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숲 놀이터 - 산림청 개청 50주년 기념도서 보림 창작 그림책
이영득 지음, 한병호 그림 / 보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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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득이 쓰고 한병호가 그린 <봄 숲 놀이터>


오십 년 넘게 살아오면서 어느 해 보다 보다 몸과 마음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로 지은 일터에서 보내는 겨울이 따뜻할수록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도 덜한 것 같습니다. 몸이 추워서 봄을 기다리던 때도 있었지만, 그보단 사람들의 세상살이가 힘겹다고 느껴질 때 봄을 더 간절하게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간절함과 상관없이 자연의 봄은 어김없이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봄엔 나무와 풀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움트고 숲엔 온각 생명체들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 마음으로 바라보는 봄 숲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동화 작가 이영득 선생님이 글을 쓰고, 한병호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봄 숲 놀이터>에는 벌써 봄이 찾아왔습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봄 숲 놀이터>를 펼치면 '봄'이 마음으로 스며들고 아파트 거실 안까지 따라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강이, 구슬이, 다람쥐, 토끼, 나비, 오소리, 박새, 멧돼지, 고양이, 여우가 같이 사는 숲에는 봄이 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강이가 뛰어다니는 숲엔

봄이 오면 금낭화가 피고

양지꽃 하나가 폭 터졌어

돌배나무 아래엔 토끼가 공기놀이를 하고

꽃밭엔 나비는 꿀을 따

떼죽나무 아래엔 오소리가 집짓기를 하는데

비목나무를 지나면 초록이끼 가득한 골짝이 나와 

소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 초록 굴을 지나면

숲엔 파방파방 꽃봉우리 터지는 냄새가 나고

새잎 돋는 소리도 나"


숲에서 강이, 구슬이, 다람쥐, 토끼, 나비, 오소리, 박새, 멧돼지, 고양이, 여우가 어울려 놀다보니 배가 고팠습니다. 배가 고프면 각자 집으로 밥을 먹으러 가야겠지요. 하지만 봄 숲에 어울려 사는 동무들은 집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함께 밥상을 차립니다.


"강이는 집에서 밥을 가져오고

고양이는 큰괭이밥 잎을 뜯어 오고

박새는 산벚꽃을, 

멧돼지는 진달래를 꺾어 왔어.

오소리는 통통한 버섯을 가져왔어. 

버섯 냄새가 훅 났어.

토끼는 어수리 나물을 뜯어 왔어. 

여우는 여우비 내려 피운

무지개 꽃을 가져왔지."


뒤늦게 다람쥐는 복사꽃을 들고 와서 꽃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모두들 꽃밥을 먹으면서 "먹기 아까워" "먹기 아까워" 하며 나눠 먹었답니다. 이 대목을 읽다보니 저절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왜냐하면 이영득 선생님이 사람들과 봄에 숲 체험을 가면 밥과 된장이나 양념만 챙겨가서 온갖 꽃과 나물을 뜯어 비빔밥을 비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봄꽃과 나물을 뜯어 비빔밥을 만들면...


<봄 숲 놀이터>를 읽고 난 뒤에 아이들과 숲으로 나가 봄에 피는 꽃과 나물을 뜯어 꽃밥을 해먹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꽃 밥을 먹어보자고 하면 아이들이 선뜻 나서지 않겠지만, 이영득 선생님이 쓴 <봄 숲 놀이터>를 함께 읽고 난 뒤라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따라나설게 분명합니다.

숲에서 솟아나는 재미있는 상상력은 산벚 나무로 가로등을 켜기도 합니다. 산벚 나무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머지않은 봄 날 산벚 나무 가지가 가로등을 닮았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길모퉁이를 도는데 산벚 나무가 오늘 밤 숲길을 밝히는 등으로 뽑혔다며 꽃가지를 차르르 흔들었어."(본문 중에서)


숲에는 가로등도 당번을 정한다고 하니 다른 날은 산벚 나무 대산 다른 꽃이나 나무가 숲길을 밝히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숲속 동무들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 빨갛게 노을이 질 때까지 함께 그네를 타고 놉니다.


<봄 숲 놀이터>는 산림청 개청 50주년 기념 도서인데,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2017년 최고의 출판사 상을 수상한 보림출판사와 산림청이 공동기획하여 만든 어린이 동화책입니다.


작가 이영득 선생님은 겨울 동안 제주도로 이사를 갔습니다. 숲에서 노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이영득 선생님이 봄부터 제주 숲을 다니며 새로운 숲속 동무들을 사귀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머지않아 제주의 숲을 담은 예쁜 책이 나오리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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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물고기 이야기 - 신우해이어보 지앤유 로컬북스 3
최헌섭.박태성 지음 / 지앤유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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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최헌섭과 박태성이 쓴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 - 신우해이어보>


<우해이어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쓰인 어보입니다. <우해이어보>약 200년 쯤 전인 조선 후기에 진해(지금의 마산합포구 진동면 일대)에 유배 온 담정 김려(1766~1822)라는 분이 쓴 책입니다. 담정이 쓴 <우해이어보>는 이미 몇 차례 번역본이 나왔지만, 일반 시민들이 읽기엔 어렵고 불편하였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는 담정 김려의 <우해이어보>를 일반인들도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쓰인 책입니다. 김려의 시대로부터 200년 후에 그의 발자취를 쫓으며 쓴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는 창원 출신 역사학자 최헌섭과 박태성이 썼습니다. 


