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 일상생활 속에 숨겨진 아랍.무슬림의 문화코드 읽기
엄익란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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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문화입니다. 한국에는 무슬림이 얼마나 될까요?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은 약 14만 여명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한국인은 약 3만 5천명이구요. 생각보다 많은 무슬림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지요?

한국인 무슬림은 학문의 목적으로 이슬람교에 입문한 사람도 있고, 배우자가 무슬림이어서 이슬람교를 받아들인 사람도 있으며, 1970년대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건설현장에 나갔다가 무슬림이 된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소수이지만, 1950년대에 이슬람을 받아들인 사람들도 있는데 한국전쟁 때 파병되었던 터키 군의 영향으로 이슬람으로 개종하였다고 합니다.


엄익란이 쓴 <무슬림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는 중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가 일반인을 위하여 쉽게 풀어 쓴 무슬림 문화 이야기입니다. 엄익란은 이슬람을 이해하기 위한 첫 단추로 이슬람, 중동, 아랍이라는 단어를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슬람, 중동, 아랍은 서로 다른 개념

사람들은 대부분 이슬람지역, 중동지역, 아랍지역이라는 개념을 혼용해 사용하지만, 세 개념은 명백하게 서로 다르다는 것 입니다.

“‘이슬람’은 무슬림이 많이 분포된 지역의 종교적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이다. ‘중동’은 유럽, 특히 영국을 기준으로 그 동쪽에 위치한 지역의 지정학적 특성을 반영하는 용어이고, ‘아랍’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민족적, 문화적인 특징을 표현하는 용어이다.” (본문 중에서)



오늘날 무슬림은 전 세계 약 57개국에 많게는 약 16억, 적게는 약 13억이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무슬림은 낙태를 권장하지 않으며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1950년 이래 반세기 동안 무슬림 인구는 약 4배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는 무슬림을 적대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미국이나 유럽지역에서 무슬림은 기독교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종교입니다. 미국의 무슬림 인구는 약 500만, 유럽은 약 1500만에서 2000만으로 추정되며, 2025년이면 유럽 인구의1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신생아 4명 중 1명은 무슬림인데, 프랑스인 사이에는 ‘노트르담 사원이 언젠가 이슬람 사원으로 바뀔 것’이라는 뼈있는 농담이 유행하기도 하였답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무슬림은 넓은 지역에 분포해 있으며 다양한 민족의 종교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입니다. 따라서 이슬람 문화를 단일한 문화로 간주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는 것이지요. 그 예로 여성 할례의 경우에도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 일부의 무슬림여성에게만 이루어지는 일인데, 이슬람 문화로 속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에서는 여성의 할례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기 때문에 무슬림 여성들의 할례를 이슬람문화로 보기 어렵다는 것 입니다. 이슬람 이전부터 존재했던 토속문화와 융화되어 전승된 문화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 무슬림 문화로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이지요.

수니와 시아는 어떻게 다른가?

이슬람교의 종파는 크게 수니와 시아로 나뉜다. 수니 무슬림은 전체 무슬림 인구의 약 85~90%를, 시아 무슬림은 약 10~15%를 구성합니다. 소수인 시아 무슬림은 지리적으로 이란, 이라크, 바레인, 쿠웨이트를 포함한 걸프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수니와 시아는 역사와 신학 그리고 문화의 뿌리도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

“수니와 시아 무슬림이 서로 나뉘게 된 역사적 배경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망한 후 칼리파 직 승계에 대한 논쟁에서 비롯된다. 후계자를 둘러싼 두 종파간 가장 큰 견해차는 지도자 추대시 혈통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부족의 전통인 선출제를 따를 것인가였다.”(본문 중에서)

당시 다수는 선출제를 지지하였으나 일부 무슬림들은 예언자의 혈통인 알리와 그 후손만이 칼리파 직을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들이 ‘알리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시아 무슬림이 되었다는 것이다.

수니와 시아 무슬림의 칼리파직 승계를 둘러싼 갈등은 680년 카르발라 전투에서 극에 달하였는데 전쟁은 시아 무슬림의 참패로 끝났다고 합니다. 이후 역사의 승자는 항상 수니 무슬림으로 간주되었고, 시아 무슬림은 정치, 경제적으로도 억압, 차별을 받았다고 합니다.

수니와 시아 무슬림은 서로 융화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서로 결혼도 하지 않을 만큼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고 종교의식도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이라크와 같은 지역에서는 종파간 갈등이 테러와 내전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 입니다.

이스람 관습,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이다

미국 대통령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과연 무슬림일까요? 오바마 대통령의 케냐 출신 생부와 인도네시아 출신 양부는 모두 무슬림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의 중간 이름은 무슬림을 떠올리는 ‘후세인’입니다. 실제로 선거운동 기간에 오바마를 공격하는 진영에서는 그가 무슬림이라는 주장을 한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바마는 과연 무슬림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실제로 오바마는 진보파 개신교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오바마가 무슬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무슬림의 전통 때문이라고 합니다.

무슬림 전통은 아버지의 종교는 자녀에게 자연적으로 계승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무슬림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기독교인이 아니라 무슬림이라는 것이지요. 아버지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아들인 오바마 대통령도 무슬림이라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을 무슬림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그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여러 징후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하드’ 그리고 변화하는 이스람 문화

많은 사람들이 이스람의 지하드, 즉 성전을 무슬림의 의무사항으로 알고 있고 종종 무슬림을 테러리스트 규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슬람의 지하드는 전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지하드는 ‘자하다jahada’ 즉 ‘노력하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라고 합니다. 따라서 지하드는 전쟁 자체를 뜻하기보다 ’진정한 무슬림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입니다.

지하드를 실천하는 방법 역시 다양한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전쟁시 지하드를 실천하는 길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다양한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무슬림들은 전쟁이나 외부의 침입에 대항하여 이슬람 지역을 지켜내고 이슬람을 타 지역에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것을 모두 지하드의 길이라고 본다는 것.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지하드는 무슬림으로서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 라마단 금식에 참여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지하드라는 단어를 테러와 전쟁으로 연관시키는 것도 이슬람문화에 대한 잘못된 오해라는 것 입니다. 

