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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풀꽃 - 세밀화로 그린 어린이 풀꽃 도감 ㅣ 세밀화로 그린 어린이 자연 관찰
이영득 지음, 박신영 그림 / 호박꽃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들과 함께 바깥으로 나가면 어디서나 흔하게 풀꽃을 볼 수 있다. 아이도 어른도 무심하게 지나치는 것은 풀꽃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트에서 만나는 이웃도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지만,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무심히 지나치게 마련이다.
학교 꽃밭에도 있고, 보도블록 틈에도 있고, 버려진 화분에서도 자라는 풀꽃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면 인사를 나누고 생김새와 이름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고향을 물어보고, 나이를 물어보고, 취미와 특기를 물어보듯이 씨는 어떻게 맺고 꽃은 어떻게 피는지 알고 있어야 더 친해질 수 있는 것이다.
세밀화로 그린 어린이 풀꽃 도감
아주 작은 풀꽃에도 이름이 있다.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부르는 것들도 모두 이름이 있다. 풀꽃을 사랑하고 자연과 생명으로 소중히 섬기는 일은 하는 어떤 선생님은 "그들이 잡초면 우리는 모두 잡놈"이라고 하셨다. 이름을 모른다고 '잡초'라 불렀으니, 우리 이름을 모르는 다른 사람이 우리를 '잡놈'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다는 뜻이다.
풀꽃에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면 풀꽃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영득이 글을 쓰고, 박신영이 그림을 그린 <내가 좋아하는 풀꽃>은 '풀꽃'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풍부한 삽화와 다정다감한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덩치는 작지만 생명력이 강한 풀꽃들이 어떻게 씨를 퍼뜨리고 척박한 땅에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지를 자세하고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들이 보기 쉽도록 그림책처럼 엮은 이 책은 사진보다 훨씬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세밀화와 귓속말 속삭임 같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며느리배꼽' 편에서 전해주는 귓속말 같은 속삭임은 이렇다.
며느리배꼽은 이름이 별난 풀이에요. 배꼽같이 오목한 곳에 열매가 달린다고 이런 재미난 이름이 붙었어요. 열매는 풀색에서 보라색이 되었다가 남색으로 익는데, 반들 반들 윤이나오. 며느리배꼽은 덩굴로 자라요.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있어서 다른 물체에 잘 붙어서 올라가요. 줄기뿐 아니라 잎자루에도 날카로운 가시가 나 있어요. 살갗이 살짝 긁히기만 해도 벌겋게 되고 가려워요. 잎은 세모꼴인데 먹어보면 새콤새콤 신맛이 나요. 비슷한 풀로 며느리밑씻개가 있어요." (본문 중에서)
애기똥풀' 편에서 전해주는 귓속말 속삭임은 이렇다.
"애기똥풀은 줄기를 자르면 샛노란 물이 나와요. 이것이 꼭 갓난아기 똥 같다고 애기똥풀이에요. 애기똥풀 즙에는 독이 들어 있어서 먹으면 안 돼요. 소도 그걸 아는지 애기똥풀은 뜯어먹지 않아요. 하지만 벌레 물린 데 바르면 잘 낫는대요. 애기똥풀 꽃은 배추꽃을 닮았는데 크기가 좀 더 커요. 가운데 있는 꼬부라진 암술대가 유난히 눈에 띄어요. 애기똥풀 줄기는 가느다랗고 억세게 생겼어요. 그래서 까치다리라는 별명도 있어요. 잎에는 흰 털이 많아요." (본문 중에서)
풀꽃 이름에 담긴 뜻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풀꽃>에는 공원이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꽃 38종이 실려 있는데, 풀꽃 소개는 모두 자기 이름에 담긴 뜻을 밝히는 첫인사로 시작된다. 소가 잘 먹어 쇠뜨기, 닭장 옆에서 자라 닭의장풀 같은 식이다. 이 특징을 모아서 노래를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쇠뜨기] 소가 잘 뜯어 먹어서 쇠뜨기예요.
[강아지풀] 이삭이 강아지 꼬리를 닮아서 강아지풀이에요.
[닭의장풀] 닭장 옆에서도 잘 자란다고 닭의장풀이에요.
[환삼덩굴] 이파리가 삼 잎을 닮았다고 환삼덩굴이에요.
[소리쟁이] 바람이 불면 열매가 부딪혀 소리를 낸다고 소리쟁이에요.
[쇠비름] 비름나물 맛이 난다고 쇠비름이라 한대요.
[별꽃] 꽃이 별 모양을 닮았다 해서 별꽃이에요.