두 저자는 200년 전 담정이 남긴 기록을 따라 '우해' 일원을 찾아다니며 당시 생활사를 이해하고, 우해 앞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어민들의 삶을 되살펴보았더군요. 경남도민일보에 <신우해이어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이 경상대학교 출판부를 통해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로 엮여 나왔습니다.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는 문절망둑에서부터 소라(황소라, 자주소라, 앵무소라)에 이르기까지 40여 종의 바닷물고기와 게, 조개, 소라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특별한 까닭은 그냥 책상 위에서만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동저자인 최헌섭과 박태성은 오랜 시간 동안 '우해이어보'에 등장하는 옛 진해 일대를 답사하였고, 실제로 낚시대를 드리우고 김려가 관찰했던 그 물고기도 잡았습니다. 이미 지난 200년 동안 수많은 물고기들이 옛 진해 앞바다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바다에서 잡을 수 없는 물고기는 어시장을 찾아가서라도 직접 보고 관찰하였더군요. 


저자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40여 종의 물고기들을 지금의 시각과 지식을 바탕으로 새롭게 소개합니다. 김려가 '우해이어보'에 쓴 물고기 이름과 생김새 등이 틀림없는지 검증도 하고 한자와 우리말 그리고 지방 방언으로 물고기 이름과 특성을 알려줍니다. 


조선시대 마산 사람은 어떤 물고기를 먹었을까?


바로 그런 노력 덕분에 저자들은 200년 전 김려가 잘못 쓴 것을 고쳐 바로잡기도 하고, 김려의 시선으로 바라 본 200년 전 어부들의 고기잡이 방식 그리고 그 시대를 살던 어촌 사람들의 생활상을 마치 한 폭의 그림이나 옛 이야기처럼 전해줍니다. 


"흉년에 순무를 캐어 대갓집에 파는 노파와 처녀, 오징어 숙회에 이명주를 파는 들병이 노파, 매가리젓갈을 팔러 혼자 배를 목고 오는 고성의 아낙, 멀리 반성장에 정어리를 팔러가는 양섬 아낙의 모습에서 그들의 억척스런 모습을 읽어낸다."(본문 중에서) 


요리법을 소개할 때는 더욱 생생합니다. 저자들은 특별히 '감성돔 식해'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오늘 날에도 충분히 옛 맛을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자세한 레시피가 남아 있다는 것에 주목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가을이 지나갈 무렵에 감성돔을 잡으면, 비늘을 긁어내고 지느러미를 떼어 낸다.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내장은 버리고 깨끗이 씻어 배를 양편으로 가른다. 보통 배를 가른 감성돔 200조각에 희게 찧은 멥쌀 한 되로 밥을 해서 식기를 기다린 뒤에 소금 두 국자를 넣고 누룩과 엿기름을 곱게 갈아 한 국자씩 고르게 섞어 놓는다. 그리고 작은 항아리를 이용하여 안에는 먼저 밥을 깔고 다음에 감성돔 조각을 겹겹이 채워 넣고 대나무 잎으로 두껍게 덮고 단단히 봉해 둔다. 이것을 깨끗한 곳에 놓아두고 익기를 기다렸다가 꺼내 먹는다. 달고 맛이 있어 생선 식해 중에서 으뜸이다."(본문 중에서)


이 인용문은 원작인 김려의 <우해이어보>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두 저자들의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만 번역해서 들려주는 것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원작에 감성돔 식해 이야기가 나오자 가자미 식해, 오징어 식해, 청어 식해, 복어 식해에 관한 이야기로 넓혀 가는데, 여러 관련 서적이나 그림 등 여러 자료들을 적절하게 인용하곤 합니다. 


낚시 좋아하신다구요? 감성돔 식해 아시나요?


예컨대 볼락편에서는 한자로 '보라어'라 쓴 까닭을 문헌에서 찾거나 관련 자료를 토대로 짐작해보고, 볼락의 종류를 조피볼락(우럭), 불볼락(열기), 쏨벵이가 있고, 개볼락, 누루시볼락, 황점볼락 도화볼락, 세줄볼락, 탁자볼락 등을 함께 소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볼락편의 마지막엔 김려가 남긴 시를 번역하여 독자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정취와 멋을 더해 마무리를 합니다. 


달 기울고 까마귀 우는 바다

한밤 밀물이 울타리 앞 두드릴 때

아마 볼락 실은 배가 들어왔나 보다

거제 뱃사람들 물가에서 떠들썩하네


저자들은 볼락은 '보라어'를 비롯한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쌀엿처럼 단맛이 나는 보랏빛 물고기"라고 원작을 뛰어넘어 멋지게 정의 하였더군요. 


서뢰라고도 불렀다는 쥐치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만, 오늘 서평에서는 쥐치는 생략하고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맛'으로 불린다는 복어 이야기로 갑니다. 김려의 우해이어보에는 석하돈, 작복증, 나하돈, 황하복증 등 여러 어종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복어편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목은 소동파와 옛사람들이 남긴 멋진 문장들이었습니다. 복어의 맛을 표현한 옛사람들의 문장이 이색적이고 유쾌합니다. 


"복어의 맛은 중국 송나라 소동파가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라고 했을 정도이다. 일본에서는 복어를 먹지 않는 사람에게는 후지산을 보여주지 말라고 할 정도로 그 맛을 일품으로 생각했다."(본문 중에서)


복어만큼 흥미로웠던 이야기가 또 있는데 바로 '병어'(석편자)편입니다. 허균이 쓴 짦은 편지 글이라고 하는데 오늘 날로 치자면 병어회를 먹고 쓴 맛 칼럼 같은 것입니다. 


"실처럼 잘게 회를 쳤더니 군침이 흐르더이다.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으니 국수나 먹던 창자가 깜짝 놀라 천둥소리를 냈습니다."(본문 중에서)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병어가 등장하는 여러 옛문헌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당나라 시인 맹호연과 두보의 시에도 등장하고, 이규보의 시에도 등장하며, <현산어보>나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신증동국여지승람> 같은 책에도 기록이 남아 있다더군요.


