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디테일 -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 끗 디테일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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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한 끗 디테일의 차이를 발견하는 교토 인사이트

 

일본의  인기 있는 관광 도시로도 잘 알려진 교토는 오랫동안 일본의 수도였다. 천황을 중심으로 귀족

정치가 행해진 중심지였던 지역답게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조화 속에서 도시 곳곳의 매력을 다양하

게 경험해 볼 수 있는 도시이다. 책을 통해 교토라는 도시여행과 더불어 이 책의 저자는 일상에서, 혹은

장소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한 끗 디테일의 차이가 주는 사소함으로 차별화된 기록의 결과물들을 꼼꼼하게 담았다.

사소한 기록과 개인적 관점이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여행의 과정에서 발견하는

저자의 시선으로 교토 여행에 동행한다.

 

 

브랜드 마케터로 고객중심 사례와 디테일에 관심이 많은 저자의 책답게 책의 디자인에서부터 독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책의 겉표지 안쪽에는 저자의 교토 여행 동선을 담은 그림지도가 수록

되어있어 교토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에게 생생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의 기획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여행안내서로서도, 마케팅 컨설팅으로서도, 그리고

일상의 순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사이트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시선을 끌어낸다.

 

 

또 한 가지, 이 책은 누드 제본으로 제작되었다. 180도로 책을 펼쳐 볼 수 있는 편리함을 독자들에게 선사

한다. 책 한 권에 이렇게 세심한 배려가 담긴 디자인과 다양한 콘셉트의 콘텐츠가 담겨있어서 많은이들

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것 같다.

 

책은 여행이라는 모티브 안에서 다양한 분야의 시선들을 발견하고 분석한다. 관광도시답게 접근 가능한

편리한 시스템이 공항에서부터 이용객들이 편의들 도와 감동의 순간들을 제공한다.

모든 사람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설계인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사례들이 소개되는데

마침 책에 수록된 사진 장면 중 하나가 몇 년 전 내가 일본 여행 중에 담은 장면과 같아서 반가웠다.

관광지로 알려진 곳들 중에는 상업적인 일탈행위들이 빈번하기 일쑤인데 이용객들의 처우를 배려한

소소한 현장들은 또 한번 그곳을 찾고 싶을 만큼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여행은 무뎌진 자극을 다시 깨우는 역할을 한다고도 한다. 여행의 효용 또한 취향과 닿아 있을 때 최고조

로 올라간다고 하는데 여행의 트렌드 역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은 세계적인 코로나 여파로

세계여행 자체가 어려운 시기지만 이제는 명소 중심의 여행보다는 취향 위주의 여행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언젠가부터 나도 해외여행은 되도록이면 핫플이 아닌 조금은 고즈넉한 지역의 숙소를

중심으로 현지의 삶에 녹아드는 여행을 선호한다. 진정한 여행은 체험이 아닌 경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

이 책의 중심 콘텐츠 중 하나 마케팅 관련 인사이트는 브랜드 구상을 하는 이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양한 콘셉트의 상점들의 소개를 통해 이 책의 모토이기도 한 "한 끗 디테일 차별화하여 성공한

브랜드나 제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입점하여 이제는 외국에 가지 않아도 되는 많은

브랜드들의 특징은 고객의 사소한 편의를 반영하고 있다는 유동성이다. 대표적인 브랜드 중 하나가

무인양품인데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다양한 제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매월 출시되는 1년

다이어리를 통해 실용적으로 개선되는 것들이 반영되는 실용템들이라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벗어나 좋은 물건을 발견하고자 하는 안목과 철학을 보여주는

<파운드 무지>를 통해 직접 생산하지 않고도 결이 비슷한 제품을 소개하며 제품의 폭을 넓히는 기업

마인드가 오늘의 성공을 끌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서의 교토는 흔적의 디테일과 색다른 공간 경험의 재생 공간으로서의

면모들을 담고 있다. 공예품을 알리기 위한 카페를 운영하며 공간에 초점을 맞춘 후 세대공감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구세대와 신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도시가 바로 교토의 현재이다. 구세대에게는 추억을 소환하게 하고, 신세대에게는 경험을

