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위로 -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 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타인에게 위로의 글을 건네던 강세형 작가가 이번에는 스스로에게 건넨 위로의 글들을 담담하게 담아

안부를 건넨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위로가 필요한 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방향을 잃은 타인의 위로가 간혹 상처가 되기도 하고, 진짜 위로가 필요한 순간은 넋두리조차 힘든

순간이 있다.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는 삶을 살다 보면 종종 운전 중 마주하는 신호등처럼

삶에도 그런 방향 지시등이 있었으면 하는 순간들이 있다.


사소한 것 100개를 쌓아 리듬을 만드는 것. 의식을 행하듯 아주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나와의 약속들을

굉장히 나른하고 게으르게, 하지만 미루지 않고 느릿느릿 하나씩 해결해 가며 자신만의 리듬을 만드는 삶.

절대적인 자유란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게 아니라 컨트롤 타워가 내가 된다는 의미라는 그녀의 글에

공감하며 그간의 힘들었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마음속에 정해놓은 단 하나의 정답을 향해 기를 쓰고 애를 쓰는 이들을 보는 일은 힘에 겹다.

한발 자욱 떨어져 그들을 보며 소용돌이처럼 그 속에 빠져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속도에 욕심을 내다보면,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줄어들지 몰라도, 과정의 풍경을 모두 놓치고

만다. 시행착오가 없는 삶은 불가능하지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풍경도 보는 삶이고 싶다.

신체가 무너지면 마음도 무너진다. 마음이 불안하면 신체의 균형에도 문제가 생긴다.

건강한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이가 들어가며 점점 느낀다. 건강은 하루아침에 적신호를 보내오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누구나 젊은 시절의 건강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는 없지만, 삶과 마찬가지로 건강도 다독이며 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온전하게 행복한 삶도, 대단히 불행한 삶도 없다는 걸 알아가는 것.

맑은 날과 흐린 날이 있듯. 쨍한 햇빛에는 그늘을 만들고, 비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챙기면 된다.

가끔은 그 내리는 비마저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순간이 있듯. 삶은 그렇게 겪어나가는 것일 듯.

그런 순간들에 곁에서 온기를 나누며 함께하는 이들은 삶의 고단함을 다독인다.

서로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그것이 오히려 사람 사이의 다리가 되어 줄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결국 사람은 스스로의 고독함을 타인과의 온기로 서로 다독이며 살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글로 온기를 전하던 작가의 독백 같은 잔잔한 글을 읽으며 많은 순간

공감했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나의 주변을 돌아보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뿐인 삶의 과정은 늘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좌절과 상처를 경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마저 어느 순간은 삶의 자양분이 되어 좋은 결실을 맺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누구나 위로가 필요한 삶을 살고 있다. 이번에는 책을 읽으며 마음속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나도

그녀의 건강한 삶을 응원했다. 결국 독자와 작가는 글로서 서로 교감하는 것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떡볶이 소설집
김동식 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른한 오후의 떡볶이 아니고, 10人 10色의 떡볶이 소설집을 읽는다.

친근한 소재의 제목 때문에 솔깃했는지  책이 도착하자마자 우리 그녀가 먼저 읽고 나는 그 뒤를 이어

읽기 시작했다. 각각의 스토리를 읽으며 나보다 먼저 읽은 우리 그녀의 감상평을 퍼즐 맞추기 하며 읽는

재미도 두 배로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들었던 요인이었다.

첫 번째 스토리는 애피타이저처럼 가볍게, 배꼽 빠지게 웃기기도 하고 옛날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컵 떡볶이 국제법을 만들고 싶을 만큼 떡볶이 개수 하나가 때로는 세상의 전부가 되던 시절도 있었지. ​

 

생각해보니 떡볶이만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필하고, 요리법을 다양화한 메뉴가 있을까 싶을 만큼

우리나라의 대중적인 메뉴 중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떡볶이. 덩달아 이 책을 읽으며 평소보다 떡볶이를

두 배는 더 먹었던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떡볶이처럼 수록 작품들을 읽다 보니 스토리

를 통해 꽤 묵직한 생각거리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다소 과하다 싶을 만큼 황당했던 장면들을 아이와 종종 소환하며 하루 종일 몰입하기도 했고, 엄마마음

으로  마음 한편에 너무 공감이 가서 쿵 하고 내려앉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이와 나의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스토리도 아마 그런 경험의 장면들이 다른데서 오는 차이가

아니었을까 한다.

