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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 -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
가이아 빈스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월
평점 :
이 책의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모든 종을 뛰어넘어_초월_ 정점에 선 존재, 인간>
저널리스트이자 과학저술가인 가이아 빈스는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사회 시스템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촉발된 다양한 문제를 연구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이 책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유전자, 환경, 문화라는 진화의 3요소를 통해 스스로를 만들어 왔는지,
그리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놀라운 종이 될 수 있었는지 소개한다.
인간의 기원부터 불의 사용, 언어. 아름다움(美), 시간이라는 큰 주제 아래 지질학적으로 현재의
인류세(人類世) 즉, 인간의 시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분석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서문에서 저자는 인간이 어떻게 모든 종을 초월한 존재가 되었는지 화두를 꺼내며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사이보그 닐하비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전색맹인 그는 2004년부터 머리에 매달린 유연한 금속막대
안테나 끝 센서를 이용해 두뇌가 색깔을 경험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인류다.
이 사진 한 장이 내게 던진 호기심은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며 정말 몰입해서 읽게 만들었다.

닐 하비슨(Neil Harbisson) <사진출처 : 로봇 신문 >
특히 근간에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간의 능력과 더불어 한계를 종종 생각하게 되는 시점
에서 마주한 한 장의 사진은 과히 놀라웠다. 인간의 조상은 살아남기 위해 환경에 따라 적응하는 형태로
진화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인간의 문화는 결국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 지식을 스스로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과관계를
통해 설명한다. 문화적 진화는 개인의 생물학적 역량을 훨씬 뛰어넘는 생산능력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틑 사실을 선사시대 이전의 기원에서부터 출발하여 이끌어내는 과정이 논리 정연하다.
인간을 불을 통해 생태적 지위를 확대함과 동시에 생태환경과 무작위로 벌어지는 불가항력적인 일들
사이의 역학관계를 바꾸기도 하였다. 불을 사용하는 문화는 인간이라는 종이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터전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신체적인 변화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태생적으로
부족생활과 육체적 접촉의 과정을 통해 엔도르핀이 생성되고, 친목도모를 통해 기쁨을 얻는 존재라는
사실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우리가 바로 비대면의 생활을 통해
본성을 거스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 대목이다.
한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모든 기술은 수많은 절차와 단계를 거쳐야 하며 관련된 지식은
오랜 세월에 걸쳐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후세에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진화는 전적으로 개인 사이의 정보 전달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언어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책이나 문자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문자 형식의 기록들을 남겼던 흔적들이 발견되곤 하는데 전 세계에
무려 7000종의 언어가 있다고 하는 사실도 놀랍다. 문자를 통한 기록은 축적된 문화적 진화를 에너지와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 관리하고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인간은 사소한 수다나 잡담을 통해 공통점을 찾고 공감을 끌어내며 분위기와 경험을 공유한다.
요즘처럼 비대면의 시대에도 다양한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어떻게든 과정을 찾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이런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이미 우리는 짧은 시간에 벌써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니까.
생존과 관련해 인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성 또한 포함되어있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것
에서 기쁨을 느낀다. 스스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 표현하고 싶은 의욕도 넘친다.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는 결국 주관적이지만 생물학적으로 아름다움에 반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의복이나 장신구 역시 문화적으로 생존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가치 있는
물건들은 경제적인 중요성으로 일종의 보험증서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간혹 문화를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부분은 많은 경종을 울릴 것 같다.
(또 그러기를 바란다.)
인간이 주어진 환경 안에서 이루어 내는 모든 효율성, 에너지의 흐름을 개선해 주는 모든 적응 과정은
인간의 생존율을 높여주며 문화적 진화를 촉진해 왔다. 인간이 하나의 종으로 생태학적 다양성과
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구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도 저자는 잊지 않고 충고한다.
이미 지구 자원은 무한하지 않음을 공고히 하지만 인류세에 접어들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넓은 시야를 갖고 진지하게 고려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이다.
오랜 시간 일구어온 인간 세상과 문명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에 대처하기 위한 한 걸음의 의미
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작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이 구상할 수 있는 두뇌 진화의 정점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 모든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는 이유는 유연한 인간 사고에 있으며,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시작된 서사를 통해 오랜 시간 우리 조상들이 가꾸어 놓은 지구라는 정원에서 발생
하는 문제들은 우리가 스스로 해결하고 후세를 위한 그늘까지 고려해 나가야 하는 이유임을 알게 한다.
지난 수만 년 동안 인간이 서로 힘을 합쳐 그 믿을 수 없는 마법들을 실현해 온 것처럼.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이 초월해야 하는 것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상생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