한편,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슬람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교육받은 엘리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소비문화는 서구식소비문화의 깊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신 수영복을 만들고 이슬람 바비인형을 출시하는가 하면 명품 스카프를 히잡으로 이용하고 무슬림을 겨냥한 소프트드링크인 메카콜라를 만드는 등 부정적이고 낡은 것으로 인식되던 이스람 전통문화도 현대의 소비문화와 접목되면 근사하고 멋지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본문 중에서)

특히, 명품 스카프를 히잡으로 사용하는 것은 세계적인 소비문화에 동참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보우베커 같은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쿨 이슬람이라고 부르며 정치적으로 이슬람 정책의 실패 보여주는 근거로 내세우기도 합니다.


개는 악마의 화신

<무슬림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읽어보면 신앙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서구문화와 차이가 나타납니다. 서구에서 반려동물로 인식되는 개만 하더라도 이슬람에서는 ‘악마의 화신’으로 여겨 흉조의 상징으로 본다는 것.

“무슬림은 개가 있는 집에는 천사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무슬림들은 또한 개를 불결한 짐승으로 여겨 지나가다 개와 닿았을 때는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만일 개의 타액이 몸에 묻었을 때는 그 부분을 일곱 번 씻는다.”(본문 중에서)

이러한 문화적 배경 때문에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개뿐 아니라 다른 애완용 동물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엄익란은 이 책을 통해 이슬람의 결혼문화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오해를 바로잡아 줍니다. 이른바 결혼 신랑이 지불하는 결혼 계약금에 해당되는 ‘마흐르’인데, 이슬람 문화권에서 고액의 결혼계약금이 필요한 것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마흐르’가 신부와 그 집안의 명성을 반영한다는 인식을 가질 뿐만 아니라 남편이 아내에게 ‘이혼이야’라고 세 번 선언하면 이혼이 성립되는 혼례문화와도 직접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신부가족은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할 수 있는 장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고액의 ‘마흐르’를 요구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마흐르는 선납과 후납으로 구분되는데, 후납의 경우는 이혼이나 사별의 경우에 지급받는 것으로 일종의 재산분할이나 상속의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서구와 전혀 다른 종교적, 문화적 전통을 지닌 이슬람문화를 소개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왜 이슬람 남성은 수염을 기르고, 왜 이슬람 여성은 제모를 하는지, 왜 아랍에서  외국인 여성이 성희롱의 표적이 되는지와 같은 이유를 분석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한국인이 무슬림을 보는 시각과 그들이 우리를 보는 시각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시각, 서구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이슬람문화를 그들의 기질과 문화적인 특성에 기반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이기도 합니다.

 


이슬람 지역 -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 많이 분포된 지역을 지칭하는 것으로 종교적인 관점에서 지역을 구분한 지역 개념으로 중동이나 아랍보다 훨씬 광의의 개념으로 사용됨.

중동 - 근대 이후 서구의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으로 영국이 식민통치를 위해 아시아를 근동, 중동, 극동 세 지역으로 구분하면서부터 만들어진 개념

아랍 - 아랍은 셈 족이라는 인종학적 정의에 언어적, 문화적, 역사적 의미가 함축된 개념으로 이슬람이 가장 큰 지역 개념이면, 아랍은 가장 협소한 지역개념에 해당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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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휴선 - 쉼, 또 한 번의 쉼, 비움을 통한 채움의 역설
이현주 지음 / 소금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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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쉼, 쉼 비움을 통한 채움의 역설, 이현주가 쓴 휴휴선(休烋禪)


휴휴선 제목부터가 범상치않은 이 책은 우리나라에 하나 밖에 없고, 어쩌면 세계에서 유일할지도 모르는 채식한방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현주가 쓴 책이다. <휴휴선>을 처음 봤을 땐 범상치 않은 제목 때문에 동명이인 이현주 목사가 쓴 책인 줄 알았다.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보고 이내 동명이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채식한방 약국, 한약사, 먹거리, 생명 등의 키워드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저자 이현주는 인천에서 채식주의 한약국,  기린한약국을 운영하고 있고 환경단체, 여성단체, 유기농단체 등의 시민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한 채식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지켜보면서 자본주의 문명의 반생명적 현실과 유물론적 사회운동의 대립적 상황 속에서 비폭력주의 사상에 눈뜨게 된다. 사회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면으로부터 정화되고 각성된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회진출 대신 자연을 가까이 하는 삶을 선택한다. 자연과 교감을 통하여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영적 탐구와 모색의 과정에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한다.

모두 3부로 구성된 <휴휴선>의 ‘제 1부 행복한 아이의 알 수 없는 슬픔’과 ‘제 2부 생명의 길’은 비폭력주의에 대한 각성과 영적 탐구의 모색 과정을 기록한 살아온 이야기이다. 대학에 들어가 이른바 ‘의식화 교육과정’에 속하는 ‘사회과학’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과정과 운동권과 비운동권 사이에서 고민하던 과정 그리고 비폭력주의 사상을 접하게 되는 과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저자 이현주는 먼 길을 돌아와 도시에서 생명주의 사상을 실천하며 사는 직업으로 한약사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인간과 삶에 대한 좌절감을 극복할 만한 대안을 계속 모색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여 한약사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런 삶의 여정이 오늘의 그녀를 만든 것은 분명하다.

음식을 선택하는 것은 마음이다


한약국을 개업하기 전에 금강경을 공부하고, 불교서적과 영적인 수행서적을 탐독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라마나 마하리쉬의 채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마음이 어떤 음식을 맛있다고 생각하게끔 길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비채식으로 뿐만 아니라 채식으로도 필요한 영양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그것이 익히 길든 음식을 원하면 그것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 입니다.”(본문 중에서)

채식이던, 비채식이던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 것은 마음에 있는 일이며, 마음이 맛을 결정한다고 하는 것이다. 육식하는 사람들이 과도한 육식에 대한 비판을 참을 수 없어하는 것도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저자 이현주는 푸드낫밤과 프리건 같은 비폭력운동 단체들의 활동에 대하여 알게 되면서 영적인 성장을 위한 채식을 넘어서는 의미를 발견해나간다.