사소한 음식이 때로는 과거의 시간이나 장면들을 소환하기도 하고, 마음의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수록된 열 명의 작가는 각자 다른 시선으로 떡볶이와 관련된 에피소드와, 혹은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

내고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니라 "전지적 떡볶이 시점"으로 떡볶이가 화자가 되어 세상에 합류

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정말 사물이 아닌 사람의 인생 여정과 별반 차이가 없다.

아~ 세상에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겠냐만 그동안 먹는 것에만 열중하느라 존재감을 미처 몰라

봤다는것 인정.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떡볶이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도 생각.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떡볶이지만 의외의 이유들로 떡볶이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게 떡볶이를 즐기는 사람들. 과연 떡볶이의 가장 핵심요소는 무엇일까?

떡볶이에 대한 단상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종종 모든 공간에서 본인이 아닌 타인을 중심

으로 한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때가 있다. 

떡과 어우러지는 다양한 양념들처럼 우리의 삶도 어떤 상황이나 사람들과 마주하더라도 본인 스스로의

정체성을 돌볼 필요가 있다.

요즘의 가장 큰 화두는 코로나 시대의 완전히 달라진 생활방식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재난 영화나

바이러스에 관한 영화들을 보면 SF처럼 전혀 현실감 없는 가상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

재난 영화나 가상의 영화들을 통해 재현되는 장면들이 영화보다 현실의 장면들과 오버랩이 되곤 한다.

인간의 욕심이 전쟁과 기상이변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결국 대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지 이미 오래다. 하나의 바이러스에 대처하고 나면 또 거기서 변종이 발생하여 끊임없이 인간에 대한

도전장을 내민다. 

우리가 늘 쉽게 접하는 떡볶이를 어느 날 갑자기 먹지 못하게 된다면.

책 속 스토리 중 떡볶이가 화자가 되어 전 세대와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고군분투하는 장면들을

떠올리면 지금 현재의 우리 삶이 그러하다.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산다는 세상에서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대상이 된 요즘의 현실. 그 끝이 불투명하기에 희망과 더불어 불안의 요소들까지 공존하

는 날들이 이어진다.


떡볶이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나 보다. 이토록 진지한 떡볶이라니 ~ 각각의 에피소드는 10명의 참여 작가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개성 있는 그들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채롭고 맛깔나는 떡볶이로부터 온 메시지에는 사랑은 물론 사회문제, 그리고 삶의 기술과 방식 등을

짧지만 강하게 전달한다. 다양한 떡볶이의 종류만큼이나 수록 작품들을 읽다 보니 그들의 또 다른 글들이

저절로 궁금해지기도 한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진리를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끼

며 살고 있는 요즘. 이 책을 읽으며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대목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게는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떡볶이.

이젠 떡볶이 먹지 말고 읽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휴머니멀 -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
김현기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5회에 걸친 방송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인간과 동물의 더불어

사는 공존에 관한 <휴머니멀>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방송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르게 책을 통해 좀 더

숙고하는 시간이 되었다. 휴머니멀은 생존을 위한 냉엄한 투쟁을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된 리얼리

티 프로그램으로 르포르타주 Reportage 프로그램이다.

르포르타주는 사회적인 현실에 대하여 보고자의 주관을 섞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한 문학, 혹은 기록

문학으로 보통은 르포"라고 불리기도 한다.

살아있는 코끼리의 얼굴을 전기톱으로 베어 간 밀렵꾼, 가족이 무리 지어 사는 하마들을 총으로 사살하는

트로피 헌터, 돌고래에게 꼬챙이로 해를 가해 바닷물을 붉게 물들이는 어부, 가축을 지키기 위해 독을

사용해 사자를 몰살시키는 주민들, 인간의 욕망을 여러 가지 핑계들로 무장하여 태연하게 자행하고 있는

장면들이 그려진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공공연하게 돈을 지불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논리로 합리화하여 진행되는

포획이나 트로피 헌팅인 부호들의 유희라고 일컬어지는 제국주의 시대의 정복자 문화에 기반을 둔 자원

수탈의 결과이기도 하다.

고치를 찢고 나온 누에로 명주실을 뽑는 것도 간접 살생이라며 비단 가사를 입는 걸 금지했던 부처님을

사람들은 코끼리의 목숨과 맞바꾼 상아에 고이 새겨 넣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코끼리가 무척

온순한 동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코끼리는 천적이 없는 거대한 동물 중의 하나이다.