제공하는 교집합의 공간이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한 일상의 설렘을 갖게 하는데 여행과 비즈니스 콘텐츠에 대한 인사이

트를 제공하는 책을 통해 사소한 발견을 끌어내는 시선과 기록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끌어내는지 다시

한번 실감한 시간이다. 마침 도시와 역사에 관한 책을 읽으며 현재의 교토를 마주하는 느낌이 교토라는

도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삶의 시선들을 교차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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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멀 -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
김현기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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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5회에 걸친 방송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인간과 동물의 더불어

사는 공존에 관한 <휴머니멀>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방송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르게 책을 통해 좀 더

숙고하는 시간이 되었다. 휴머니멀은 생존을 위한 냉엄한 투쟁을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된 리얼리

티 프로그램으로 르포르타주 Reportage 프로그램이다.

르포르타주는 사회적인 현실에 대하여 보고자의 주관을 섞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한 문학, 혹은 기록

문학으로 보통은 르포"라고 불리기도 한다.

살아있는 코끼리의 얼굴을 전기톱으로 베어 간 밀렵꾼, 가족이 무리 지어 사는 하마들을 총으로 사살하는

트로피 헌터, 돌고래에게 꼬챙이로 해를 가해 바닷물을 붉게 물들이는 어부, 가축을 지키기 위해 독을

사용해 사자를 몰살시키는 주민들, 인간의 욕망을 여러 가지 핑계들로 무장하여 태연하게 자행하고 있는

장면들이 그려진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공공연하게 돈을 지불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논리로 합리화하여 진행되는

포획이나 트로피 헌팅인 부호들의 유희라고 일컬어지는 제국주의 시대의 정복자 문화에 기반을 둔 자원

수탈의 결과이기도 하다.

고치를 찢고 나온 누에로 명주실을 뽑는 것도 간접 살생이라며 비단 가사를 입는 걸 금지했던 부처님을

사람들은 코끼리의 목숨과 맞바꾼 상아에 고이 새겨 넣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코끼리가 무척

온순한 동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코끼리는 천적이 없는 거대한 동물 중의 하나이다.

그런 코끼리가 서커스나 관광객을 태우는 용도로 활용되기까지에는 잔인한 사육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을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코끼리가  학대의 대상으로, 아프리카에서는 밀렵의 대상으로 인간과 공존하는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파리에서 공식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헌터들이 내는 자본들은 상당수가 부패한 정부 관료의 주머니

로 들어가거나 헌팅 업체로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적인 것들은 베일에 가려져 트로피 헌팅

이 아프리카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주장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은 놀랍고 과히 충격적이다.

무관심하거나, 혹은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덴마크령의 페로제도의 그라인다 드롭 Grindadrap은 고래 집단 살육 문화를 뜻한다.

오랫동안 잔인한 집단 무의식은 그 뿌리가 생각보다 깊고, 거센 자기 보호 본능을 동반한다.

전통은 완고하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다면 아주 조금씩 바꿔나갈 수도 있다. 잘못된 전통은 변화를

필요로 하고,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이토록 아름답게 보이는 장면의 현실을 매체를 통해 눈으로 확인하는 현실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인간 사회의 문화라는 명목으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특정 동물에 대한 살육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실제로 생태계의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멸종에 대한 데이터들은 심각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수치이자 증거이다.

놀랍게도 일본에서 포획된 돌고래 수출 현황에서 우리나라는 수입국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한동안 동물원에서 오락적인 목적으로 돌고래쇼가 진행되었고, 나도 몇 번의 관람

을 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마음 한편 이 뜨끔했다.

자연에서 자유롭게 많은 거리를 이동하는 돌고래의 수명이 인공적인 환경에서는 반 이상 줄어버리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오래전 뉴스에서 곰을 사육하거나 포획하여 장기를 떼어내는 일들이 한창 이슈가 되었던 기억도 있다.

실제로 자연에서 사는 야생의 동물들은 임계 기 Critical period를 거치며 뇌 발달 시기를 거친다.

이 특정 시기에 뇌의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그 부분은 영원히 작동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시간이다.