“채식을 한다는 것이 단지 고기를 먹지 않는 행위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 운동이 될 수 있으며, 이미 그런 삶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본문 중에서)

그녀는 자신의 삶에 가까이 다가온 영적인 수행의 길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채식을 시작하지만, 차츰 그 관심의 영역을 환경문제와 지구적 평화문제로 넓혀가게 된다. <휴휴선> 제 2부는 이런 그녀의 변화과정을 자세히 고백하는 내용이다. 또한 한약국을 통해서 만나는 환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생명의 문제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쌓아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제 3부 채식이야기’는 좀 더 본격적인 채식운동가로 나서게 되는 과정과 채식을 통해 지구생태계를 지켜낼 수 있다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펼친다.

“채식은 먹는 대상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다. 그러나 채식주의는 먹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방식과 가치관의 문제이다.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고통을 전제로 하는 먹거리, 입을거리와 어떤 형태로든 폭력적이고 정당하지 못한, 생태적이지 않은 문화에 대한 선택적인 거부행위이자 생명에 대한 감수성의 문제이다.”(본문 중에서)

저자 이현주에게 있어서 채식은 단순히 어떤 먹거리를 먹느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삶의 전반을 결정하는 생활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변화하였다는 이야기다.

채식주의는 오늘날 가장 바람직한 지속가능한 대안적 삶의 방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채식주의 한약국을 설립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삶의 가치를 실천하는 방식이었다는 것.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생명을 지키는 에너지를 담은 한약을 처방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채식주의 한약국을 운영하게 되는 과정을 고백하고 있다.

채식주의 한약국 설립의 과정에서 ‘녹용 없는 보약은 가능한가?’와 같은 좀 더 전문적인 고민은 물론, 일반 환자들의 관심 영역인 유기농 약재와 수입 한약재에 관한 이야기도 소개되어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한약국

아울러, 영적 수행과 채식에 대한 관심은 한약사인 그녀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자연의학과 이어준다.


“환경과 건강을 살리는 먹거리 강좌의 강사로 때로는 난감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유기농 조합에 가입하라고 강의를 하면서 한약재는 유기농을 사용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런 저런 고민들이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었을 때 내가 만나게 된 새로운 분야가 자연의학이었다.”(본문 중에서)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연의학은 완전한 채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채식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에서 나오는 먹을거리를 바탕으로 건강한 삶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단식을 비롯한 다양한 건강요법을 통해서 병의 근원이 되는 여러 가지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자연요법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기본적으로 몸 안에 독소가 쌓이지 않는 건강한 식사법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을 비우는 것은 자연의학의 첫 걸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쉼, 또 한 번의 쉼, 비움을 통한 채움의 역설’이라고 붙어 있는 이 책의 부제와 가장 잇닿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적인 수행을 위해 시작한 채식을 통해 지구와 생태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 채식주의자가 된 저자는 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채식강의를 통계 좀 더 적극적인 실천 활동을 모색한다.

가족들의 변화와 자신의 채식 강의를 들은 주변사람들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면서 먼 길도 마다않고 강의에 나서고 신문에 칼럼을 쓰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간다.

<휴휴선>에는 저자 이현주가 채식 강의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하려던, 육식의 문제점 특히 동물성 단백질의 문제점과 소, 돼지, 닭과 같은 가축과 가금류의 사육환경에 대한 문제를 통계를 인용하여 고발하고 있다.

“항생제 오남용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가축사료에 섞어 쓸 수 있도록 허가된 항생제는 모두 25가지인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종에 대해 식품 잔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는 상태이다.”(본문 중에서)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은 가축 고기에 사람이 먹어도 되는지를 구분해주는 항생제 잔류 기준 치 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기준이 없는 11종의 항생제 가운데는 임신이 잘 안되게 하거나 저체중 신생아를 낳게 할 수 있는 위험물질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약사의 눈으로 본 육식의 폐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육류에는 영국보다 6배, 미국보다 3배나 많은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의 공장식 축산농장에서 소를 사육하는 미국이나 광우병이 휩쓸고 간 나라 영국보다 더 많은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대적으로 수입 고기보다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국내산 육류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할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휴휴선> 제 3부에는 육식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의 폐해는 물론이고 정제탄수화물 과다섭취로 인한 저혈당문제, 비만을 일으키는 중성지방과 트랜스지방, 그리고 단백질 과잉과 미네랄이 부족한 식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세한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제 4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은 지구환경과 먹거리문화의 연관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살찐 미국고양이를 먹여 살리기 위해 굶주리고 있는 코스타리카 어린이가 어떤 관계망 속에 있는지와 같은 생명의 그물망을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한다.

“미국에서 소비하는 물의 절반 정도가 소와 그 외의 가축사육에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식용가축배설물 양은 전미국인 배설물의 20배에 해당되는데, 이것은 전인구가 수질오염에 기여한 것의 10배 이상에 해당되는 양이다.”(본문 중에서)

“육식은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먹거리이다. 2.5에이커의 농경지에서 생산되는 식품 종류와 인간 에너지 충족비를 비교해보면 소를 기를 경우에 단 1명의 에너지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양배추를 경작할 경우에는 23명의 에너지를 쌀의 경우에는 19명의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다.”(본문 중에서)

따라서 공장식 축산을 그만두고 동물 사료로 소비되는 물과 전력, 그리고 동물을 살찌우는 사료를 사람들과 나눌 수만 있다면 전 세계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고 급격한 기후변화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다.

한약사인 저자는 광우병의 원인과 위험, 최근 멕시코에서 발병하여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신종인플루엔자 문제 그리고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위험에 대해서도 고발하고 있다.

생명운동 하는 채식주의자의 라이프스타일

<휴휴선>의 말미에는 ‘채식주의자’자로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인 이현주가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생활방식이다.