봄=도다리, 가을=전어? 진짜 도다리 제철은 가을이라는데


사람들의 상식을 흔들어 놓는 물고기 이야기들도 여러 번 등장하는데, 그중 대표적으로 소개할 만한 것은 도다리편입니다. 우선 우해이어보에서는 도다리를 '도달어'라고 하였는데, 가자미 종류의 하나라고 하였답니다. 


물고기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도 고등어, 갈치, 꽁치처럼 도다리나 광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사는 고장 사람들은 흔히 횟감으로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이야기 합니다. 도다리 회는 봄에 맛이 제일 낫고, 전어회는 가을이 최고라는 말이지요. 


하지만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를 쓴 최헌섭, 박태성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도다리에 대한 상식은 여러 측면에서 오류 투성이입니다. 


"지난해 가을 끝자락에 고현 앞바다에서 꼬시락과 함께 낚은 녀석도 여러 자료를 비교해 봤더니 도다리가 아니라 문치가자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이 녀석을 도다리라 부르고 횟집에서도 그렇게 팔고 있다. 봄에 한창 제철을 맞아 도다리쑥국에 들어가는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라니 도다리 행세하는 문치가자미가 도다리 철을 봄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본문 중에서)


"도다리 행세를 하는 대표 어종이 가두리에서 키운 강도다리다. 봄철 횟집에서 도다리 횟감으로 내놓는 게 대부분 이 녀석인데, 도다리와 비슷하게 마름모꼴에 가깝게 생긴 몸통에 지느러미에 검은 띠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본문 중에서)


요약하자면 우리 고장 사람들이 도다리라고 알고 먹는 봄 도다리 회는 가두리에서 키운 '강도다리'이고, 도다리 쑥국에 들어가는 생선은 '문치가자미'라는 것인데, 쉽사리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담정 김려는 <우해이어보>에서 도다리를 가을 생선이라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맛은 감미롭고 구워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 이 물고기는 가을이 지나면서 비로소 살이 찌고 커진다. 큰 것은 3~4척이나 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가을도다리 혹은 서리도다리라고 한다."(본문 중에서)


200년 전만 해도 도다리는 봄에 즐겨 먹는 생선이 아니었으며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늦가을에 즐겨 먹었는데, 그 까닭은 그 때가 되어야 살이 찌고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흔히 도다리라고 알고 먹고 있는 생선은 문치가자미와 강도다리라니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고기에 대한 알쓸신잡... 우해이어보를 읽어보시라


그렇다면 진짜 도다리는 없는 걸까요? 없지는 않지만 귀하다고 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에서 낸 자료를 보면 도다리는 문치가자미와 함께 가자미과에 속하는데, 가을에 산란을 하고 1년에 10cm, 2년이 되면 17cm, 3년이면 21cm로 성장하며 성어의 크기는 30cm 정도라고 합니다. 


아무튼 바다에서 직접 잡지 않으면 횟집이나 도다리 쑥국 전문점에서 진짜 도다리 회나 진짜 도다리 쑥국을 맛보는 건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유난히 눈에 뜨인 물고기들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더 많은 물고기들에 대한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우해이어보>에 나오는 '우해'는 당시 지명으로 '진해'였고, 지금의 행정구역으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일대입니다. 제가 사는 마산 사람들의 200년 전 삶의 모습을 담고 있는 책인 것이지요. 바로 그 책을 읽고 말하자면 해설판으로 낸 책이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입니다. 


두 저자가 창원 혹은 창원에서 가까운 창녕에서 나고 자라서, 창원에서 공부를 하고 창원에서 창원 지역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라 더 반갑고 고맙습니다. 옛 사람이 남긴 내 고장 바다와 물고기 이야기를 오늘날 독자들을 위하여 더 쉽고 더 흥미롭게 그리고 더 과학적인 자료를 찾아 비교하면서 바로잡고 풍성하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TV프로그램이 인기지요? 그 프로그램 패널인 황교익 선생의 고향이 바로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의 배경이된 '우해' 인근이라고 하더군요. 알쓸신잡 같은 지식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물고기에 대하여 아는 체 좀 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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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 딸기야 물들숲 그림책 10
이영득 글, 다호 그림 / 비룡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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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곡식도 찧고 가루도 빻았을 테지만 이젠 쓸모가 다한 돌절구. 마당 한 켠에 놓인 돌절구에 딸기 씨를 심으면 딸기가 자랄까요? 비닐하우스가 나오면서 겨울부터 봄까지 손쉽게 딸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딸기 씨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농사를 모르고 도시에서만 오십 년 넘게 살았더니 딸기도 '씨'가 있다는 이야기를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비닐하우스 때문에 제철 마저도 없어져 요즘 아이들은 겨울을 딸기 철이라고 알고 있더군요. 실제로 요즘은 딸기 생산이 가장 많이 되는 계절도 겨울입니다. 하지만 비닐하우스가 아닌 땅에 심은 딸기는 봄에 새싹을 틔우는가 봅니다.


책을 펼치니 몇 해 전 남북교류가 활발할 때, 북한에서 딸기 모종을 키워 남한(밀양) 땅에서 키운 '통일 딸기'를 따러 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손가락 사이에 딸기를 넣고 살포시 힘을 주면 어쩔 땐 '뽁' 하는 소리를 내고 또 어쩔 땐 '톡' 하는 소리가 나더군요.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지인들과 함께 '통일딸기 수확체험'을 가서 빨갛게 익은 딸기를 소쿠리 가득 담아 나오며 아이들 마냥 들뜬 기분이었던 경험이 있지만, 생태적 감수성이 둔했던 탓인지 한 번도 딸기의 생애를 궁금하게 여기진 않았습니다.


