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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앙의 영역에서 과잉적 미국화(americanization)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나는 이번 광우병 쇠고기 사태가 일면에서는 한국에서 미국이라는 아름다운? 나라에 대해 과잉적으로 충성하는 세력들에 의해 추동되었다고 본다.  나는 이번 광우병 쇠고기 사태를 이지경으로 만든 근본적 책임이 대한민국을 미국의 속국인양 간단히 치부하는 MB와 청와대의 대한민국 1% 내각에 있다고 본다. 그들은 스스로 <과잉적 미국화>(excessive americanization)된 인간들일 뿐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1% 국민들인 동시에 한국이 미국의 53번째 주에 편입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미국의 신민(subject)일 뿐이다. 

  이런 <과잉적 미국화>(excessive americanization)를 추종하는 또 하나의 세력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한국의 보수 꼴통 개신교 교회와 그 담임목사들이다. 몇해 전 시청 앞에서 보수 개신교 시민단체와 보수 개신교회, 그리고 일부  보수대형교회 목사들 주최로 시청 앞에서 3. 1절 기념행사가 열렸는데 거기서 그들은 "우리는 미국이라면 지옥에라도 따라갈 것이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서슴없이 했다. 한국의 개신교 세력이 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보수적으로 정치화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미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볼 때 이는 적어도 두 가지 수준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1) 미국의 보수적인 신학교에서 유학한 목사들이 한국 개신교회를 지배하게 된 이유가 그것이고 2) 냉전 체제에서 미국의 반공 이데올로기가 개신교회에 뿌리깊게 스며든 이유도 있다(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개신교회 탄압때문에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의 목사들과 성도들은 대부분 이런 반공 이데올로기로 철저히 무장되어 있다. 또한 군사정권 시절 군부의 보호아래 성장한 한국의 대형교회들은 신-정 유착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이유는 한국의 개신교 세력이 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보수적으로 정치화되는 데 있어 든든한 역사적 기반이 되었고, 상당히 중요한 영향력을 끼쳤으며, 그리고 그것을 공고화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 개신교의 보수적 정치화의 표상처럼 인식되는 조용기 목사의 아래의 설교 내용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광우병 괴담은 또, 미국과 우리나라를 이간질하려는 정책이다. 우리는 미국과 교역하며 잘 살게 된것이다. '미국 물러가라!'고 하면 우리가 낙후될 뿐이다. 그리고, 광우병으로 공포심을 일으키려는 것은 현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들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이다.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대통령 뽑았으면 지켜봐줘야 한다. 이같은 배후에는 특정 방송과 신문이 편파 보도로 반미사상, 정권 무력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정말 유감스럽게도 조용기 목사의 이런 설교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님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세력들에는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걸 모두 무시하고, 단 하나의 표상으로 환원시키려는 조용기 목사의 대담함에 충격을 금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빌미로 특정세력(물론나도 이 세력에 속한다)이 이명박을 탄핵하려 한다고 해도 그건 절대 국민의 잘못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 MB는 탄핵받을 만한 일을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만 철썩 같이 믿고(물론 이 공약을 쓰레기 같은 신기루일 뿐이지만) 민주주의적 절차에 의해 뽑아준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하고 독재를 감행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인가? 그리고 "우리는 미국과 교역하며 잘 살게 된것이다.'미국 물러가라!'고 하면 우리가 낙후될 뿐이다."라고 말하는 그 무식하고 천박한 대담성을 도대체 어디로부터 비롯되는가? 이런 무식하고 천박한 대담성을 다른 데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건 단 하나의 지점, 즉 "미국이라면 무조건 좋고, 미국이라면 무조건 옳다는 허상적 신념"에서 비롯된다. 이건 정말이지 <과잉적 미국화>(excessive americanization)가 가장 천박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가장 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2. 미국은 우리의 목자시니 우리에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내가 볼 때 다윗의 <시편 23>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詩)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시를 기독교를 자아비판하면서 패러디하여 사용하는 나의 맘은 오죽하겠는가? 조용기 목사의 설교 내용은 정확히 "미국은 우리의 목자시니 우리에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는 단 하나의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두려움을 방치하면 재앙이 온다. 그럼, 우린 광우병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나? 전문가와 과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뜬 소문에 의한 소문, 근거없는 괴변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된다. 제가 아는 바로는 '전문가들은 미국소 먹어서 광우병 걸릴 확률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괜찮다면 그런 줄 알아야한다. 내가 아는 미국 변호사가 '미국의 많은 한국교포가 미국 소고기를 먹었는데도 광우병 걸린 사람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 설교 내용도 모두 거짓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더이상 무슨 말을 해야 알아듣겠나? 조용기 목사는 소망교회의 장로이자, 대한민국 CEO인 MB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비판하는 국민 대다수와 비판적 언론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다. 그 진원지는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권력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도대체 성도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조용기 목사의 설교 내용을 그대로 믿는다는 그 자체가 정말이지 코미디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의 말이라면 무슨 신의 말처럼 떠받드는 훌륭한 성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교회가 이모양 이꼴인가 보다. 나의 눈에는 미국이 괴물처럼 보이는데 그들의 눈에는 왜 천사처럼 보이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가 없다.

