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대한민국 10대와 20대, 그들의 운명

1장. 첫 섹스의 경제학 : 동거를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의 10대

  나이 스물 넷에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대학 등록금은 부모님이 해결해 주시며, 그것도 모자라 매달 꼬박꼬박 용돈까지 주신다는 나의 말에 미국인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러면서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 젊은이들은 정말 어린 아이들 같다. 너무 부모 의존적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만약 그 나이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상태라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맞는 말이다. 서유럽 선진국가나 유럽의 젊은이들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부모의 품으로 부터 떠나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 우리 젊은이들은 더욱 부모에게 의존한다. 그러나 이것이 국민성의 문제일 수는 없다. 우리가 부모로 부터 해방될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선진국들과는 '경제 구조' 자체가 다른 것이다.

  프랑스에서 16세 소녀가 어느날 갑자기 사랑하는 소년을 만나 동거를 선언했다고 가정해 보자. 사실 16세란 나이는 서양에서도 동거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부모는 딸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할 것이고, 신중한 토론을 거친 후에도 딸의 마음이 확고하다면 '축복'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다. 똑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해 보자.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부모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그리고 그 딸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지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가 프랑스의 부모들과 한국의 부모들이 자식을 사랑하는 정도의 차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국에서는 10대 소녀가 동거를 유지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살 집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결혼을 하고 정규직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전체 국민의 50%가 자기 집이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독립을 위한 20대의 주거공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대학 등록금 또한 20대의 독립을 막는 큰 요인 중 하나이다. 스위스 같은 경우 대학 진학률이 27%인 반면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에 육박한다. 전두환 정권 시절 대학자율화 조치를 통해 대학과 대학생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덕에, 지금까지도 높은 대학 진학률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청소년들의 대학 진학은 거의 의무화 되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선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할 수 없는 경제 구조가 고착화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대들은 대학 등록금을 스스로 해결할 방도가 없다. 한 해 등록금이 1,000만원 가까이 되는데, 그에 따르는 장학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등록금이 내리기는 커녕 매년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혹 어떤 사람들은 미국 대학들도 등록금이 비싸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사립대학 시스템으로 진화하면서 대학 펀드, 혹은 사회적 펀드의 형태로 다양한 장학금을 만들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하였다. 더군다나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국민 모두가 대학을 나와야만 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세번째 독립의 걸림돌은 눈물없이 보기 힘든 '알바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최저 임금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낮은 편이다.(2003년 기준 노르웨이 15,023원, 영국 9,480원, 일본 7,238원, 한국 2,510원) 10대나 20대 대학생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알바인데, 이러한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강도로는 등록금은 커녕 생계비도 제대로 해결하기 힘들다.

2장. 20대가 만나게 될 세상

  80년대 후반, 대학에서 학점은 지금만큼 중요하지 않았다. 권총을 아무리 많이 차도, 선동렬 방어율보다 낮은 학점을 받아도 졸업만 하면 취직은 골라가며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대학의 낭만을 만끽했던 세대는 현재 소위 말하는 A급 대기업에서 다들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20대에게는 이러한 과거의 낭만이 꿈만 같다. 활짝 열려있었던 취업의 문은 굳게 닫혔고, 승자 독식(Winner-Takes-All)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20대는 세내 내의 경쟁이 극단적으로 높아졌을 뿐 아니라 더욱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세대 간 경쟁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대 간의 경쟁은 경쟁의 범위와 규칙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대는 관록으로 뭉친 앞 세대들을 이길 방법이 없다. 지금의 20대는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며, 곧 비정규직이 될 운명앞에 서 있는 것이다.

제2부. 20대에게 숨통을 10대에게 생존을

1장. 위기의 20대 : 자멸인가 세대 착취인가?

  경제사에서는 지금 진행중인 세계화를 '3차 세계화'라고 지적하는 경향이 있다. 첫 번째 세계화는 19세기 후반에서 1차 세계대전까지, 그리고 2차 세계화는 1차 세계대전에서 2차 세계대전까지를 의미한다. 앞의 두 번에 걸쳐 세계화를 보통은 '제국주의'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화를 '세계화'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세대 간에 존재하였던 균형이 깨지게 되고, 특정 세대는 이런 변화에 대해 더 많은 수혜를 누리게 되는 반면 희생자에 해당하는 세대가 등장하게 마련이다.

