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 너무 멀리 나간 교실 실험
토드 스트래서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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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람들은 전부나치였을까? 당시 독일 사람 중에 나치 당원이었던 사람은 전체 인구의 10%도 안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너무 멀리나간 교실실험 '파도'>는 바로 이 질문에 답을 주는 책이다.

벤 로스는 역사 수업에서 나치의 만행에 대한 역사적 사실 몇 가지를 학생들에게 요약해주었다. “수용소에서 이렇게 나치가 학살한 사람의 수는 여자와 남자 그리고 아이들을 포함해서 천만 명이 넘는단다.”

이어지는 아이들의 질문 “독일 사람들은 전부 나치였나요?” 벤 로스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독일사람 중에 나치 당원이던 사람은 전체 인구의 10%도 안 돼.”

“근데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했지요? 90퍼센트 넘는 사람이 그걸 막을 수가 없었나요.”

“나치가 그렇게 사람을 잡아다 죽이는데, 같은 나라에서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평하게 살 수 있었을까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게다가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주장까지 해요?”

단지 시험을 치르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고 사실을 암기하기만 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심코 놓치고 지나갔을지 모르지만, 인간과 역사의 진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가질 만한 질문이다.

작가인 토드 스트라써는 <파도>를 통해 바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던져주고 있다. 

만약 당신이 천만 명 이상이 죽어간 유대인 학살의 진짜 이유를 알고 싶다면?
역사가 당신 앞에 반복되어도 절대로 나치의 만행에 가담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혹은, 나치의 만행을 눈과 귀를 닿고 외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면?
뿐만 아니라 내 몸뚱아리 속에 잠자는 파시즘 따위는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반드시 이 책 <파도>를 읽어보아야 한다.


<파도>는 왜 나치가 그렇게 사람을 잡아다 죽이는데도 대다수 독일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평하게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에 직접 아이들이 참여하는 교실 실험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현기증 나는 대답을 전해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파도>가 그냥 작가 토드 스트라써의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풀려 나온 소설적 상상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파도>는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는 고든 고등학교(소설에서)의 역사 수업에서 실제 벌어진 일을 각색한 소설이기 때문에 ‘너무 멀리 나간 교실 실험’이라는 수식어가 제목에 붙어있다.

일치와 단결을 가져다준 교실 실험

이 학교의 역사 교사인 벤 로스는 제2차 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에 대하여 침묵하거나 전혀 몰랐다고 하는 독일 사람들의 현실을 아이들에게 경험시켜주기 위하여 새로운 사회실험을 고안해냈다. 그 실험의 제목이 바로 ‘파도’이다.

벤 로스는 어수선하고 무질서하며 자유분방한 자신의 아이들에게 ‘파도’라는 조직의 결성을 제안하는 교실 실험을 시도한다.

“훈련을 통한 힘의 집결”
“공동체를 통한 힘의 집결”
“실천을 통한 힘의 집결”

이것이 바로 ‘파도’를 상징하는 구호이고, 책을 읽는 이에게는 나치의 문양을 빗대었다는 느낌을 주는 ‘파도’를 상징하는 ‘문양’을 제안하고, 그들만의 인사법을 가르친다. 아주 짧은 기간동안에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묘한 일체감을 맛본 후, 순식간에 배타적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기쁨에 빠져든다. 뿐만 아니다.

학교 식당에서 다른 아이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을 수도 없을 만큼 심각하게 따돌림을 당하던 로버트 빌링즈 조차도 ‘파도’ 회원이라는 일체감과 함께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로버트는 ‘파도’ 회원이라는 자부심을 통해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는 놀라운 변화를 보이게 된다.

실험 초기에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들은 만년 꼴지 팀이었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도 맞지 않았던 고든고등학교 축구팀에 ‘일치와 단결’을 이루는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오고, ‘파도’에 속한 아이들은 마치 군대와 같은 규율과 질서를 스스로 만들고 지켜나갈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도자인 ‘벤 로스’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추앙하게 된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rmfkdldjs님, 저는 트렉벡을 걸어주신 정철상의 커리어노트 에서 퍼 왔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파도' 실험을 설계한 벤 로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들이 속출하게 된다. “아무리 숙제를 많이 내줘도 제 날짜에 모두들 제출하고,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질문에 아이들은 숨 고를 겨를도 없이 척척 기계처럼 대답했다” 솟구치는 열정과 무서운 단결력으로 파도는 더욱 힘을 받았다.