돌절구에 딸기씨를 심었어.

맛난 딸기를 먹을 거야.

잠자던 씨에서 싹이 텄어.

병아리가 나온 날 새싹도 조그만 이파리를 사르르 펼쳤지.

이파리가 푸릇푸릇해졌어. 

돌절구가 좁다고 밖으로 나왔어.

으샤으샤 어디로 갈까?

기는줄기가 여기저기로 기어가.

기는줄기 끝에서 어린잎이 자랐어. 

(본문 중에서)


책의 한 구절입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여느 동화책과 다르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챘을 겁니다. 아이들 동화책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기는줄기'라는 생소한 어휘가 등장하였지요. '기는줄기'는 고구마, 수박, 딸기처럼 땅 위로 기어서 뻗는 줄기를 말한답니다.


돌절구에 심은 딸기씨...열매 맺을까?


이영득 선생님이 쓴 <새콤 달콤 딸기야>는 "생명의 한 살이를 담은 생태그림책 꾸러미" 중 한 권입니다. 이 그림책은 "흔한데도 관심이 없어 낯선 생명의 한 살이와 그 둘레에서 같이 살아가는 생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딸기가 몰라보게 번졌어.

둘레둘레 딸기밭이 되었어.

딸기밭에 공벌레가 살아.

지렁이도 살아.

성큼 자란 병아리는 벌레를 잘도 찾아 먹어.

(본문 중에서)


짧은 동화 한 단락에 공벌레, 지렁이, 병아리가 등장하였지요. 곧이어 비 오는 날은 두꺼비가 나오고 귀뚜라미와 잠자리도 등장합니다.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이 오면 무당벌레, 거미, 꿀벌 그리고 생소하지만 호리꽃등에도 나옵니다. 딸기가 자라 익으면 사람뿐만 아니라 개미와 무당벌레도 딸기를 먹으러 옵니다.


이처럼 "한 생명이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생태와 성장과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 할 수 있도록 예쁜 그림과 고운 말로 보여줍니다. 꿀벌과 호리꽃등에가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는 과정, 콩알만한 딸기가 대추알만큼 커진 후에 발그레하게 익어 가는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보여준답니다.


이영득 선생님은 "어렸을 때 풀이 무성한 딸기밭에서 익은 달기를 따면 보물을 찾은 듯 설렜"다고 합니다. "딸기 이파리에 조랑조랑 매달린 물방울이 딸기가 먹고 남은 물을 내놓은 거라는 걸, 어른이 되어서 알았을 때 세상문이 하나 열린 기분이었"다고도 합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돌절구에 심은 딸기가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상 문이 하나하나 열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동화 한 편을 읽고나면 어느새 딸기는 여러해살이 풀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뿐만 아니지요. 기는줄기가 퍼지면서 잎이 뿌리에서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림을 가만히 보면 "딸기 이파리는 작은 잎 세 장이 모여 잎 하나를 이루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글과 그림을 따라 읽다보면 딸기 꽃이 흰 꽃이라는 것도 "꽃잎은 다섯 장이며 드물게는 여섯 장인 것"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딸기는 빨간색... 딸기 꽃은 무슨 색일까?


맨 처음에 딸기씨를 심다라는 구절이 있었지요. 도대체 딸기 씨는 어디에 있을까요? 딸기 씨는 딸기 겉에 마치 주근깨처럼 콕콕 밝혀있답니다. 그러니 딸기 하나를 먹으면 엄청 많은 딸기 씨를 함께 먹게 되는 거라고 합니다.


동화와 함께 딸기 씨를 심어서 열매가 자랄 때까지 성장 과정도 그림으로 잘 보여줍니다. 호기심이 있는 부모라면 시장에서 사온 딸기에서 씨앗을 빼내 집에서 딸기를 키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딸기 씨를 채종하는 요령까지 알려주지는 않았는데, 인터넷 검색으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더군요.


딸기 키우기, 딸기로 하는 놀이, 딸기로 만드는 먹을거리 소개는 모두 동화와 함께 소개되는 부록이지만 예쁜 그림과 고운 글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딸기는 지금이 제철이고 한 달쯤 지나면 출하가 끝나지요. 아이를 둔 부모님이라면 텃밭이라도 가꾸는 어른들이라면 시장에서 사온 딸기에서 딸기 씨를 골라 내 화단이나 화분에 한 번 심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화단이나 화분에 심은 딸기 씨가 자라 열매를 맺는 기적(?)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 동화 같은 마음이 다시 자랄지도 모르겠습니다. 딸기 씨를 심지 않아도 이영득 선생님이 글을 쓰고 다호가 그림을 그린 <새콤달콤 딸기야>읽고 나면 틀림없이 그런 마음이 싹을 틔울 것입니다. 



출처: http://www.ymca.pe.kr/ [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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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람 별난 인생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들 - 그들 이야기에서 세상의 희망을 보다
김주완 지음 / 피플파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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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김주완이 쓴 <별난사람 별난인생>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내가 책을 읽고 마음에 새겨 인생의 좌우명처럼 간직하고 있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스콧 니어링이 전해 준 말입니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국장이 쓴 <별난사람 별난인생>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세상의 순리대로 둥글둥글하게 사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별난사람’으로 보이고 ‘별난인생’으로 보이는 것이겠지요. 


책 읽기를 좋아하고 남들의 사는(살아 온) 이야기를 즐겨 읽은 탓에 <별난사람 별난인생>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중엔 낯설지 않은 사람이 많습니다. 채현국 일대기를 담은 <풍운아 채현국>, 김진숙의 살아온 이야기가 담긴 <소금꽃 나무>, 방배추의 자서전과 다름없는 <배추가 돌아왔다>, 임종만 회고록 <나는 공무원이다>을 읽고 서평을 썼기 때문입니다. 