  영국의 경우 결혼 통계를 보면, 19세기 후반의 남자들은 25.9세에 결혼을 했고 이때부터 계속 연령이 높아져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직전인 1911-1915년 사이에는 27.49세로 높아지고 전쟁 중에는 27.92세까지 높아진다. 이후에는 약간씩 낮아지기 시작해서 68혁명 이후인 1970년대에 24.43세까지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지기 시작해 1999년 30세를 넘겨 현재는 31.2세에 결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세기 후반부터 결혼 연령이 높아진 이유는 소위 이 시기의 '젠틀맨'들(우리나라의 경우로 보자면 중산층의 아들들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대영제국의 전쟁에 참여하는 일이 잦았고, 군 복무가 아니더라도 식민지에서 상인 활동을 통해 부를 확보한 후에 결혼하는 일이 많았다. 그 이후에는 젠틀맨 모델이 종료되면서 사람들의 결혼 연령이 낮아지기 시작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영국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공공의료와 공공주택과 같은 정책이 시작되고, 모든 의사가 공무원이 되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포함한 공공정책을 정착시키게 된다. 이 역시 결혼 연령을 낮춘 한 원인이었다. 이런 영국식 사회복지체계는 1980년의 대처리즘과 함께 점차 약화되기 시작하고 다시 결혼 연령은 높아진다. 1980년부터 신자유주의를 세계적으로 주창했던 대처 수상의 정책적 전환의 효과와 최근의 영국 20대의 삶이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중(1936-1945) 유겐트(독일은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 이후 외부의 경제적 지원 프로그램의 종료로 직접 타격을 받은 독일 중산층과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민족주의적인 사회주의라는 이념으로 영국과 프랑스를 상대로 한 전쟁을 벌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인 사회주의자들은 '유겐트'라는 이름의 10대 조직을 광범위한 독일 청소년들의 조직으로 확대개편하게 된다.) 경험을 가지고 있는 '회의적인 세대'는 60년대 중반에 독일의 40대와 50대를 형성하였다. 이 세대는 새로 등장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독일 68세대와 정면으로 부딪히게 되는데, 68혁명은 독일에서도 격렬하게 진행되었지만, '회의적인 세대'는 도덕적 우월감이 부재하였기 때문에 큰 세대갈등은 형성되지 않았다. 지역공동체와 지역자치라는, 화해하고 같이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제3의 안전지대를 독일 사회경제체제가 제공한 셈이다. 이런 독일의 세대갈등의 해소는 상대적으로 20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더 많은 발언권을 만들어 주는 시스템으로 진화를 하였는데, 선진국 중에서 20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의 기초위원들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시스템이 바로 독일 시스템이다.

