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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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글이 마음에 와닿으면 전작의 도서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임경선 작가의 책을 꽤

여러 권 읽었고, 그러던 와중에 몇 년 전 그녀가 사랑에 관한 소설을 발표했고, 결혼한 여성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그때도 묘한 설렘을 가지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사랑의 정의는 결론 없이 늘 화두가 되는 주제

이지만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라도 책 한 권이 주는 설렘이 나는 그냥 좋다.

사랑은 20대의 청춘에게만이 아니라 각 연령대에 맞는 사랑의 관점들이 변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생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늘 다양한 장르를 불문하고 책을 읽고 있는 요즘이지만, 독서의 과정에서 나는 이런 장르의 책들은 또

휴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만히 부르는 이름> 오랜만에 저자의 로맨스 소설 출간 소식이 반가웠고, 또다시 설렘을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가제본 도서이다 보니 그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기분으로 온전히

책 속으로 들어간다.


애초에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은 첫 순간에 이미 사랑하는 역할과 사랑받는 역할로 정해져 있는 것일까?

전혀 다른 태도의 사람을 마주하며 주인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방황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있을 수 없지만 대부분의 상황은 중립이 있을 리 없다.

완벽하고 이성적인 사람과의 사랑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태도를 끊임없이 표현하는 사람.

사실 책을 읽으며 초반의 이성적인 남자 등장인물은 너무 완벽해서 의아할 정도였고, 끊임없이 내 사랑을

알아달라는 또 다른 남자에게는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책은 결국 에피소드처럼 한 사람이 느끼는 두 가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상의 상황을 제시해 주는듯했다.

사람의 감정은 똑같이 둘로 나누어 공평할 수 없다. 분명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

에서 누군가는 분명 더 사랑하고 그 사람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의 감정은 늘 한결같을 수 없으니 그렇게 설레던 사랑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져 가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에 몰입하여 나라면 어떤 사랑을 선택할까 하는 가상의 줄타기를 해보며, 현실이

아닌 선택에서도 완벽하게 이 사랑이다! 하는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

단지 상황에 대한 이해, 그리고 공감을 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또 뻔하지만 중요한

여러 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슴 뛰는 사랑의 특별함이 평범함으로 자리하게 되는 그런 일상의

편안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미 결혼 20년 차를 훌쩍 넘긴 이 시점에서 지나왔던 시간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여행을 한 것 같다.


한없이 이성적이고 감정 표현보다는 태도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과,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소리 내어

표현했던 두 사람의 사랑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국 사람과의 관계는 완급조절이 늘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책 속 문구 중 집에 대한 정의가 인상적이다.


"집의 아늑함은 구조나 가구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내 생활'을 하고, 공감의 곳곳을

남김없이 사용하고 뿌리를 내리려고 할 때 비로소 주어지는 선물이다." p12


책을 읽으며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사랑을 통해 가슴 뛰는 설렘과 안타까움, 그리고 공감의 감정을

넘나들며 역시나 사랑 또한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한편의 영화처럼, 단숨에 읽어내려간 그들의 이야기. 결국 사랑에는 승자도 패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출간전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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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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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힘겨웠던 2020년의 나날들,

매일매일이 예측불가였고 일상이 멈추었고, 그 와중에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가을의 문턱으로 접어

들었다. 유례없는 긴긴 장마를 지나왔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멈춤의 시간들 속에서도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화창하고 높아진 하늘이 그나마도 일상의 활력을 찾게 한다.


그 와중에 반가운 류시화 시인이 전하는 마음 챙김과 삶의 무늬를 담은 시詩의 언어들이 담긴 한 권의

모음집이 출간되었다. 시 모음집을 앤솔러지 anthlogy라고 하는데 그리스에서 유래된 단어로

'꽃 모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음 챙김이라는 타이틀로 담겨있는 한편 한 편의 시를 읽으며 각양각색의 꽃을 마주하는 기분.

