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들 -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SUN 도슨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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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관 여행 늘 마음으로 꿈꾸고 있는데 이렇게 책으로 떠나는 미술관도 늘 즐거운 테마다.

20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모마의 작품들 중 책 속에서 만날수 있는 작가는 16명.

현지에서 1,700여 차례 그림 해설을 했다고 하는 도슨트의 시선을 따라 바다 건너 모마로 나설 준비를 한다.


실제로 해외의 미술관에 가면 방대한 규모에 일단 멘붕이 오기 일쑤다.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도 뻔한데

보고 싶은 작품들은 하염없이 많은 공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과 분위기에 젖어 작품들과 마주하는 행복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작품 속 공간이 여전히 존재하는 고흐의 작품 속 공간 야외 테라스에 앉아 작품의 일부가 되어보는 그날을 꿈꾼다. 그렇게 많이 봐도 여전히 설레는 장면.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작품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시선을 넓힌다. 너무나도 잘 알려진 모네의 <수련>에 담아낸 세 가지의 요소들. 미술사의 중요한 인상주의는 폄하와 조롱에서 출발하였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공감과 환대를 장착하고 시작된 위대한 일이 있었던가?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일상의 태도를 이렇게 또 되뇐다.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일상을 마주하는 자세가 그리 다르지 않다. 


곧 오픈하게 되는 이건희 컬렉션의 모네의 작품 <수련이 있는 연못>

거장의 작품을 실물로 마주한다는 설렘에 벌써부터 들뜬다. 거대한 수련의 방에서 마주하고 싶었던 작가이지만, 이렇게 마주하는 날이 오는구나.


아유와 혹평으로 시작되었지만 모네는 인상주의 작업에서 마침내 눈이 뜨이고,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세상을 보는 방식을 조금 바꾸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그림 한 점이 주는 사색이 소중해지는 순간.


마티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단순함'을 꼽았다.

어렵고 난해함이 아니라 우리는 종종 단순하고 심플함에서 더 많은 것들을 얻는다. 화가들의 작품은 작품성을 떠나 개개인의 감상에서 각자의 깨달음과 울림을 남긴다.


미술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자, 화가들의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세대를 넘어 가치를 더해가는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제한된 분량으로 더 많은 작가의 작품들이 소개되지 못한 것과, 너무나도 

익숙한 화가들의 이야기만 수록된 점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책 속으로 떠나는 미술관 여행은 여러 번 반복해도 지루하지 않다.


길고 긴 코로나의 끝이 언제일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은 올 거라

믿으며, 우리는 또 우리의 날들을 이어간다. 책속 모마의 작품들이 아니라 현지의 미술관에서 직접 작품들과 마주할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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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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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편소설 5편이 수록된 옴니버스 형식의 <코스트베니핏>은 가성비에 대한 다섯 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담았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은 느껴봤을 상황들에 대해,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게 한 시간이었다.

수록된 다섯 편 각각의 리뷰를 쓰고 싶었을 만큼 책 읽으며 가족들과 얘기도 많이 하게 한 책이다.

어쩐지 책의 책을 읽으며 마치 오늘 종료된 미술관의 <올해의 작가 2021>을 책으로 읽는 느낌 같기도 

했다. 각 작품들은 다른 주제들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관점에 따라 마치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는 

느낌도 들었고,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며 겪었던 내용들이 또 경험치가 되어 공감대가 높아졌다고 할까?


책에서 다루고 있는 키워드 들을 봐도 친구, 인간관계, SNS, 결혼, 파이어족, 미래사회 등 인간과 노동,

그리고 관계들에 대해 폭넓게 다룬다. 재미있는 스토리에 묵직한 주제들이 실감나게 더해져서 픽션이

라고 하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게 하는 장면이 많았다.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실상들, 청년들이 꿈을 키워나가기 쉽지 않은 불안한 

현실들을 통해 인간은 노동과 불안의 DNA를 가지고 태어나는 존재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인간의 삶이란 게 결국 가성비만을 따지며 살수 있는 것인지. 그 가성비의 기준 또한 제각각 일수 밖에 

없어서 삶에서 정의 내리기란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온전하게 성공만 하는 인생도, 실패만 하는 인생도 없을 뿐 더러 인생 자체가 스펙터클한 과정의 연속

아닐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과 더불어 인생에서 어느 정도는 노력 총량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믿는다.

