 인상 밖에 남지 않은 경우도 있어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기왕 읽을 거 이번에는 출간 순서대로 읽어보자 하며, 책을 살펴보니, 마침 단행본으로 나온 책이 딱 12권이다.(비매품 산문집 포함.)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한 권씩 읽으면 딱이로구나! 그래서 2009년 1월에 읽은 책은, 김연수 작가님의 첫 소설이자, 제3회 작가세계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이다.

 



  1993년, '강화에 대하여'외 4편의 시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 김연수'가 그 이듬해인 1994년, 이번에는 '작가세계 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 김연수'로 거듭났다.(작가세계, 사람보는 눈이 대단히 훌륭하다!) 김연수 작가님의 강연회에서 이 상을 받을까말까, 무척 고민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상을 받으면 나는 이제 꼼짝없이 소설을 써야 되는 것이다, 두려웠다고 했다. 자칫, '소설가 김연수'가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그 갈림길에서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작가님은 그 '운명'을 받아들였고, 소설가로서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셨던 거다.

 

  이 소설이 세상에 나오고 10년도 더 지난 2006년에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작가님과의 첫 만남이었던 <청춘의 문장들>은 산문집이었으니, 이 책은 처음으로 읽은 작가님의 소설책이고, 마침 작가님의 첫 작품이었다. 그때는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라기보다는 '소설가 김연수'라는 인물에 무조건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마구 읽어대던 때였는데, 그 탓인지 이 책을 읽고 나서 그저 '좀 어렵다'라는 느낌만 남기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었다.(사실은 많이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중국어로 '太難了(너무 어렵다)!'라고 적어놓은 흔적이...)

 

  그리고 2년 반 정도가 지나 다시 읽은 느낌은, 첫느낌과 완전히 달랐다. (그 시간동안 김연수 작가님의 '광팬'이 되어버린 까닭도 클 듯...) 두 번째로 읽는 거라고는 하나, 책 내용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탓에(사실 '도널드 덕', '바이러스 연구소'라는 아주아주 단편적인 기억 말고는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없었다) 처음 읽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음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뒤쪽 먼저 읽어보는 옛날 버릇이 나오려는 걸 꾸욱 눌러 참기도. 중간중간 읽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하필이면 중요한 내용들이!) 처음 읽을 때처럼 안개 속을 더듬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기는 커녕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용 전개에 무척 흥미를 느끼며 재미있게 읽었다.(역시 책은 한 번 읽고 덮어 둘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반복해 읽으며 그 책의 참 맛을 찾아야 한다. 고기만 씹어야 제맛인 것은 아니다.)

 

  책 뒷표지에 실린 당선소감 중에 '이 소설을 나와 함께 뉴 트롤즈의 아다지오를 들으며 87년 대선을 투표권이 없는 눈으로 지켜보았고, 「영웅본색」「개 같은 내 인생」「천국보다 낯설은」의 순으로 영화를 보았던 나의 세대에게 바친다.'라고 적혀있는데, 나도 10년만 더 빨리 태어나서 작가님과 같은 시대를 살았더라면 하는 생각이...(87년에 나는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나보다 한 살 많은 '친구'들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작가님과 같은 세대가 아닌 나는, 소설 속에 나오는 '계란 노른자를 띄운 모닝커피'에 깜짝 놀라버렸던 것이다...(한번 마셔보고 싶다!)

 

 

- 쓰다보니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쏘옥 빠진, 잡설이 되고 말았다는...

'2009년 독서 계획 - 김연수 작가 책 다시 읽기' 1호

 

  2006년 5월, <청춘의 문장들>로 김연수 작가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한 권으로 '김연수'에 꽂혀버린 나는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그의 책은 몽땅 빌려와 한입에 먹어치우듯이 허겁지겁 읽어내렸다. 그리고 작년 12월, 그동안 미뤄뒀던 '꾿빠이, 이상'을 읽은 것을 끝으로, 김연수 작가님의 책 12권을 모두 읽었다.

 

  이미 두 번 세 번씩 읽은 책도 있긴했지만, 한꺼번에 몰아서 읽어댔던 책들은 희미한 인상 밖에 남지 않은 경우도 있어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기왕 읽을 거 이번에는 출간 순서대로 읽어보자 하며, 책을 살펴보니, 마침 단행본으로 나온 책이 딱 12권이다.(비매품 산문집 포함.)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한 권씩 읽으면 딱이로구나! 그래서 2009년 1월에 읽은 책은, 김연수 작가님의 첫 소설이자, 제3회 작가세계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이다.

 



  1993년, '강화에 대하여'외 4편의 시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 김연수'가 그 이듬해인 1994년, 이번에는 '작가세계 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 김연수'로 거듭났다.(작가세계, 사람보는 눈이 대단히 훌륭하다!) 김연수 작가님의 강연회에서 이 상을 받을까말까, 무척 고민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상을 받으면 나는 이제 꼼짝없이 소설을 써야 되는 것이다, 두려웠다고 했다. 자칫, '소설가 김연수'가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그 갈림길에서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작가님은 그 '운명'을 받아들였고, 소설가로서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셨던 거다.

 

  이 소설이 세상에 나오고 10년도 더 지난 2006년에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작가님과의 첫 만남이었던 <청춘의 문장들>은 산문집이었으니, 이 책은 처음으로 읽은 작가님의 소설책이고, 마침 작가님의 첫 작품이었다. 그때는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라기보다는 '소설가 김연수'라는 인물에 무조건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마구 읽어대던 때였는데, 그 탓인지 이 책을 읽고 나서 그저 '좀 어렵다'라는 느낌만 남기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었다.(사실은 많이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중국어로 '太難了(너무 어렵다)!'라고 적어놓은 흔적이...)

 

  그리고 2년 반 정도가 지나 다시 읽은 느낌은, 첫느낌과 완전히 달랐다. (그 시간동안 김연수 작가님의 '광팬'이 되어버린 까닭도 클 듯...) 두 번째로 읽는 거라고는 하나, 책 내용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탓에(사실 '도널드 덕', '바이러스 연구소'라는 아주아주 단편적인 기억 말고는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없었다) 처음 읽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음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뒤쪽 먼저 읽어보는 옛날 버릇이 나오려는 걸 꾸욱 눌러 참기도. 중간중간 읽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하필이면 중요한 내용들이!) 처음 읽을 때처럼 안개 속을 더듬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기는 커녕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용 전개에 무척 흥미를 느끼며 재미있게 읽었다.(역시 책은 한 번 읽고 덮어 둘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반복해 읽으며 그 책의 참 맛을 찾아야 한다. 고기만 씹어야 제맛인 것은 아니다.)

 

  책 뒷표지에 실린 당선소감 중에 '이 소설을 나와 함께 뉴 트롤즈의 아다지오를 들으며 87년 대선을 투표권이 없는 눈으로 지켜보았고, 「영웅본색」「개 같은 내 인생」「천국보다 낯설은」의 순으로 영화를 보았던 나의 세대에게 바친다.'라고 적혀있는데, 나도 10년만 더 빨리 태어나서 작가님과 같은 시대를 살았더라면 하는 생각이...(87년에 나는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나보다 한 살 많은 '친구'들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작가님과 같은 세대가 아닌 나는, 소설 속에 나오는 '계란 노른자를 띄운 모닝커피'에 깜짝 놀라버렸던 것이다...(한번 마셔보고 싶다!)

 

 

- 쓰다보니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쏘옥 빠진, 잡설이 되고 말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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