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불매운동 관련 포스팅은 더이상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른 알라디너분들의 관련글들을 좀 읽어보다가 나름대로 좀더 생각해 보고 싶은  지점들이 있어서 몇자 더 끄적여 봅니다. 

현재 알라딘 블로거 내부에서 불매운동을 보는 시선을 크게 두가지로 나눠 본다면 

1. 먼저 바람구두님처럼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시거나 물매운동을 지지하면서 동참하시는 분들의 입장입니다. 이 분들이 불매운동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거나 혹은 참여하시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문제에 대한 비판과 환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문제가 된 알라딘 노동자 한 분의 구명을 위한 운동이라기보다는 이와 같은 전반적인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제기요 비판의 차원에서 자신들이 활동하는 알라딘이라는 장소에 대한 비판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수있겠지요. 하지만 이분들이 전술적 목표로 고려하는 것은 물론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다양하다고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알라딘 내부에서의 문제해결 수준에 국한된다고 봐야겠습니다. 알라딘이라고하는 테두리나 외연을 넘어선 운동의 확장까지를 염두에 둔다고 보긴 힘들겠죠. 때문에 얼마전 알라딘 대표가 게재했던 재발방지를 약속한다라고하는 사과문발표라는 선에서 불매운동을 종료하시는 분들도 계신걸로 압니다. 아직까지 불매운동을 계속 추진하시는 분들은 이보다 좀더 확실한 대책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어디까지나 그 실제적/현실적 목표는 알라딘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긴 힙듭니다. 아마도 그 최대치는 알라딘 전 직원의 정규직화 정도에서 그치겠지요. 실현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고 보여지긴 하지만.  

 2. 한편 이러한 불매운동에 대해서 미온적 혹은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는 입장입니다. 대표적인 블로거가 로쟈님이라고 할수있겠네요. 로쟈님 같은 경우는 불매운동이 지향하는 목표자체가 불확실하다. 그리고 (알라딘)불매운동이라고 하는 소비자운동이 보다 근본적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에는 미흡한게 아닌가하는 입장이신 것으로 대략 보입니다.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유보적 자세는 아마도 로쟈님이 지젝에 대한 레닌적인 전략적 보조를 같이 하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바라님의 글도 보이는군요.  로쟈님은 사실 직접적으로는 지젝보다는 피터 싱어를 언급하긴 했지만. 

거칠지만 현재 알라딘 내부의 입장을 이렇게 크게 두가지로 일별했을 때 저의 입장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먼저번 페이퍼에서도 적었지만 1번도 아니요 2번도 아닙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그 중간 쯤? 위치한다고 할까요? 불매운동은 지지하지만 동참한다고 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므로 말이지요. 제가 왜 어떻게 보면 이런 어중간한 일종의 박쥐같은? 포지션을 취할 수밖에 없는지 몇자 적어보는게 이 페이퍼의 목적입니다. 

