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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거짓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월
평점 :
스토리는 빈약하다. 그러나 독서의 즐거움을 주는 소설이다. 한 집안의 가족사와 형제의 갈등이 얽혀있고, 여기 주인공이 제작 중인 영화의 일정이 고봉처럼 얹혀져 있다. 그럼에도 독자가 쫒아가는 스토리의 구조는 빈약하다. 그래서 실망하는 독자들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소설가로서 은희경은 어쩌면 이제 영화 감독으로 치자면 박찬욱과 같은 인물이 된 것 같다. 내게 박찬욱은 이야깃꾼이기 보단 스타일리스트로 정리되어 버렸다. '금자씨'에 이르러 그의 영화는 이야기는 약해지고 스타일만 남은 느낌이다. 은희경의 '비밀과 거짓말'은 이처럼 플롯의 힘이라가 보다는 작가의 스타일로 버티는 작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스타일이 대단히 세련되고 맛갈져 글 읽는 재미가 있다.
이야기도 캐릭터도 별 것 없지만, 작가의 재주만은 감탄을 토하게 한다. 그 능수능란한 글발에 독자는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은희경의 새 작품이 그녀의 이력에 큰 돌을 얹을 성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의 재능을 능가할 새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이 나는 결코 과하지 않는 믿음이라 생각한다.
스타일과는 상관 없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온 달러 베이비]는 박찬욱이 닿지 못하는 감동과 힘이 있다. 은희경에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뚝심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