정제된 언어로 간결하게 와닿는 문장들이 주는 울림은 오히려 더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어렵고 난해한 글이 아닌,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의 우리에게 차 한 잔 같은 위로를 전한다.

 

기쁨과 슬픔

그 어느 하나라도 거부한다면 삶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둘 다에게 "네"라고 말해야 한다.


주디브라운의 <네>라는 시의 한 구절을 시인은 인용하기도 한다.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만을 마주하며

살아갈 수 없기에 그 이외의 시간을 마주하는 어려운 순간마저도 감당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시기에 미국의 한 전직 교사가 SNS를 통해 나누었

던 한편의 시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여전히 진행 중이고 끝이 안 보이는 지금을 살고 있지만 이 시에서는 희망의 미래를 노래한다.

한편의 시는 종종 한편의 노래처럼 와닿는다. 마법의 주문처럼 되뇌며 읽어내는 문장에서 희망의

에너지를 마음속에 충전한다.


​어제를 위해 그리고 오늘을 위해 건배

지나간 날들과 다가올 날들을 위해 건배

빵과 돌을 위해 건배

불과 비를 위해 건배

변화하고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되었다가 다시 입맞춤으로 돌아오는 것들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공기와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를 위해 건배

(중략)

낮뿐 아니라 밤을 위해서도 건배

영혼의 사계절을 위해 건배

 

<파블로 네루다>의 시중 몇 구절을 주문처럼 마음속으로 공감하며 되뇐다.

종종 일상을 살다 보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앞으로 앞으로 만 나아가는 관성이 생긴다.

그러다 제풀에 지치고, 다시 또 속도 내기를 반복하는 어른 사람들의 삶.

멈춰있는 시간 동안에도 마음은 종종 저 멀리 앞서나가기 일쑤인 날들이라 이 글귀를 읽으며 마음이

울컥했다. 속도에 취해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하는 날들을 반성한다.
 

한편한편 마음에 와닿는 시들에 스티커를 붙이며 읽다 보니 어느새 빼곡하게 테이핑을 하고 있다.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 가로 평가된다는 <마야 안젤루>의 말처럼 이 가을에는

마음 챙김의 시들을 통해 짧은 계절 가을의 시간들을 느리게 경험하고 싶다.


시詩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에게 묻는다.

"마음 챙김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마음 놓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류시화 시인이 전하는 마음 챙김의 시들은 차갑게 온기를 잃은 마음에 따뜻한 온기와 바람을 불어넣었다.

손 닿는 언저리 곁에 두고 수시로 꺼내어 읽어보고 싶은 한 권의 시집

마음 챙김의 시. 애정 하는 이들과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의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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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쓸모 -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강은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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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예고부터 궁금하고 기대되었던 한 권의 책. 꾸준히 예술 관련 책들 읽고 있으나 같은 작품을

또 다르게 보는 관점의 글이 참 좋다. 그저 아름답다에서 벗어나, 예술은 참 많은 담론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더 즐겁고, 기존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들을 꺼내주는 책들이 그래서 또 좋다.

예술경영과 미적 사고, 무척 난해한듯하지만 생각보다 우리의 실생활에서 그 연관성들을 찾아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책에서는 화가뿐 아니라 디자이너, 건축가, 컬렉터, 후원자 등 40여 명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의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최고의 예술은 고독한 천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눈앞의 장애물을 계속 넘어서는 과정에서

탄생한다는 많은 사례들을 우리는 익히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소개에서 많이 경험하기도 했다.

많은 화가들은 저마다의 작업을 통해 오랜 시간 소통을 이어간다. 윌리엄 호가스는 그림을 스스로의 무대

라고 지칭하기도 했고, 알폰스 무하는 예술을 통해 대중의 감각을 깨우는 등의 소통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관람객들은 우연히 만난 하나의 예술작품에서 스탕달 증후군이라 불리는 감각을

일깨우기도 한다. 책을 읽아보니 예술은 예술가에게도, 그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에게도 저마다의

쓸모를 가진다.

