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는 것이 무척이나 버겁다. 무사히 전역도 했고, 아직 20대 청춘인데, 걱정과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도대체 무엇이 나의 숨통을 이리도 조이는 것일까.
4년전 새내기 시절의 나는 생명력 넘치는 활발한 소년이었다. 남부럽지 않은 대학에 합격을 하였고, 등록금은 단 한번도 걱정해 본 적이 없었다. 아무런 근심없이 대학이라는 새롭고 거대한 세상에 취해버린 나는, 각종 집회와 운동에 휩쓸려 다니며 너무도 즐겁게 프롤레타리아적 감수성을 소비하였다. 태생적으로 그러한 감수성을 지니지 못했던 나는 이러한 소비를 통하여 스스로가 깨어있는 지식인이라는 오만한 자족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모순적인가.
그러나 2008년 5월 현재, 나는 더 이상 이러한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프롤레타리아적 감수성을 소비하는 행위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다. 사람냄새라고는 조금도 맡을 수 없는 이 지옥과도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난 세월의 고민과 행동들은 추억의 한 장으로 넘겨버리고 남은 대학 시절 동안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 업그레이드에 혼신의 힘을 다 해야만 하는 것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더 밟고 올라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삶과 세상에 대한 고민도 아니요 나보다 가지지 못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아니다. 오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학점과 어학연수, 권위에 대한 복종과 이명박 정부에게서 억지로라도 희망을 찾아보려는 안타까운 시도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힘이든다.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맞서야 하는데, 자꾸만 주눅이 들고 겁이 난다. 그런 주제에 세상에 순응하고 복종하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기는 죽도록 싫다.
앞으로 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의 매 순간순간마다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을 선택하고싶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성(덕)이라고 하는 것이 습관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하였다. 즉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올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이런 경험들이 쌓여 새로운 상황과 마주했을 때 올바르게 처신할 수 있는 것이다.
도망가지 말자. 정신없고 괴롭고 무서워도 도망가지 말자. 지금 도망가 봐야 나중에 더 큰 화만 초래할 뿐이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또한 자기 합리화도 정도껏 할 일이다. 역겨운 사람이 되지 말자. 나는 그래야만 하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