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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평점 :

봄기운 가득 느껴지는 고운 책한권. 첫인상이 너무 고와 책장 넘기며 기분이 참 좋아졌다.
커피한잔 내리며 책장을 넘기다가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곱기도 하다.
다섯장의 예쁜 그림엽서가 책장 곳곳에 선물처럼 갈피로 담겨있다.
"언제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시나요?"
삶에 대한 단상, 작가의 독백과도 같이 시작한다. 삶이 흔들린다는 말에 마음이 가라앉을것같아 살짝
불편해지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겨본다.
방송작가출신의 작가답게 책은 다양한 장르의 소재를 담고 있다. 영화, 방송, 음악과 책, 그리고 다양한
에피소드들. 책을 읽으며 근간에 읽었던 내 독서와도, 영화와도 많이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 반갑다.
삶에 대한 힘겨운 넋두리면 어쩌나 했던 나의 우려와 달리 책 읽는 내내 마음이 출렁거렸다.
예전에 점자도서관에서 도서낭독 녹음작업을 할때 가장 힘들었던건 감정이입이 되어 순간적으로 울컥
하는 마음이 들때였다. 이 책을 읽으며 꽤 여러장면에서 괜히 나도 울컥하더라.
해녀의 물숨, 숨의 길이는 날때부터 정해진단다. 물질을 시작하면 욕심에 숨을 참고 싶은 마음이 든단다.
바닷속에서 욕심을 부렸다간 숨을 먹게되고, 물숨은 해녀들을 죽음으로 몰고간다.
나이지긋한 해녀들은 그래서 늘 당부한단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
해녀의 물질하는 삶이나 우리네 삶이 이렇게 닮아있다는 생각에, 숨고르기에 대한 생각을 한다.
서두에서 던져진 질문.
나이를 먹는다는건 나의 부족함을 깨달아 가는 일이다. 인정하고 포기하는것은 용기가 필요한
멋진 일이라는 것을, 인생이란 내내 그렇게 우리에게 한계를 가르치며 겸허하게 살라고 가르친다는것을.
어른이란 강철처럼 단단한 존재가 아니라 삶의 한계와 나약함을 껴안은채 그안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과
행복을 찾아 낼줄 아는 사람이라는 정의를 내린다.

근간에 방송됐던 드라마이야기, 책이야기, 음악이야기, 영화이야기를 통해 삶의 경험들을 소환하는
글을 읽다보니 책읽는 동안 라디오 방송을 듣는 느낌도 든다.
특히 영화이야기가 가장 솔깃하고 재밌다. 책을 다 읽고 볼 영화도 두어편 꼽아두었다. 개중에는 내가
절대로 영화로는 보지 못할 장르도 있다. 유난히 영화에 대한 편식 심한 나는 글로 읽는 영화이야기
에서도 벌써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요즘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을 살고 있다. 온 나라가 멈춘것처럼,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세계여기
저기서도 코로나사태로 불안한 뉴스들을 전하고 있다. 삶의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 갈것인지.
이제는 전쟁이 나도 피난가고 하는것은 의미가 없다고들 이미 얘기하곤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세계가 하루생활권에 들 만큼 발전한 지금도 이렇게 나약한 삶을 사는것이 인간이구나를 새삼 실감하
는 요즘. 조금이라도 더 잘 살기위해 얼마나 아둥바둥 살고 있었던건지,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바쁘지않은 일상이 이렇게도 적응 안되는 것이었나를 새삼 느낀다.
여유있는 시간은 뭔가 게으르게 느껴질만큼 동동거리며 사는것이 습관이 되었던 지난 시간들.
일에 자신의 삶을 압도 당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책속 글귀가 마음에 쏙 들어온다.
잘하기 위해서 또 얼마나 많은 실수와 섣부른 판단들을 했었는지 이미 잘 알고 있는 나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양한 화두를 끌어낸다. 사람은 누구나 가끔, 혹은
종종 외로움을 느끼고, 작은 온기에도 감동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사는동안 우리가
살아가는 힘을 얻는것은 사랑하고 사랑받던 추억때문이라고 한다.
누군가 세상에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한사람만 있어도 그 사람은 절대로 절망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많은 이야기를 통해 결국 삶은 너무나도 다양해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게되어있지만, 그래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생은 늘 헤매고, 흔들리고를 반복하지만 그 와중에
사랑도 행복도 존재한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 대부분이겠지만 잠깐의 행복했던 추억으로 또
그 어려운 시기를 희망을 쫒아 살아가게 되는것이 삶이다.
저 멀리의 행복보다 우리 가까이의 사람들과 사랑하며 서로의 온기로 보듬으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공감하며 읽었다. 끝이 있음을 종종 잊고 영원히 살것처럼 날이 선 순간들은 아니었는지.
더 넓은 마음으로 더 다정한 마음으로 그렇게 사는것이 삶이라고 일깨우는 글들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