서평을 썼다는 건 그 만큼 자세히 읽었고, 글을 쓰기 위해 중요한 대목과 마음에 닿았던 문장 예컨대 밑줄 친 곳 들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는 것이지요. 그 밖에도 농민운동가 김순재의 경우 몇 차례 직접 만난 일도 있고, 농협조합장 선거에 출마 했을 때는 그를 알리기 위한 글을 여러 차례 블로그에 포스팅 하였기 때문에 역시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난사람 별난인생>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책에서 소개되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고,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장형숙, 김장하 같은 분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모두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세 개는 채현국 선생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채현국 선생 인생을 책으로 쓰고 난 뒤에도 그를 꾸준히 밀착 취재(?)했더군요. 강연회장에서 혹은 대담자리에서 패널이나 청중들과 주고 받은 대화를 놓치지 않고 기록하여 저자가 쓴 <풍운아 채현국>에 담아내지 못한 선생의 다른 면모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 좋은 책 저자에게 격려편지 보내는 89세 할머니


4번째 에피소드는 매년 수백 통의 편지를 쓰는 89세 장형숙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오래 전 일본으로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연수를 갔다가 이른바 전공투 세대인 일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소일거리 삼아 핵잠수함 감시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장형숙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니 그 기억이 나더군요. 


이 분은 <풍운아 채현국>을 읽고 저자인 김주완 국장에게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쓰라고 감사와 격려의 편지를 보냈는데, 김주완 국장만이 아니라 신문이나 책을 읽다가 좋은 글, 좋은 사람, 좋은 책을 발견하면 격려와 감사의 편지를 보낸다는 것입니다. 


“늙은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나요? 편지라도 써서 좋은 일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면 보람이지요. 진짜 보석 같은 사람들이 많이 숨어 있는 것 같아. 특히 시골에 그런 보석이 많이 살아요.”


심지어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읽고는 일본에 있는 동창을 통해 주소를 수소문해  저자 와타나베씨에게 편지를 썼다더군요.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 역시 이 책을 읽고 오마이뉴스와 블로그에 서평을 쓰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 하였지만, 저자에게 편지를 쓴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해봤습니다. 


일제강점기에 경성여자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하였으니 인텔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부모를 잘만나 어린 시절부터 글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을 ‘복이 터졌다’고 하셨더군요. 89세가 되어서도 소박하지만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고”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숙연해졌습니다. 


교토의정서, 국제통화기금, 모기지론 같은 단어의 뜻을 찾아 붙여 놓고, 미국지도와 중국지도를 붙여 놓고 책을 읽는다는 할머니의 학구열에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30년, 40년 후에 나도 장형숙 할머니처럼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더군요. 


전설의 운동권 주먹 방배추 


5번째 에피소드는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이라는 방배추 어른이야기입니다. 그가 전설의 주먹으로 불린 것은 아무래도 평생을 주먹잡이로 살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1954년 백기완에게 따귀를 얻어 맞고 이른바 운동권과 어울리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권 주변에 대체로 주먹을 쓰는 사람이 흔치 않으니 젊은 시절 그의 주먹 다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전설이 되었으리라 짐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만평 노나메기 농장을 운영하다 억울한 간첩 누명을 쓰고 감옥생활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경관 이근안의 악몽같은 고문을 견뎌냈으니 전설같은 인물은 분명합니다. 


아마 <별난사람 별난인생>에서 방배추 어른을 소개하는 짧은 글을 읽고나면 그의 인생이 무척 궁금해질 것이고, 그러면 저처럼 자전적 에세이 <배추가 돌아왔다>을 읽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뉴스 펀딩 기사로 이 글을 읽고 헌책방에서 <배추가 돌아왔다> 1, 2권을 구해 읽었답니다. 


6번째 에피소드는 영화평론가 양윤모, 이 분은 50살이 넘어 잘나가던 직업을 내려놓고 고향 제주로 낙향 강정마을에서 평화운동가로 살아가는 분입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으로 네 번이나 수감생활을 하였고, 세 차례의 장기 단식으로 투쟁을 이어온 분입니다. 


“제주 해군 기지라는 게 너무 터무니 없는 거예요. 이 사업의 순수성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군도 하나의 이기집단이라는 거죠. 국제적인 전쟁 괴짜들, 미국이라고 하는 나라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 하지만 껍데기 속을 들여다보면 군수산업체 패밀리들의 잔치라고 보는 거죠. 그들은 나중에 전쟁도 계획하게 되고 그것을 또 실행하게 되고...그런 국제적인 전쟁 괴짜들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본문 중에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간명하게 정리해주더군요. 그러면서 끝내 ‘해군 기지가 들어섬으로써 강정 싸움은 패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이라고 답하더군요. “우리는 저걸 평화공원으로 만드는 획기적인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더군요.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일에 일생의 꿈을 걸었다고 하더군요.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지역운동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으로 새로운 지역언론을 만들고, 강정생명평화사목센터를 세워 해군지지를 평화공원으로 만드는 긴 호흡의 운동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나이들어 꼰대로 살지 않기 위해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양윤모 선생에게 한 수 배우게 되었습니다.


나이들어 꼰대로 살지 않는 법


7번째 에피소드는 이 책에 등장하는 8명의 ‘별난사람’ 중에서도 저자인 김주완 국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분입니다. 진주에서 남성당한약방을 경영하고 있는 이 분은 자기를 자랑하거나 내세우는 일을 일체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뷰없이 여러 증언과 자료를 정리하여 쓴 글입니다.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내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100억 원의 사재를 쏟아 부은 사립 고등학교를 세웠다가 국가에 헌납해 버립니다. 


