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에 기고한 진중권씨의 글이다.

이곳 알라딘에서 바람구두님과도 이 문제에 대해서 댓글로 이야기한 바 있지만( http://blog.aladin.co.kr/windshoes/1786530)개인적으로는 진중권씨나 아니면 홍세화씨(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8447) 혹은 조승수나 이광일씨가 주장하는 보다 적극적인 해법에 동의한다. 최악의 경우 분당하고 당명도 개정하여 신당창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민노당내의 다수파는 대선의 실패의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 같기는 하지만 결코 그들의 핵심인 종북노선의 폐기를 수용할 것 같지는 않다.(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8461) 민노당의 자주파 중앙위원들이 종북주의노선의 폐기를 결국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인데 이에 대해서 평등파 내부에서도 신당창당을 해야되느냐 마느냐로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지금까지 민노당 아니 한국진보세력들은 자주파와 어설픈 연합을 해왔다. 그러나 자주파가 계속해서 시대착오적인 종북주의 노선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좌파진영은 더 이상 이들을 진보세력의 동지로 용인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추종하는 친북노선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오늘날 한국자본주의가 차지하는 세계적 위상을 고려했을 때 진보적인 좌파정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런데 민노당은 과거 이들의 입당을 당원늘리기 차원에서 그동안 무분별하게 수용해 왔던 것이다. 

한국에서  좌파가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려면 자주파의 종북주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보다 명확히 해야만 한다 .  민노당의 쇄신에서부터 그 잘못된 운동관행과는 이제 그만 결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서 좌파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노당 쇄신, '새 진보정당' 건설이 답이다
[기고] '자주' 앞세운 당내 '종북파'와 결별하라

2007-12-30 오후 1:40:54





4년 전이던가? 언론에 '자주파'로 소개되는 종북주의자가 대거 민주노동당에 입당하여 조직의 신경망을 장악해 가고 있었다. 당시에 나는 이들을 무차별 입당시키는 데에 개인적으로 항의하기 위해 '탈당'을 했었다. 곪은 상처는 결국 골아터질 수밖에 없는 것. 그때 내가 탈당으로 경고, 혹은 경계했던 사태가 이제 현실로 나타난 모양이다.

종북파는 진보정당의 당원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섬기는 당은 북한의 조선노동당이고, 그들에게 민주노동당은 그저 북한 정권을 보위하는 활동의 수단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당직자 명단을 북한의 정보부에 넘겨주었다가 구속된 간첩이 아직도 당에서 생활보조금을 받는다는 얘기도 있다.

김창현 사무총장이 당에 종북파는 없다고 우기는 모양이다. 왜 그는 유권자 앞에서 거짓말을 할까? 유권자들을 향해 내가 명예를 걸고 분명히 말하는데, 민주노동당 안에 종북파는 존재하고, 그것도 상당히 많이 존재하며, 그들의 영향력은 최소한 전직 의원의 입에서 '차라리 분당을 하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는 된다.

민노총 위원장이 당을 찾아와 조승수 전 의원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단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에 대해 갖는 영향력을 통해 내부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 모양인데, 입은 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종북은 종북이라 불러야지, 왜 호부호형조차 못하게 막으려는 걸까? 위원장님, 민주노동당 상황 전혀 모르세요? 민주노동당에 종북파 아주 많습니다.

아직도 저런 식의 거짓말이 통할 거라 믿는 모양이다. 여기서 이들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드러난다. 진보는 대중 앞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정직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에 분명히 종북파들이 있는데, 어떻게 대중 앞에 나가서 없다고 거짓말을 하란 말인가. 그런 것은 진보가 아니라 정치적 사기일 뿐이다.

국가보안법 핑계 대지 말라. 과거에 사회주의자들은 법정에서 떳떳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당당히 구속됐었다. 자신이 가진 이념이 그렇게 밖으로 드러내기에 부끄러운가?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부끄러운 짓을 도대체 왜 하는가?

당에 종북파를 받아들인 것은 아마 그들과 '공생'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이 판단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내가 읽고 보고 들어서 아는 한, 종북파는 진보가 아니라 수구 중에서도 가장 반동적인 세력이어서, 늘 그래왔듯이 민주주의의 형식에 '기생'하여 종파적, 패권적 행태를 계속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공생의 꿈은 결국 기생의 현실로 나타났다. 원래 기생충은 독자적으로는 생존하지 못하는 법. 21세기 디지털시대에 어디 봉건 사회주의 따위가 정치이념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종북파들은 기생할 숙주로서 민주노동당을 선택했던 것이다. 선거 때마다 '비판적 지지' 떠들던 이들이 왜 갑자기 진보정당으로 몰려왔겠는가?

선거에 대패하고도 벌써 비례대표에 눈독 들였던 것을 생각해 보라. 국회에서 남한의 유권자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북한의 정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하는 것. 그리고 후자가 곧 전자라고 우기는 것이 그들이다. 북한 정보부에 당직자 명단도 넘겨주는 판에, 그들이 아예 국회의원이 되어 봐라. 앞으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안 봐도 비디오다.

심상정 의원 내세워 대충 봉합하고 넘어가려는 모양이다. 위를 가득 채운 기생충들에게 잠시 대장 쪽으로 내려가 있으라 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문제는 기생충의 수가 너무 많아 숙주의 생명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당 내부에 종북파가 많다는 사실을 유권자들 앞에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유권자들을 속일 작정인가? 둘째, 그 동안 종북파들이 했던 온갖 해당행위에 대해 출당을 비롯한 엄중한 처벌조치가 있어야 한다. 셋째, 앞으로 당이 그들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는 제도적 보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불행히도 그런 '혁신'은 불가능해 보인다. 종교적 신념을 가진 그들이 과연 이깟 일로 자신들의 목표를 포기하겠는가? 진보정당의 지지자들은 이제 진지하게 분당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사회민주주의'라 부르든, '민주사회주의'라 부르든, '사회국가'의 실현을 이념으로 하는 현대적 좌파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종북파와는 애초에 만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민족자주당 만들어서 열심히 '조국통일사업'에 매진하게 내버려 두라. 이들과 정치적 목표가 다른 이들은 현대성에 부합하는 새로운 좌파정당을 건설하여, 그 길로 나아가면 된다. 뭐 하러 전혀 다른 정치적 목표를 가진 두 세력이 하나의 당에서 계파싸움이나 하면서 정력을 낭비해야 하는가?

마르크스의 말대로 "래디컬하다는 것은 사물의 뿌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사태의 급진적 해결이 필요하다. 신뢰의 추락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와서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앞길이 아득하기도 하다. 하지만 더뎌 보여도 그게 가장 빠른 길이다. 혁신적 좌파정당을 원하는 대중의 욕망은 아직도 이 사회에 충분히 뜨겁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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