[패랭이꽃] 꽃이 패랭이 같다고 패랭이꽃이에요.
[할미꽃] 할머니처럼 꼬부라져서 피어요.
[애기똥풀] 줄기를 자르면 샛노란 물이 나와요
[뱀딸기] 뱀이 나올 듯한 곳에서 산도가 뱀딸기예요.
[양지꽃]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 양지꽃이에요.
[오이풀] 잎에서 오이 냄새가 난다 해서 오이풀이에요.
[살갈퀴] 잎 끝이 갈퀴처럼 갈라져 있어서 살갈퀴에요.
[돌콩] 아주 작지만 야무지다고 돌콩이에요.
[자운영] 무리 지어 핀 모습이 자줏빛 구름 같다고 자운영이라고 해요.
[토끼풀] 토끼가 잘 먹어서 토끼풀이에요.
[괭이밥] 고양이 밥이라는 뜻, 배 아플 때 고양이가 먹는다고 해요.
[제비꽃] 제비가 돌아오는 봄에 핀다고 제비꽃이에요.
[달맞이꽃] 달 뜰때쯤 핀다고 달맞이꽃이라고 해요.
[박주가리] 열매껍질이 박 바가지를 닮았어요.
[꽃마리] 꽃차례가 또르르 말려 있다가 핀다고 꽃마리예요.
[꿀풀] 꽃에 꿀이 많다고 꿀풀이에요.
[까마중] 열매가 스님 머리를 닮아서 까마중이라 한대요.
[큰개불알풀] 열매 모양이 개 불알을 닮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질경이] 목숨이 질기다고 질경이에요.
[엉겅퀴] 피가 날 때 찧어 붙이면 피를 엉겨서 멎게 한다고 엉겅퀴가 되었대요.
[개망초] 밭에 나면 농사를 그르친다고 개망초라는 이름이 붙었대요.
[뚱딴지] 뿌리를 파보면 엉뚱하게 감자같은게 달려 있어 뚱딴지에요.
[왕고들빼기] 키도 크고 꽃도 커서 왕고들빼기예요.
이런 식으로 이름과 이름에 담긴 뜻을 소개 후에는 어디서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꽃모양은 어떤지, 꽃은 언제 피는지, 키는 얼마나 크는지, 분류는 어떻게 하는지, 줄기는 어떤지, 먹을 수 있는지, 맛은 어떤지, 다른 이름으로는 어떻게 부르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세밀화 그림은 꽃과 줄기 열매 자라는 모양 그리고 비슷하게 생긴 꽃을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함께 그려놓았다.
"풀은 지구의 살갗이에요."
지은이는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풀꽃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 들, 숲은 모두 풀꽃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풀꽃은 지구를 감싸고 있는 우리 몸으로 치면 피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풀은 지구의 살갗이에요. 벌거벗은 맨땅에 풀이 자라면 메말랐던 땅이 살아나요. 풀꽃이 흙을 움켜쥐고 있어서 비가와도 쓸려 가지 않아요. 흙이 촉촉해지고 벌레도 생겨나요. 새가 날아들고 동물도 찾아와요. 풀은 동물 먹이가 되고, 보금자리 구실을 해요." (본문 중에서)
책 끝머리에는 종류가 다른 풀꽃들이 어떤 방법으로 번식하는지가 예쁜 세밀화로 그려져 있다. 꽃목걸이 만들기, 민들레시계, 강아지풀 콧수염, 바랭이 우산, 쇠뜨기 수수께끼, 질경이 씨름 같은 풀꽃으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도 소개하고 있다.
귓속말 속삭임 같은 글을 쓴 이영득 선생님은 동화작가이면서 들꽃 생태 안내자이다. 숲에서 어린이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며, 인터넷 카페 '우리 풀꽃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풀꽃지기로 활동하고 있단다.
풀꽃을 손수 기르며 정성껏 그림을 그린 박신영 선생님은 일산에서 세밀화 모임을 하면서 우리 풀꽃을 그리고 있단다. 국립수목원에서 희귀식물을 세밀화로 그리기도 했고, 세밀화로 유명한 <보리 어린이 풀 도감>을 그렸다고 한다.
학교, 마을놀이터, 동네 쌈지 공원 등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풀꽃들을 골라 엮었다. 어른이 읽고 보아도 좋은 책이지만, 유치원,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산으로 들로 숲으로 나들이 갈 때 함께 가면 쓰임이 많을 책이다.
<오마이뉴스>와 제 블로그에도 올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