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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을 꿈꾸며 - 19세기 서구 여인들이 찾아 떠난 동방의 매력
바바라 호지슨 지음, 조혜진 옮김 / 말글빛냄 / 2006년 6월
평점 :
19세기와 20세기 초에는 서구사회보다 동방이 여인들에게 더 자유로운 곳이었을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 동양여성들은 사회와 격리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제약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동방을 꿈꾸며>에 등장하는 많은 서구 여성여행자들은 동방에서 자유를 느꼈다고 한다.
바바라 호지슨의 <동방을 꿈꾸며>는 1717년부터 1930년까지, 오스만제국이었던 많은 나라들을 다녀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살펴본 후 씌어졌다고 한다.
지금 이집트,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 터키와 같은 나라들이 된 동방에서 서구 여성들은 자유를 찾았다고 한다.
무엇이 그녀들에게 자유를 주었을까? 그녀들에게 자유를 준 것은 익명성이 아니었을까? 주변 사람들의 익숙한 시선으로 벗어나면서 자유를 찾은 것은 아닐까? 국경을 넘어 다른 사람들이 사는 땅에서는 기존의 제도와 관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얼마나 많은 여인들이 이 시기에 서구 여행을 떠났을까? 대략 350명이나 되는 여인들이 세로운 세계인 동방여행에 나섰다. 그냥 여행을 다녀왔을 뿐만 아니라 여인들은 자신들의 여행을 기록으로 남겼다.
1839년부터 1920년까지 동방 여행에 대하여 여성들이 쓴 책은 200권이 넘는다고 한다. 여성 여행자들이 쓴 기행문은 늘 대중의 인기를 누렸다는 것이다.
바바라 호지슨은 ‘스탠호프’ ‘제인 딕비’, ‘루시 더프 고든’, ‘카운티스 아이다 폰 한한’, ‘로지타 포브스’, ‘이사벨 버튼’, ‘몽테규 부인’ 크리스티나 디 벨지오조소 공주, 거트루드 벨, 아이다 파이퍼를 비롯한 많은 여성들의 여행기와 책들을 두루 살펴보고, 그들의 여행방식, 의상, 여행 동기, 태도,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식, 동양남성들의 매력에 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여행을 통해 발견하는 ‘자유’
비록 동방이 아니어도 여행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는 경우가 많다. 루이자 젭은 여행을 통해서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여행을 하면서 근본적인 것과 직면하게 된다. 거추장스러운 가식은 던져버리고, 벌거벗은 현실에 벌거숭이가 된 나 자신이 있었다. 비를 맞거나, 춥거나, 배가 고팠던 그 경험을 잊을 수 없다. 나는 아마도 영원히 그 기억을 간직할 것이다. 이내 다시 관습에 얽매이게 될 때면 진실과 거짓에 대해 구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무튼 역설적이게도 더 자유로운 지역에서 온 서구여성들은 대부분의 여인들이 사회와 격리되고, 남편에게 구속당하면 살아가는 동방에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동방 여행은 여성들이 인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육 수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여성들은 정식 교육을 덜 받은 동양 여성들과 자신들을 비교하면서, 이전에는 충분하게 교육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지식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아버지나 남편을 따라 동양에 이주해 살면서도 이전의 낡은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여성들도 있었다. 그러나 1860년대에 시리아를 여행했던, 이사벨 버튼은 "한 번 동양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여자는 다시는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동양을 여행할 때에는 거의 남성들처럼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자유를 맛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동방에 온 여성들은 서양에 있을 때 익숙했던,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매일 매일 배를 임대하기 위해 협상해야 했고, 안내인을 고용하고, 짐을 운반하는 계약을 통하여 익숙하지 않던 외국어도 구사해야 했다. 동양 남성들은 여성들을 존중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본문 중에서)
“즉 여성들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할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사람(동방남자)들은 그 말에 따랐다.”(본문 중에서)
서양에서 온 여인들은 동방 여행을 통하여 자유를 발견하게 되고, 그 자유를 누리게 되었던 것이다. 지구상에서 여인들이 자유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이 있지만, 그 당시 동방은 지리적으로 유럽과 가까웠을 뿐만 아니라, 자유 이상의 무언가를 주었다.
이국적인 매력, 자유로운 옷, 진심이 담긴 대접을 받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개발되지 않은 땅이었던 것이다.
동방남자와 서구여인의 사랑
바바라 호지슨이 <동방을 꿈꾸며>에서 200여 년 전에 동양을 여행한 여성들은 모두 여행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제약에 도전장을 던진 여성들이다. 바바라 호지슨은 이 여인들이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드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여인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이 여인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은 철저히 자기 자신의 한계뿐이었다. 여성들은 자신에게 놓여진 이 한계를 극복해 나가면서 자신의 세계, 아니 이 세상을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책을 덮을 즈음 작가의 결론과 같은 마지막 구절을 읽으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 땅의 여인이 자꾸만 떠올랐다. ‘걸어서 지구를 세 바퀴 반’ 돌았던 여인, 세상을 더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지도 밖으로 행군’을 떠난 그 여인 말이다.
<동방을 꿈꾸며>에는 여행 방법, 잠자리, 먹을거리, 목욕과 생리, 여행의 위험, 복장에 관한 관습과 변화뿐만 아니라 특별히 동방을 사랑한 작가와 미술가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동방의 남자들과 서구의 여인이 어떻게 사랑과 우정을 나누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상세하게 나온다.
아울러, 북디자이너 겸 작가라는 바바라 호지슨의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은 수많은 여행기와 책을 읽고 동방 여행에 나선 여인들의 ‘자유’를 찾아냈을 뿐만 아니라 진귀한 사진과 삽화, 스케치를 풍부하게 곁들여 200여 년 전 동방의 풍물과 여성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너무 많은 이름이 나온다는 것이다. 낮선 외국사람들의 이름이라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혹은 서구인인지 동양인인지를 금방 알아챌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뿐만 아니라 동방 여행을 떠났던 수많은 여인들의 이름이 나온다. 잠시만 마음을 놓아도 앞서 나온 여러 여인들 중에서 어느 여인이었는지를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책을 읽는 동안 각 인물별로 간단한 소개가 따로 되어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많은 지명 때문에 자꾸만 흐름이 끊기는 아쉬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