“학교 설립의 모든 재원이 세상의 아픈 이들에게서 나온 이상, 이것은 당연히 공공의 것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는 것이지요. 


인권운동, 지역신문, 장학사업, 평화운동, 문화운동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후원 하였지만, 그것을 자랑하거나 내세우지 않는 분이라는 겁니다. 진주시민사회가 범 민주단일 시장후보로 추대하였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은 (당선 가능성이 없으니) 그렇다치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초대에도 응하지 않았다더군요. 


자신이 번돈을 자기 돈이 아니라고 하는 부자, 참 흔치 않은 인물이지요. 가진 돈이 없으니 그의 삼을 고스란히 닮을 수는 없습니다만, 그가 보여준 삶의 자세라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초청도 거절한 한약방 주인


8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영혼이 있는 공무원 임종만 선생입니다. 공무원 노조활동을 하다 2년에 걸친 복직 소송을 하고, 재 징계를 받아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당한 분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고생은 아랑곳 하지 않고 “2년간 일도 하지 않고 봉급을 받아 미안할 뿐”이라고 하였더군요. 


흔히 공무원을 빚대어 영혼이 없다고 하는데, 그는 승진 욕심을 버리면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랜 세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남몰래 참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가 될 뻔한 땅을 공원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서 ‘녹색환경인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임종만 선생의 살아온 이야기는 자전적 엣세이 <나는 공무원이다>에 더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만, 김주완 국장이 쓴 <별난사람 별난인생>에는 임종만 선생이 자신의 책에 담지 못한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미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에도 희망을 엿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함께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도 모르고 지나쳤던 임종만 선생을 새롭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9번째 에피소드는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 농성의 주인공 김진숙 선생입니다. 타워크레인 농성 당시 <소금꽃나무>를 읽고 서평을 썼기 때문에 이 분의 삶 역시 낯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탁월한 인터뷰이 김주완 국장을 통해 이분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누가 좋은 사람이다고 소개를 해도 딴 사람은 연애감정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아 저 사람하고 같이 노동조합을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이 우선들었으니까.” (본문 중에서)


이 책에는 그가 어떤 마음으로 타워크레인에 올라갔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어떻게 생활 하였는지, 희망버스와 이른바 ‘날라리’들에게서 배운 진정성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이 그런 진정성들을 충전하지 않으면 참 공허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촛불집회 때도 마찬가지였죠. 진정성이 있어야 대중의 역동성이 되살아나는 거다.”(본문 중에서)


아울러 평생을 노동운동가로 살아온 그이가 녹색당 사람들에게 건넨 덕담도 인상 깊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면서,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운동권...진정성 있어야 대중의 마음 얻을 수 있어


10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낙선한 농민운동가 김순재입니다. 선관위로부터 제 블로그 글을 블라인드 당하면서까지 응원 하였습니다만, 큰 표차로 낙선 하였습니다. 김순재 조합장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준재벌 규모를 갖춘 거대한 조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농협을 바꾸면 농민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답니다. 


저도 20년을 훌쩍 넘겨 한 가지 일에 인생을 걸고 있습니다만, 이 양반 만큼 주도면밀하였는지, 이 분 만큼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꽤뚫고 있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더군요. “농민을 위해서는 농협이 적자를 봐도 된다”는 말에 그의 철학이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농협조합장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모두 내려놓고,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농산물 판매방식에 농협의 책임성을 높이는 수탁판매 비율을 높여냈더군요. 가끔 진보세력에게 권력이 넘어오면 나라를 경영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집권능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김순재 선생은 작은 농협 조직을 통해 ‘운동권 출신이 대중을 더 잘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입니다. 


책을 읽고보니 예비 독자들에게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별난사람 별난인생>을 읽고 나면 이 책에 등장하는 여덟 사람의 인생이 점점 더 궁금해질 것입니다. 어쩌면 다른 책을 더 읽거나 이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어질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터뷰이의 집요함과 실력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습니다. 

"늙은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나요? 편지라도 써서 좋은 일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면 보람이지요. 진짜 보석 같은 사람들이 많이 숨어 있는 것 같아. 특히 시골에 그런 보석이 많이 살아요."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내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학교 설립의 모든 재원이 세상의 아픈 이들에게서 나온 이상, 이것은 당연히 공공의 것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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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부부의 수상한 여행 - 오스트리아에서 영국까지, 유럽 5개국 자전거 횡단기 집시 부부의 수상한 여행 1
최광철 지음 / 책나무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2014년 여름, 오스트리아에서 영국까지 유럽 5개국 3500km를 석 달동안 캠핑을 하며 자전거로 여행. 2015년 여름, 유럽 여행에 의미를 더하여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며 실크로드의 종착점인 중국 시안을 출발하여 일본 도쿄까지 4000km 동북아 평화 순례.


지난 6월 22일 원주에서 저자 최광철 선생을 만나 그가 유럽을 여행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였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집시 부부의 수상한 여행>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였습니다. 책을 받아들고 원주에서 대구를 거쳐 마산으로 내려오는 동안 그의 여행기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수상한 여행>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은퇴한 부부가 함께 오스트리아에서 영국까지 유럽 5개국 3500km를 석 달동안 캠핑을 하며 자전거로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책과 인터넷으로 찾아 볼 수 있는 유럽 여행기는 더러 있습니다만, 이 부부의 여행기는 몇 가지 부분에서 확실하게 다릅니다.