  프랑스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중 청소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은 콜라보(collabo, 부역분자) 아니면 레지스탕스라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레지스탕스라는 위험한 노선을 선택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잠재적 콜라부라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이 60년대 후반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프랑스의 부패와 혼란상은 극에 달했다. 이 당시 소위 '사르트르'세대라고도 불리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똑똑했다고 하는 프랑스 68세대가 등장하게 된다. 이 세대가 공유했던 책은 다른 나라가 그랬던 것 처럼 모택동 전집 혹은 체 게바라 전기가 아니라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라는 실존주의 철학책이었다. 프랑스 68세대가 다른 나라와 조금 다른 것은, 대학생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까지 폭넓게 포함한다는 점이다.
  68혁명이라고 부르는 전 세계적인 사건이 처음 발발한 것은 미국의 베트남 공습에 항의하기 위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뱅크에서 농성을 하던 프랑스 학생 6명이 구속된 직후인 1968년 3월 22일, 파리 낭테르 대학에서 8명의 학생이 대학 총장실을 점거하면서부터였다. 8명에 불과한 학생들의 작은 농성이 전 세계를 뒤엎고, 일본 동경의 전공투에서 미국의 프린스턴대학에까지 그야말로 한 세대를 가르게 되는 거대한 사건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었다. 낭테르대학에서 시작된 프랑스의 학생 소요사태를 보통 '68혁명'이라고 부르는데, 낭테르대학이 폐쇄되면서 학생들은 5월 3일부터 소르본 대학에 모이게 되고, 시내 곳곳에서 유혈사태로 진행되던 시위는 10일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된다. 6월 5일 전국적 시위는 종료되고, 그해 6월에 실시된 총선에서 드골의 집권당은 68혁명에도 불구하고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프랑스의 혼란은 해결되지 않았고 다음해 국민투표를 계기로 드골은 대통령직에서 사임하게 된다.
  68혁명 이후 대학의 국유화가 이루어졌고, 68세대는 프랑스 자본주의의 성과를 만끽한다. 그러나 이 세대가 지나간 다음 90년대부터 경제가 위축되고 실업률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유럽의 세대 구분과 세대 간 경쟁이 조금은 부드러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면, 일본의 68세대라고 할 수 있는 전공투(全學共鬪會議) 세대는 더 고립되어 있었고, 그래서 더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넓게 본다면 일본의 경우 68세대 혹은 전공투세대와 같은 정치적 현상에 의한 분석보다는 '단카이 세대'(단카이는 덩어리라는 뜻, 베이비 붐 세대)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68혁명은 소위 베이비 붐 세대가 스스로 세대 간 분배의 전환점을 만들어낸 사건이었으나, 일본의 단카이 세대는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세대 간 단절은 물론 '세대 내'단절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참전 세대들은 다음 세대에게 권력을 거의 나누어 주지 않았고, 새로 등장한 베이비 붐 세대를 아무 특징이나 주장도 없이 그저 뭉쳐 있다는 의미의 '단카이'로 규정한다. 이 세대가 일본 사회의 경제적 주도층의 자리에 올랐을 때 일본을 덮친 것은 '헤이세이 공황'혹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되는 10년 공황이었다. 이렇게 단카이 세대는 취업부터 은퇴에 이르기까지 매번 불이익을 당한다. 단카이 세대 이후 일본에서는 점차 다음 세대에 대한 분배가 가혹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미국 68혁명의 이념을 흔히 WASP(White-Anglo-Saxon-Protestant) 급진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68혁명이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이전 세대에 대한 다음 세대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유색인종의 문제화 함께 보다 폭넓고 복잡한 요소들이 개입되었다. 유럽의 68세대가 경제적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하나의 집단으로 구성된 것에 비해 미국의 68세대는 'WASP 급진주의'라는 단어 속에서 훨씬 그 의미가 줄어들었다.
  미국은 내우 낮은 사회보장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미국의 68세대는 유럽과는 달리 기업에 사회적 재분배를 만드는 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하였다.
  