그러나,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파도’는 히틀러의 돌격대, 보안대, 소년단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훈련도 소용없고 공동체 역시 의미가 없어, 훈련을 통해 우리는 실천하는 힘을 기르고, 공동목표를 갖는 집단을 통해 목표에 이를 수 있거든.”(본문 중에서)

내 안에 숨어있는 ‘파시즘’이 깨어나면

‘파도’의 “힘이 커지면서 거기에 속한 개인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채 자기 권리를 포기할 뿐만 아니라 엉뚱하게도 자기가 속한 집단 밖의 사람들을 향해서 함께 집단의 권력을 남용하고 점점 그악스러워져 얼마 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몹쓸 짓을 일삼는 그런 과정”을 밟는다.

마침내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파도’에 가입을 권유하며 하급생에게 협박을 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파도’ 멤버가 아니면 고든 고등학교의 축구경기 응원에도 참여 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집단주의와 획일주의가 파도처럼 퍼져나가면서 생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할 뿐 아니라 기본권마저 위협 당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실험을 설계한 벤 로스 조차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파도는 거세게 휘몰아치다가 마침내 그 운명을 다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당황하던 벤 로스는 우여곡절 끝에 ‘파도’ 실험을 마무리 지을 비책을 마련한다. 전국파도운동연합의 결성과 숨어있던 지도자 공개를 약속하며 전 회원을 체육관에 집결시킨다.

강당에 모인 아이들 앞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숨어있던 파도의 진짜 지도자는 ‘아돌프 히틀러와 그에게 환호하며 충성을 맹세하던 젊은 나치’였다. 벤 로스는 아이들이 어떻게 죽을힘을 다해서 나치가 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었는지를 깨우쳐 준다.

“너희는 저 히틀러 소년단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던 거야. 평등한 세상을 위해서 저런 제복도 입었을 테고, 팔을 높이 올리며 ‘하이 히틀러!’도 크게 외쳤을 거야. 같은 편이 아닌 친구들은 감옥이나 수용소로도 보냈지.”

처음 히틀러와 2차 대전에 대한 수업을 하면서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역사상 벌어진 일이 다시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어느새 파시스트가 되어 있었다.

“설마 너희가 파시스트가 될 줄은 몰랐지? 너희 안에 파시즘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지? 수업 중에 나치의 역사를 배울 때 너희들은 내게 물었어, 독일인들은 왜 죄 없는 사람을 수백만이나 잡아다 죽여 버렸냐고?”

벤 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파시즘을 이기는 길은 “나의 말과 행동을 살펴보고 집단의 목표를 위해 나의 권리를 포기하는 일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늘 묻는 버릇을 가져”야 한다고.

<파도>를 우리말로 옮긴 김재희는 독일에서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은 이 책이 한국과 일본 학생들에게도 꼭 읽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았다고 한다.

독일이 통일될 무렵 리햐르트 폰 바이체커 독일 대통령은 “과거에 눈감는 자는 현재에 대해서도 눈멀게 된다. 비인간성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 자는 새로운 감염의 위험에 놓이기 쉽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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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을 꿈꾸며 - 19세기 서구 여인들이 찾아 떠난 동방의 매력
바바라 호지슨 지음, 조혜진 옮김 / 말글빛냄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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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와 20세기 초에는 서구사회보다 동방이 여인들에게 더 자유로운 곳이었을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 동양여성들은 사회와 격리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제약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동방을 꿈꾸며>에 등장하는 많은 서구 여성여행자들은 동방에서 자유를 느꼈다고 한다.

바바라 호지슨의 <동방을 꿈꾸며>는 1717년부터 1930년까지, 오스만제국이었던 많은 나라들을 다녀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살펴본 후 씌어졌다고 한다.

지금 이집트,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 터키와 같은 나라들이 된 동방에서 서구 여성들은 자유를 찾았다고 한다.

무엇이 그녀들에게 자유를 주었을까?  그녀들에게 자유를 준 것은 익명성이 아니었을까? 주변 사람들의 익숙한 시선으로 벗어나면서 자유를 찾은 것은 아닐까? 국경을 넘어 다른 사람들이 사는 땅에서는 기존의 제도와 관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이 시기에 서구 여행을 떠났을까? 대략 350명이나 되는 여인들이 세로운 세계인 동방여행에 나섰다. 그냥 여행을 다녀왔을 뿐만 아니라 여인들은 자신들의 여행을 기록으로 남겼다.