많은 야생의 동물들을 보호라는 명목하게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들은 자연의 순환을 거스르고 문제점

들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이제 단 2마리만 남았다는 흰코뿔소, 네덜란드어로 넓은 코뿔소 'Wijd'가 영어로 'White'로

잘못 번역되며 흰코뿔소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렇듯 자연은, 인간 문명의 발달 속도가 빨라진

것보다 훨씬 빠르게 멸종하고 소멸해 가고 있다.

아무리 인간 문명이 발달한다고 해도 자연에서 생활하는 야생의 동물들을 인간의 힘으로 조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절대로 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공존을 향한 첫걸음은 그래서 바로 인간과 동물의 이해가 우선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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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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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미있는 심리학 책이 출간되었다. 다소 생소한 단어 "샤덴프로이데"라는 심리학 용어를 제시한다.

샤덴프로이데 Schadenfreude는 독일어로 "피해를 즐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성공보다 적의 실패에 더 많이 웃는 것, 혹은 기쁨이나 즐거움을 느끼는 감정을 뜻한다.

이 부분의 설명까지 읽고 뭔가 살짝 뜨끔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있다면 열반의 경지쯤 ^^)

오래전부터 인간들은 시대와 문화권에 상관없이 남들의 굴욕과 실패를 먹잇감 삼아 자신의 행복을

찾았다.  일상의 소소한 실수를 담은 동영상 쇼가 인기를 끌거나, 슬랩스틱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바로 그런 사례 중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샤덴프로이데가 아주 고약한 감정으로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남의 육체적 고통과 서툰 행동을 보고

우월감을 느낄수록 더 잔인한 구경거리를 찾고픈 유혹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충동 사이에 있는 것 같다. 개성과 재능을 찬양하고픈 충동과 그것을

비난하고 싶은 충동. 남들의 불이익으로부터 심리적인 이득을 얻는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다.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소설책을 읽다가 샤덴프로이데가 연상되는 장면을 마주했다.

많은 일상의 순간들에 생각보다 우리는 종종 이런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가 빈번하게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의 불행은 꿀맛"이라는 일본의 속담을 비롯해 세계 많은 나라들에도 샤덴프로이데를 지칭하는

말들이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기독교 구약성경에도 "네 원수가 쓰러졌다고 기뻐하지 말고 그가 넘어졌

다고 마음속으로 즐거워하지 마라"라는 잠언서의 기록이 전해져 올 정도이다.(잠언 24장 17절)

 

책 속에서는 다양한 샤덴프로이데의 상황들과 오랜 시간 이어져 왔던 인간 심리의 부분들을 분석한다.

우리는 종종 상류사회의 일면을 통해 박탈감을 느끼고, 반대로 하향 사회의 단면들에서는 자기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사람과 비교함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경우가 생긴다.  심지어 가끔 남들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우리 자신의 불행을 기꺼이 털어놓기까지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목차만으로도 우리가 일상의 많은 순간들에서 느껴봤을 샤덴프로이데의 상황들이 떠오른다.

샤덴프로이데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는 인터넷으로 타인과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범위도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진 세상이 되었다. 개인이 아닌 집단의 감정으로 표출이 되기도

하는데 정의와 공정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능, 위계질서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고자

하는 욕망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규칙을 어긴 자가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표출하는 샤덴프로이데는

선의의 힘이 되어 공적 담론을 이끌어 내기도 하고, 마녀사냥처럼 누군가의 희생이 SNS를 통해 연출

되기도 한다.
SNS의 왜곡된 전달력이 주는 폐해들에 대해 저자는 재미있는 규칙들을 나열한다.

"유명인과 친한 척하지 말 것, 자녀들의 성적을 자랑하지 말 것, 새로 산 비싼 코트를 보란 듯이 펄럭이지

말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티 나지 않게 은근히 자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수고를 한다는 것! 
결국 샤덴프로이데는 남들보다 자기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자들에 대한 반감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샤덴프로이데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저자는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제시한다.

