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나를 사랑할 건가요? -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의 리얼 연애 클리닉
김태훈 지음 / 시공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TV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스토리의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고 그런 선남선녀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놓고, 이각에 삼각에 흔하디흔한 애정의 공식을 도입합니다. 누구를 좋아하고, 다른 누군가를 더 좋아하고 갈등하고 다시 만나는, 몇 번씩 이런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반복하다보면 '아 새로운 것은 없다'하고 백기를 들어버립니다.

그런 매너리즘 속에서 만난 책이 김태훈의 [내일도 나를 사랑할 건가요]입니다. 이 책은 이성을 제대로 꼬이고 사랑에 빠지게 하는 기술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자기 계발류나 실전 테크닉을 알려주는 실용서들을 혐오합니다. 저의 이런 생각은 '네가 아무리 알려주면 뭐하냐, 내가 실천을 하지 않는데'하고 중얼거리는 삐딱선에서 비롯합니다.

그런데, [내일도 나를 사랑할 건가요]는 그런 단순한 실용서를 뛰어넘는 격이 있습니다. 남녀간의 연애심리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이 세상을 채우고 있는 남과 여와 그들이 엮이는 수많은 사례를 명쾌히 분석해 냈습니다. 그 와중에 벌어지는 남과 여의 심리전을 재밌게 중계하고, 예리한 분석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마치 연애경기를 해설하는 송재익 아나운서와 신문선 해설위원을 보는 듯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저는 연애 스토리의 매너리즘을 극복했습니다.

"그렇구나, 나의 연애도 저렇게 살 떨리는 흥분감이 있었어!"

그렇기에 드라마 속의 캐릭터들에게 실감나는 사랑의 감정을 실어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동시에 내가 연애를 마음껏 할 수 있었던 미혼시절에... 왜 그렇게 연애를 '대충'했을까하는 후회도 막 밀려옵니다, 이 책을 읽는 젊은 분들을 이 책을 교재삼아 마음껏, 성실히 연애를 즐기십시오. 하지만, 이미 연애시대를 뒤로 한 이 아저씨에게도 이 책은 가치가 있습니다. 저처럼 '나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하는 묘한 설렘도 들어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끝으로 대단히 잘 씌어진 책입니다. 쉽고 명쾌하며 훌륭한 문장으로 가득 차 눈에 쏙쏙 들어옵니다. 이렇게 시원시원한 문장은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습니다. 작가인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을 말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글발도 상당히 훌륭해 보입니다. 재밌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친아이 2006-01-2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봤습니다^^ 라디오에서 몇 번 들었던 거 같은데,,그 분이 이 분이셨군요~
 
뽈랄라 대행진
현태준 지음 / 안그라픽스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내 다섯 살 짜리 아이 준연이가 올 여름 뒤 늦게 유치원에 들어갔다.

중간에 들어가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때 나타난 구세주 같은 아이가 있었으니 그 아이는 바로 정우이다.  준연이 보다 한살 많은 정우는 다른 여섯 살 아이들로부터 준연이의 방패막이가 되어 주었고, 외톨이인 준연이와 함께 놀아주어 아이의 유치원 적응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여섯 살 아이답지 않게 성숙한 분위기이고,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도검류를 좋아하지 않고, 쌓기나 만들기 등 창의적인 놀이를 좋아해 우리 부부에게는 정우가 준연이의 친구가 된 것이 여간 다행스럽지 않았다.  심지어 한살 아래인 동생이 형이라 부르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 넉넉한 아이이다. 그러다보니 정우의 부모님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알게된 것이 정우의 아빠가 쓴 [뽈랄라 대행진]이다.

참 이상하고도 재밌는 책이다. 수필과 장편(掌篇)소설 모음집의 중간 쯤 되기도 하고, 만화와 문학의 중간 쯤 되기도 한다. 어찌보면 수필과, '하루여행'이라는 그의 독특한 기행문의 중간이기도 한 책이다. 각종 일러스트와 만화, 사진이 가득한 책이라 눈이 심심치 않은데, 보는 동안 '키득'거리고 웃는 내 폼을 볼 때, '고행석의 불청객'시리즈와 비슷한 웃음과 쾌감을 주되, 어느 덧 살살 감동의 물결이 오기도 한다.

자칭 장난감 연구가인 정우 아버지 '현태준'씨에게는 혼날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좀 어려운 말로 키치 문화 , 즉 유치하고 촌스럽고 웃긴 저급문화에 가치를 부여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동네 문방구의 장난감에서 80년대의 유치한 에로서적 등, 헌 것, 쓸데없는 것으로 우리는 이미 쓰레기통에 버렸던 것들이 그의 버무림에 의해 어엿한 수집품으로 가치가 격상되었다.

단지 그의 수집벽을 늘어놓은 책은 아니다. 그의 글은  저급한 우리의 욕망을 무시하거나, 아닌 척하는 우리의 위선을 '배시시' 비웃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쪽 팔려서' 꺼내지 않는 사소한 욕구들, 이를테면 '버스 안에서 어떻게 빨리 자리에 앉을 수 있는가' 등이 그의 세세한 관찰에 의해 수집되어 올라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그의 주장은 '욕구에 솔직하라'이고 이 주장은 그의 글 속에 표어로도 나타나 있다.

"대낮에 키쓰하여 /밝은 사회 이룩하자"

공부가 깊지 않은 내 생각으로도 인류의 문명은 자신의 욕구에 솔직해져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욕망을 강제로 억제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표출 함으로서 더 인간 본연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사회가 건강해지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뽈랄라 대행진]에 미련 없이 동참하였고, 현태준의 생각에 동의하며, 그의 예술적인 감각에 찬사를 보낸다.

