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에디터스 컬렉션 1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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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션 표지도 예쁘고, 문예출판 문학선은 가방에 쏙넣고 다니며 읽기 좋아요. 작품해설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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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임이랑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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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오서재의 신간은 반가운 엄유정작가의 그림을 입었다. 

차분한 밤 풍경, 밤 얼굴들이 담고 있는 표정은 어딘지 익숙하고 친근하다.

음악과 글을 지으며 식물을 가꾸는 임이랑 작가의 에세이는 그렇게 고요한 밤의 명상처럼

진솔하다.

불안에 취약하다고 말하는 작가는 자신의 어두운 경험들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요즘은 방송에서도 육아부터 개인 혹은 부부간의 사적인 문제들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전환

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콘텐츠로 활용하는 프로가 많아졌고 대중의 호응도 또한 높다.

SNS가 소통의 중요한 장이 된 시대에 누가누가 더 잘 사나 경쟁하듯 드러내는 것과 다르게

개인적인 삶의 애환은 누구나 각자의 보따리를 가지고 살아간다.

 


 

어릴 때부터 나는 스트레스가 피부 트러블로 나타나곤 했는데 여전히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질 때는 알레르기약을 잊을만 하면 한번씩 처방받곤 한다.

그래서 수록된 글 들 중에 읽어보기도 전에 제목이 너무 탁월하게 와닿았던 챕터.

'나로 사느라 내가 참 고생이 많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보다 스스로를 들볶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면 건강뿐 아니라 판단력도 흐려진다.

유난히 시행착오가 많아지는 것도 조급함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 같은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MBTI를 통성명처럼 밝히며 시작하는 것이 마치 유행처럼 되었다.

마음은 복잡한 존재라 겉으로 드러나는 밝음과 내면의 그늘진 비율의 차이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느 정도는 사회성이라는 조미료가 더해져 필요에 따라 두 개의

성향을 번갈아 오가며 살아가게 된다. 그 경계를 현명하게 넘나드는 유연한 삶의 요령이

필요하다.

어른들의 불안함은 아이를 키우면서 또 한 번의 오류를 낳는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굳어진

고정관념은 아이가 자라며 달라진 세상과는 별개로 아이에게 잘못된 고정관념과 두려움을

각인시킨다는 말은 스스로가 종종 꼰대처럼 느껴지는 순간에 깨닫곤 하는데도 여전히 고치기

쉽지 않다.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기보다 도전하지 못해 후회하는 삶은 아니길 바라면서도.

 

우리는 모두 자기혐오와 자기애를 오가며 스스로 존재에

의문을 멈추지 않는 동료들이다.

내가 여기에 있고 당신이 거기에 있어서 다행이다.

과하고 거창한 행복 대신 나는 당신의 평안을 빌겠다.

<책 속 문장 中>


 

실제로 지금 밖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세차게 내린다. 역대 최대의 태풍이 예고되어

있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는데 불과 열흘 전만 해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시간들이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순환한다.

계절이 순환하듯 우리의 일상도 활력과 나른함이 번갈아 오가겠지만 그런 날들마저 삶을

유연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왜 나는 이시간까지 잠못들고 있는건가.....zzz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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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파친코 1~2 - 전2권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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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파친코>는 그녀의 두번째 장편소설로 역사학과 학생이던

1989년 '자이니치'라 불리는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 후 무려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거쳐 완성되었다. 이 작품은 2017년에 완간되어 이미 국내에서 출간되었고 올해 한

TV 드라마로 제작되며 더욱 반향을 일으켰다. 작가는 자전적이기도 한 특정 민족이 자의

혹은 타의로 자신이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디아스포라에 관심이 많고 첫 번째 작품에 이어 <파친코>는 그 두 번째 작품이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파친코 PACHINKO 첫 줄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룬  소설은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일본 버블경제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흐름 속에서 섬세한 심리묘사와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을 읽으며

한편의 긴 서사를 마치 영상으로 보는 것처럼 흡인력 있게 읽게 만들었다.

너무 이슈화한 베스트셀러에 대한 큰 기대감이 없는 나는 저자의 집필 기간을 보고 일단

편향적인 나의 취향에 대해 반성했고, 그래서 더 진지하게 읽어지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온갖 어려운 일을 견디며 분투해 왔던 한국인의 이야기에 공감했던 작가는 고난

속에서도 살아내야 했던 개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와 인간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생생하게 그린다. 가족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것도 일종의 우상숭배라고 비유하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 사랑에 대처하는 여러 장면들은 시대와 상관없이 삶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다.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알 거라는 말은 아마도 진리임에 틀림없다.

나도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임을 생각하는 순간들이 많아진 것만 봐도 겪어봐야 아는 것이

세상에는 참 많다.

 


 

위태위태하게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결국 삶에 대한 짐작과 오해로 남았던

장면들이 찡하게 다가왔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파도에 깎여 둥글어지는 유리 조각

처럼 날카롭던 가장 자리가 무뎌지고 부드러워졌다."라는 책 속 문장은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을 인생의 진리다.

작가는 <파친코>에 이어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을 집필 중이라고 한다.

이민자인 작가의 시선으로 그려진 작품들을 통해 그려진 삶의 모습은 시대와 환경을 넘어

삶의 가장 본질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경계인인 미국인 도널드 리치가 1960년대부터 50여 년간 거주하며 쓴 산문들을

이어서 읽고 있다. 가장 가깝지만 앙금으로 얼룩진 두 나라의 이야기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재미있게 읽고 있다. 역시 그 안에 눈에 띄었던 키워드 <파친코>

 

 


 

역사도 삶도 알고 보면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가는 또 한 번의 시간.

"역사와 시대가 어떠하든,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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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피부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이현아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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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을 볼 때마다 푸른 기운을 감지한다.