윤리적으로 애매모호한 감정 "샤덴프로이데"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샤덴프로이데를 나쁜 감정, 옹졸하고 뒤가 켕기는 감정으로 생각하지만 인간의

유연한 감정의 비범한 기술이라고 결론을 짓는다. 차라리 가끔 샤덴프로이데의 감정을 스스로 자백하

라고 조언한다. 상호작용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타인과 우리는 서로의 실수에서 기쁨과 안도감을

찾는다는 사실. 은밀한 감정 같았던 샤덴프로이데를 꺼내놓은 순간 별것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다.


남의 실패를 고소하게 여긴다고 해서 바뀌는 게 있기나 할까? 샤덴프로이데는 악의적인 감정이 아니라

낙담하고 실패하는 사람이 나뿐이 아님을 발견하는 삶의 구원 같은 역할을 하는 복잡 미묘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의 하나이니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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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 새하얀 밤을 견디게 해준 내 인생의 그림, 화가 그리고 예술에 관하여
이세라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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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마주하는 자세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렇게 정의하고 싶어졌다.
〰️
누군가는 여전히 예술에 대한 편견으로 그저 지적인 취향의 놀이라는 시선으로 보기도 하지만, 예술은

결국 한 시대를 사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사람의 삶의 경험과 생각들이 반영된다.

그래서 마주하는 작품의 첫인상과 달리 어느순간 그 작품이 주었던 첫인상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미술관에서의 맨얼굴이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에 대해 처음 느낌이 그랬다.

책은 마치 그녀의 고해성사처럼 그림과 마주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화가와 그림의 이야기를

고루 들려준다.  작은것들의 힘"이라는 말로 당찬 그녀의 강단있는 목소리가 느껴지며 책을 읽는 나도

이 책과 조금은 더 가까이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을 모티브로 그녀는 꽤 많은 현대사회, 우리의

삶 언저리를 언급한다. 이미 나도 한참전에 그녀와 같은 한 사람의 여성으로 사회생활을 하며 느꼈던,

그리고 지금도 느끼고 있는 여러가지 공감대를 소환하게 된다.


남부러울것 없던 화가 지나이다의 모습이 변해버린 환경에서 당당한 직업화가로 나이들어간 모습에서

는 나도 작가의 말처럼 그녀가 무척 멋지게 느껴졌다. 시대가 변해도 여성의 삶이란 많은 제약과

편견들로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맥락에서 해석된 쿠엔틴 마시스의 늙은 여자와 늙은 남자의 초상은 바로 이런것들을 반영한다.

 

루치오폰타나의 초록빛 작품은 너무나도 내 취향이다. 공간적인 개념의 창시자로도 불리우는 그의

작품은 매끈한 예술작품이 주는 안정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새로운 느낌을 전해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며 곽인식작가의 공간개념을 함께 떠올릴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팔은

안으로 굽는 그런 느낌으로 ^^

고흐의 작품이 주는 노란빛, 고흐는 워낙 독주인 압생트마니아로도 알려져 있다. 로트렉이 그린 그림속

고흐, 그리고 고흐가 그린 압생트를 보면 독하디 독한 압생트의 현실은 저 멀리 날아가고, 그저 영롱한

액체와 투명한 유리병과 잔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근간에 읽었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앨봄이 쓴 신간<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기억을 함구한다고 거기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문장이 떠오르던 대목이 있다.

과거의 기억을 완전히 망각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그것에 잠식당하지 않은채로 살아가는 것은 가능

할지도 모른다."라는 글은 그녀의 글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글을 읽는 많은 이들이 각자 잊고싶어하는

기억들에 대한 다독임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그림을 통해,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소재를 통해 작은 것들의 힘을 종종 일깨운다.

개인들의 고백이 모이고 모이면 사회인식이 바뀌고 제도가 만들어져 결국 세상은 바뀔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미투운동이 그랬고, 그 외에도 소소하게 삶의 변화들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꿈꾸는 삶보다 중요한건, 내 꿈에 내가 갇혀 질식하지 않는 일이다. 꿈이 나 보다 더 커지고 중요해지지

않도록 살피는 일이다.라는 그녀의 말에 공감하며,
그림과 마주하며 담담하게 풀어놓은 그녀의 속내가 책 제목에 고스란히 담겼음을 이제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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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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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출간되어 많은 이들에게 반향을 일으킨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썼던 미치 앨봄의 신간이

나왔다. 미치 앨 봄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방송인으로 많은 글들을 쓰고 있는데 특히 삶에 대한 의미를

일깨우는 따뜻한 글쓰기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회자가 되었던 전작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연극으로도 제작이 되었었다.

