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708/pimg_7767301332600645.jpg)
2010년에 출간되어 많은 이들에게 반향을 일으킨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썼던 미치 앨봄의 신간이
나왔다. 미치 앨 봄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방송인으로 많은 글들을 쓰고 있는데 특히 삶에 대한 의미를
일깨우는 따뜻한 글쓰기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회자가 되었던 전작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연극으로도 제작이 되었었다.
오랜만에 책을 꺼내보니 마침 그때 관람했던 티켓과 연극 브로슈어가 보관되어 있어서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이번에 출간된 신작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더 마음에 공감을
일으키는 내용이 담겼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708/pimg_7767301332600647.jpg)
"인생사는 베틀에 걸린 실처럼 얽혀서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짜인다."라는 문장은 이 책을 이어가는
핵심문장이기도 하다. 누구나 삶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나름대로의 미래를 그리지만 실제로 마주하
는 삶은 늘 녹록지 않아서 계획과는 전혀 다른 길에 놓이기 일쑤이다.
작가는 그것을 바람"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일까? 고기압과 저기압의 만남, 온기와 냉기의 만남, 변화와 변화가 바람을
일으킨다. 변화가 클수록 바람도 세게 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가지 변화가 다른 변화를 일으킨다.
책에서는 한 사람의 주인공이 생에서 마주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 과정에서 상처, 친구, 포옹,
어른, 이별이라는 과정을 그린다. 결국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많은
영향을 미치고, 나의 삶 또한 누군가에게는 큰 흔적을 남기게 된다.
우리는 종종 눈앞의 많은 일들에서 우리의 삶이, 시대가 다른 시대와 이어진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
다. 지금 현재의 모든 일들은 하루아침에 누구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지금의 모든 것들은 앞서간 이들의 어깨 위에서 세워지고 변화해 온 결과물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708/pimg_7767301332600646.jpg)
책 속의 이야기는 애니라는 주인공 한 사람의 사례를 담았지만, 결국 애니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이기도 하다.
책 속의 큰 테마 사이사이 애니의 전 생애가 <애니 실수하다>라는 제목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삶의 과정에서 자신의 선택에 의해, 혹은 주어진 환경 등에 의해 자의적인, 타의에 의한 실수들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삶의 방향이 정해지고, 매 순간 만나지는 사람들은 그녀의 일생에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책 속 등장인물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매일 무언가를 잃는다고도 했다.
그것이 때로는 방금 내쉰 숨결처럼 작은 것일 때도 있고, 때로는 못 살 것 같은 큰 것일 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살고, 살아야 한다.
우리가 저지른 많은 잘못 들은 바른 일을 할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어제 이탈리아의 음악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코네가 별세했다. (B.1928-2020)
생전 고인이 미리 써둔 부고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고인은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죽었다"로 시작하는 부고에 ”그래서 나는 내 죽음을 항상 나와 가까이
있었던 모든 친구들에게, 그리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큰 애정을 갖고 인사를 나눴던 사람들에게
알린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들 모두의 이름을 언급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내 인생 마지막 몇 년 동안
형제처럼 지냈던 친구 페푸치오와 로베르타와 특별한 추억이 있다는 걸 밝힌다"라고 했다.
그가 이처럼 직접 부고를 써 둔 건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자신의 장례식으로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한 고인은 가족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사랑을 전했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1956년 결혼해 64년 동안 함께 한 아내 마리아였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지만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특별한 사랑을 다시 전한다.
당신을 향한 작별 인사가 가장 고통스럽다"라고 썼다.
누구나 삶의 마지막 순간이 아쉽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작별인사를 남긴
老거장의 마지막 인사가 마음을 울린다.
우리는 종종 사후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교와 상관없이 사후세계에 대한 우리의 상상은 아마도
무한하지 못한 생의 아쉬움에 대한, 그리고 언젠가 헤어지게 될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을 담은
마음의 일환일 것이다. 그만큼 언제일지도, 분명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우려보다 지금 현재의 우리의
삶과, 내 주변의 사람들과의 매 순간을 소중하고, 행복하게 가꾸어 가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종종 저지르는 실수들에 대해 조금은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게 하는 용기와, 바른
태도 등을 제시한다.
기억을 함구 한다고 거기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비밀을 지키면 상황을 통제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 비밀이 우리를 통제하게 된다. 실수가 없는 삶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