근간에 봤던 전시 중  Eko Nugroho (인도네시아) 누그로호는 벽화, 걸개그림, 조각, 퍼포먼스, 만화책

등의 다양한 영역의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이다. 대학 때부터 인도네시아 신화와 우화를 바탕으로 한

전통 인형극 Wayang의 표현기법을 인도네시아 직물 염색법인 바틱이나 자수와 같은 지역적 기법과

연결해 작가만의 독창적인 표현방식을 구축해왔다.
현대사회에서 전통자수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던 작은 마을의 전통자수를 살리기 위해 작가는 협업을

제안했고, 2007년부터 자수 회화를 제작해오고 있다. 기술에 밀려 소외되고 무가치해진 수공업자들에게

예술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기술이 예술 생산에 활용되는 계기를 통해 예술과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는 그의 작품이 더 빛나는 이유다.

 

많은 화가들이 작품은 때로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이 되어 전해지고, 캐리커처의 달인으로 그림의

시작을 했던 모네는 스승 외젠부댕과의 만남으로 화가로서의 정식 출발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가정과 직업을 버리고 화가의 길로 접어들었던 고갱,  그림 속에서 음악의 선율이 들릴 것 같은

칸딘스키는 영혼이 여러 개의 선율을 가진 피아노라면 색은 피아노의 건반이고, 예술가는 인간의 영혼에

진동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고도 했다.

 

예술가나 작품에 대한 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따르기 보다

각각의 예술가들이 작업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 한계를 극복하고 시도하고자 했던 태도와 작업

들을 삶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조명하는 과정이 예술과 삶이라는 구분에서 벗어나 삶의 또 다른 한 방식

이었음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지금과는 다른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현재를 사는

우리와 여전히 소통 중이라는 생각을 했다.

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던 인물들 중에는 예술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메디치 가문의 행보는 여전히 많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데 애초에 왕이나 귀족 가문도 아니었고 당시에 그리 평판도 좋지 않았던 금융업

을 가업으로 하는 메디치가는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대신 도시를 위해 예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피렌체를 르네상스로 꽃피운 도시로 만들었고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s)를

실천하는 기업가의 롤모델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

돌이켜보면 예술의 기원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관계 속에서 탄생했다.

하나의 기원을 담고, 기록의 방식에서 출발했던 예술의 기원으로 거슬러가다 보면 일상과 예술을 분리

하는것 조차도 모순이 될 수 있다. 시대를 따라 삶의 방식이 변해오듯, 예술의 표현방식에도 많은 변화

와 발전이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예술과 삶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예술의 쓸모에 대한 논의들과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예술가의 다양한 작업의 결과물을 통해 소통하는 경험들을 통해 끊임없는 무언의 대화가 이어져 갈 것을

기대한다.

 

예술은 반드시 그 가치를 알아보고 공유하는 사람, 그리고 사회와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비로소 생명력을 지닐 수 있다.

예술과 예술가들,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예술을 통한 삶의 통찰과 예술의 쓸모를 일상 속에

적용해 본다.
"예술은 삶의 위대한 자극제다 "라고 했던 니체의 말에 공감하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책의 서두에서 소개된 한편의 영화 <뮤지엄 아워스> 감상하며 영상으로나마 빈 미술사 박물관으로의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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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0.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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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10월 호. 유난히 올해는 매번 새달을 맞는 느낌에 어쩐지 만감이 교차한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는 어느새 가을 문턱으로 훌쩍 들어온 게 실감 나는 요즘. 샘터 10월 호에도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소식들을 전한다.


이 번호에는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해체보수 공사 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석탑 미륵사지 석탑이 무려 19년간 해체와 보수공사가 마무리된 올해.

사진 속에 담긴 석탑을 보며 저절로 마음속의 염원들을 떠올려본다.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시국의 모든

어지러움이 오랜 세월 이어져온 탑의 좋은 기운들로 잠잠해지면 좋겠다.


역시나 샘터에는 다양한 분야의 우리 이웃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조향사의 일상을

통해 향에 얽힌 여러 가지 의미들을 들어본다. 좋은 향기는 마음까지 편안하게 한다.