오랜만에 책을 꺼내보니 마침 그때 관람했던 티켓과 연극 브로슈어가 보관되어 있어서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이번에 출간된 신작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더 마음에 공감을

일으키는 내용이 담겼다.



"인생사는 베틀에 걸린 실처럼 얽혀서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짜인다."라는 문장은 이 책을 이어가는

핵심문장이기도 하다. 누구나 삶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나름대로의 미래를 그리지만 실제로 마주하

는 삶은 늘 녹록지 않아서 계획과는 전혀 다른 길에 놓이기 일쑤이다.

작가는 그것을 바람"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일까? 고기압과 저기압의 만남, 온기와 냉기의 만남, 변화와 변화가 바람을

일으킨다. 변화가 클수록 바람도 세게 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가지 변화가 다른 변화를 일으킨다.

책에서는 한 사람의 주인공이 생에서 마주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 과정에서 상처, 친구, 포옹,

어른, 이별이라는 과정을 그린다. 결국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많은

영향을 미치고, 나의 삶 또한 누군가에게는 큰 흔적을 남기게 된다.

우리는 종종 눈앞의 많은 일들에서 우리의 삶이, 시대가 다른 시대와 이어진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

다. 지금 현재의 모든 일들은 하루아침에 누구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지금의 모든 것들은 앞서간 이들의 어깨 위에서 세워지고 변화해 온 결과물이다.



책 속의 이야기는 애니라는 주인공 한 사람의 사례를 담았지만, 결국 애니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이기도 하다.

책 속의 큰 테마 사이사이 애니의 전 생애가 <애니 실수하다>라는 제목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삶의 과정에서 자신의 선택에 의해, 혹은 주어진 환경 등에 의해 자의적인, 타의에 의한 실수들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삶의 방향이 정해지고, 매 순간 만나지는 사람들은 그녀의 일생에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책 속 등장인물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매일  무언가를 잃는다고도 했다.

그것이 때로는 방금 내쉰 숨결처럼 작은 것일 때도 있고, 때로는 못 살 것 같은 큰 것일 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살고, 살아야 한다.

우리가 저지른 많은 잘못 들은 바른 일을 할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어제 이탈리아의 음악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코네가 별세했다. (B.1928-2020)

생전 고인이 미리 써둔 부고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고인은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죽었다"로 시작하는 부고에 ”그래서 나는 내 죽음을 항상 나와 가까이

있었던 모든 친구들에게, 그리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큰 애정을 갖고 인사를 나눴던 사람들에게

알린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들 모두의 이름을 언급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내 인생 마지막 몇 년 동안

형제처럼 지냈던 친구 페푸치오와 로베르타와 특별한 추억이 있다는 걸 밝힌다"라고 했다.

그가 이처럼 직접 부고를 써 둔 건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자신의 장례식으로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한 고인은 가족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사랑을 전했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1956년 결혼해 64년 동안 함께 한 아내 마리아였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지만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특별한 사랑을 다시 전한다.

당신을 향한 작별 인사가 가장 고통스럽다"라고 썼다.

누구나 삶의 마지막 순간이 아쉽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작별인사를 남긴

老거장의 마지막 인사가 마음을 울린다.

 

우리는 종종 사후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교와 상관없이 사후세계에 대한 우리의 상상은 아마도

무한하지 못한 생의 아쉬움에 대한, 그리고 언젠가 헤어지게 될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을 담은

마음의 일환일 것이다. 그만큼 언제일지도, 분명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우려보다 지금 현재의 우리의

삶과, 내 주변의 사람들과의 매 순간을 소중하고, 행복하게 가꾸어 가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종종 저지르는 실수들에 대해 조금은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게 하는 용기와, 바른

태도 등을 제시한다.

기억을 함구 한다고 거기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비밀을 지키면 상황을 통제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 비밀이 우리를 통제하게 된다. 실수가 없는 삶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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