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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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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료

          -김남주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 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중략

 

아프리칸가 어딘가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중략

 

 

 

그는 단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깨닫지 못한 것이다. (..........)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로 하여금 그 시대의 엄청난 범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 결코 어리석음과 동일한 것이 아닌 철저한 무사유였다. (............) 이처럼 현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과 이러한 무사유가 인간 속에 아마도 존재하는 모든 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대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사실상 예루살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글쓴이...아렌트

............................본문 74쪽에서

 

철학과 시의 만남이 이렇게 조화롭게 이루어질수 있다는 것이 참 재미있다. 모든 학문은 다 통한다는 말이 맞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생각을 많이 하며 읽어야하는 추상적인 시와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철학을 접목하여 풀어낸 이야기들이 책읽는 즐거움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 김남주의 어떤 관료라는 시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맹목적인 권력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잇속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권력자들의 어리석음을 말이다.

 

요즘 사유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어떤 관료에서의 무뇌한 듯한 관리처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역시 그런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스스로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자. 유대인들을 대학살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했다가 나중에는 그런 죄목으로 재판을 받게 되는 그들을 보며 유대인들은 그들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그런 유대인 들 앞에 철학자 아렌트는 그들이 악마가 아니라 무사유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그 말에 유대인들은 심한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나 역시 얼마전 사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글쓰기 과정중 내가 글을 쓴 글을 보면서 사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 그런 와중에 만나게 된 사유에 대한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가득 채워진다. 사유...사유가 없다는 것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나 어떤 관료에게 커다란 죄악이었든이 나의 사유 없음도 커다란 문제인 것이다.

 

그 밖에 박노해의 시와 철학자 네그리의 이야기, 기형도의 [소리없는 뼈]에서의 침묵의 속삭임과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 삶의 우발성을 이야기한 김남주 시인의 [물길의 소리]라는 시와 철학자 알튀세르의 이야기. 알튀세르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정신착란 상태에서 아내를 교살했다고 한다. 아내를 살해한 이후 그가 쓴 글을 책으로 내려하자 출판사들에서는 정신착란으로 아내를 죽인 그의 글을 낼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아내를 죽인것은 자신에게 일어난 우발적인 사고라고 말하고 있다.

 

물길의 소리

         - 강은교

 

그는 물소리는 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군, 물소리는 물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 물이 바위를 넘어가는 소리, 물이 바람에 항거하는 소리, 물이 바삐 바삐 은빛 달을 앉히는 소리, 물이 은빛 별의 허리를 쓰다든는 소리, 물이 소나무의 뿌리를 매만지는 소리......... 물이 햇살을 핥는 소리, 핥아대며 반짝이는 소리,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

...........중략

 

위의 시에서처럼 물소리는 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며 물이 돌에 무딪히는 소리, 바위를 넘어가는 소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알튀세르는 자신이 아내를 살해한 것은 우발적인 사고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소비사회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유하라는 시인과 벤야민의 글을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21명의 시인,그리고 21명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만남으로 인해 새로운 삶의 언어들을 그리고 세계를 만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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