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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제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3월
평점 :

고전과 에세이의 콜라보레이션 쯤 되겠다.
200년전 러시아 고전문학가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Fyodor Mikhailovich Dostoevsky
(1821-1881) 그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악령> <미성년>등의 작품을 남겼다.
요즘 꾸준히 고전읽기 실천중인 내게 의외의 고전문학가 이름이 담긴 책이라니 ^^
이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결이 재미있다.
클래식 고전과는 또 다른, 일상에세이의 카테고리안에 고전이 더해졌다.

저자는 고전문학이 신파와 막장의 기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아래 품격있고, 아름답고, 따뜻한 순간
은 막장 열차의 드물게 정차하는 기차역 같을거란 가정으로 도발적인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고보니 뭔가 많은 고전들의 스토리를 떠올려보면 아니라고 못하겠다.
고전문학이 지금도 권장되는 이유는 고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거이한 이야기와 좋은 문장들 때문이
아니라 지금 나의 삶과 매우 닮은 이야기가 대단히 설득력있는 인물과 서사로 살아 숨쉬기 때문일거라는
너무나도 공감가는 이야기.
저자 개인의 일상과 경험에 의한 이야기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나쁜노므스키'들을
현실에 불러들여 고전과 현실간의 시간적인 격차를 없애고 삶의 다양하고, 빡치는 순간들의 접점을
찾아내는 재미가 은근 통쾌하고 유쾌하다. 피해갈수 없는 많은 억울한 순간들과 화가 치미는 순간에도
이왕이면 버럭하기보다 이런 세련된 방법이 있구나!하는 참신한 기획.
예나 지금이나 삶의 이상향은 늘 행복과 밝은 미래를 꿈꾸지만 결국 우리 삶속에서 기쁨보다 슬프고
아픈 순간들이 더 크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누군가를 죽일듯이 증오하고 욕망에 눈이 멀어 도의를
저버리기보다 고전문학 작품속 인물들을 소환해 우아하게 일상의 분노와 좌절과 절망을 풀어낸 것은
참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고전 문학가도 아니고 순수한 독자로서 고전을 씹고, 뜯고, 맛보고 , 즐기게 해준 저자의 발상에 참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삶과 동떨어진 고고한 문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고전은 우리 삶 자체에
녹아있는 바로 그런 것이라는 현명한 가르침을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