3. 훌륭한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과잉적 신앙주의를 비판하며.  

  단언컨대, 나는 한국에서 반공 이데올로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유포하는 세력이자, 그것의 최대의 수혜자이자, 최대의 피혜자는 개신교 세력이라고 본다. 즉 한국의 개신교 세력은 반공 이데올로기의 역사적 인식을 위한 종합 선물세트와 같은 것이다.  한국의 개신교 세력들이 자신의 기득권이 위협받을 때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반공 이데올로기의 양태는 수구세력들이 진보세력을 비판할 때, 조중동이 진보세력을 비판하고 색깔론을 조장할 때와 동형적 구조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반공 이데올로기의 동맹구조>를 형성하는 삼각편대이다. 

  그렇기에 아래의 설교 텍스트는 그들 입장에선 지극히 정상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광우병 괴담에는 배후가 있다. 투쟁이념을 가진 단체들이 국민을 선동하지 말아야한다. 특정 매스컴은 왜 옛날 필름 보여주고 또 보여서 불안감을 가중시키는가? 초, 중학생이 무엇을 아는가? 그들을 충동해서 밤에 벌벌떨며 나오게 한 것이 참된 이념인가?"

  정말 안타깝게도 청소년들이 청계광장으로 나오게된 이유는 이념적 배후세력에 의한 것이 결코 아니다. 이념적 배후세력이 있다면 아마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조중동일 것이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특정메스컴이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을 알리고자 방송과 보도를 한 것이지 불안감을 가중시킬려고 그랬는가? 왜 앞뒤가 구분이 안되는 그런 무식한 상황판단 능력을 보여주시는가? 이제 은퇴하실 때가 됐으니 앞-뒤, 좌-우 구분이 안 되시는가? 뭐, 원래 그랬던 분이시기는 하지만 말이다.

4. 한국 개신교 보수주의의 끝을 보여주다 !

  설교 텍스트 마지막 부분의 내용은 그야말로 한국 개신교 보수주의의 막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용기 목사는 이 대목에서 거의 <종교적 좀비>가 되어버린다. 아래의 내용은 왜 요즘 개신교가 개독교라고 욕을 얻어먹는지를 너무도 잘 드러낸다.

 "예전 박정희 대통령이 월남전에 우리 군을 파병하기 전에 기도부탁을 해왔다. 박 대통령은 "파병을 하면 우리의 많은 젊은이가 죽을텐데 마음이 너무 괴롭습니다. 나라를 생각하면 파병해야겠고 젊은이를 생각하면 하지 말아야겠으니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이렇게 예수 믿지 않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국민을 걱정했는데, 하물며 예수 믿는 장로가 국민을 못살게 할 리가 있겠는가? 대통령을 믿고 기도로 밀어주는 여러분들이 돼야겠다.