  한국의 상황으로 돌아와서, 유신 시대에 경제생활을 시작한 사람을 '유신 세대'라고 부른다면, 73년에서 80년 사이에 자신의 경제적 삶을 시작한 지금의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의미할 것이다. 유신 체제가 북한과의 경제적 경쟁이라는 사회적 모티브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 시스템이며, 경제적으로는 포디즘의 국제 분업 체제 하에서 움직였던 시대이기 때문에 유신 세대는 냉전 세대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을 가지게 된다. 대체로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을 중심으로 사유한다. 세대 내 단결력이 높고, 성장에 대한 향수를 통합에 익숙해져 있고, 지역으로 묶이는 것을 대단히 선호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유신 경제의 향수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지만 또 한편으로는 박정희가 만들어놓은 지역감정의 희생자이기도 한 우리나라의 유신 세대는 사회적으로는 20대가 누려야 할 경제적 몫을 가장 많이 노리는 약탈자이면서도 집에 돌아가면 그들과 부모 관계로 협력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 등장했던 여러 종류의 세대 중 가장 강력한 세대는 386세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세대는 국제적으로 통칭되는 '베이비 붐 세대'의 한국 버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독일이나 프랑스의 68세대에 가장 가깝다. 이 세대는 정치적 단결성이 높고 대단히 강력하다. 그러나 프랑스의 68세대와는 달리 자기 결집은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386세대는 IMF이전에 이미 사회 진출을 상당 부분 완료한 연공서열의 마지막 세대이다. 지금의 20대와 386세대는 경제적 관계에서 직접적으로 전선을 형성하는 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많은데 안정적 직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세대간 갈등은 더욱 격렬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386세대와 20대는 서로 혐오하고 질시하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386세대와 20대 사이에 'X세대' 혹은 '신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미니 세대를 하나 설정 할 수 있다. 이 세대는 우리나라의 다양성 1세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나 불행히도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고자 할 때 IMF경제위기가 발생하게 되었다. 김대중 정권 시절, 신용카드를 발급함으로서 소비능력을 제고하는 정책을 편 적이 있는데, 이 정책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되었던 세대가 바로 X세대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신세대는 한국경제의 안전지대로 넘어온 거의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20대와 바로 앞선 세대인 X세대를 비교하면, 이 두 세대는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인데, 이미 진출한 앞세대가 뒷세대에 비해 조금이나마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다른 세대와는 달리 20대는 서로를 소외시킬 확률이 높은데, 여러 가지 사회적 경험을 공유하면서 단결하고 뭉치도록 배우고 또 그렇게 살아온 앞의 세대와는 살아온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대 내 경쟁에서 가장 불리한 집단을 꼽으라면 일반적으로 고졸 이하 집단과 여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청년실업 또는 고학력실업이라는 호들갑에 가려 사회적 이슈조차 되지 못한 불행한 집단이기도 하다. 고졸자의 실업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 한 것은 IMF개혁 이후이다. 혹자는 제조업이 구시대의 산업이 되어가고 학력 인플레도 작용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은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가 줄었다는데 있다. 여기에 한국사회의 학벌주의도 한 몫을 했다. 여성의 경우를 보자면 27세쯤 부터 시작해 또래 남성과의 임금 격차가 현격하게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는 여성 대부분이 비정규직이 때문이다.(전체 비정규직 중 70%가 여성이다.) 또한 같은 비정규직일지라도 여성임금은 남성임금의 65%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감정노동(emotional Labor)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위의 사실들은 패배한 다수 가운데서도 계층이 나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이라는 경제주체의 입장에서 또 다른 경제주체인 자본을 본다고 하면, 생산자본과 유통자본이라는 두 개의 창을 통해서 세상을 보게 된다. 생산자본의 경우 탈 포디즘이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중후장대형'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규모 장치 산업이나 노동 집약적 산업이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규모 투자가 정지된 많은 업종에서 20대 신규 인력채용은 극도로 제약되어 있다.
  20대에게 더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유통자본의 측면에서이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로 넘어가면서 럭셔리 마케팅 즉, 명품시장이라고 하는 신 사치재 시장이 등장한다. 우리의 자본은 일본이 단카이 세대를 덩어리로 취급했듯이, 지금의 20대를 하나의 덩어리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자본에게 있어 20대는 덩어리이기는 한데 30대보다는 구매력이 약한 덩어리이다. 따라서 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개념을 만들기 보다는 확실한 구매력이 있는 집단을 겨냥한 마케팅 방식을 수정해서 20대에게 적용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20대가 30대들이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그들의 경제적 여건을 더욱 어렵게 한다. 소비자를 하나의 덩어리로 놓고 특별한 개성이 없다고 파악되자 18세기 이후 인류에게 가장 보편적 가지가 된 '사치'와 '민족'이라는 장치를 결합시켜 이러한 마케팅을 내 놓은 것이다.

