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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판매학
레이 모이니헌.앨런 커셀스 지음, 홍혜걸 옮김 / 알마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웰빙...웰빙...잘먹고 잘 사는 법...
요즘 시대에 그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단어이자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일등공신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주요내용은 확율적으로는 극히 발생하기 힘들고 병의 원인이라고 해봐야 수십수백가지의
원인이 될까 말까한 한가지 증상 또는 일상적으로 그리고 삶의 당연한 부분을 약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식의 홍보로 약을 세일즈 하는 제약회사와 그 제약회사의 로비와 의사들의 의료비 수가가 만나 이루어
지는 어처구니 없는 약들의 남용과 약이 약이 아닌 일상 식품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세뇌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적나라 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을 읽지 않으면 홈쇼핑 채널만 틀어도 갱년기 장애, 여성 호르몬, 클로렐라, 각종 비타민제
칼슘제 철분제 등등 식품과 약품의 경계가 모호한 것들을 보며 안먹으면 큰일이 날것만 같아 전화기나
인터넷 쇼핑에서 살까 말까를 고민하게 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말과 얼렁뚱땅 사람들을 현혹
시키는 퍼센테이지로 여전히 자신을 이미 잠재적 환자로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텔레비젼을 틀면
쏟아져 나오는 건강하게 사는 법들은 나도 한두가지 혹은 그 이상 가지고 있는 당연한 증상에 병원을
찾게 하는 그런 내용들을 보면 정말 나도 환자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최근에 아들녀석이 7살이 되고 보니 이제 하나둘 유치가 빠지기 시작했다. 첫 아랫니가 흔들릴때
난 그냥 아들녀석에게 계속 혓바닥으로 손가락으로 흔들라고 가르쳤고 아들녀석은 흔들리는 이가
신기했던건지 아니면 엄마가 시킨 탓인지 열심히 시도때도 없이 흔들어 댔다.
혹시나 싶어 실을 걸어 뽑을까 했더니 아직은 이른것인지 아들녀석이 고통을 호소해서 그럼 좀더
흔들어봐라 하는 나에게 마침 놀러왔던 친구 부부는 나에게 그냥 치과를 데리고 가라고 한다.
그럼 치과에서 안 아프게 마취하고 뽑아준단다. 글쎄 난 내가 나의 이를 모두 나 스스로 뽑아서 그런지
치과의 필요성을 못 느낀 탓도 있지만 치과에서 주사가 딱히 아파 아이들이 울고 불고 난리치는게
아니다 다만 그 병원이라는 것 자체가 아이들은 공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친다면 아이는
유치를 다 뽑기 위해 적어도 스무번 가까이 병원을 가야한다는 얘기인데 스무번의 스트레스를 줄
만큼 이를 빼는게 병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고 난 후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첫 아랫니
를 뺐고 우리 가족은 뭔 큰 경사라도 난 냥 빠진 이를 들고 기념사진도 찍고 호들갑을 떨어 이를
뺀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 후 아이는 이 빼는 공포가 없었고 둘째 아랫니는 스스로
뽑았다. 물론 아무런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만약 병원을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우린 가끔 병이 아닌것을 스스로 병인냥 치부하고 또 약간의 고통의 과정을 더 큰 고통으로 없애려
하는 어리석음을 내보일때가 있다.
우리 친정어머니는 지금이 딱 갱년기다 다큰 자식들이 떠난 휑한 커다란 집... 쓸쓸한 농촌...
무뚝뚝한 경상도 남편... 우리 딸들은 항상 엄마를 걱정했다. 괜히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로
여성호르몬이 부족할 때라 좀더 보충을 해야 한다는둥 활발하게 뭔가 할게 필요하다는 둥 피부관리를
해보는게 어떻겠냐는둥 물론 엄마가 그 갱년기를 넘길때 고생을 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서 나오는
말들이었다. 엄마는 그냥... 느긋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 하셨다.
"다 늙는건데 뭐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나는 지금이 좋다. 딸래미들 다 잘커서 자기 직장 스스로
잘잡고 잘 다니고 인정받고, 내 어디 특별히 안 아프고, 너희들 다 착해서 어디가서 욕먹지 않고
나 어디가도 다 환영받는다 엄마는 마음 어디 한구석도 아픈곳이 없이 잘 늙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너희도 엄마 걱정시킬 일만 않하면 된다"
난 코끝이 찡해졌다. 아마 동생들도 마찬가지였을것이다.
우리는 가끔 우리의 아픈 마음을 어떤 약으로 치료를 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을 한다. 나이가 들어
늙을 때도 생리통으로 우울하고 괜히 화가 날때도 뭔가 일이 잘 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할때도
우린 심리적으로 나의 마음의 불편함을 제거해 줄 뭔가를 끊임없이 찾는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그랬을 것이다. 다만 그때는 우리가 방대한 정보들을 받을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매체도 별로
없었고, 지금 팽팽 돌며 세상의 모든것을 보여주는 인터넷도 없고, 뭔 큰병이나 생겨야 가던 병원
들도 제집 드나들듯 하는 시대가 되었을 뿐이다.
난 제약회사들의 그러한 약장사에 무조건 돌을 던지고 싶지는 않다. 그 약효가 얼마인지 그것이
오히려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그 역시 확율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다만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러한 [질병판매학]같은 책의 내용들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져서 스스로 필요로 한 사람들이
정확한 판단과 자신의 건강과 삶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세우기를 바랄 뿐이다.
현대 사회는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다. 제약회사와 병원의 경제논리가 세상 사람들이 껌처럼
약을 사는 시대가 되길 바라는 것이라면 나의 경제논리는 그런 씹으면 턱만 아픈 껌을 그냥 식후에
잠깐 씹고 버리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