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4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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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세상을 살면서 가끔씩 부딪치는 즐거운 일 중의 하나는 우리 인간들 속에 흩어져 있는 천재를 발견하는 일이다. 영화 [X맨]의 뮤탄트(돌연변이)들 처럼, 보통 사람들이 갖지 못한 기발한 능력을 가진 이 천재들은, X맨들은 지구를 멸망의 위기에서 구하는데 반해,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아름답게 한다. 어린 시절 나는 내 주위에서 음악적인 천재를 만났었다. 작곡과 연주를 자연스레 해내고 절대 음감을 소유한 그는, 내게는 모짜르트였다. 話術의 천재를 만난 적도 있다. 남도 출신의 그 친구의 입에서 나오는 걸쭉한 입담과 유머는 그와 대화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을 언어의 축복으로 행복하게 했다. [매그놀리아]나 [펀치 드렁크 러브]의 토마스 앤더슨 감독도 영상 세계에 있어서는 천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실 세상은 천재들이 이끌어간다. 보통 사람들은 천재가 달성한 업적을 유지하거나 이용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 세상의 현실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그리도 천재에 가까운 인재에 목말라 하는 것 아닐까?

과학 부문에 이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명백해 진다. 과학사를 전공한 '토마스 쿤'이란 학자의 [과학 혁명의 구조]라는 책은 파라다임이란 개념을 소개해 유명해졌는데, 이 책의 요지는 과학은 점진적인 발전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혁명적인 새로운 컨셉(파라다임)이 도입되어 폭발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혁명적인 과학의 개념은 당연히 천재적인 과학자에 의해 가끔가다 발견되거나 밝혀지는 것들이다. 그러하기에, 과학에는 뉴튼이나 아인쉬타인 등의 스타 과학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 파인만이 있다. 우리는 물리학에서 성취한 그의 천재적인 성과에 관해서는 학문이 짧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다. 다만 그의 물리학이 1945년 나가사끼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 폭탄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고, 20세기와 그 이 후 인류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음은 알 수 있다. 이러한 천재의 裏面은 어떠했는지, 이 천재가 凡人을 바라보는 시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했는지, 천재의 비공식적인 일면을 알 수 있는 책이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이다. 다행히 파인만의 캐릭터는 상당히 희극적이라 그의 인생을 알게 되는 독서의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파인만이란 X맨은 우리와는 다른 천리안을 지니고 있었다. 당연히 물리학이라는 기초 과학의 세계에서 전자의 움직임과 영향 관계를 살피는 혜안이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세상의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는 투시안이 있었다. 연구실의 간식을 옮겨가는 개미들의 움직임에서 모든 금고와 자물쇠의 원리까지, 그는 보통 사람에게는 삶의 일부를 이루는 당연한 것들을 꿰뚫어 보고 관찰해 그 만의 질문과 대답을 내놓고는 했다.

그는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보통 사람이 귀찮거나 몰라서 개선하지 못하는 사항들에 혁명적인 개선과 진보의 바람을 불어 놓고는 했다. 이러한 개량의 손길은 어린 시절 라디오 수리에서 시작해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에 이르는 과정까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개선과 발전을 행동으로 추구하는 천재, 그가 바로 파인만씨였다.

그는 삶의 즐거움을 우리와는 다른 곳에서 찾는 것처럼 보인다. 숨겨진 진리를 찾고, 얽혀진 미스테리의 실타래를 푸는 가운데 그는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었다. 물리학을 공부하는 동안에도 수학적 진리를 알고파 했고, 그 와중에 생물학에도 지분거린다. 이런 것들이 재밌기에 그는 보통 사람이 다다를 수 없는 학문적 성과와 인생의 성취를 맛 본 모양이었다.

파인만씨는 천재였다. 그가 로스 알라모스에서 개발해 낸 원자폭탄이 인류에게 재앙의 화근임을 분명하지만, 그로 인해 세상은 변화한 것이고 인류는 어느 정도 진보한 것이 틀림없다.

p.s: 하나 잊지 말고 남겨야 할 말은 1권을 보고나니 2권을 구입할 의무감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누가 주면 읽을까, 사서 볼 필요까진 느끼지 못 한다는 것... 바로 이 책에 딱 맞는 무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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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ie. 2004-04-2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2권도 봤습니다. 지금 제 책장에 잘 모셔두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