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플레저
클레어 챔버스 지음, 허진 옮김 / 다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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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으로 받아본 묵직한 책 한 권. 제목과 예고된 책 표지에서 뭔가 기분 좋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 책이다.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주머니에 채우듯 반복되는 작은 행복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하기에. 어떤 즐거운 일들이 가득할까 기대하며 펼쳐든 첫 장.

담당 기자로 배정된 주인공 진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판단과 성향을 가진 사람이고, 제보자 또한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의 주부다. 작품의 시대적인 배경이 50년대 후반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보니 휴대전화나 이메일의 빠른 소통과는 대조적인 아날로그적인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삶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제보자의 미스터리 같은 처녀생식에 대한 자료들을 추적하고, 관련인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이들의 복잡한 관계는 묘한 설렘과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복합적으로 느끼게 한다.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살 수 없고, 마음 가는 대로 하면 안 되는 상황들이 희망고문이 되고, 사람은 결핍에서 오히려 더 큰 욕심이 생겨나기도 한다. 복잡한 가족 간의 관계부터, 친구나 사회 전반의 많은 관계들 속에서 의학적인 실험들이 행해지고, 그런 과정들 속에서 사건은 뜻밖의 상황과 결과들을 만들어 낸다. 다소 파격적인 주제가 고요하고 잔잔하게 전개가 되지만 반전의 결과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마지막 장을 넘겨보고 싶는 생각이 여러 번 났다.


실타래처럼 얽힌 이야기의 구조를 따라가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작은 기쁨들은 뭇엇일까 생각했다. 상식에서 벗어나지만 우리는 종종 그런 상황들에서 다른 판단과 결정을 하게 되는 상황들에 비난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테고, 온전히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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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 선택적 함구증을 가졌던 쌍둥이 자매의 작은 기록들
윤여진.윤여주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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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성장기를 더듬어 보면 누구나 어린 시절의 어느 한 부분은 마음에 남아 좋은 기억 혹은 아픈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고목나무의 옹이처럼 누구나 그런 생채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선택적 함구증>은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말을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언어적 반응을 하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현대사회는 복잡한 관계들 속에서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더라도 마음이 아픈 사람도 많고, 우울증, 공황장애 등등 현대병이라고 하는 질환도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신체적인 건강만큼이나 정신적인 건강도 중요하고, 평생을 형태만 달리할 뿐 사람은 평생 성장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은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하여 자신의 위치에서 건강한 어른으로 살고 있는 쌍둥이 자매.

이들은 어렸을 때 <선택적 함구증>을 겪으며 힘든 유년기를 보냈고,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을 글로 남겨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록들을 용기 내어 세상 밖으로 내놓았다.

때로는 노래 한 곡의 가사가, 때로는 영화 한 편의 대사가,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고,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는 말을 한다.

온전한 내 편이 부모가 아니어도 괜찮다. 쌍둥이 자매의 성장기에는 오랜 시간 함께 했던 할머니의 존재가 성인이 된 이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마음속의 온기로 남아 살아갈 힘이 된다.

그 외에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또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 이런 연대라면 넘쳐도 과하지 않다.

이들이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사소한 시도에서 비롯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얼음 땡>이라는 놀이를 하며 뱉어내야 했던 그 짧은 단어가 그 오랜 터널을 벗어나게 했던 시작이었다니 놀랍다.

아무리 큰일도 사소함에서 비롯된다. 사소함의 중요성을 이렇게 또 한번 일깨운다.

책 속 에피소드 중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하지 않는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성향을 단정 지어 미리 말해버리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를 더욱 위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부모에게 자식은 늘 살얼음판 같아서 이렇게 섣부른

태도를 사랑으로 착각하며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믿는 만큼 자란다는 말을 알면서도 실상은 과잉보호의 태도를 놓지 못한다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공감하게 된 부분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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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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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발전해나가는 현대사회에서 편리해져가는 삶의 속도만큼이나 요즘 실감 나게 지구 위기에 대한 체감온도가 높아지고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도 마을이 물에 잠겨 없어지기도 하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으로 녹조가 심해지는 현상들을 눈으로 목격하곤

한다. 저자는 위태로운 지구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장소들을 전지구적 차원에서 사진과 지도로 소환하고 우리에게 고요하지만 위태로운 그곳의 현재로 안내한다.



고대 도시/ 잊힌 땅/ 사그라지는 곳/ 위협받는 세계로 나누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곳, 위태롭게 사그라지는 곳과 위험 신호를 보내는 현재의 모습을 민낯으로 마주하게 된다. 지금은 지도에서조차 찾을 수 없는 장소들의 흔적을 현재와 비교하며 도식화한 자료도 수록되었다.

파키스탄의 모헨조다로 유적은 1980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죽은 자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모헨조다로.

기원전 번성한 문명의 중심지였을 이곳은 불에 구운 벽돌 건물들이 질서정연한 구조에 따라 배열되어 있고, 정교한 배수시설과 더불어 거대한 공중목욕탕의 흔적도 존재한다. 이곳이 한 탐험가에 의해 발견되었음에도 외면당하기도 했고, 이후 철로 공사가 진행되었을 당시 애물단지로 취급되거나 벽돌을 기념품처럼 챙기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다행히도 이후의 발굴팀에 의해 발굴과 연구가 이루어졌고, 지금에 이르렀다.

독일의 다뉴브강은 현재의 물길에 따라 300만 년 가까이 흐르고 있다.

유럽 역사에서 기념비 적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배경이 되었던 다뉴브강은 현재도 독일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까지 열 개의 나라를 통과한다. 강은 이렇듯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다리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장벽이 되기도 한다.