▲ 드라이크리닝을 하지 않는 알뜰하고 평화로운 옷 입기
▲ 밍크코트를 비롯한 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옷 입지 않기
▲ 친환경 저탄소제품 이용하기
▲ 아름다운 가게와 같은 재활용 매장 이용하기
▲ 희귀 동물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 이용 않기
▲ 중금속과 화학제품으로 색과 향을 만든 화장품 멀리하기
▲ 조식폐지와 현미식사 실천하기
▲ 물 넉넉하게 그리고 제대로 마시기
▲ 외식대신 비싼(?) 유기농 채식식단으로 지출 줄이기
▲ 건강을 위한 짧은 단식
▲ 건강한 식사를 위한 재료준비하기
▲ 모기향 없이 여름나기
▲ 이사비용 줄이기
▲ 가정에서 냉난방 에너지 줄이기
▲ 생태적 감수성과 영적감수성 키우기




이 중에서도 건강한 식사를 위한 재료 준비하기에 나오는 세부적인 지침은 독자들에게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다. 그녀는 첫째 기후변화의 주요원인 중 하나인 육식을 줄이기, 둘째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먹기, 셋째 제철음식,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 먹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잘 분해되는 음식을 먹으라고 충고 한다.



 -  이현주가 권하는 건강식사법
① 기후변화의 주요원인 중 하나인 육식을 줄이기
②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먹기
③ 제철음식,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 먹기
④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잘 분해되는 음식 먹기




한약사로서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원리를 통해 우리 음식문화의 특징과 좋은 먹거리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체질을 고려한 음식 궁합 등을 알려준다. 각 장기의 기능저하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먹거리에 관하여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체질에 맞는 잡곡, 체질에 맞는 음식과 약초를 소개해 준다.

<휴휴선>을 쓴 이현주는 사람들이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지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지구를 구하길 바란다고 하는 사티쉬 쿠마르의 글을 인용하고 있다.

“생명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사회에 대한 사랑은 파멸과 우울함보다 강력하다. 우리는 두려움이 가지는 힘에서 사랑의 힘으로 이동해야 한다.”(사티쉬 쿠마르 글 중에서)

생태적인 삶의 방식, 내면으로부터의 평화롭고 행복한 삶으로의 전환과 실천을 꿈꾸는 독자들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책이다. 모든 생명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나로부터 일어나는 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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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 두 교사의 교실 기록으로 들여다 본 초등학교
박남기.박점숙.문지현 지음 / 우리교육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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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 다음엔 스승의 날로 이어지는 5월입니다. 그 중 스승의 날은, 어린 시절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고마운 스승을 떠올리거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날 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날이기도 합니다.

특히, 올 해 처음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 들 사이에서는 노골적으로 촌지를 요구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불만과 스승의 날을 어떻게 넘길지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어떤 선생님이 담임이 될까 하는 기대와 걱정이 아이들 못지 않습니다. 어떤 담임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의 1년 생활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1년 살이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스승의 날이 들어 있는 5월은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이래, 저래 학부모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때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되는 사건 사고를 통해 만나는 교사들은 어이없는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주에도 교생실습 나온 학생들을 성추행한 교사 이야기가 뉴스에 보도되었더군요.

일반적으로 학부모들이 교사라는 직업군을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교실이 아무나 함부로 넘을 수 없는 높은 문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는 물론이고 동료 교사, 심지어 학교장도 담임교사가 맡고 있는 교실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기 때문에 학교와 교사들의 생활을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문지현, 박점숙 선생님이 쓴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는 새내기 교사의 2년간 학교 생활과 교직 경력 30년 된 교사의 교단일기를 발췌하여 엮은 책입니다. 문지현 선생님 일기는 기간제 교사로부터 시작하여 2년간의 '불타는 의욕'이 담긴 교직생활이 솔직하게 기록되어 있고, 박점숙 선생님 일기에는 30년 경력 교사의 내공이 베어나오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매일 매일 출근이 즐거운 행복한 교사.

"기간제 교사를 마치고 방학이 시작된 지 이틀이 지났다. 보고 싶다. 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멀리 보냈을 때처럼 아이들이 보고 싶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으면 다 거짓부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지금 그렇다."

"입 꼬리가 이렇게 무거운지 지난 4개월 동안 모르고 지냈다.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저절로 올라가곤 했던 입꼬리가 어찌 이토록 무거운지. "아침에 자명종이 울리면 피로에 절어 비비적거리다가도 아이들 얼굴이 떠올라 눈이 번쩍 뜨이곤 했다. '오늘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그녀의 일기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학교에 출근하는 것이 즐거운 교사와 만나는 아이들은 매일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이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대부분 아이들은 학교가는 날 보다는 놀토와 일요일을 기다립니다. 물론 가장 기다리는 것은 방학이구요.

어디 아이들만 그럴까요? 선생님들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지현 선생님은 학교에 가는 일, 아이들과 만나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라고 합니다. 교사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라면, 그 교사와 함께 하루를 지내는 아이들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여행 가는 날은 아이들보다 더 신이나고, 눈이 펑펑 내린 다음 날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는 문선생님 모습을 보면 아마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허리까지 올라오는 커다란 눈사람도 두 개나 만들고 땀이 뻘뻘 나게 뛰어다녔다. 교실에 돌아와서는 젖은 양말을 의자에 걸어 두었다. 젖은 바지는 별 수 없이 입고 있어야 했지만 그것도 좋다. 오늘 아이들이 일기장에 쓴 것처럼 눈이 또 많이 왔으면 좋겠다."

영하4도, 눈이 소복이 쌓인 운동자에서 아이들과 섞여 질펀그리는 운동장에서 쌍쌍축구를 하는 선생님은 영락없이 철없는 개구장이 모습입니다. 월드컵보다 재미있다며 심판을 보다 선수가 되었다 종횡무진 하는 선생님, 5대 1로 뒤진 경기를 5대 5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축구에 몰입하는 선생님은 스스로 행복하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선생님입니다.

이걸 어떻게 가르치지?, 나도 못하는데

세상을 살다보면 선생님이 아니어도 누구나 이런 경험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초짜 교사는 자기도 할 줄 모르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자신도 잘 불줄 모르는 단소를 가르치는 장면이나 시범을 보여줄 수 없는 '철봉 거꾸로 오르기' 체육 수행평가 이야기는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대학시절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어려웠던 단소, 나는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 단소 한 곡은 소화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막상 저질러 놓고 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단소를 잘 불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지현 선생님은 아예 아이들에게 단소를 잘 불지 못하기 때문에 잘 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노라고 솔직히 털어놓습니다. 그림을 그려가며 어떻게 단소를 불어야 소리가 잘 나는지를 가르쳐주는 방법을 택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연습할 수 있도록 넉넉한 시간을 주는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모둠을 마다 단소를 잘 부는 아이들을 단소 선생님으로 정하여 연습이 필요한 학생을 가르치게 하고, 단소 선생님을 맡은 아이에게 보너스 점수를 주는 방법으로 아이들이 단소를 익히게 하였다고 합니다.

