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그들은 늘 3불정책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학생들의 선발권을 좀더 보장해줄 것을 요구해왔던 터다. 그런데 이번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습..그리고 연세대 총장부인의 편입학 비리사건등등을 보면서 그들이 과연 그런 소리를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지금처럼 각종 비리와 뒷돈이 오가는 사학들의 행태를 묵인한채로 3불정책이 폐지되고 이명박씨의 공약처럼 외고가 수백개로 늘고한다면 그 결과는 눈에 불을 보듯 뻔한 것이 아닌가? 사학의 비리를 근절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무한한 학생선발의 자율을 보장한다면 이는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뭐가 다른 것인지.
한국처럼 입시에 목매달고 사는 사회에서 입시부정이나 비리의 발생이라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나마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의 룰을 배경으로 자신의 노력과 실력만으로 좋은 배경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대학입학에서의 경쟁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이 마저도 돈의 힘에 의해서 좌우되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는 꼴 아닌가? 3불정책의 폐지로 외고가 비약적으로 늘고, 대학은 기여입학제를 실시하고, 대학생 선발은 그들 자율에 맡기고, 또 뒷구멍으로 비리를 마음대로 저지르게 내버려 둔다면 이제 이 사회는 볼장 다 본 사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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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성형외과 등 인기과 독차지
연세대 치의학과 교수나 동문의 자녀들이 상당수 치의학과에 편입학한 것(〈한겨레〉 10월31일치 9면)처럼 연세대 의대 교수의 자녀들도 상당수 편입학을 통해 의대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1999~2006년 연세대 의대 편입학 합격자들의 신상을 확인한 결과, 부모가 의대 교수인 이들은 모두 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98~99년 복수전공으로 의대에 들어간 의대 교수 자녀도 3명이다. 연대는 지난해까지 해마다 의대 정원의 10%인 10명 가량씩 편입생을 뽑았는데, 의대 교수 자녀들이 2000~2002년 3년을 제외하고 해마나 한두 명씩 편입학했다.
특히 한 사립대 생물과학과를 나온 편입생 ㄱ씨는 아버지가 의대 부학장으로 재직할 때 의대에 편입했다. 한 의대생은 “부학장이면 의대에선 ‘넘버3’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자리”라며 “부학장 자녀가 편입시험을 본다는 것을 채점 교수들이 모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수는 “편입학 문제는 대학 입학관리처에서만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세브란스병원장의 아들도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의대에 편입학했다. 병원장은 “의대 교수 자녀 중에도 편입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내 아이는 학부에서 모두 에이(A) 학점을 받아, 편입학 과정에 내 힘이 작용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름 밝히길 꺼린 한 의대 교수는 “편입학 때 서류와 시험으로 3배수를 뽑는데 이 과정에는 개입하기 어렵다”며 “면접 때 교수 자녀들에게 ‘인지상정’이 개입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용 연세대 입학처장은 “입학원서에 부모 등 가족 사항을 기재하지 않고, 적법한 심사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교수 자녀가 특혜를 받아 입학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은 부모나 친인척이 의대 교수인 편입생 및 재학생들을 ‘로열 패밀리’라고 하고, 이들의 상당수가 본과 졸업 뒤 전공을 선택할 때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인기과로 가는 것을 ‘로열 코스’라고 한다.
한 의대 졸업생은 “대학 입시를 통해 의대에 들어올 실력이 안 되는 교수 자녀의 경우, 아예 편입을 염두에 두고 생물, 화학 등 기초과학 전공을 택하게 한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의대 교수 자녀인 편입생 6명 모두 학부에서 기초과학을 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