바라님의 글(http://blog.aladin.co.kr/vara/3318911)에도 나옵니다만 사실 지젝식의 전복적이면서 근본적인 혁명 혹은 개혁이라은 것이 현실적 실천목표로서 가능한 것인가하는 문제의식. 전 이러한 비판에 일단 공감합니다. 오늘날처럼 부르주아가 19세기나 20세기초처럼 노골적으로 계급착취를 하지 않고 얼마간의 떡고물을 던져주면서 그들의 체제를 연명해 나가는 소위 후기자본주의시대에는 1917년식의 러시아혁명과 같은 급진적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가 아닌가하는 비판이지요. 지젝식으로 표현하자면 이른바 "상식의 한계" 내부에 머무르는 관점입니다. 소위 말하는 개량인 것이지요. 카우츠키나 베른슈타인에 의해서 창안된 독일사민당의 개량주의 노선이 역사적으로는 좌파내부에서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고  오늘날 유럽식 복지국가나 유럽사민당들의 노선도 여전히 이러한 노선을 따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의 노선이라고 해도 틀리다고 할순 없겠지요. 이런 노선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은 자본주의체재 내의 다수 대중들이 급격한 사회변화를 원하기보다는 자본주의라고하는 체제 내에서 다소간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하는 경향이 그 첫 번째 이유겠고(특히 유럽이나 일본, 미국같은 선진자본주의국가들에서 더 두드러지는 경향)  두 번째로는 이런 환경 때문에 정치를 수행하는 단체나 조직들이 현실적 목표로서 점진적 개량에 머무르려고 한다는 사실이 거든다고 봐야 할 겁니다. 이로서 자본주의는 그 주도자들의 용의주도함과 그 비판자들의 무능함이 결합되어 아직까지도 건재하고 있고 또 당분간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런데 사실상 이러한 개량이나 복지국가노선은 어디까지나 자본주의라고 하는 틀 내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정치적 전략이다라고 과거 레닌은 비판하였고 또 오늘날 지젝의 비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소위 "상식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자본주의도 근본적으로 극복가능해 진다는 이러한 비판도 또 마찬가지로 엄연히 사실이라고 봅니다. 개량이 바라보는 현실과 급진이 바라보는 현실이 이렇게 서로 다를 수있다는 것. 현실이라는 것이 단일하지 않고 복수의 현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저는 전자도 상황에 따라서는 옳을수 있고 후자도 상황에 따라서는 옳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근본적 변혁" 혹은 "혁명"을 유예하고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목표에 집중하여 동물적이고 야만적인 자본주의를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아니면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역시 결국 자본주의에 불과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개량에 머무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목표라는 상식의 한계를 돌파하여 자본주의를 근본에서 바꾸어야 한다? 

   이런 일종의 선택의 갈림길 혹은 간극 같은 것들이 이번 알라딘불매운동과 관련된 여러 알라디너분들의 입장 내부에 상존한다고 하면 좀 지나친 억측일까요?  저로서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없는 입장이 되어 버렸네요. (물론 현재의 알라딘불매운동에 대한 찬반을 이에 대입시키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수 있는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2번처럼 불매운동을 근본적 층위에서 비판하면서 불매운동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관점은 결국 아무것도 실천적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방기가 될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소위 근본적 입장이 "운동하지 않음 위한 알리바이"가 된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이 입장은 불매운동자체가 옮음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하는 포지션입니다. 만약 불매운동자체가 잘못된 운동의 방식이라면, 불매운동을 비판하고 또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선언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실천이라고 한다면 다시말해 2번의 입장에서 1번을 비판한다면 이를 두고 "운동하지 않음의 알리바이"라고 하는 것은 (불매)운동에 동의하고 참여하는 자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비판이라고 할수도 있는 것이지요. 불매운동자체가 오류이다라고 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잘못되었다라고 적극 표현하는 행위가 스스로의 노선을 실천하는 또하나의 운동이 될 수있으므로 말이지요.  하지만 저로서는 이런 분명한 비판의 입장에 서 있다고 볼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알라딘불매운동이 비록 몇가지 분명한 한계들을 노정하고 있을 지언정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점진적으로나마 해결해 보고자한다라는 목표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보긴 힘들고 또 그를 위해 실현가능한 실천들을 하자라고하는 문제의식에도 기본적으로는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국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라고하는 외연을 뛰어 넘었을 때에만 가능한 사안이 아닌가라는 비판의 입장 역시 동의하며 다만 그 구체적 실천방법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는 이론이나 원론수준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고 결국 다시금 구체적 실현/실천방법으로서의 점진적 방식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반복되는 자기모순적 위치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군요.  

글을 쓰다보니 정리라기보다는 오히려 혼동만 가중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다만 저의 어정쩡한 포지션도 결국은 불매운동을 계기로 우리사회에서 실천가능한 목표나 운동이란 어떤 것일까하는 고민이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라는 점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굳이 이렇게 정리도 되지 못한 단상들을 끄적여 보는 나름의 이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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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7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8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