"체육 수행평가로 지정된 '철봉 거꾸로 오르기' 때문에 한숨만 나온다. '이걸 어떻게 가르치지? 나도 못하는데.' 네가 철봉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매달리기뿐이다. 그래서 일단 지도서를 꼼꼼히 읽어 보고, 인터넷에서 순서와 방법을 찾아보았다."

시낼 수업시간에 그림을 보여주며 순서와 방법을 설명하고, 학급 홈페이지에는 사진과 방법을 따로 올려두는 노력을 하였지만, 설명만으로 할 줄 아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수업은 운동장에서 새로 시작됩니다. 가장 가벼운 아이부터 한 명씩, 교사와 친구들이 서로 밀어서 넘을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마침내 대부분 아이들이 '철봉 거꾸로 오르기'를 익힐 수 있게 됩니다. 초짜 선생님은 '자신이 할 줄 몰라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깨우치게 됩니다. 

30년 경력 교사의 내공이 묻어나는 일기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의 공동 저자인 박점숙 선생님은 30년 경력의 베테랑 선생님입니다. 물론 30년 세월이 흐른다고 하여 모두가 베테랑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박선생님 일기에서는 새내기 교사 뿐만 아니라 경력교사들도 배울 만한 기법과 구체적인 적용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저는 가계부 쓰는 선생님 이야기, 멸치를 상으로 주는 이야기, 그리고 젓가락 데이 이야기에 가장 꽂혔습니다.

"용돈 기입장을 나눠 주고난 뒤 쓰면 좋은 점과 쓰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선생님 가계부 쓰세요?' 평소 말이 없고 행동도 굼뜬 건웅이가 앞으로 나오더니 작은 소리로 물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응, 왜?'하고야 말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로 돌아가는 아이를 보며 선생님은 고민합니다. 다시 불러 사실은 가계부를 쓰지 않는다고 고백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말입니다. 아이의 질문에 거짓말을 한 선생님은 마음이 몹시 불편합니다.

내가 가계부를 쓰지 않는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왜 쓰지 않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이런 고민을 하다가 마침내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결론입니다.

"건웅이를 다시 불러 고백을 못할 바에야 거짓말하고 불편해하느니 차라리 이참에 가계부를 쓰는 게 낫겠다"

일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니 마음이 후련했다. 그리고 "아, 선생 노릇하기 참 힘들다." 선생 노릇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대로 사는 것, 그것이 선생 노릇이라는 것이지요? 우리 학교에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대로 사는 선생님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칭찬 스티커를 주는 대신에 멸치를 상으로 주는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어느날 선생님께 칭찬을 들으며 상으로 받으러 나온 아이들에게 주어진 상은 사탕이 아니라 멸치입니다. 멸치를 상으로 주겠다는 선생님 말씀에 아이들은 자지러지는데, 선생님은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멸치 한 마리를 통째로 입에 넣고 먹어보이며 아이들 더러 따라하게 합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생각보다 먹을 만 하다는 소감을 말하고...칭찬 스티커 대신에 칭찬 멸치가 자리잡게 됩니다. 멸치로 칭찬 스티커를 대신하고, 멸치에 대한 집중 탐구 과제를 해오면서 아이들은 멸치를 대하는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난 멸치를 싫어 한다. 왜냐하면 멸치 먹는 느낌이 징그럽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멸치 먹는 모습을 징그러워하긴 했지만 집에서 한 번 먹어 보니 맛있고 고소하였다."

"냠냠 멸치는 짭짭하면서도 맛있고 군침이 돈다. 하지만 처음으로 멸치 머리까지 먹어 보니 느낌이 너무 안 좋았다. 하지만 눈 감고 먹어 보니 맛이 끝내 주었다. 칭찬에 멸치까지 함께 맛보니 너무 좋았다. 더 열심히 해서 열 개까지 도전해야지. 너무 끝내 준다니까"


이 책에 소개된 아이들 일기입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도 '상'이 되면 아이들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볶은콩을 상으로 주거나 시금치를 상으로 줄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무튼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이 상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 참 놀라웠습니다.

빼빼로 데이를 젓가락 데이로

박점숙 선생님 일기 중에 마지막으로 젓가락 데이 이야기를 소개해드릴까요? 짐작하시겠지만 젓가락 데이는 이른바 빼빼로 데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빼빼로 데이는 그냥 넘길 수 없어 어제 빼빼로 데이에 대한 유래와 문제점을 조사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11월 11일은 젓가락을 닮은 날이라 젓가락으로 콩 집기 대회를 할 것이니 연습을 해 오도록 했다. 바른 쇠 젓가락의 사용이 우리 민족의 두뇌를 발달시켜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다는 얘기도 함께 들려주면서"

물론, 아이들은 이것만으로 빼빼로 사오는 것으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숙제를 해 오면서 과자 회사의 상술에 넘어가지 말자, 돈을 낭비하지 말자고 적어놓고도 결국 빼빼로를 사지 않게다는 결심 대신에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며 우정을 지키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단 번에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키지는 못 하였지만, 빼빼로 데이에 젓가락을 들고 콩 집기 대회를 하는 아이들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과자 회사의 상술 뿐만 아니라 과자 속에 포함된 각종 첨가물의 위험을 알아 갈 수 있는 수업으로 활용할 수 있겠더군요. 아울러 빼빼로 데이 대신에 젓가락 데이로 바꾸어 부르는 것도 참 좋은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년 경력 박점숙 선생님의 일기 중에서 특히 '나의 교육활동 실패기'는 더욱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아이 하나를 남겨두고 체험학습 떠난 이야기, 교재 연구를 하지 않아 수업에 실패한 이야기, 학부모를 외판원으로 오해한 이야기, CD 플레이어 오작동으로 행사를 망친 이야기, 한 아이에게만 상을 몰아 준 이야기들입니다.

이 밖에도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에는 아이들에게 배우는 교사의 모습이 여러 장면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배우고,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사의 모습 말 입니다.

선생님도 칭찬 받고 싶어 한다.