실패의 순간마저 우리는 또 한 단계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니까.

흑자 생존의 시대에 각각의 작가들은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에게 거꾸로 질문을 던진다.

생각보다 우리는 사소함에 상처받고, 사소함에 위로받는다.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 현재, 그리고 미래에

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시대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주제들로 고민하고 머리를 싸맬게

뻔하다. 가성비 자체의 기준점이 결국은 우리 마음속에 있으니 기분에 따라 변덕을 부릴게 분명하니까.

두리안의 고약한 냄새에 대한 선입견은 싱가포르 여행에서 실제 두리안의 맛을 보고 완전히 빗나갔다.

가성비 따지고 다수의 의견에 이끌리는 삶은 경험의 폭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작고하신 김병기 화가 님의 말씀처럼 길이 생기면 이미 길이 아니고, 오랜 기간 숙성해서 나온

예술의 가치만큼, 각자의 삶의 방식도 가성비보다는 실패와 성공의 경험의 축적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아닐까 생각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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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까는 여자들 - 환멸나는 세상을 뒤집을 ‘이대녀’들의 목소리
신민주.노서영.로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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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드디어 앞으로 5년간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 선거가 끝이 났다. 이례적으로 사전투표율도 높고,

코로나 시대의 확진자 참여까지 이루어졌을 만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사가 반영되었던 가장 대표

적인 행사였다. 이 책의 부제는 < 이대녀들의 목소리>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이대녀, 이대남. 언제부터인가 이런 신조어가 속속

등장하며 나이대별, 성별 등 자꾸 획을 긋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페미니즘을 넘어 세부적으로 나누어진 이들 중 이대녀들은 "유난히 진지하게 구는 불편한 존재"로 전락

했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 책은 이대녀들이 직접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멍석을 깔았다고 해도 되겠다.

당사자인 그녀들은 구절판의 오색찬란한 구색 맞추기가 아닌 목소리를 낼수 있고,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을 깔아야 하는 이유를 토로한다.


어느덧 세월이 나를 기성세대의 대열에 합류하게 했고,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많은 상황들에서 

여전히 대부분의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높고, 이번 대통령 후보들의 성비로 보나, 많은 기득권

있는 자리를 두고 별이는 경쟁들에서 여성들은 불리한 여건으로 적용되는 경우들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성의 몫이 늘어난다고 남성의 몫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데 여혐 혹은 남현으로까지 치닫는 경우가 종종

여러 상황들에서 일어난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주는 다소 부정적인 느낌도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부터 남녀 차별에 대한 이슈가 나오면 남성들은 군대 문제를, 여성들은 출산 문제를 꺼내들며

결론 없는 무리수 같은 의견들을 내곤 했던 기억이 있는데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런 상황들이

반복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예전에 읽었던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라는 책이 자꾸 떠올랐다.

정치에 대한 여러 정의를 내리고 남녀 구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삶의 문제를 다루는 일들에 정치를 대입한

그런 문장들이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반성된 삶과 숙고된 정치이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이고,

그 과정에서 남과 여. 세대별 차이는 서로 보완하고 협력해야 하는 존재이지 무한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익숙한 프레임에 갇히기 일쑤다.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손으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말만

해도 실행이 가능한 최첨단의 시대가 일상에서 펼쳐졌는데 표면적인 혁신만큼 생각의 혁신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의견, 내게 익숙하지 않은 어떤 상황들이 우리에게는 더 발전하는 도약의 

기회가 되었던 경험들을 잊지 말자.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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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달리기
조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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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 덕분에 알게 된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들을 기꺼이 나누어 주고자

하는 이모 성희. 삶도 죽음도 평범하지 않지만 타인의 삶에 온기를 전하는 그녀만의 방식이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에 만난 어떤 어른이 보여준 태도가 삶을 바꿀 수도 있다.'


단락단락 이어가는 스토리가 더해지며 마치 돌림노래처럼 삶이라는 무대 위에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각자에게 주어진 미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조력자가 되기도 하고, 타인의 모습에서

자신의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철이 들기도 전에 현재를 혹사하고, 막연한 미래를 위해 눈앞에 놓인 분명한 현재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잃어가며 살아왔는지. 