지금 현재도 다양한 산업 활동 등으로 북적거리는 근대 산업화의 과정은 개량 산업을 거치고, 30%만 이전처럼 자유롭게 곡류하는 중이다. 자연을 훼손한 대가는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우리에게 위협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사진으로 보니 위태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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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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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선각자들을 만난다. 격동과 혼란의 시기에는 더욱 새로운 일에 매진하는 일이 어렵고 시대와 타협하지 않은 삶은 녹록지 않다.

모험가, 혹은 소동꾼으로 불리며 일생을 모험과 새로운 시도로 세상과 맞섰던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 본다. 자신이 삶의 원칙으로 세운 가치들을 실천하며 살았던 이들의 삶은 쉽지않은 가시밭길이었지만 분명 또 하나의 길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


책은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 세상과 맞선 여성들, 최초의 도전을 감행한 이들,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 대한 열정과 분노를 드러냈던 사람들을 소환한다. 요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연구하고 찾아내는 출판물과 기획 전시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는 반갑다.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했던 분야나 사람들이 걸었던 길은 분명 평탄치 않았으나 오늘날의 삶이 이루어진 토대가 되었고, 그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여성이라는 핸디캡은 육아와 살림으로 시대의 중심으로 나서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각자의 분야에서 꿋꿋하게 이어갔다.

최초의 시작은 낯선 시도와 더불어 모험과도 같은 일들이어서 과히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거기에 여성이라는 젠더 이슈가 더해지면 그 길은 더 어렵고 험난해지곤 했지만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사회적 지도자로 대중을 선도하고 개혁하는 일들에 앞장섰던 많은 이들의 노고와 희생은 개인보다 더 큰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했던 초석이 되었음을 역사가 되어 증명해 내고 있다.

격동의 근대기는 많은 선각자들이 사상과 이념의 충돌의 혼란함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하는 배경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양분된 사회적 불안과 더해져 아쉬운 결과들을 초래하기도 했지만 그런 역사의 매듭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이런 책들은 하나의 역할을 한다.


책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소개한다. 독립운동가, 노동자, 발명가, 문화 예술 분야의 선각자들과 개인의 삶의 아픔을 드러내며 더 많은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게 했던 이들의 노력은 분명 빛나는 초석이 되어 그 영향력을 확산시켰다.

삶의 여정은 언제나 선명하지 않았고, 누군가는 시도해야 했고, 누군가는 희생해야 했다.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이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임을 인지하면서도 그 길을 가야만 했던 이들은 그래서 선각자가 되었고, 또 하나의 갈림길을 만드는 일에 기꺼이 자신의 삶을 불태웠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라는 말을 우리는 종종 하는데, 어쩌면 그 말은 용기의 부족인지도 모르겠다. 불꽃처럼 자신의 삶을 불태웠던 이들의 희생과 노고는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와는 상관없는 소중한 시도였고, 대단한 용기였음을 알게 한다. 잊힌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더 많이 드러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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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미술관 - 매일 내 마음에 그림 한 점, 활짝 꽃 피는 미술관
정하윤 지음 / 이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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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꽃 한 송이 선물 받을 수 있다면, 화가의 그림 속 꽃이 일 년 365일 피어있는 책 한 권.

표지부터 기분 좋아지는 꽃 피는 미술관에는 일 년 내내 지지 않는 꽃이 핀다. 미술사 학자의 큐레이션으로 거장의 꽃그림이 봄과 여름이라는 두 계절을 테마로 선정되었다.

화병에 꽃 한 송이 꽂는 기분으로 차 한 잔과 <꽃 피는 미술관>이면 충분하다.


내 손안의 미술관.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감상한다.

미술관을 거닐듯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때로는 아무 페이지를 휘리릭 넘겨본다. 오늘은 나만의 큐레이션 노란 꽃들을 모아본다. 장마에 며칠 숨었던 해가 반갑게 떴던 오늘

햇빛을 닮은 노란색 그림 속 꽃들.


호크니는 코로나 시대에 단절된 세상에서

<그들이 봄을 취소시킬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라>라는 작품들을 아이패드 회화로 그려서 발표했다. 화집으로 출간되었고 우리 집에도 호크니의 희망의 꽃이 만발했다.

꽃 피는 미술관에서 반갑게 조우한 수선화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에 피는 꽃이다.

<꽃 피는 미술관>에 수록된 작품들은 도판이 마음에 든다. 원화를 직접 감상하는 것과는 비교 할 바가 아니지만 간혹 예술서적의 도판이 원작과 색감이 너무 달라서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수록된 도판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폴란드 극작가이자 시인이기도 한 비스피안스키의 작품은 모성의 푸근함과 더불어 포커스 페이스가 보너스처럼 수록되었다.


쿠사마 야요이는 점과 그물을 작품의 표현방식으로 사용하는 화가다.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민들레를 자신만의 기법으로 완성한 작품처럼 화가의 그림은 화가 스스로의 치유이기도하고 그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자와의 교감이 되기도 한다.

꽃과 함께라면. 평범한 일상도 특별해진다.

2차 세계대전 때 약혼자를 잃은 슬픔을 작품으로 치유하며 일상의 아름다움을 그림에 담은 <평화를 구하며 날개를 편 비둘기, 1982>가 대표작 중 하나다.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프리마 체코의 작품 25점이 불탔고, 전 세계 예술가들은 전쟁 중단과 평화를 기원하며 그의 작품을 거리와 대형 건물에 모사하기도 했다. 예술은 이렇게 시대와 상황을 넘어 그 여정을 이어가며 사연과 감동을 전한다.


다음번엔 튤립을 주제로 나만의 큐레이션 감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일 년 내내 꽃이 만발하는 <꽃 피는 미술관> 우리 집의 작은 미술관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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