  박정희 대통령과의 대화는 한국 개신교 보수주의의 역사적 궤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인 동시에, 그들의 태생적 한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예수를 믿는 장로는 나라를 잘 통치하고 국민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자, 몰역사적이다. 아니 역사에 대한 인식조차도 없다(물론 그럴려고 하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어디 대한민국 역사상 장로가 대통령이 돼서 나라꼴이 한 번이라도 편안했던 적이 있는가? 이승만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그리고 현재의 MB? 정말이지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이런 식의 설교는 항상 다음과 같이 끝난다. "아마 날 욕할 사람들 많을 것이다. 나는 어떤 편도 아니다. 하나님 편이다. 우리 민족의 안정을 위해 현 정부를 짓밟지 말고 협력해야 한다. 하나님은 사망의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우리를 인도해주실 것이다. 오늘 주님과 대통령의 지도력을 믿고 기도하는 여러분 되길 기원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용기 목사가 믿는 하나님은 왜 내가 믿는 하나님하고는 그렇게도 다른가? 그 이유가 뭘까? 모르긴 몰라도 그는 미국식으로 해석된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듣고 우리 민족의 안정을 위해서 기도하는 성도들은 우리 민족의 안정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탐욕스럽고 추잡한 배를 불러주기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다. 이런 내 주장엔 1%의 거짓도 없다. Never ! 조용기 목사가 하나님 편이라면 이런 설교를 절대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교를 대담하게 하는 것을 보면 그는 하나님 편이 아니라 아마도 악마의 편인 것 같다.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사탄을 숭배하는 부시의 나라 미쿡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는 모두 사탄의 계략"이라는 조용기 목사의 설교의 핵심 주제는 역설적으로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사탄이 아니라 그런 고기를 먹게하는 미국과 또 거기에 잘도 속아넘어가는, 심지어 그것을 열렬하게 추종하는 과잉 미국화된 한국의 지배권력들(조중동, MB 정부, 한나라당, 보수 개신교 세력들)이 사탄인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글을 예수님의 비유를 패러디하는 것으로 끝맺고자 한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적극 찬성한 사탄의 무리들은 모두 밖으로 내몰리어 거기서 슬퍼하며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니"


P.S.

글이 꽤 길어졌다. 글을 쓰는 시간면에서도 그렇고, 글의 내용도 그렇다. 나도 크리스천이지만 정말이지 한국 교회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무지하고, 무례하다. 아마도 예수님께서 이 광경을 보셨다면 우리를 모두 채찍질 하셨을 게다. 내가 생각할 때 "지극히 기독교적인 것은 지극히 민중적이며, 지극히 소수자적이며, 지극히 공동체적이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의 본질이다. 이 본질을 갉아먹는 우리시대 개신교 지배 권력의 더러운 악행이 하루 빨리 근절되기를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 이에 이글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지만 맹목적이며, 비이성적인 비판에 대해서는 정치적 냉소로 일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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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책연구원에서 환경을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실명은 김이태 첨단환경 연구실에 근무합니다.)


본의 아니게 국토해양부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사이비 과학자입니다.


저는 매우 소심하고, 마음이 약한 사람입니다.


한반도 물 길잇기 및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운하계획입니다.

저는 본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소위“보안각서”라는 것을 써서 서약 했습니다.

제가 이 예기를 올리는 자체로서 보안각서 위반이기 때문에 많은 불이익과 법적조치, 국가연구개발사업 자격이 박탈될 것입니다.

하지만 소심한 저도 도저히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둔 불이익을 감수할 준비를 하고요. 최악의 경우 실업자가 되겠지요.

그 이유의 첫째는 국토의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제대로 된 전문가 분들이라면 운하건설로 인한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이라 생각 합니다.

저는 요즘 국토해양부 TF 팀으로부터 매일 매일 반대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를 받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습니다. 수많은 전문가가 10년을 연구 했다는 실체는 하나도 없습니다.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답변을 주지 못하다 보니 “능력부족”, “성의 없음” 이라고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는 영혼 없는 과학자가 되라 몰아치는 것 같습니다. 정부출연연구소 구조조정 및 기관장 사퇴도 그렇습니다. 정정당당하다면 몰래 과천의 수자원공사 수도권사무실에서 비밀집단을 꾸밀게 아니라, 당당히 국토해양부에 정식적인 조직을 두어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마음자세로 검토하여야 되는 것 아닙니까?