사소한 경험들과 무수한 실패의 경험들 속에서 단단해지는 삶이 아니라, 성공만이 살길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불안해하고, 타인의 이해가 더해지지 않는 조건들에 마음을 졸이지는 않는지.

아무것도 아닌 순간은 없고,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어른을 만나기란 쉽지않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의 삶은 종종 나의 삶이 되곤 한다. 아이의 삶에 나의 성취를 더해

가고 싶어 마음이 조급해지는 경우도 많았고, 아이가 감당해야 하는 역경을 미리 겁내곤 했다.

실패의 경험마저 아이를 단단하게 하는 과정이었음을 알면서도 잠깐의 좌절을 경험할 아이의 마음까지

미리 걱정하곤 했던 수많은 나날들.
책 속에 많은 등장인물들이 어쩌면 우리가 삶의 과정에서 마주할 여러 상황들과 다양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알게 모르게 누군가와 이어달리기를 하는 삶을 통찰하게 하는 짧은 글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무심한듯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삶의 모범답안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단단한 삶의 지평을 경험한 이들은 당당하게 혼자서 거친 파도 위에서도 용감해질 수 있다.

마음 한편의 작은 믿음과 믿음의 경험이 그래서 중요하다.


🌊 원 웨이브, 원 서퍼, 한 파도에 한 사람만 타는 거예요.

멀리서 보면 나란히 떠 있는 것 같아도 사실 저마다 각자의 파도에 타고 있는 거라고,

모두가 다른 물결이라고, 파도는 혼자 타는 거라고. <책 속 문장中>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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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전쟁 -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클라우스 도즈 지음, 함규진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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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이란 전진하는 문명의 필연적 산물이다. 이는 자연의 배치와 꼭 맞아 떨어지지 않는 인간의 발명

이기 때문에, 이를 훼손하려는  움직임을 처단할 만큼 강력하고 안전한 경우에만 확실한 가치를 지닌다.

<토머스 홀디치_정치적 변경과 경계 짓기 中, 1916년>


국경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장면이 있다. 아프리카 지도상의 자로 그은듯한 반듯한 경계선.

그 경계선에 대한 사연들을 학창시절에 역사의 한 장면으로 배우며 느꼈던 감정이 여전히 생생한데,

우리는 종종 국경에 대해서도 단편적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책의 목차를 보며 새삼스럽게 

느끼며 세계적인 지정학 석학의 시선으로 세상의 경계들을 탐구한다.


3년 차의 코로나 정점의 시대를 살아가며 느끼는 것은 국경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세상은 너무나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국경이라는 개념 너머의 것들을 실생활에서 마주하게 

되는 시대다. 세상 어딘가에서는 끊임없이 국경 분쟁이 일어나고, 국경의 범위는 스마트 국경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인류의 발전은 그만큼 더 인간의 삶의 반경을 넓히고,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의미

이기도 하다.

분단국가에서 태어나 살다가 유럽여행을 갔을때 하루에도 몇 번의 나라별 경계를 넘나들며 기분이 묘했

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국경이라는 것이 이리도 낮은 장벽이었나 새삼스러웠던 경험의 순간들.


책에서는 DMZ 상황에 따른 '토지 광풍 매입'에 대한 이슈도 다룬다. 투자자들은 구글어스 인공위성 

사진과 지도를 보며 근방 땅을 훑듯이 사들였다는 사실인데 나는 또 이 부분을 읽으며 지금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올해의 작가 2021> 최찬숙 작가의 양지리 프로젝트 <60호, 2020>을 떠올린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국경과 소유, 이권과 이해관계는 점점 복잡해지고 점 하나로 표시되는 섬 하나,

바다의 경계등 많은 첨예한 소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가상 장벽에 대한 것들에 대해 무심했던 탓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국경의 논리들을 따라가며 우물안 개구리 같았던 그간의 시선들을 넓혀본다.

 

부유한 사람들은 방해받지 않고 이동할 권리를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 절망적인 사람들이

똑같은 권리를 누리는 일은 바라지 않는다.  22019년 말 일단의 중앙아메리카 이민자들은 두 나라의

하천 국경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두나라 모두 그들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223

 

국경은 더 이상 눈에 보이는 그대로 믿어서도, 단정 지어서도 안되는 시대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해주는 석학의 시선이 사뭇 예술가의 그것과 또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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