1839년부터 1920년까지 동방 여행에 대하여 여성들이 쓴 책은 200권이 넘는다고 한다. 여성 여행자들이 쓴 기행문은 늘 대중의 인기를 누렸다는 것이다.


바바라 호지슨은 ‘스탠호프’ ‘제인 딕비’, ‘루시 더프 고든’, ‘카운티스 아이다 폰 한한’, ‘로지타 포브스’, ‘이사벨 버튼’, ‘몽테규 부인’ 크리스티나 디 벨지오조소 공주, 거트루드 벨, 아이다 파이퍼를 비롯한 많은 여성들의 여행기와 책들을 두루 살펴보고, 그들의 여행방식, 의상, 여행 동기, 태도,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식, 동양남성들의 매력에 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여행을 통해 발견하는 ‘자유’

비록 동방이 아니어도 여행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는 경우가 많다. 루이자 젭은 여행을 통해서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여행을 하면서 근본적인 것과 직면하게 된다. 거추장스러운 가식은 던져버리고, 벌거벗은 현실에 벌거숭이가 된 나 자신이 있었다. 비를 맞거나, 춥거나, 배가 고팠던 그 경험을 잊을 수 없다. 나는 아마도 영원히 그 기억을 간직할 것이다. 이내 다시 관습에 얽매이게 될 때면 진실과 거짓에 대해 구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무튼 역설적이게도 더 자유로운 지역에서 온 서구여성들은 대부분의 여인들이 사회와 격리되고, 남편에게 구속당하면 살아가는 동방에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동방 여행은 여성들이 인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육 수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여성들은 정식 교육을 덜 받은 동양 여성들과 자신들을 비교하면서, 이전에는 충분하게 교육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지식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아버지나 남편을 따라 동양에 이주해 살면서도 이전의 낡은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여성들도 있었다. 그러나 1860년대에 시리아를 여행했던, 이사벨 버튼은 "한 번 동양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여자는 다시는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동양을 여행할 때에는 거의 남성들처럼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자유를 맛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동방에 온 여성들은 서양에 있을 때 익숙했던,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매일 매일 배를 임대하기 위해 협상해야 했고, 안내인을 고용하고, 짐을 운반하는 계약을 통하여 익숙하지 않던 외국어도 구사해야 했다. 동양 남성들은 여성들을 존중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본문 중에서)

“즉 여성들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할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사람(동방남자)들은 그 말에 따랐다.”(본문 중에서)

서양에서 온 여인들은 동방 여행을 통하여 자유를 발견하게 되고, 그 자유를 누리게 되었던 것이다. 지구상에서 여인들이 자유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이 있지만, 그 당시 동방은 지리적으로 유럽과 가까웠을 뿐만 아니라, 자유 이상의 무언가를 주었다.

이국적인 매력, 자유로운 옷, 진심이 담긴 대접을 받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개발되지 않은 땅이었던 것이다.


동방남자와 서구여인의 사랑

바바라 호지슨이 <동방을 꿈꾸며>에서 200여 년 전에 동양을 여행한 여성들은 모두 여행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제약에 도전장을 던진 여성들이다. 바바라 호지슨은 이 여인들이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드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여인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이 여인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은 철저히 자기 자신의 한계뿐이었다. 여성들은 자신에게 놓여진 이 한계를 극복해 나가면서 자신의 세계, 아니 이 세상을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책을 덮을 즈음 작가의 결론과 같은 마지막 구절을 읽으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 땅의 여인이 자꾸만 떠올랐다. ‘걸어서 지구를 세 바퀴 반’ 돌았던 여인, 세상을 더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지도 밖으로 행군’을 떠난 그 여인 말이다.

<동방을 꿈꾸며>에는 여행 방법, 잠자리, 먹을거리, 목욕과 생리, 여행의 위험, 복장에 관한 관습과 변화뿐만 아니라 특별히 동방을 사랑한 작가와 미술가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동방의 남자들과 서구의 여인이 어떻게 사랑과 우정을 나누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상세하게 나온다.