한편, 이 책 말미에는 두 교사의 일기를 통해 학교 현장의 모습과 교사의 성장과정을 분석한 박남기 교수의 글이 있습니다. 이 글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칭찬 받고 싶어 한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우리 교사들을 칭찬할 것을 주문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도 칭찬을 먹고 자라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칭찬, 동료 교사의 칭찬, 학교장의 칭찬, 그리고 학부모의 칭찬이 교사에게 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음을 교단 일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칭찬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학부모의 칭찬, 동료교사의 칭찬에 얼굴 붉히면서도 자신감을 얻어가는 교사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늘 잘하는 아이들도 칭찬 받고 싶어 한다는 구절은 늘 잘 하는 교사도 칭찬 받고 싶어한다는 이야기와 닿아있는지도 모릅니다.

박남기 교수는 부모 교육을 할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 한다는군요.

"지난 한 달을 돌이켜 보아 담임선생님께 감사하다는 편지 글이나 칭찬하는 전화 통화를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다면 전혀 걱정하실 것이 없습니다. 선생님은 그 칭찬 에너지를 받아 즐겁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적이 없었다면 지금쯤 에너지가 고갈되어 힘들어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교육학자인 그는 선생님들에게도 우리 사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당부를 잊지 않습니다. 월급이 적고 업무가 과중하지만,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결코 급여가 적은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학생들의 존경도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 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문제 투성이인 학교를 너무 이상적으로 그려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교사들이 있다는 것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진정한 교사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성장하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동료 교사들에게,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가르침의 깊이을 더해 주는 따뜻한 교육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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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업튼 싱클레어 지음, 채광석 옮김 / 페이퍼로드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제인 구달이 쓴 <희망의 밥상>을 비롯하여 <육식의 종말>, <죽음의 밥상>같은 육식의 폐해를 다룬 여러 책들을 읽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인용되는 책이 있었는데 바로 업튼 싱클레어가 쓴 <정글>입니다.

육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뿐만 아니라 음식 혹은 채식을 때로는 환경을 주제로 한 책들도 <정글>을 자주 인용하더군요.


수많은 책에 자주 등장하는 ‘고전’ <정글>을 꼭 한 번 읽어보려고 인터넷 서점을 여러 번 검색해 봤지만, 늘 ‘절판’으로 표시되더군요. 그런데, 얼마 전 출판사 페이퍼로드에서 업튼 싱클레어가 쓴 <정글> 완역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오래 전, 미국작가 잭 런던이 쓴 <강철군화>를 읽으면서 치열했던 미국 노동운동 역사를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 업튼 싱클레어가 쓴 <정글> 역시 도살공장에서 일 하는 이주노동자 유르기스의 삶을 다룬 과격(?)하고 치열한 소설이더군요.

<정글>은 1906년 2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며 미국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고 합니다. 원래 이 책은 주인공인 리투아니아 출신 이주노동자 유르기스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와서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처절하게 무너지는 과정과 오랜 방랑 끝에 사회주의자로 깨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에 묘사된 육가공 공장의 위상 상태에 분노한 미국인들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앞으로 무수한 항의 편지를 보내 육가공업의 개선을 촉구하였고, 지금과 같이 언론과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지만 당시 미국에서 소시지 판매는 절반으로 곤두박질 쳤다고 합니다.

루스벨트는 직접 조사관을 시카고로 파견하였고, 업튼 싱클레어를 백악관으로 초대하여 면담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책이 출간 된지 4개월 만에 식품의약품위생법과 육류검역법이 제정되었고 이어 유명한 미국식품의약국(FDA)가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식품과 의약품에 있어서 세계기준을 정하는 FDA가 <정글>이 불러일으킨 반향으로 설립된 것이지요.

한국 서점에 <정글>이 없었던 이유

업튼 싱클레어의 <정글>은 미국문학사에서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이후 미국 사회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고 합니다. 훗날 싱클레어는 “나는 사람들의 심장을 겨냥했는데, 어쩌다보니 위에 명중하고 말았다”고 표현한 적이 있답니다.

도축 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비극적인 삶을 조명하기 위한 자신의 노력이 더럽고 비위생적 현실에 대한 대중적 관심으로 폭발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지요. 실제로 정치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회운동가였던 싱클레어는 <정글>의 주인공 ‘유르기스’가 사회주의자가 되는 것으로 자신의 이념적 지향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정글>은 1979년 이래 여러 번 출간되었지만,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1979년, 광민사에서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이었던 채광석의 번역으로 처음 <정글>을 출간하였는데, 이내 판매금지 도서가 되어 아름아름 몰래 읽히는 책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후 우여곡절을 거쳐 1982년 동녘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고, 1991년 같은 출판사에서 다시 완역본을 출간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정글>이라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된 2000년 이후에도 서점에서는 물론이고, 가까운 도서관에서도 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1906년 업튼 싱클레어가 미국에서 책을 출간 한 후 100여 년을 훌쩍 넘기고,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채광석이 1979년 우리말로 처음 번역한 후 30여 년 만에 자유롭게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도축공장, 100년 동안 얼마나 달라졌나?

“도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새끼를 낳으려고 하거나 갓 새끼를 낳은 암소의 고기는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매일 이런 암소들이 상당수 도살장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송아지나 다른 소들 또 숨겨 두었던 조산된 송아지를 도살해서 식용육으로 만들었고, 게다가 그 송아지의 가죽까지도 이용했다.” (본문중에서)

“다리가 부러지거나 배가 찢어진 소는 물론 이미 죽은 소들도 섞여 있었다. 어떻게 죽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소들이 이 어둠과 고요 속에서 처리되었던 것이다. 상처입거나 죽은 소들을 처리하는 사람들은 그런 소들을 ‘다우너’라고 불렀다.......유르기스는 그것들이 냉동실로 옮겨져 다른 고기들과 구별되지 않도록 이곳저곳으로 분산되어 매달리는 것을 보았다.”(본문 중에서)