왜, 오가는 메일 및 자료가 보완을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까? 국가 군사작전도 아닌 한반도 물길 잇기가 왜 특급 비밀이 되어야 합니까? 제가 소속된 조직은 살아남기 위해서 정부에 적극적 협조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 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국가 정책은 국책연구원 같은 전문가 집단이 올바른 방향을 근원적으로 제시하여야 하는 게 연구기관의 진정한 존립이유 아닙니까? 이명박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6%로 설정하라 해서 KDI에서 그걸 그대로 반영하여야 제대로 가는 대한민국입니까? 이명박 정부에 참으로 실망스러워서 이 같은 글을 올립니다.

기회가 되면 촛불 집회에 나가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이 글 때문에 저에게 불이익이 클 것이지만 내 자식 보기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한마디 합니다.

.................

추신 숨어있지 않겠습니다. 떳떳하게 나아가겠습니다.

제가 국가 보안법을 위반하였다면 아이피 추적하지 마시고 아래 주소에서 찾으세요

http://www.kict.re.kr/division/advanced_environment/people.asp

그리고 불이익 감소하겠습니다.

한참 입시준비중인 고3의 딸과 고1의 아들만 아빠를 믿어주면 됩니다.

방금 막 다음 아고라에서 그의 발언에 지지하는 서명을 하였다. 그의 용기있는 행동에 무한한 지지를 보내고 싶다. 조금 투박해 보임에도 '용기'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의 행동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렇게 국민의 저항이 거센데도 눈 하나 깜작 안하는 것을 보면 정말 무섭다. 그들에게 우리들은 여전히 무지하고 생각없는 계몽의 대상인가 보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거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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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사는 것이 무척이나 버겁다. 무사히 전역도 했고, 아직 20대 청춘인데, 걱정과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도대체 무엇이 나의 숨통을 이리도 조이는 것일까.

  4년전 새내기 시절의 나는 생명력 넘치는 활발한 소년이었다. 남부럽지 않은 대학에 합격을 하였고, 등록금은 단 한번도 걱정해 본 적이 없었다. 아무런 근심없이 대학이라는 새롭고 거대한 세상에 취해버린 나는, 각종 집회와 운동에 휩쓸려 다니며 너무도 즐겁게 프롤레타리아적 감수성을 소비하였다. 태생적으로 그러한 감수성을 지니지 못했던 나는 이러한 소비를 통하여 스스로가 깨어있는 지식인이라는 오만한 자족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모순적인가.

  그러나 2008년 5월 현재, 나는 더 이상 이러한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프롤레타리아적 감수성을 소비하는 행위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다. 사람냄새라고는 조금도 맡을 수 없는 이 지옥과도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난 세월의 고민과 행동들은 추억의 한 장으로 넘겨버리고 남은 대학 시절 동안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 업그레이드에 혼신의 힘을 다 해야만 하는 것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밟고 올라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삶과 세상에 대한 고민도 아니요 나보다 가지지 못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아니다. 오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학점과 어학연수, 권위에 대한 복종과 이명박 정부에게서 억지로라도 희망을 찾아보려는 안타까운 시도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힘이든다.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맞서야 하는데, 자꾸만 주눅이 들고 겁이 난다. 그런 주제에 세상에 순응하고 복종하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기는 죽도록 싫다.

  앞으로 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의 매 순간순간마다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을 선택하고싶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성(덕)이라고 하는 것이 습관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하였다. 즉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올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이런 경험들이 쌓여 새로운 상황과 마주했을 때 올바르게 처신할 수 있는 것이다.

  도망가지 말자. 정신없고 괴롭고 무서워도 도망가지 말자. 지금 도망가 봐야 나중에 더 큰 화만 초래할 뿐이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또한 자기 합리화도 정도껏 할 일이다. 역겨운 사람이 되지 말자. 나는 그래야만 하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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