그것은 자신 안으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자의 시선에서 비롯한다.

앞이 아니라 뒤로 발걸음을 디딜 때 생기는 약간의 공간과 그늘,

그 물러남의 태도가 말하는 색,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블루다.

<작가의 말 中>

여름 끝에 만난 미술 에세이 한 권의 인상은 차갑고 시리다. 피카소의 우울을 담은 청색시대

이후로 미술을 이렇게 서늘하게 이야기 한 책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독특한 첫인상의 책.

왜 그렇게 작가는 푸른색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가 하는 의문은 책장을 넘기는 페이지만큼

와닿기 시작했다.

 

글을 쓴다는 것, 글에는 그 사람의 많은 것이 드러난다. 저자는 글을 쓴다는 것은 써 내려가는

과정이 신체적으로도 가라앉는 느낌이 들고 침잠하는 과정이라고 표현을 했다.

깊이 내려가는 글은 그래서 더 진솔하고, 서늘할 만큼 시리기도 하다.

그렇게 한발 물러나 푸른 기운을 담은 그림들을 이야기하는 책 속 작품들을 감상하며,

저자의 사적인 내면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나도 또 다른 나의 기억들이 소환된다.

 

학교에서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루브르를 자신의 아카데미로 삼았던 발튀스의 이야기

부터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일종의 금기와도 같은 선을 넘는 작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던 루시안 프로이드, 평생 그림을 그렸지만 남편과 아이의 예술에 집중 할 수밖에

없었던 우르타도는 진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든 사람이 잠든 밤에 깨어있었다.

 


 

자신의 몸집보다 큰 캔버스를 지고 걷는 조지아 오키프의 모습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적으로 남았던 한 장면이다. 평생 탐구해야 만 하는 사각형.

누구나 자신만의 캔버스를 지고 살아간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캔버스

를 일생 동안 채워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유난히 꽃을 좋아했던 독일화가 파울라 모더 존 베커는 "짧지만 화려한 축제"라는 말로

꽃을 표현하기도 했다. 유한한 우리의 삶마저도 그런 한계성에 늘 부딪치곤 하는 데서

우리는 그 삶의 빛나는 순간들의 가치를 알아간다.

그녀의 말대로 우리 모두의 삶은 하나의 짧지만 강렬한 축제이고, 축제가 길다고 더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심스럽지만 간절한 그녀의 마음이 작품에서 고이 들어 올리는 꽃들에서 충분히 느껴진다.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이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작가들이라는 점도 반가웠고, 기존에 잘 알려진

작가들의 이야기도 새롭게 다가왔던 고요와 사색을 불러오는 푸른 기운의 그림들이 주는

여운이 잔잔하게 남는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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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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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 절정이 이어지다 하늘에서 구멍이 뚫린 듯 연일 비가 이어지던 날 도착한 책.

<수면 아래>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차분한 느낌이 시원했고, 시없이 시로 가득하다는

박연준시인의 추천사가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던 책.

'그리운 것은 어쩌면 고마운 것과 닮아 있구나 '생각했다.

<수면 아래_ 이주란 장편소설 中>

근간에 읽었던 책들 중 가장 느리고 잔잔하게 읽은 책이었다. 너무 고요하고 무심하게 흘러

오히려 꼭꼭 눌러읽게 만들었고, 그래서 연달아 두 번을 읽었다.

문장 들 속에, 평범한 일상 속에 꼭꼭 숨겨진 두 가지 사연은 결코 사소하지 않았는데 문장톤이

내내 고요하게 흐르다 보니 놓쳐버리기 쉬워서 오히려 집중하며 읽게 된다.

 

 


 

"저는 시시한 것들을 사랑하고, 시시한 것들은 대체로 슬프니까요"

처음 만날 때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고, 그런가 하면 아무리 가까이하고 싶어도

사소한 일들로 어긋나기만 하는 관계가 있다. 저절로 되는 것도 없고, 억지로 되는 것도 없더

라는 책 속 문장을 비롯해 조곤조곤 문장들은 표면적 존재감을 넘어서는 생각들을 소환한다.

 

 


 

먹고사는 일은 배고픔을 넘어 삶의 여러 의욕 내지는 한 사람의 생활 속 활력들 드러낸다.

마음 쓰이는 일이 생기면 우선 식욕부터 떨어지고, 반대로 먹는 일로 해소하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마저 생기기도 하니까. 평소에 토스트에 설탕 뿌리는 것 별로 안 좋아하는데 책 읽다가

토스트가 먹고 싶어지더라.

여름이었고, 그날의 가족여행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는데 물론 그때는

몰랐어요. 모를 수밖에 없죠. 미리 알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

수면 아래 中

가끔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측은지심에 대해 생각한다.

각자의 삶이 다르고, 처해진 환경이 다르고, 관심사도 제각각이지만 나름대로 누구나 삶이

녹록지 않음을 알아가게 되고, 그런 와중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복잡하고 마음 터놓을

사람이 있다고 해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비 오는 날의 우산처럼 삶도 그런

방어기제가 필요한데 그것이 사람이면 좋겠고, 그런 선순환이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언젠가 우리가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중략)

그냥, 난 우리가 괜찮았으면 좋겠어.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순간에.

정말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지금 내게 남은 마음은 그것뿐이라고,

<수면 아래 p.196>

 

 


 

서로를 미워하며 헤어질 예정이었는데

서로를 그리워하며 헤어지게 되었다.

그냥, 그런 마음이 남았고 두 사람은 그 마음을 그대로 둘 예정이다.

작가의 말에 안도하며 마지막 장을 덮는다.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지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그리워하는데도 어긋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마음은 평생 마음 한편에 넣어두고 살게 되는 것 같다.

책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으며.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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