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Green 1 - 농촌 총각에게 시집갈래요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드라마를 기획하다보면, 시청률을 위해 항상 여성의 환타지를 생각해보곤 한다.

젊은 여성들이 꿈꾸는 환상이란 어떤 것일까, 아마 '백마탄 왕자'애 관한 환타지가 가장 대표적일텐데, 사실 요즘의 '백마탄 왕자'는 돈 많은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재벌2세가 많이 나오고, 여주인공은 '파리의 연인'에 태영처럼 소소하고 성격만 좋은 아가씨가 꼭 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만화의 주인공 도꾜 처녀 와꼬는 시골로 시집가길 원한다니... 아무래도 책을 잘못 고른 것 같다.

도무지 말이 되질 않는다. 이탈리아 요리 학원에 다니는 아가씨가 시골에 농사짓는 청년에게 반해 농가를 자기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며 농촌일을 배우고 사랑을 키운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미있으니 이 황당함은 충분히 용서해줄 수 있다. 씩씩한 처녀 와꼬의 캐릭터나, 그 씩씩함을 받아주는 미소년이자 농촌 총각인 마코토의 사랑 얘기도 구수하고, 와꼬의 씩씩함이나 억측이 지나쳐 사고를 칠 때마다 얼굴에 빗금이 쳐져가며 싸해지는 쿨한 분위기의 농담도 재밌다. 그렇다. 이 만화는 아주 따뜻한 스토리를 쿨한 감성으로 연출하여, 그 결과로 독자는 피식거리며 4권 분량의 이 만화를 독파해버리고마는 즐거운 한 때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미 맺어진 사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전긍긍하는 와꼬, 속 깊은 정이 있으면서도 내색 안하는 마코토.( 때문에 이 남자는 약간 鼓子 로 보이기도 한다)  둘의 아옹다옹한 싸움을 보면 농촌에서의 삶도 보라빛으로 윤색되어 보이기도 하는데, 그래서 이 만화는 환타지이다. 농가의 삶이 도회의 삶보다 고달픔은 너무나 분명하지 않은가. 말 그대로 벌레 많고,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덥다. 거기에 농사일까지 한다면야...

작가는 바로 이런 선입견의 빈틈을 뚫고 들어와 우리에게 이 만화를 새겨 놓는다. 이쯤되니 나도 새삼 깨닫는다. 역시 가장 좋은 기획은 신선한 기획이고 차별성있는 기획이라고.

니노미야 토모코의 만화는 앞으로도 주목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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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과장 1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6년 4월
평점 :
절판


대학을 졸업하고 내 인생의 진로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 의외로 선택할 수 있는 진로는 몇 가지 되질 않았다. 첫째, 어느 회사에 들어가 직장인으로 월급쟁이 생활을 하는 것, 둘째, 집안의 돈을 끌어들여 사업이나 장사를 해서 사장이 되는 것, 셋째, 대학원에 진학해 계속 공부하는 것이었다. 불행히도 집안에 돈이 많지도 않고, 계속 공부할 생각이  없었기에 나는 회사에 취직해 직장인이 되었다. 그렇기에 [시마과장]은 내게도 아주 재밌는 만화였다.

어느 직장에도 있을 계파(라인의 문제),  남의 성공에 시샘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직장인들, 자신의 무능력에 좌절하기도 하고 반대로 조직의 성공에 편승하기도 하는 직장 생활의 면면이 생생한 드라마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시마과장]은 직장인의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오히려 환타지에 가깝다.

특별히 작업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절세의 미인들이 척척 달라 붙는다. 그녀들은 나와 뜨거운 잠자리를 나누고 쿨하게 제갈길을 간다. 그러나 그녀들의 가슴에 나는 영원한 연인으로 남아 있다. 재회할 수록 그녀들의 아쉬움은 커져 간다. 한편 그녀들은 교묘하게 내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와 연결돼 나의 성공을 내조한다. 남성의 환타지이다.

내가 존경할 수 잇는 훌륭한 상사가 있다. 능력있고, 공명정대한 그 상사와 난 서로 흉금을 터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이다. 그 상사는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고, 자연스레 나를 이끌어 내게도 승진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직장인의 환타지이다.

낮에는 직장에서 시달리고 밤에는 가장으로서 의무에 시달리는 우리 남성들. [시마과장]은 다행히 어느날 아내가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며 별거를 선언한다. 얼마 후 남자가 생겨 이혼을 요구한다. 이제부터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가 시작된 것이다. 아내의 귀책사유로 이혼했기에, 예쁘게 잘자란 딸 아이는 언제나 아빠편이다. 외로울 수 있는 명절이나 쉬는 날, 언제나 딸이 찾아 오고, 딸이 없을 때는 여러 여자들이 나를 외로울 틈이 없게 만든다. 중년 남성의 환타지이다.

[시마과장]을 읽고 있을 때, 다행히 아내와 아들은 아빠를 내버려 두었다. 가족이 만들어 준 달콤한 휴식시간에 남편은 만화 속에서 환타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그러고 보니, 나에게는 가정이 휴식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현실은 씁슬하고 세상은 쉽지 않다. 모든 것이 바라는 대로 해결되는 [시마과장]의 세계는 그래서 환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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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4-03-0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그 환타지 속 세상이 좋았는감? 영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