이런 아버지를 둔 아이라 정우의 행동거지가 나오는 것 같다. 의젓하고 창의적이고, 예술적이고, 넉넉한 아이인 정우. 정우가 우리 아이와 오래도록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서평을 읽고 많은 분들이 [뽈랄라 대행진]을 구입하셨으면 좋겠다. 정우는 돈 많이 번 아빠가 돈 주시면 우리 아이에게 맛있는 것 사줄 아이니까. 다음에는 '현태준'씨를 초대해 제육볶음이나 한번 대접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밀과 거짓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토리는 빈약하다. 그러나 독서의 즐거움을 주는 소설이다. 한 집안의 가족사와 형제의 갈등이 얽혀있고, 여기 주인공이 제작 중인 영화의 일정이 고봉처럼 얹혀져 있다. 그럼에도 독자가 쫒아가는 스토리의 구조는 빈약하다. 그래서 실망하는 독자들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소설가로서 은희경은 어쩌면 이제 영화 감독으로 치자면 박찬욱과 같은 인물이 된 것 같다. 내게 박찬욱은 이야깃꾼이기 보단 스타일리스트로 정리되어 버렸다. '금자씨'에 이르러 그의 영화는 이야기는 약해지고 스타일만 남은 느낌이다. 은희경의 '비밀과 거짓말'은 이처럼 플롯의 힘이라가 보다는 작가의 스타일로 버티는 작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스타일이 대단히 세련되고 맛갈져 글 읽는 재미가 있다.

이야기도 캐릭터도 별 것 없지만, 작가의 재주만은 감탄을 토하게 한다. 그 능수능란한 글발에 독자는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은희경의 새 작품이 그녀의 이력에 큰 돌을 얹을 성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의 재능을 능가할 새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이 나는 결코 과하지  않는 믿음이라 생각한다.

스타일과는 상관 없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온 달러 베이비]는 박찬욱이 닿지 못하는 감동과 힘이 있다. 은희경에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뚝심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의 소설은 거의 37세 먹은 중년 남성이 주인공이었다. 이제 서른 일곱먹은 남자들은 우리사회에서 반쯤은 정치적 문제아 취급을 받는 386세대이다.  나 자신 386세대이기에 이 미묘한 범주에 갇힐 때마다 억울한 심정이 들지만, 하루키라는 공통된 코드를 발견할 때면 오히려 묘한 흥분감을 느끼기도 한다.

[해변의 카프카]의 주인공 다무라는 15세이긴 하나, 내겐 오히려 기존 하루키 주인공들이 여전히 투영된 존재인 것 같다. 여전히 재즈를 듣고, 독서를 하며 한 없이 외로운  주인공들은 그 무언가를 (그것이 어떤 비유라 할 수 있는 메타포일지라도) 찾아 헤매는 '고독한 까마귀'이다.

이미 출판된지 2년이 지난 책이기에 수 많은 독자의 손을 거쳐갔을 것이다. 나는 하루키의 소설은 그 수 많은 독자의 수 만큼 다양한 즐거움을 다양한 독자에게 주었을 것이라 믿는다. 하루키 소설의 맛은 다양한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자유를 주어왔고, 같은 사람이라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듯 하다. 이러한 그의 장점이 하루키를 오늘날 세계적인 문호로 만든 다양성과 융통성이 아닐까 싶다.

386세대인 우리의 공통점은 군부독재, 권위, 반민주로 상징되던 보수세력에 대한 저항감이었다. 그런 적대적 모순이 해결된 이즈음, 우리는 또다른 권위와 획일적인 감성을 공유한 세대가 된듯한 감이있다. 내 안의 도그마라고나 할까, 어느덧 우리는 또다른 권위로 무장된 획일적인 세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기에 [해변의 카프카]를 통해 내가 얻은 독서의 즐거움은 '상권'에서 읽은 오시마상의 얘기로 요약할 수 있다.

'다만 그것보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 상상력이 결여된 인간들 때문이야. T.S 엘리엇이 말하는 공허한 인간들'이지. 그리고, 그 무감각함을, 공허한 말을 늘어 놓으면서, 타인에게 억지로 강요하려는 인간들이지...'

하루키는 나와 비숫한 부류들을 싫어하고 있나보다. 아니 하루키 속에서 성장한 내가 그가 표현한 것과 비숫한 인간에 대한 선호도를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상상력이 빈곤한 사람들과는 상종하기가 싫다. 자기 생각이 없고 기계적으로 대세에 휩쓸리는 저 거대한 무리들이 싫다.  커다란 주장을 하면서 작은 권리를 무시하는 세력들이 싫다. 익명의 틈 속에서 무책임한 돌덩이를 던지고 있는 저 거대한 도그마의 세력에게 저주를 내리고 싶다.

하루키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언제나 자유를 느낀다. 집단에 휘둘리지 않고 자아를 찾으려는 그 주인공에 그래서 쉽게 동화된다.그 자유의 공기를 숨쉬기 위해 다시 하루키를 꺼내들고, 그의 신작을 기다리는 것 같다. 당신은 아마 나와는 다른 재미를 맛 보았으리라. 그것이 하루키가 주는 자유이고 읽을때 마다 새로운 해석의 맛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마다 에이미의 책을 하나같이 좋아한다.

[베드타임 아이스], [제시의 등뼈], [난 공부가 싫어], [120% COOL], [풍장의 교실] 등..

야마다 에이미의 책에서는 퇴폐적인 문학성이 느껴진다. 거기서 그 어느 작가도 따라갈 수 없는 아름다움이 나타나고, 결국 COOL한 경지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이 책은 쿨하지 못하다. 느러지며, 방만하다. 열대의 HOT한 느낌은 살아있으나 가슴을 울리지는 못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