2장. 다안성 1세대를 위한 크리스마스 캐럴

  세대간의 형평성과 세대간의 경쟁과 같은 문제는 혁명이나 유사한 변화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세계화를 반대하는 것은 예산제약조건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포디즘으로 되돌아 가는 것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포디즘으로 되돌아 갈 수도 없다. 세대간 경쟁의 문제는 스스로 내리게 되는 선택의 문제에 가깝고, 윗세대가 대신해주거나 대리인이 전문가로서 알아서 해줄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경제가 가지고 있던 연공서열제나 종신고용제를 무너뜨린 것은 IMF경제위기이고, 승자독식 게임의 강화는 과외금지 위헌결정의 효과이다. 이미 포디즘이 끝난 상태에서 지금 사교육을 통해서 다시 강화시킨 주입식 교육과 암기식 교육은 포스트 포디즘에 적응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교육비의 엄청난 지출을 감당하면서 한국 경제가 IMF위기를 극복하고 세계화 충격을 흡수하면서 구조전환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사교육 문제의 해결, 서열화 되어있는 대학체계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이 두가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10대의 해방과 동시에, 부모들도 정상적인 경제적 삶이 가능해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전면적으로 도입한 '선택과 집중' 패러다임에서 선택은 정부의 몫이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 현상이 획일성이다. 획일성이 극대화되면서 동시에 경쟁도 극대화 되었는데, 이는 한국식 승자독식 상황을 형성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보면 첫째, 정리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대신 정부가 노동자 재교육에 지금보다 10배 정도 더 많은 돈을 들이고 창업기금 같은 것을 지금의 10배정도로 늘려서 경제 전체의 혁신율을 경쟁의 방식으로 높이는 방안이 있고, 둘재, '볼보주의 방식' 즉 '일자리 나누기 방식', 전체 임금은 그대로 두고 노동자 고용을 높여 총고용을 늘리는 방식을 통해 노동 수익을 낮추는 대신 노동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독과점화는 생산자본의 독과점화와 유통자본의 독과점화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양쪽의 경우 모두 20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생산에서의 독과점화는 기업 사이의 경쟁을 약화시키고 무엇보다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서 있을 땅을 점차적으로 줄어들게 만든다. 이는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사이의 양극화' 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양극화'로 표현된다.
  한국의 20대가 맞게 된 고통의 원인은 지난 5년 동안의 중소기업 붕괴와 사회적으로 경제적 약자들의 탈출구였던 자영업의 경제적 기반이 사라진 점에 있다. 따라서 대기업과 맞서서 중소기업이 지금 당하고 있는 불공정 사례를 줄여주는 일과, 정상적으로 국민 경제를 작동시키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 자영업을 보호하기 위해 하는 조치들을 도입하는 일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프랜차이징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유통업과 서비스업의 대자본화의 한 현상인데, 여기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대신에 제품 경쟁력이 줄어들게 된다. 프랜차이징을 선택하면 지역경제는 붕괴되고 대신 가격은 낮아진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가격도 높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현재 한국 경제는 큰 공룡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이다. 유럽은 문화라는 힘으로 극복을 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법원이 직접 나서 완화시켰다. 우리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 양극화가 생겨나고 청소년 고용이 심각해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일만은 아니지만 OECD국가들 중 우리나라는 국제적 비교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우리의 상황을 개선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다. 스위스의 경우는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공공영역에서 상당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 준다. 시청에 가서 상담을 하면 공공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방식이다. 프랑스의 경우 우리나라 노동부에 해당하는 '고용 및 연대부'라는 정부부처를 신설하여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관한 기준과 해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알바 임금이 대졸 초임 정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훨씬 청소년 노동공급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중산층을 포함한 경제주체들의 해체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첫째, 제도적인 측면의 보완이다. 프랑스의 경우 중고등학교 사회교과서의 경제항목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고용계약서를 쓸 것과 노동권리에 대해 가르쳐 준다. 둘째, 지자체보다 작은 규모라도 별도의 예산을 확보해서 알바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방법이 있다.

  에코레인져, 풍력발전의 오퍼레이터 등 생태 건전성과 공공성을 높임과 동시에 20대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농업공무원 같은 제도를 신설하면 지방에 젊은 피를 순환시킬수 있을 것이고, 도시에서 20만명 정도의 유휴 노동력이 빠지게 되면,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을 개선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3장. 바리케이드와 짱돌의 기원에 관한 고고학적이며 기능론적인 고찰

  우리나라의 20대는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장치들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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