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파친코 1~2 - 전2권 - 개정판 ㅣ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평점 :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파친코>는 그녀의 두번째 장편소설로 역사학과 학생이던
1989년 '자이니치'라 불리는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 후 무려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거쳐 완성되었다. 이 작품은 2017년에 완간되어 이미 국내에서 출간되었고 올해 한
TV 드라마로 제작되며 더욱 반향을 일으켰다. 작가는 자전적이기도 한 특정 민족이 자의
혹은 타의로 자신이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디아스포라에 관심이 많고 첫 번째 작품에 이어 <파친코>는 그 두 번째 작품이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파친코 PACHINKO 첫 줄

4대에 걸친 가족사를 다룬 소설은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일본 버블경제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흐름 속에서 섬세한 심리묘사와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을 읽으며
한편의 긴 서사를 마치 영상으로 보는 것처럼 흡인력 있게 읽게 만들었다.
너무 이슈화한 베스트셀러에 대한 큰 기대감이 없는 나는 저자의 집필 기간을 보고 일단
편향적인 나의 취향에 대해 반성했고, 그래서 더 진지하게 읽어지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온갖 어려운 일을 견디며 분투해 왔던 한국인의 이야기에 공감했던 작가는 고난
속에서도 살아내야 했던 개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와 인간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생생하게 그린다. 가족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것도 일종의 우상숭배라고 비유하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 사랑에 대처하는 여러 장면들은 시대와 상관없이 삶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다.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알 거라는 말은 아마도 진리임에 틀림없다.
나도 부모가 되고 보니 부모임을 생각하는 순간들이 많아진 것만 봐도 겪어봐야 아는 것이
세상에는 참 많다.

위태위태하게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결국 삶에 대한 짐작과 오해로 남았던
장면들이 찡하게 다가왔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파도에 깎여 둥글어지는 유리 조각
처럼 날카롭던 가장 자리가 무뎌지고 부드러워졌다."라는 책 속 문장은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을 인생의 진리다.
작가는 <파친코>에 이어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을 집필 중이라고 한다.
이민자인 작가의 시선으로 그려진 작품들을 통해 그려진 삶의 모습은 시대와 환경을 넘어
삶의 가장 본질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경계인인 미국인 도널드 리치가 1960년대부터 50여 년간 거주하며 쓴 산문들을
이어서 읽고 있다. 가장 가깝지만 앙금으로 얼룩진 두 나라의 이야기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재미있게 읽고 있다. 역시 그 안에 눈에 띄었던 키워드 <파친코>

역사도 삶도 알고 보면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가는 또 한 번의 시간.
"역사와 시대가 어떠하든,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