아울러, 북디자이너 겸 작가라는 바바라 호지슨의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은 수많은 여행기와 책을 읽고 동방 여행에 나선 여인들의 ‘자유’를 찾아냈을 뿐만 아니라 진귀한 사진과 삽화, 스케치를 풍부하게 곁들여 200여 년 전 동방의 풍물과 여성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너무 많은 이름이 나온다는 것이다. 낮선 외국사람들의 이름이라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혹은 서구인인지 동양인인지를 금방 알아챌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뿐만 아니라 동방 여행을 떠났던 수많은 여인들의 이름이 나온다. 잠시만 마음을 놓아도 앞서 나온 여러 여인들 중에서 어느 여인이었는지를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책을 읽는 동안 각 인물별로 간단한 소개가 따로 되어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많은 지명 때문에 자꾸만 흐름이 끊기는 아쉬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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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담은 교육활동
우리교육 엮음 / 우리교육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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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교육에서 엮은 <사진으로 담은 교육활동>

‘속 터지는 교육정책’을 진단하는 YMCA 시민논단에서 한국해양대학교 김용일 교수는 “ 2MB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맞서는 해법은 결국 학교현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특히, 전교조는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였다.

물론, '3불(기여입학제․본고사․고교등급제) 정책' 폐지도 막아야 하고, 역사교과서 왜곡도 내버려둘 수 없지만, 학교 현장에서 날마다 이루어지는 수업과 학생, 학부모와 이루어지는 교육적 상호작용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교조 해직교사들과 함께 시작한 교육잡지 <우리교육>에는 묵묵히 학교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폭넓은 교육적 상호작용을 일구어가는 교사들의 사례가 적지 않게 소개되고 있다. 40여명의 교사들이 직접 경험한 10년 교육활동 사레를 담은 <사진으로 담은 교육활동>이 바로 그런 책이다.

학교와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오고가고 경쟁을 통해 학교와 아이들이 서열화 되고, 가르치고 배우는 즐거움이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에, 사례 하나하나에 선생님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긴 교육활동을 소개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사진으로 담은 교육활동>은 1998년부터 월간 <우리교육>(초등)에 연재한 ‘사진으로 담은 교육 활동’을 한권으로 모아 엮은 책이라고 한다.

“지식 교육만을 강조하는 우리 학교 현장에서 오감을 활용하고, 몸을 움직이는 교육활동을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들을 발굴하여, 그 과정과 결과물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아낸 꼭지입니다. 이 속에는 보다 나은 교육활동을 위해 고민해 온 선생님들의 철학과 함께 한 아이들의 숨소리와 웃음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책을 펴내며 중에서) 

<사진으로 담은 교육활동>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0년 동안 <우리교육>에 실었던 기사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계절 변화와 학교 한해살이를 연결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하여 엮었다고 한다. 

즐거운 공부, 꿈을 담는 과제장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느낄 틈이 없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교감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고 학급의 한 해 살이 흐름을 잘 탈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계절의 고유활동, 시작 하는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활동, 학기말에 놓치기 쉬운 리듬을 회복시켜주는 활동,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활동으로 나누어 엮었다고 한다. 

봄 활동 편에서 소개하는 ‘우리아이들의 꿈을 담는 과제장’은 30년이 넘는 교단 생활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독특한 학습활동을 실천하고, 이 속에서 나온 아이들의 정성을 소중하게 모아 온 인천 문남초등 김영윤 선생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김영윤 선생님 경험을 소개하는 ‘아이들과 만드는 꿈을 담는 과제장’에는 봄에 피는 꽃 수집하여 말리기, 나무의 싹트는 모습 관찰하기, 봉숭아꽃 물들이기, 과일과 채소 씨앗 모으기, 가을 논 밭 관찰, 여러 가지 곡식 모으기 같은 ‘자연과 교감하는 활동’, 가족여행 경험, 엄마, 아빠, 형제를 소개하는 활동을 담아내는 ‘우리 가족 사랑지수는 얼마나 될까?’ 같은 활동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김영윤 선생님이 담임을 맡았던 “초혜는 1년 동안 자신의 생활이 담긴 앨범을 시집갈 때 혼수품 제 1호로 가져갈 거라며 고이고이 간직 하겠다”고 해서 선생님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처음엔 학부모들이 귀찮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들이 협력해주고,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학습꾸러미(꿈을 담는 과제장)을 소중한 보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 내가 만든 책, ▲ 걸개그림 만들기, ▲ 색종이로 꾸미는 띠벽지, ▲ 풀잎으로 만들기, ▲ 천연염색, ▲ 종이접기 같은 미술 수업을 응용한 활동, 그리고 교실과 학교 자투리 공간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식물과 동물 곤충을 기르는 ▲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교실 만들기 같은 활동이 소개되어 있다.

