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
서상훈 지음 / 지상사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한 해 동안 177권의 책을 읽었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별로 내새울 것도 안 되는 분량이지만, 우리나라 연 평균 독서량 12권과 비교해 보면 분명히 적은 양은 아니다. 연말에 한 해 동안 읽은 책의 목록을 정리하면서 처음에는 그 분량에 나름대로 뿌듯함을 느꼈다. 그래도 이틀에 한 권 꼴로는 읽었구나, 하면서. 그러나 이내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목록으로 올린 책 중에서, 그 내용이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 책도 꽤 많았고, 어떤 책은 참 재미있게 읽었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그 '추천 이유'를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는 거다. 그러니까,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단지 재미를 뛰어 넘는 이상의 독서를 하지 못한 것이다. 꽤나 큰 충격이었다. 책을 100권을 읽었으면 뭐 할 것이고, 1000권을 읽었으면 뭐 할 것인가. '제대로' 읽은 책이 없는데!

 

그래서 2009년 새해 맞이로 이런저런 계획을 짜면서, 비장하게 세운 계획 중 하나가 '제대로 된 독서하기'이다.

'제대로' 된 독서는 이런 것이다, 라는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튼 지금 읽는 것처럼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름 제대로 된 독서를 하기 위해 정한 '규칙'이 첫째는, 책 읽는 양은 조금 줄이고, 책을 읽은 후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자,였다. 둘째는, 읽은 책은 반드시 리뷰를 쓰자. 사실 둘째 규칙은 첫째 규칙에 속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책을 익은 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그 생각은 반드시 글로 정리를 해 두는 과정이 필요할 테니까. 이렇게 책읽기에 관한 계획을 세워두고 나니, 그럼 도대체 '제대로' 된 책읽기는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사실 알면서도 모르는 체 했을지도 모른다. 뭐든지 '제대로' 하려면, 까다롭고 어려우니까.) 그러고보니 글쓰기에 관한 책은 여러 권 봤지만, 책읽기에 관한 책은 거의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몇 년 전에 <천천히 읽기를 권함>을 읽었는데, 책읽기에 관해 떠오르는 유일한 책이다.) 그래서 책읽기 관련 책을 통해 나의 도서 습관 개혁에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도우미'로 만난 책이 <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이다.

'책을 제대로 읽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혜강 최한기, 백곡 김득신, 존 스튜어트 밀, 에이브러햄 링컨... 시대와 나라는 달라도 천재들의 독서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나이에 갑자기 천재가 될리는 없겠지만, 여튼 천재로 만들어주는 독서법이라는 데 혹하기도 했고, 천재들의 독서법은 뭐가 다른가 궁금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을 통해 '존 스튜어트 밀 독서법'을 알게 됐는데, 이 책에서도 역시 존 스튜어트 밀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그에 대한 기대감도 안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천재 독서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독서 토론'과 '베껴쓰기(필사)'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혹독한 독서교육을 받았는데, 어른들도 읽기 어려워하는 책들을 읽고 아침마다 아버지와 깊이 있는 토론을 했다. 그 과정을 통해 저자들의 위대한 사고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조선후기 사상계의 최고 봉우리로 평가 받고 있는 기학의 창시자, 혜강 최한기는 매일 아침 자신의 서재(양한정養閑亭:한가로움을 기르는 정자)에서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골라, 그 책의 저자와 상상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즐겼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자신이 존경하는 워싱턴과 제퍼슨의 필체를 그대로 옮겨쓰면서, 글쓰기에 비범한 재주를 갖게 되었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베껴쓰고, 스크랩북으로 만들어서 외울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이런 그의 노력은 훗날 그의 명연설 속에서 그대로 빛을 발한다. 백곡 김득신은 나이 스물에 겨우 스스로 작문을 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훗날 만 번 이상 읽은 책들은 베껴 써 <독수기讀數記>로 엮어 내었다.1만 번 이상 읽은 글이 36편이나 되니, 36편은 모두 베껴 쓰기를 했음은 물론이고, 글에 대한 섬세한 평까지 함께 적었다 한다. 그 후 백곡 선생은 오언절구와 칠언절구의 대가로 이름을 떨쳤다. 이 '천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평범한 사람도 독서 후 활동을 통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독서 토론과 필사하는 방법에 대하여 들려준다. 필사는, 말 그대로 책을 옮겨적는 것인데, 자기가 좋아하는 글이나, 이해가 잘 안 가는 글을 베껴씀으로써, 글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일 수 있고, '글 쓰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작문 실력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필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신경숙 작가님의 <외딴 방>을 통해서였다.(신 작가님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필사하셨다.) 그리고 나는 <외딴 방>을 필사해 본 경험이 있다.(조금 밖에 하지 못했지만, 아직 진행형으로, 언젠가는 꼭 다 하리라 다시 한 번 다짐.) 하지만 독서 토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어, 막상 독서 토론을 한다면 어떤 식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한데, 이 책에서 저자가 실제 독서 토론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면서 '예'를 들어주고 있어 나중에 독서토론을 하게 되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딱 한 번 독서 토론에 참석해 본 적이 있는데, 그날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과, 다른 프랑스 도서 한 권을 놓고 10명 정도가 모여 토론을 벌였는데,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모여 각자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처음이라 무척 신선했다. 그 날의 토론을 통해 그 두 권의 책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고, 내가 미처 모르고 지나갔던 메시지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자주 참석하고 싶은 자리였는데, 이 책을 읽으니 '꼭'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09년을 보내고 나서 한 해 동안 읽은 책을 정리할 때, 지난 해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나의 '독후 활동'을 제대로 정비해야겠다. 이 책에서 알려준 두 방법, '베껴쓰기'와 '독서 토론'도 반드시 실천으로 옮길 수 있길 바라고, 다짐해본다. 이제는 '제대로' 된 독서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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