그런 코끼리가 서커스나 관광객을 태우는 용도로 활용되기까지에는 잔인한 사육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을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코끼리가  학대의 대상으로, 아프리카에서는 밀렵의 대상으로 인간과 공존하는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파리에서 공식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헌터들이 내는 자본들은 상당수가 부패한 정부 관료의 주머니

로 들어가거나 헌팅 업체로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적인 것들은 베일에 가려져 트로피 헌팅

이 아프리카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주장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은 놀랍고 과히 충격적이다.

무관심하거나, 혹은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덴마크령의 페로제도의 그라인다 드롭 Grindadrap은 고래 집단 살육 문화를 뜻한다.

오랫동안 잔인한 집단 무의식은 그 뿌리가 생각보다 깊고, 거센 자기 보호 본능을 동반한다.

전통은 완고하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다면 아주 조금씩 바꿔나갈 수도 있다. 잘못된 전통은 변화를

필요로 하고,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이토록 아름답게 보이는 장면의 현실을 매체를 통해 눈으로 확인하는 현실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인간 사회의 문화라는 명목으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특정 동물에 대한 살육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실제로 생태계의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멸종에 대한 데이터들은 심각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수치이자 증거이다.

놀랍게도 일본에서 포획된 돌고래 수출 현황에서 우리나라는 수입국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한동안 동물원에서 오락적인 목적으로 돌고래쇼가 진행되었고, 나도 몇 번의 관람

을 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마음 한편 이 뜨끔했다.

자연에서 자유롭게 많은 거리를 이동하는 돌고래의 수명이 인공적인 환경에서는 반 이상 줄어버리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오래전 뉴스에서 곰을 사육하거나 포획하여 장기를 떼어내는 일들이 한창 이슈가 되었던 기억도 있다.

실제로 자연에서 사는 야생의 동물들은 임계 기 Critical period를 거치며 뇌 발달 시기를 거친다.

이 특정 시기에 뇌의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그 부분은 영원히 작동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시간이다.

많은 야생의 동물들을 보호라는 명목하게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들은 자연의 순환을 거스르고 문제점

들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이제 단 2마리만 남았다는 흰코뿔소, 네덜란드어로 넓은 코뿔소 'Wijd'가 영어로 'White'로

잘못 번역되며 흰코뿔소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렇듯 자연은, 인간 문명의 발달 속도가 빨라진

것보다 훨씬 빠르게 멸종하고 소멸해 가고 있다.

아무리 인간 문명이 발달한다고 해도 자연에서 생활하는 야생의 동물들을 인간의 힘으로 조절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절대로 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공존을 향한 첫걸음은 그래서 바로 인간과 동물의 이해가 우선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0년에 출간되어 많은 이들에게 반향을 일으킨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썼던 미치 앨봄의 신간이

나왔다. 미치 앨 봄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방송인으로 많은 글들을 쓰고 있는데 특히 삶에 대한 의미를

일깨우는 따뜻한 글쓰기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회자가 되었던 전작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연극으로도 제작이 되었었다.

오랜만에 책을 꺼내보니 마침 그때 관람했던 티켓과 연극 브로슈어가 보관되어 있어서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이번에 출간된 신작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는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더 마음에 공감을

일으키는 내용이 담겼다.



"인생사는 베틀에 걸린 실처럼 얽혀서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짜인다."라는 문장은 이 책을 이어가는

핵심문장이기도 하다. 누구나 삶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나름대로의 미래를 그리지만 실제로 마주하

는 삶은 늘 녹록지 않아서 계획과는 전혀 다른 길에 놓이기 일쑤이다.

작가는 그것을 바람"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일까? 고기압과 저기압의 만남, 온기와 냉기의 만남, 변화와 변화가 바람을

일으킨다. 변화가 클수록 바람도 세게 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가지 변화가 다른 변화를 일으킨다.

책에서는 한 사람의 주인공이 생에서 마주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 과정에서 상처, 친구, 포옹,

어른, 이별이라는 과정을 그린다. 결국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많은

영향을 미치고, 나의 삶 또한 누군가에게는 큰 흔적을 남기게 된다.

우리는 종종 눈앞의 많은 일들에서 우리의 삶이, 시대가 다른 시대와 이어진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린

다. 지금 현재의 모든 일들은 하루아침에 누구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지금의 모든 것들은 앞서간 이들의 어깨 위에서 세워지고 변화해 온 결과물이다.



책 속의 이야기는 애니라는 주인공 한 사람의 사례를 담았지만, 결국 애니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이기도 하다.

책 속의 큰 테마 사이사이 애니의 전 생애가 <애니 실수하다>라는 제목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삶의 과정에서 자신의 선택에 의해, 혹은 주어진 환경 등에 의해 자의적인, 타의에 의한 실수들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삶의 방향이 정해지고, 매 순간 만나지는 사람들은 그녀의 일생에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책 속 등장인물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매일  무언가를 잃는다고도 했다.