“마치 요원들을 일부러 전국에 파견해서 절뚝거리고 늙고 병든 소들만을 통조림용으로 끌고 오는 것 같다는 얘기였다. 양조장에서 나오는 술찌꺼기로 사육되는 소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그것을 ‘황소 비슷한 놈’이라고 불렀다. 온통 종기로 뒤덮여 차마 황소라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도살하는 일은 아주 지겨운 일이었다. 칼로 그런 소를 찌르면 얼굴에 온통 더러운 고름이 튀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이런 현실은 100년이 지난 뒤에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TV 프로그램과 책에 나온 자료를 보면 미국 도축공장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다우너’소가 섞여서 도살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또한 술찌꺼기 보다 더 해로운 골육분 사료를 먹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들을 24개월 이전에 도살하여 ‘안전한’ 쇠고기로 판매하는 일이 버젓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료를 살펴보면 <정글> 출간 후 10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미국에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람에게 투여하는 항생제의 양은 연간 300만 파운드, 가축에게 투여하는 항생제의 양은 연간 2460만 파운드에 달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사육하는 닭이 캄필로박터균에 감염되는 비율은 70%이고,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달걀을 먹고 질병에 걸리는 사람은 연간 65만 명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도살당할 때 폐렴에 걸려 있는 돼지의 비율은 70%이라고 합니다. 100년 후에 존 로빈슨이 쓴 <음식혁명>에 인용된 자료들입니다.

썩은 고기가 햄과 소시지로 만들어지는 기적(?)

“화학적인 기적은 어떤 종류의 고기라도 즉, 신선한 고기나 소금에 절인 고기나, 큰 덩어리나, 잘게 썬 것이나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원하는 색깔과 향기 그리고 맛을 낼 수 있다.고 했다.......가끔 상한 햄이 발견되었는데 그 중에는 냄새가 하도 고약해서 도저히 방안에 둘 수 없는 것도 있었다. 그럴 때는 더 강한 화학 약품을 푼 물통에 집어넣어 냄새를 제거시키면 그만이었다.” (본문 중에서)

“소시지용으로 어떤 고기가 사용되는가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불합격품과 오래 되어 허옇게 곰팡이가 슨 소시지가 유럽에서부터 모두 되돌려져 왔는데, 거기에 붕사나 글리세린을 섞어 넣은 후 다른 소시지와 함께 다시 국내시장으로 내보냈다.”(본문 중에서)

“고기가 마룻바닥에 굴러 떨어져 먼지나 톱밥이 묻기도 했다. 그 바닥은 일꾼들이 쿵쿵거리며 밟고 다니고 침을 뱉어내고 하여 병균이 우글거렸다. 몇몇 방에는 고기를 산더미같이 쌓아놓았다. 그러나 말이 창고지 늘 지붕이 새어 빗물이 떨어지고 쥐들이 들락날락거리는 그런 곳이었다........손으로 고기더미를 휙 쓸어 보면 마른 쥐똥이 한 줌씩 묻어 나왔다. 쥐들이 하도 귀찮게 굴어 쥐약을 놓곤 했는데 죽은 쥐와 쥐약 묻은 빵이 고기와 함께 깔때기 속으로 들어갔다.” (본문 중에서)

화학약품을 사용하여 기적을 일으키는 가공식품 산업은 점점 더 발달하고 있습니다. 소시지와 햄을 만드는 작업장은 깨끗하게 위생 처리되는 공장으로 바뀌었지만, 햄과 소시지의 빛깔을 좋게 하고 식감과 맛, 향을 더하기 위하여 100년 전보다 더 많은 식품첨가물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햄과 소시지의 원재료가 되는 가축들은 100년 전보다 훨씬 더 열악한 공장식 사육장에서 길러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가축공장 자본가들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하여  100년 전보다 더 빨리 자랄 수 있도록 품종을 개량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사료와 약품을 함께 먹이고 있습니다.

100년 전 업튼 싱클레어의 <정글>이 미국사회를 뒤흔들어 놓았지만, 100년이 지난 후에도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공장식 사육으로 인하여 O157, 광우병, 조류독감, 구제역 같은 가축질병이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축을 위한 새로운 약품이 개발되고 의료 기술이 발전 하는데도 불구하고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업튼 싱클레어는 모든 원인이 바로 자본의 끊임없는 욕망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글> 이후 100년, 시간이 세상을 바꾸어주지 않는다.

“그 세계는 바로 가지지 못한 자들을 예속시키기 위해 가진 자들이 만든 야만적 질서만이 중요시되는 세계였다. 그는 가지지 못한 자였다. 그에게는 모든 바깥세상과 모든 인생이 하나의 커다란 감옥이었다.” (본문 중에서)

아울러 업튼 싱클레어는 주인공 유르기스와 그 가족들의 삶을 통해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 결코 조금도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 패킹타운에 도착하여 건장한 몸으로 누구보다도 부지런했던 유르기스는 자신감에 충만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자신과 가족들은 조금씩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들은 철저하게 하나도 남김없이 유르기스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갑니다. 열심히 일을 하는 만큼 몸이 병들어 가기 때문에 늙은 아버지도, 젊고 아름다웠던 아내도, 가족들도 그리고 마침내 어린 아들마저도 잃게 됩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온 가족을 이끌고 미국 땅을 밟은 이주노동자는 불과 몇 년 사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자본가들에게 빼앗기는 처절한 고통과 절망 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그리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자신이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패킹타운에 도착한 첫날에 구경한 거대한 오물 처리장도 바로 스컬리의 것이었다. 그는 오물처리장뿐만 아니라 벽돌 공장도 소유하고 있었는데......벽돌 공장에서는 진흙을 파내 벽돌을 만든 다음 쓰레기를 가져다 진흙 파낸 자리를 메우게 하고 그 위에 집을 지어 팔아먹었다....... 그는 또 썩은 물이 고여 있는 깊게 파인 공터도 소유했는데 겨울에 그 썩은 물이 얼어붙으면 이를 베어다 팔아먹었으며... ” (본문 중에서)

가축공장과 소시지공장 뿐만 아니라 오물처리장과 벽돌공장 그리고 오물 처리장 위에 지어진 집들까지 모든 것이 자본가들의 몫이었던 것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유르기스가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난 후에야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에 가난하다’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업튼 싱클레어는 사회주의자가 된 유르기스와 그 동지들을 통해 ‘노동이 자유로운 세상’의 단초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의학이 발전하는 것 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의학지식을 버려진 사람들에게 적용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 입니다.