첫째 나이든 부부가 함께 석 달 동안 유럽 횡단 여행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일주일 혹은 열흘이나 보름쯤 패키지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더러 봤습니다만, 석 달 동안 장기 여행을 서로를 잘 아는 나이든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더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로를 잘 아는 나이든 부부'라는 겁니다. 서로를 잘 아는 나이든 친구도 쉽지 않다더군요.


둘째 나이든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유럽을 석달이나 여행하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닙니다. 부부가 모두 자전거를 타는 일도 흔치 않고, 자전거를 같이 탄다고 해도 3500km나 되는 장거리 여행에 나서는 것도 쉬은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셋째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도 흔하지 않지만 캠핑까지 하면서 여행하는 것은 더욱 흔한 일이 아닙니다. 자전거를 타고 장기간 여행하는 하면서 캠핑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으로는 7년 반 동안 87개국 9만 5천킬로미터를 혼자서 여행하고 <가 보기 전에 죽지 마라>를 쓴 이시다 유스케 뿐입니다.


젊은 부부 혹은 부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커플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것은 본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부부도 아니고 나이든 은퇴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캠핑까지 하면서 여행하는 일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10년 혹은 15년 후에 내 모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강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은퇴 부부 자전거 타고 캠핑하며 90일간 유럽 3500km 횡단


저자인 최광철 선생은 원주시 부시장을 끝으로 38년 동안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퇴임하였습니다. 퇴임 하자마자 곧장 자전거를 타고 유럽 5개국 3500km 횡단 여행에 나섰습니다. 2014년 6월 30일자로 퇴임하고 7월 16일 오스트리아 빈으로 출국하였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이고,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굳어져 버렸다. 불현 듯 나도 모르게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릴 만한 명분은 없을까? 아니면 출발 일자를 무기한으로 늦출 만한 구실은? 하고 궁리에 빠지기도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대단한 용기'라고 운을 떼고는 걱정스런 조언을 늘어놓으니 어쩐지 외롭고 우울하다" - 본문 중에서


젊은 시절부터 해외로 배낭여행을 다니던 여행 마니아도 아니었고, 자전거 경력도 고작 10년에 불과하였더군요. 국내에서 몇 차례 장거리 여행을 경험하기는 하였지만 캠핑도 그다지 익숙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출발 할 때까지 유럽 자전거 여행 코스도 정확히 확정하지 않았더군요. 그런 때문인지 여행계획을 세워놓고 준비하다가 두려운 마음이 들어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중간에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1월에 미리 비행기표를 사두는 배수진을 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유럽 여행은 자전거 세계 일주를 위한 첫 걸음이기도 하더군요. 지구 한 바퀴 4만km, 세계 일주를 꿈꾸는 그는 비교적 자전거 타기에 쉬운 유럽에서 시작하여 올해는 동북아 여행을 하고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남북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대륙으로 이어지는 세계 일주 여행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오스트리아 빈을 출발하여 영국의 대서양 연안까지 3500km 코스를 잡은데는 나름대로의 몇 가지 원칙이 있었더군요.


"유럽에도 수 많은 자전거 길이 있다. 그 중에서 한 개의 노선만을 선택해야 하므로 남들이 좀처럼 갈 수 없고, 오랜 역사와 문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루트로 가닥을 잡았다." - 본문 중에서


유럽 여행 서적과 인터넷으로 수십번 이상 유럽의 자전거 길을 헤매다닌 끝에 그가 정한 여행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발해 독일의 로만틱 가도와 마인 강, 라인 강, 모젤 강을 거슬러 오른다. 그다음 룩셈부르크를 경유해 프랑스로 들어가 도버 해협을 건넌 영국 서쪽 대서양까지 횡단하는 루트다." - 본문 중에서


이 코스의 거리가 대략 3500km, 서울과 부산을 여덟 번 가는 거리이며, 쉬는 날을 제외하고 하루 50km 석달을 달려야 하는 코스입니다. 아울러 여행기간을 석달로 정한 것은 '솅겐 조약에 따라 90일 이내에서 자유롭게 국경을 이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울과 부산을 여덟 번 가는 거리... 90일 동안 자전거로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여행에서 가장 무모했던 것은 숙박 예약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여행에서 여러 가지 아찔한 일들이 벌어지거나 혹은 예기치 못한 호의와 친절을 베풀어주는 사람들을 만난 것도 사실은 숙박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런 이야기 때문에 여행기가 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약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자전거 여행의 특성 때문입니다. 자전거가 고장이 난다든지, 펑크가 난다든지 혹은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에 예약해놓은 숙소에 제날짜에 도착하지 못하는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고, 그럴 경우 다음날, 그 다음날 예약도 모두 줄줄이 변경하거나 취소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간 무모해 보이는 무작정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더군요.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 때문에 생긴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독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하고, 미소짓게 만들기도 하며 저런 행운을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부러운 마음도 생기게도 합니다.


독자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은 이들 부부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니었고, 독일어나 불어를 하는 사람들과는 손짓 발짓으로 소통해야 하는 실력으로 석 달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왔다는 것입니다.


또 국내에서는 유럽 자전거 지도책 조차 구입하지 못하였으며, 구글 지도를 살펴보며 코스를 계획하였으며, 오스트리아 빈을 출발하여 첫 번째 캠핑장 조차 예약하지 않은 채 출발하였다는 것도 비슷한 여행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는 일들입니다.


이들부부가 출발하는 모습을 한 번 볼까요? 산악 자전거 두 대에 각각 여섯 개씩의 가방을 주렁주렁 메달았습니다. 앞뒤 바퀴와 핸들바, 뒷 바퀴 위쪽에 거치대를 부착하여 여섯 개씩의 가방을 메달았는데, 자전거를 빼고 각자 25kg의 짐을 싣고 달린 것입니다.


