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부르는 이름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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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글이 마음에 와닿으면 전작의 도서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임경선 작가의 책을 꽤

여러 권 읽었고, 그러던 와중에 몇 년 전 그녀가 사랑에 관한 소설을 발표했고, 결혼한 여성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그때도 묘한 설렘을 가지고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사랑의 정의는 결론 없이 늘 화두가 되는 주제

이지만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라도 책 한 권이 주는 설렘이 나는 그냥 좋다.

사랑은 20대의 청춘에게만이 아니라 각 연령대에 맞는 사랑의 관점들이 변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생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늘 다양한 장르를 불문하고 책을 읽고 있는 요즘이지만, 독서의 과정에서 나는 이런 장르의 책들은 또

휴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만히 부르는 이름> 오랜만에 저자의 로맨스 소설 출간 소식이 반가웠고, 또다시 설렘을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가제본 도서이다 보니 그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기분으로 온전히

책 속으로 들어간다.


애초에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은 첫 순간에 이미 사랑하는 역할과 사랑받는 역할로 정해져 있는 것일까?

전혀 다른 태도의 사람을 마주하며 주인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방황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있을 수 없지만 대부분의 상황은 중립이 있을 리 없다.

완벽하고 이성적인 사람과의 사랑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태도를 끊임없이 표현하는 사람.

사실 책을 읽으며 초반의 이성적인 남자 등장인물은 너무 완벽해서 의아할 정도였고, 끊임없이 내 사랑을

알아달라는 또 다른 남자에게는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책은 결국 에피소드처럼 한 사람이 느끼는 두 가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상의 상황을 제시해 주는듯했다.

사람의 감정은 똑같이 둘로 나누어 공평할 수 없다. 분명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

에서 누군가는 분명 더 사랑하고 그 사람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의 감정은 늘 한결같을 수 없으니 그렇게 설레던 사랑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며 익숙해져 가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에 몰입하여 나라면 어떤 사랑을 선택할까 하는 가상의 줄타기를 해보며, 현실이

아닌 선택에서도 완벽하게 이 사랑이다! 하는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

단지 상황에 대한 이해, 그리고 공감을 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또 뻔하지만 중요한

여러 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슴 뛰는 사랑의 특별함이 평범함으로 자리하게 되는 그런 일상의

편안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미 결혼 20년 차를 훌쩍 넘긴 이 시점에서 지나왔던 시간들을 되돌아

보는 시간여행을 한 것 같다.


한없이 이성적이고 감정 표현보다는 태도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과,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소리 내어

표현했던 두 사람의 사랑 중 어느 것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국 사람과의 관계는 완급조절이 늘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책 속 문구 중 집에 대한 정의가 인상적이다.


"집의 아늑함은 구조나 가구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내 생활'을 하고, 공감의 곳곳을

남김없이 사용하고 뿌리를 내리려고 할 때 비로소 주어지는 선물이다." p12


책을 읽으며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사랑을 통해 가슴 뛰는 설렘과 안타까움, 그리고 공감의 감정을

넘나들며 역시나 사랑 또한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한편의 영화처럼, 단숨에 읽어내려간 그들의 이야기. 결국 사랑에는 승자도 패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출간전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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