인공향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일상의 활력을 위해 근간에 나만의 아로마향을 두어 가지 장만해

놓기도 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니 종종 기분전환과 집안 환기에도 도움이 된다.


10월 호의 특집기사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때로는 타인의 조언이 매서운 충고가 되기도 하고, 마음의 온기를 전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경험을 나눈다는 것. 애정과 관심이 담긴 조언과 사례들을 나누며 공감과 여운을 공유한다.


코로나로 인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요즘은 유난히 여행과 해외의 소식들이 반갑다. 스페인의 만성절

소개 기사가 실렸다. 죽은 이들을 추모하고 기리는 폴란드의 전통을 알아볼 수있다.


스포츠에는 인생이 담겼다고 하던가. 샘터 고정 코너 중 내가 좋아하는 코너이기도 하다.

야구는 잘 몰라도 야구규칙에 빗대어 인생 법칙을 끌어내는 방식이 참 유익하고 재미있다.

스포츠나 인생 각각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는 우리 이웃들의 사랑의 실천사례들을 전한다. 유기견의 마지막 안식처를 운영

하는 아지네 마을을 소개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요즘. 신중하고 책임 있는 태도로

이들과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호 <할머니의 부엌 수업>은 손맛 담긴 레시피와 사연을 함께 전한다.

10월 밥상의 손맛을 소개하는 이는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外 많은 저서를 내기도 하는 김혜남

작가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김혜남 작가의 투병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집필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에게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바람이 전하는 말>코너의 종이신문 사연. 우리 집도 꾸준히 조간신문으로 하루를 여는 날들이라

공감 가득했다. 요즘은 미리 인터넷 속보로 종이신문이 가장 속도가 느린 것이 사실이지만 종이신문이라

가능한 또 다른 장점들이 많다. 나에게 종이신문은 결혼 전까지 아빠가 읽고 입말로 전해주는 몇가지

그날의 뉴스를 참 맛깔스럽게 들었던 기억이 더해져 요즘은 나도 종종 아이에게 아빠 흉내를 내며

신문의 소식들을 나눈다. 거기에 더해져 함께 신문 읽는 그녀와 서로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신문은 역시 종이로 보는 게 제맛이지!!


그 외에도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관해 다룬 기사는 많은 이들이 함께 보면 더 좋을 내용이었다.

코로나로 일회용품 수요가 훨씬 많아졌다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환경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위해

잠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일상이다. 티끌 모아 태산은 환경에도 해당되는 원칙임을 잊지 말자.


매월 최예선 작가가 들려주는 근대건축 이야기. 이번호에는 서울 돈의문 박물관을 소개한다.

나도 전시를 보러 몇 번 가곤 했던 돈의문 박물관은 의외로 혼자 방문하면 스산하게까지 느껴지곤 할 만큼

낯설고 쓸쓸했던 기억이 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장소로 활용적인 측면에서는 뭔가 개선이 필요한

공간으로 개인적으로도 꼽고 싶다.


요즘 많은 문화콘텐츠들이 랜선으로 운영이 되곤 한다.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코너도

빠지지 않는다. 새로 개편되며 신간도서 소개 코너가 줄어서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다양한 변화와

시도가 나쁘지 않다. 곧 추석 연휴가 멀지 않았다.

풍성한 한가위가 올해는 좀 위축되는 분위기지만 건강한 날들을 위한 멈춤은 당분간 유지되어야 할 것

같다. 매월 내가 읽고 아빠에게 전해드리는 샘터.

어린 시절 아빠가 공유해주던 신문의 몇몇 소식처럼 샘터는 꾸준히 나와 아빠의 징검다리로 오늘도

열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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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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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시리즈의 신작이 10년 만에 출간되었다.(사실 워낙 임팩트가 강한 작품이다 보니 책으로,

영화로 각인되어 이렇게 오래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여전히 그 여운이 강하게 남은 작품이다.)