또한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는 ▲ 스프링쿨러 만들기, ▲ 간이분수대, ▲ 움직이는 동물장난감, ▲ 풍선자동차, ▲ 로켓 만들기, ▲ 풍선호버크라프트, ▲ 바람 없이 돌아가는 바람개비 만들기 같은 활동들도 담겨 있다. 아이들은 과학 지식을 이용하여 재미있는 놀잇감을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과 과학으로 넓히는 체험 확장

<사진으로 담은 교육활동>이 일선 교사들에게 유익한 사례모음이 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수업을 조금만 더 확장시키면 훨씬 더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서툴어도 자기 개성에 맞게 표현해 보는 경험, 직접 손으로 만든 놀잇감으로 실컷 놀아보는 경험, 놀이에 숨어있는 과학의 원리를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경험......”(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이 책은 교과서를 벗어나서 자연과 과학을 통해 아이들의 경험 세계를 확장시켜주는 선배 교사들의 비법(?)을 모아놓은 책인 셈이다.  

또한, 아이들과 수업에 써먹을 수 있는 사례들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재량시간, 특별활동시간, 미술시간, 토요일 전일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사례를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교육활동 하나하나에 담긴 교사들의 앞선 고민과 노력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첫 출발하는 선생님이라면 꼭 필요한 실용서임에 분명하다.

또한 아이들 수준에 따라 적용 방법만 조금씩 달리하면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선생님에게도, 그리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연령의 아이를 둔 학부모들에게도 유익한 책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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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탄생 - 몸, 그 안에 새겨진 근대의 자국
이영아 지음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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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하자는 주장이 공공연히 시작된 것은 언제일까?

1
920년대에 지금으로 치자면 '아우성'의 구성애씨 같은 혁명적인 주장을 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배화여고 교사였던 김윤경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잡지 <동광>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성욕만족'을 묻는 학생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대답하였더니, 학생이 오히려 수치심을 느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교사가 성 문제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거나 금기시하는 태도가 청년들에게 성에 대한 왜곡된 의식을 심어 줄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소년 소녀들에게 성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구성애씨 주장이 혁명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에게 운동을 하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성욕을 억제하라고만 하지 않고, 포르노그래피를 보거나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등의 성욕분출을 일면 긍정하였다는 점이라고 한다.

1920년대 김윤경은 "성욕은 귀중하고 신성한 것이며, 더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임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성교육을 하지 않으면 왜곡된 성의식이 싹트고 성욕 금기화를 가져와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김윤경의 '성교육의 주창'
소년 소녀들에게 성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 화류병을 현저히 만연시킴
▲ 비밀해산(解産)이 허다하여짐
▲ 사생아가 매년 증가하는 일
▲ 화류계가 번창하고 공창이 증가됨
▲ 사창 박멸이 표면뿐이고 속으로는 늘어 감
▲ 불량 소년 소녀의 늘어감
▲ 간음죄, 강간죄, 중혼죄, 매합죄
▲ 외설죄가 늘어 감
▲ 낙태, 영아 살해, 영아 유기들이 늘어 감
▲ 치정, 질투, 원한들로 생기는 살인, 강절도, 상해, 협박, 방화가 늘어 감.
▲ 자살, 정사, 신경쇠약, 히쓰테리, 광포(狂暴)가 늘어감.
▲ 낳은 자녀의 조사(早死), 불구, 병약, 천치들이 늘어 감.
▲ 도착 성욕의 온갖 비행(동성, 음행, 성적 항진병, 음학광, 음학적 흉살광, 시간, 시호, 수간, 수동적 음학광, 성적 광수, 음부 노출광들)의 늘어감
- 김윤경,<동광> 제 11호, 1927. 3.




김윤경은 성욕에 자극을 주는 일을 피하도록 하기 위하여, 피로할 만치 운동을 권하고, 술이나 담배 같은 자극을 막고, 소설, 연극, 활동사진으로 진서, 밀화를 관람, 탐독하는 것을 막는 것과 부지중에 생식기에 의복이나 수족의 우연한 접촉 결과로 수음의 악습을 유도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방편을 제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관점으로 보면, 김윤경의 주장에는 다소 어이없는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략 20세기 말까지 성교육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김윤경은 금기시되어 있던 성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대표 인물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이영아가 쓴 <육체의 탄생>에 나오는 흥미로운 이야기 한 대목이다. <육체의 탄생>은 근대기 한국사회가 '인간의 몸'을 어떻게 이해하기 시작하였는지를 밝히는 책이다.