소설가 방현석은 이 책에 실린 ‘작품해설’에서 “시간이 세상을 바꾸지 않는다” 것을 강조합니다. 업튼 싱클레어가 쓴 <정글>이 100년이 훌쩍 지나서야 겨우 자유롭게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일들이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가 말한 대로 ‘야만적인 실업’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탐욕’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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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 전 세계 인생 고수들에게 배운다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1
막시무스 지음 / 갤리온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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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인생의 목표를 세운다. 돈 많이 벌기, 좋은 직장 구하기, 학문적 업적 남기기, 높은 산에 오르기 혹은 평범하게 살기 등 다양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거나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얼핏 보면 참 쉬울 것 같은 '평범하게 살기'와 같은 목표도 참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인생의 목표를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로 정하였다. 그리고 나름대로 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산다.

그동안 대충 이런 것들을 알아냈다. 적게 소유하기, 적게 먹기, 느리게 살기, 천천히 살기, 날마다 하늘보기 뭐 이런 것들을 찾아냈다.


사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라는 목표를 정해보면 알겠지만, '오늘을 행복하게 살자'는 목표를 정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에 대부분의 날은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내일을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오늘의 불행을 감수하며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것에 관심을 가지면 그날 그날이 조금씩 더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행복하게 사는 지혜 깨닫기

그런데 그냥 행복하게 살 뿐만 아니라 그 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유쾌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

막시무스(나는 처음에 이 사람이 외국사람인 줄 알았다)가 쓴 <막시무스의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이 바로 그 책이다. 인생을 유쾌하게 지낼 뿐만 아니라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지혜가 가득하다.

그들이 삶의 고수라는 것에 쉽게 동의 할 수는 없지만 간디, 고리키, 노벨, 뉴턴, 단테, 로댕, 루터, 마리 퀴리, 만델라, 링컨, 볼테르, 아인슈타인, 슈바이처와 같은 사람들의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모아놓았다.

그들의 삶 속에서 극도의 순간을 경험하는 동안에 찾아내는 삶의 지혜는 간결하지만 핵심을 찌른다. 참 놀라운 것은 이러한 삶의 지혜는 딱히 한 사람만 발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삶을 진지하게 살다보면 그런 지혜를 깨닫는 일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에서는 같은 주제에 대하여, 두 사람의 삶의 고수가 남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사람의 이야기는 짧은 우화도 동화처럼 들려주고, 다른 한 사람의 이야기는 격언처럼 전해준다. 예컨대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는 '부당한 비난에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설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 그 앞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설교를 하던 사람은 남자가 욕을 끝낼 때까지 잠자코 듣기만 했습니다. 마침내 남자가 욕을 멈추자 설교하던 사람이 물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당신이 받지 않았으면 그것은 당신의 것입니까, 아니면 선물을 준 사람의 것입니까?"

남자가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당연히 선물을 준 사람의 것이겠지."

그러자 설교를 하던 사람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당신의 욕을 받지 않을 테니 당신이 한 욕은 모두 당신이 다시 가져가시오." (본문 중에서, 마틴 루터 이야기)

살다보면 다른 사람이 하는 정당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많은데, 루터는 내가 받지 않은 모욕은 나의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마찬가지로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 역시 "비난에 화를 내는 것은 그 비난을 받을 만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막시무스는 자신의 책을 통해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67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전 세계 인생고수들에게 배우다 21꼭지,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 24꼭지, 그리고 오늘은 내게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 22꼭지 이다. 아울러 막시무스의 농담사전에는 74꼭지의 재미있으면서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막시무스의 농담사전에 나오는 '적'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막시무스는 나를 단련시키고, 끊임없이 변화를 강요하며 숨은 능력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 바로 당신의 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만약 당신에게 적이 없었다면 지금 당신 모습도 없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적은 친구 보다 더 필요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적은 당신보다
당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적은 늘 당신의 단점과 허점을 생각한다.
적이 보는 당신의 모습은
당신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다.
적은 당신에게 끊임없이 변화를 강요하며
당신의 신경을 단련시키고
당신의 숨은 능력을 드러나게 한다.
그래서 적은 당신의 인생 도우미다.
만약 당신에게 적이 없다면
당신의 인생은
지금보다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다.
(본문 중에서)


'정치'에 관한 막시무스의 농담 역시 무릎을 탁 치게 만들만큼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는 부패와 무능 혹은 비리를 나타내는 말처럼 되어 버렸다. 그래서 정말 괜찮은 사람들은 진짜 정치를 해야 할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를 싫어한다. 그래서 아마 정치가 이 모양 일 것이다.

정치

좀 괜찮은 사람들은
정치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며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좀 괜찮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권력을 내주고
그들로부터 지배받는 벌을 받는다

이제껏 한 번도 정치에 혐오감을 가지고 정치를 멀리 하는 사람들이, 결국 그들이 혐오하는 정치인들에게 '지배' 받는 '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정말 풀뿌리 민주주의로부터 정치 행위에 대한 직접 참여 뿐만 아니라,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 대신에 정치를 해야 할 사람을 진출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오늘, 남아있는 날 중에서 가장 젊은 날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막시무스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연재해 네티즌 관심과 찬사를 받은 글을 모아서 출판한 것이라고 한다. 유쾌한 지구인 막시무스가 전 세계 인생 고수들에게 배운 사랑, 결혼, 거짓말, 믿음, 실패, 성공, 불안 죽음 등에 대한 현명한 답을 모아서 사람들이 인생을 더 유쾌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스콧 니어링은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였는데, 이 책을 보면, 막시무스는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저자 소개에는 유쾌하게 사는 막시무스가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 챌 수 있는 단서들이 있다.

그는 "넥타이 매지 않기, 날마다 은퇴해서 글쓰기, 일 년에 한 두 주제를 골라 관련된 책 몰아읽기, 밥은 제때 챙겨 먹기, 비행기 타서는 비행기 폭파범이 등장하는 소설읽기, 마음에 있는 그대로 말하기, 날마다 조금씩 더 부드러워지기 등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 하루하루의 삶을 더 유쾌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은 지금 당장 삶을 유쾌하게 만들 수 무언가를 시작해보자. "오늘이 당신에게 남아 있는 날들 중에 가장 젊은 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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