전 세계가 함께 보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의 시리즈다.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책 읽는 꼬박

이틀간의 여정은 텍스트와 영상이 동시에 구현될 만큼 집중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 작품은 몰아서

단숨에 읽어야 더 제맛인 그런 시리즈.

우리 집에 원서가 함께 있다는 건 그만큼 임팩트가 강하게 남는 작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책장 뒤적여 영화의 여운을 좀 소환해 보기도 했다.



가장 치열한 생존게임,  한 국가의 통치방식이기도 한 잔인한 생존의 방식은 게임에 동원된 이들에게는

생존에 관한, 이를 지켜보는 또 다른 이들에게는 엔터테인먼트가 되기도 한다.

판엠의 지도자였던 아버지가 몰락하고 주인공 스노우는 헝거게임의 학생 멘토가 되어 조공인을 배정

받게된다. 가장 열악하고 우승후보가 되기에는 가망이 없어 보이는 조공인과의 첫 만남에서 강한 인상

을 받게 된 스노우와 생존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관계는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역시 이 작품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오르락내리락 긴장감을 끌어올렸다가 안도하게 되었다가, 영화의 러닝타임과는 다른

이틀의 여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은 크게 세 개의 단락으로 나뉜다. 멘터--> 수상---> 평화 유지군.

생존게임의 과정이 주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무척 심오한 주제를 다룬다. 등장인물들을 통해

삶의 다양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 심리가 무척 섬세하고 예리하다.

각각 캐릭터의 성격을 통해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할 만큼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그리고 본성에 대해

여러 부분에서 생각하게 한다.


✔젊은 두뇌는 경험의 부족을 이상주의로 벌충할 때도 있지

✔죽음이라는 위협 앞에서 너의 좋은 매너, 교육, 가족 배경,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모든 것이

눈 깜빡할 사이에 벗겨졌고, 넌 너의 본 모습을 전부 드러냈어. 문명이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지..

그건 벌거벗은 인간성, 그게 자연상태의 인간이야

✔상황이나 환경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네 선택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너의 선택이야
인간은 무엇일까, 우리가 어떤 존재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떤 방식의 통치가 필요한지

결정하기 때문이야.


스노우에게 던지는 골 박사의 대사들이 유난히 와닿았던 건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본성과 마주하는 순간들이 빈번하기 때문일 거란 생각을 했다.

 

사람의 본성과 실제의 행동 패턴 사이에 보이는 반전의 상황들이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한다. 가끔은

스스로가 추구하는 여러 가지 목표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상황들이 생긴다.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어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혹은 너무 신중

해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들이 생긴다., 돌아보면 인생의 큰일들은 사소한 선택에서 비롯된 것

들이 꽤 많았다는 걸 또 한번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지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

한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는 말이 그렇게 거창한 말이 아니다.

스노우와 세라누스의 관계는 가장 그 문장을 잘 대변해 주는 듯.

희망은 가장 힘들 때 위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등불 같은 존재다, 나약하고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멀어보

이는 루시그레이는 멘터인 스노우에게 " 내가 정말로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봐."

라는 주문을 한다. 한줄기 희망의 불씨는 생존게임을 이어가는데 큰 중심이 된다.

한없이 약해 보이는 생존게임의 당사자 루시그레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래 "발라드"를 그녀의 큰

무기로 삼았다. 약하지만 강한 것. 오히려 삶의 큰 원동력은 그런 작은 에너지가 모아지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결론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선택에 선택을 거듭하고, 그토록 사랑이라 믿었

던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위기의 순간은 반복적으로  되풀이된다. 폭풍처럼 치열했던 생존게임을

끝내고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인생 2막의 장면이 펼쳐지며  또 한 번의 폭풍 같은 장면을 만들어 내는

이 작품은 영화 두 편을 한꺼번에 본 것 같은 대장정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의 서사를 통해 인생 전체를 한 바퀴 돌았던 것 같은 치밀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야말로 대. 장. 정 그리고 삶은 역시 녹록지 않음을!!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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