25kg이면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 한 명을 늘 태우고 다닌 것과 같은 것이지요. 메트와 침낭 그리고 텐트, 코펠 등 캠핑장비를 다 챙겼으니 아무리 줄였다고 해도 이 정도 무게가 나가는 것은 당연하지요. 막상 유럽에 도착하여 여행을 다닐 때는 현지에서 구입한 식료품 등을 메달고 다녔을테니 출국 때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짐을 싣고 다녔을 것이 분명합니다.


처음엔 고작 하루 50km? 라고 생각하였지만, 자전거에 주렁주렁 메달린 가방과 짐의 무게를 생각해보니 '고작'이라는 단어가 쏙 들어갔습니다. 매일매일 50km를 쉬지 않고 달린 것이 용하다 싶더군요.



위기의 순간에 늘 도움이 손길이 찾아왔다


그들 부부가 여행을 떠나며 새로 만든 명함에 'Bike Bohemian'이라고 새긴 것도 충분히 이해 할 만합니다. "잠은 캠핑장에서 자고, 밥은 직접 해 먹고, 예약은 못하고, 세부적인 코스는 정해지지 않았"으니 집시 생활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인터넷 지도를 활용해 길을 찾아다닐 계획으로 여행 출발 전에 해외 인터넷 무제한 이용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빈에 도착한 첫날 인터넷 서비스를 개통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히더군요.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한국인 젊은이의 도움을 받아 겨우 개통에 성공하지만, 핫스팟 기능도 이날 처음 익혔다고 하더군요.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한 다음날 숙소에서 한 시간 이상 달려 도나우강을 찾아간 뒤 강변에 있는 '유로벨로' 자전거 길을 찾아냅니다. 일상을 벗어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고 조금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 있어야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90일 간의 여행동안 적지 않은 모험이 다가옵니다. 출발 첫날부터 자전거가 고장납니다. 출발전 국내에서 자전거를 점검하고 떠났을 텐데 빈을 출발한지 한 시간쯤 되어 변속기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겁니다. 어렵게 어렵게 정비센터를 찾아가서 수리를 마쳤는데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무리한 운행은 삼가시고...기어 줄도 교환하고, 늘어진 체인도 조정하고, 비틀어진 기어 변속기도 제 위치를 잡았습니다." - 본문 중에서


3500km 여행을 출발한 지 1시간 만에 수리센터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난감할까요? 하지만 집시 부부의 여행과 모험은 시작일 뿐입니다. 여행의 중요한 고비고비마다 자전거가 고장나는 불운이 닥치기 때문입니다.


"길을 잘못 들어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바람에 혼쭐이 나기도 했고, 덩컹거리는 운하 길, 풀밭, 자갈길을 며칠씩 달리기도 했다. 또 펑크가 여섯 번 나고, 스탠드와 짐받이가 부러지고, 브레이크도 고장 났다." - 본문 중에서


지도를 보고 어렵게 찾아 간 캠핑장이 만원이라 한 밤중에 지친 몸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른 캠핑장을 찾아 다니기도 하고, 새벽까지 춥고 외진 숲속을 헤매다니기도 합니다. 캠핑장을 찾지 못해 어렵게 어렵게 찾아간 호텔에서는 이유없이 숙박을 거절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난감한 일만 경험하지는 않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두 번이나 예정에 없던 민박을 하게 됩니다. 도흐문으로 가는 길에 있는 무바즈 마을에서 마르틴 가족에게 빈방과 음식을 대법 받기도 하고, 에스블리에서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신혼부부가 침실과 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시작이 반 이라는데... 출발부터 자전거 고장은 뭐야?


지도를 찾는 여행자를 목적지까지 안내 해주는 경찰관, 자동차로 복잡한 길을 안내 해준 어르신, 가던 길을 멈추고 여행자의 길을 찾아주고 떠난 자전거 타는 젊은이, 정원에 텐트를 치게하고 음식을 대접해준 아주머니... 그리고 자전거 길에서 만난 수 많은 여행자들이 집시부부의 여행을 응원해준 사람들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정말이지 "위기의 순간엔 언제나 도움의 손길이" 찾아오더군요. 약간은 무모해 보이는 여행이었지만, 90일 간의 유럽 자전거 여행이 책 한권으로 엮을 만큼 많은 이야기꺼리를 만들었다니, 어쩌면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약간의 무모한 계획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최광철 안춘희 부부의 여행기를 읽으며 비슷한 여행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중에는 저도 포함됩니다. 외국어를 못해도 예약을 하지 않고도 유럽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약간은 무모한 자신감에 불을 지펴주었기 때문입니다.


<집시 부부의 수상한 여행>을 읽고나니 아직 출발도 하지 않은, 오는 8월 2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 한국 – 일본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집시 부부의 동북아 평화 순례 4000km 여행기가 기다려집니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이고,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굳어져 버렸다. 불현 듯 나도 모르게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릴 만한 명분은 없을까? 아니면 출발 일자를 무기한으로 늦출 만한 구실은? 하고 궁리에 빠지기도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대단한 용기`라고 운을 떼고는 걱정스런 조언을 늘어놓으니 어쩐지 외롭고 우울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발해 독일의 로만틱 가도와 마인 강, 라인 강, 모젤 강을 거슬러 오른다. 그다음 룩셈부르크를 경유해 프랑스로 들어가 도버 해협을 건넌 영국 서쪽 대서양까지 횡단하는 루트다."

"길을 잘못 들어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바람에 혼쭐이 나기도 했고, 덩컹거리는 운하 길, 풀밭, 자갈길을 며칠씩 달리기도 했다. 또 펑크가 여섯 번 나고, 스탠드와 짐받이가 부러지고, 브레이크도 고장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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