지은이는 "현대사회에서는 한 개인이 '어떠한 몸을 가졌는가' 하는 것이 그 개인의 능력과 잠재성, 사회적 계급적 위치, 나아가 품성까지 규정한다"고 보고 있다.

"몸은 이제 조절․통제․변형이 가능한 하나의 '대상'이자 '자산'으로서 관리․정비되고 있으며, 각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표시하는 하나의 '기호'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높은 사회적 계급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운동, 의학, 식이요법, 미용관리, 규율화 된 생활 등을 통해 몸을 '관리, 통제'하고 있다."(본문 중에서)

바로 제도교육의 훈육체제나 웰빙, 몸짱, 건강염려증, 외모지상주의, 성형중독 등이 바로 몸의 능력과 잠재성, 사회 계급적 위치, 나아가 품성까지 규정하는 대표 사례들이라고 한다.

나는 내 몸의 진정한 주인인가?

사람들이 몸을 통해서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몸에 의해, 몸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해야 내 몸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을 딛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지은이 자신을 비롯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토록 '몸속에 갇혀' 살고 있는 이유와 그 기원을 찾아가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영아가 쓴 육체의 탄생은 사람들이 육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우리사회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몸은 사회적 지위를 표시하는 하나의 '기호'로 작동하고 있는데, 이 책은 지금과 같은 몸 인식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된다.

근대 이후 몸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하여, 시체를 파헤쳐서 증거를 찾는 일, 몸과 마음은 하나 혹은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있다는 사고의 흐름을 쫒아간다.

전통사회에서 몸이란 있었지만 모른척, 없는 척 취급되어 왔다고 한다. 오랜 역사동안 몸은 정신보다 덜 중요했고, 그거 은밀하거나 하찮은 것이었고, 딱히 마음 혹은 영혼과 분리되어 독립된 가치를 지닌 존재도 아니었다고 한다. 따라서 주목할 대상도 못 되었다는 것이다.

<육체의 탄생>은 바로 근대기 몸에 대한 가치가 변화되는 시점과 이유에 주목하고 있는 책이다. 언제부터 몸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는지, 전통적인 유교 이념 안에서 몸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미 죽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인식되었던 부검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은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주목한다. 기록에 따르면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 이미 부검에 대한 기록이 있지만, 이 땅에 해부학이 도임된 것은 20세기 초반이었다고 한다.

해부학이 도입되는 때가 되면,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는 인식이 "시체 해부를 참을 수 없는 잔인한 처사라고 하지만, 죽은 한 사람의 몸에 가하는 잔혹함은 후세의 수많은 생명의 행복을 위하는 길"로 바뀌게 된다.

오늘날 장기기증이나 시신기증 같은 일이 조금씩 확산되는 것 역시 근대 이후 육체에 대한 인식 변화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것이다.

사회진화론, 강한 인간의 논리 확산

그리고,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철학으로서 사회진화론을 받아들일 수 있는 토대가 되었고, "이 세계에는 강한 인종과 미개한 약한 인종이 있다"거나 "약한 인종은 강한 인종의 지배를 받거나 멸망하게 된다"는 논리가 확산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특히, 우등한 인종이란 발달되고 건강한 신체를 기본조건으로 하고 있고, 뇌 연구를 통하여 인간의 능력이 몸에 기초하고 있다는 생각이 널리 확장되면서 '몸'은 과거보다 유난히 더 중요하게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단발, 조혼거부, 개가와 같은 사회문화적 변화들은 모두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체의 탄생>은 몸에 대한 이러한 인식 변화를 바탕으로 하여 전통의학이 서양의학에게 자리를 내주는 과정, 외과수술이 도입되는 계기, 위생과 생리학을 비롯한 몸을 둘러싼 학문의 변화를 추적한다.

또한 마음 수양에 중점을 두었던 전통사회에서 몸을 수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변화과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몸수련, 체조, 운동이 근대문화로 자리잡는 과정과 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과정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런 변화를 확인하기 위하여 많은 문헌과 근거자료를 찾아내어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근대 소설을 통하여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근대 신소설이 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소설속 주인공들의 몸에 새겨진 근대의 자취들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신소설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근대가 추구하는 몸의 조건들을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근대기에 발표된 신소설을 통하여, 여성을 중심으로 한 성도덕의 변천과정과 혼인제도의 변화과정,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행복해질 자격이 없는 여성으로서 첩, 간음녀, 악비, 뚜쟁이, 기생에 대한 사회적인식 변화가 신소설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근대의 몸을 보는 흥미로운 시선

<육체의 탄생>은 2005년에 <신소설에 나타난 육체 인식과 형상화 방식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영아의 논문을 토대로 씌어진 책이다. 지은이는 국문학 연구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재미있어 할 수 있도록 논문을 '헤쳐-모여'시키고 흥미로운 자료들을 추가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신소설을 꼼꼼히 분석하는 본문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재미있는 사료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현미경'이라는 이름을 붙여 당대 문헌과 기록들을 찾아서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구체이면서도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 소설동의보감에 나타난 오류들
▲ 최초로 쌍꺼풀 수술을 받은 오엽주
▲ 성교육 논쟁 - 문사들의 성의식, 성교육관
▲ 운동하면 골병든다 vs 운동하면 건강해진다
▲ 발정기 소년 소녀들에게 성교육을
▲ 스타 임성구를 따라 신파극 레퍼토리 읽기
▲ 신소설 이제는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기도 한다.
▲ S라인의 탄생 - 얼짱 보다는 몸짱이 좋다
▲ 우리나라 연극 최초의 여배우?
▲ 미인은 살인을 해도 용서 받는 세상 - 김정필 살해사건
▲ 20세기 초 남성 유명 인사들이 말하는 이상형?

이 책에서 찾아낸 20세기 초 남성 유명 인사들의 이상형은 이렇다. 이광수는 "얼굴은 둥글둥글한 타원형의 윤곽에다가 눈은 어디까지든지 크고 쳐진 듯 하며 코나 귀가 복스럽게 예쁘고 살결이 하얀 분"을, 현진건은 "키가 조금 큰 듯하고 목선이 긴 여자가 좋다"고 한다.

현진건은 제아무리 얼굴이 예쁘장하고 몸맵시가 어울려도 키가 땅에 기는 듯하고 목덜미가 달라붙은 여자는 보기만 해도 화증이 난다고까지 표현하였다. 김동인은 "강변에 늘어진 수양버들 같은 여성을 좋아하며, 키도 후리후리하게 커야 좋다"고 하였단다.

몸에 대한 나의 인식을 비춰보는 거울

<육체의 탄생>을 쓴 이영아는 근대에 시작된 몸에 대한 담론과 지식, 기술의 발달은 몸을 최대한 조작 통제제하는 것이 '해방'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면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인위적인 조작 통제에 내재된 산업적 매커니즘, 자본주의 논리, 불확실성에 종속되지 않기 위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저항'인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다고 한다.

몸을 의도대로 고치고, 개발하고, 조절하고, 통제하는 일이 진정한 내 몸의 주인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수도 있다고 한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현재와 같은 몸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은 근대의 논리, 자본논리, 권력논리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육체의 탄생>은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의 몸에 대한 인식을 비춰보는 거울로 삼기에 충분하다. 내 몸은 근대의 논리, 자본의 논리, 권력의 논리로부터 해방되었는가? 혹은 내 몸은 근대의 논리, 자본의 논리, 권력의 논리에 순응하고 있는가? 혹은 저항하고 있는가? 꼭 한 번 비춰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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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라이프 - 마음과 마음이 만나기에 인생은 더욱 아름답다
림헹쉬 글.그림, 백은영 옮김 / 가야넷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영혼을 따뜻하게 하는 생활예술가 림헹쉬가 그리고 쓴 <뷰티풀 라이프>는 '아름다운'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미려(美麗)'가 주인공입니다.

책을 펼치면 맨 처음 창문에 턱을 고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아래 살포시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는 '미려'와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스스로 '숙녀'라고 하는 '미려'의 자기소개를 보면 키 164cm, 혈액형은 B형, 별자리는 처녀자리이며, 나이와 몸무게는 비밀이랍니다.

대학에서 행정관리학을 전공했고, 직업은 세일즈우먼이며,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녀의 취미는 달리기, 인터넷서핑, 독서, 음악감상, 노래 부르기, 여행, 아이쇼핑, 공상, 글쓰기, 커피마시기, 영화감상 등 여러 가지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꿈은 '세계일주'라고 하더군요.


미려는 나이를 밝히지 않았지만, 숙녀라고 했으니 나이가 많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녀에게 이렇게 많은 취미가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아마도 독자들의 취미는 모두 그녀의 취미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녀의 꿈이 '세계일주'라도 하는데, 독자들 대부분도 같은 꿈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여겨지더군요.

따뜻한 그림과 함축적인 글을 쓰는 재주를 가진 작가 림헹쉬는 "어른들의 세계는 너무 복잡하다며 어릴 적 꿈꿔왔던 미래 찾기를 희망합니다." 그녀는 아주 어렸을 때 시베리아 초원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지난 20년 동안 그녀의 꿈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른 초원에도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가장 아름다운 곳은 바로 시베리아 초원이라고 합니다.

림헹쉬의 글과 그림은 어린시절이 꿈과 잃어버린 낙원에 한발씩 다가가는 통로인 듯 합니다. 몽상을 좋아하는 소녀 '미려'의 눈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과 희망이 메시지를 그리고자 합니다.

아름답고 재기발랄하며 한편으로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림헹쉬의 카툰에서 인생과 생명, 사랑, 희망의 긍정적 의미를 떠올리게 됩니다.
<파페포포 메모리즈>의 작가 심승현 역시 추천사에서 이 책을 통해 역시 꿈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도시의 슬픔과 그 슬픔을 잊으려는 꿈과 희망이 공존하고 있다. 우리에게 아직 꿈과 희망이 있기에 인생이란 그토록 아름다운 게 아닐까."

바로 이런 구절을 두고 하는 이야기 일 것입니다.

신호등

살다보면 인생의 빨간 신호등이 켜질 때도 있어.
그렇다고 결코 서두르지 마.
잠시 인내하고 기다리면,
어느 새 초록 신호등으로 변해 다시 달릴 수 있을 테니까.
(본문 중에서)


자신의 삶은 결국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요. 지금의 내 몸뚱이를 만든 것도 바로 나 자신이고, 지금의 내 생각을 만든 것도 바로 나 자신이지요. 세상의 많은 것들 중에서 내가 선택하여 먹은 음식이 내 몸뚱이가 되었고, 세상의 많은 진리 중에서 내가 받아들인 것이 결국 내 생각이 되었겠지요.

우리는 인생을 사는 동안 끊임없이 결정하게 되고, 그 결정이 결국 오늘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기왕에 선택한 길이라면, 반드시 행복해야"하겠지요.


결정

또 다시 인생의 갈림길과 마주하여,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네.
힘들게 달려온 목적지가 마음속에서 그렸던 그곳이 아닐까봐 두려워.

사실 인생에 있어서 완전한 선택은 없겠지.
기왕에 선택한 길이라면,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할 뿐이야.
(본문 중에서)


일상에 푹 파묻혀 살다보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도 어제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작가인 림헹쉬도 그런 날이 많았던가 봅니다. 독자들의 인생에도 그런 날이 드물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

오늘은 새로운 하루일까?
혹시 어제를 그대로 '복사'하여,
새것인양 다시 '붙여놓은'건 아닐까?

림헹쉬의 <퓨티풀 라이프>는 제목뿐만 아니라 책도 예쁩니다. 표지도 예쁘고, 매 페이지 마다 소박하고 정감 있는 예쁜 그림들과 아름다운 언어로 채워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쁜 그림과 글 사이에 예쁜 여백도 많이 있습니다.

만약, 친구나 연인에게 이 책을 선물할 요량이라면, 작가가 독자들을 위해 비워놓은 여백에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적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핸드메이드 북'을 만들어 선물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 일기>를 쓴 작가 이진이의 추천사를 통해 "빈틈없는 도시에서 사람들 모두 위를 향해 올라갈 때, 나만 외롭게 남았다고 생각이 들 때 이 책은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아기자기한 그림 하나와 짧은 글귀로 세상살이에서 느끼는 희로애락과 단상을 모두 표현해주고 있는" 삶에 지친 나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줄 것 같은 친구와 같은 책 입니다.

림헹쉬는 말레이시아 작가 입니다. 말레이시아 작가의 책이 작가의 책이 번역되어 출판되는 일도 흔한 일은 아닐 듯합니다. 원 제목 <미려인생(美麗人生)>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출간 된 <뷰티풀 라이프>는 그녀의 작품<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와 함께 말레시아 베스트셀러였으며, '림헹쉬'를 동남아시아 최고의 카투니스트로 만든 대표작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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