그것이 때로는 방금 내쉰 숨결처럼 작은 것일 때도 있고, 때로는 못 살 것 같은 큰 것일 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살고, 살아야 한다.

우리가 저지른 많은 잘못 들은 바른 일을 할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어제 이탈리아의 음악의 거장인 엔니오 모리코네가 별세했다. (B.1928-2020)

생전 고인이 미리 써둔 부고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고인은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죽었다"로 시작하는 부고에 ”그래서 나는 내 죽음을 항상 나와 가까이

있었던 모든 친구들에게, 그리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큰 애정을 갖고 인사를 나눴던 사람들에게

알린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들 모두의 이름을 언급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내 인생 마지막 몇 년 동안

형제처럼 지냈던 친구 페푸치오와 로베르타와 특별한 추억이 있다는 걸 밝힌다"라고 했다.

그가 이처럼 직접 부고를 써 둔 건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자신의 장례식으로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다고 한 고인은 가족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사랑을 전했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1956년 결혼해 64년 동안 함께 한 아내 마리아였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지만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 특별한 사랑을 다시 전한다.

당신을 향한 작별 인사가 가장 고통스럽다"라고 썼다.

누구나 삶의 마지막 순간이 아쉽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작별인사를 남긴

老거장의 마지막 인사가 마음을 울린다.

 

우리는 종종 사후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교와 상관없이 사후세계에 대한 우리의 상상은 아마도

무한하지 못한 생의 아쉬움에 대한, 그리고 언젠가 헤어지게 될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을 담은

마음의 일환일 것이다. 그만큼 언제일지도, 분명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우려보다 지금 현재의 우리의

삶과, 내 주변의 사람들과의 매 순간을 소중하고, 행복하게 가꾸어 가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종종 저지르는 실수들에 대해 조금은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게 하는 용기와, 바른

태도 등을 제시한다.

기억을 함구 한다고 거기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비밀을 지키면 상황을 통제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 비밀이 우리를 통제하게 된다. 실수가 없는 삶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구에게
이해인 지음, 이규태 그림 / 샘터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월의 첫날
꽃같이 고운 책이왔다.
<친구에게 >
글과 어우러지는 그림을 보고있으니 미술관이 따로없다.

이번에 출간된 <친구에게>는 이해인수녀가 글을 쓰고, 이규태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글과 함께 그림에서 주는

느낌도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잔잔하게 그려진 색연필화는 은은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해인수녀의 첫번째 시집 <내 혼에 불을 놓아>

내가 이해인 수녀의 글을 처음 접한것은 중학교 2학년때 담임선생님이자 영어과목 선생님이 주신 책선물이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이해인수녀의 글들을 마주할 때마다 선생님이 떠오른다.

그러고보면 책선물은 책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더 많은 의미들을 만들어낸다.

벌써 수십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내 책꽂이 가장 빛나는 한켠에서 온기를 지닌채 가끔 꺼내보게 만든다.

 

<친구에게>도 그런맥락에서 오랜친구 혹은 오래전 헤어진 의미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전한다.

 

책에서 전하는 친구는 애인이나, 반려자와는 또 다른 빛깔로 다가오는 다양한 존재들을 이른다.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인연들을 만나고, 헤어지게 되는지를 생각해 보게한다. 종종 마음과는 달리 가까운

이들과 마음을 전하며 사는일이 쉽지 않다.

그러다 어느순간 연락이 끊겨버린 친구들이 떠오를때면 마음 한켠이 허전하다.

화단에 가꾸는 식물조차도 사람의 온기가 더해지면 더 빛을 발하는 것을 생각해 볼때 사람사이의 인연이야

말해 무엇하리.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과의 만남이 편안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중에 친밀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굉장한 인연이다. 어느것 하나 저절로 만들어 지지 않는다.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는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인연은 저절로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나는 폭넓은 인간관계보다  마음을 나눌수 있는 몇몇사람과의 인연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튼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고, 또 그리운 이들을 떠오르게 하는 이 책 한권은

글과 그림만큼이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요즘 우리집에 가장 자주오는 이들은 택배를 전해주시는 분들이다.  장마가 시작되어 하루하루 변덕스러운 날씨

별것 아닌 도넛하나에 마음을 담아 전해드렸다.

각박하고 하루하루가 불투명한 요즘이지만 예민해지기보다 조금은 여유있는 마음을 다독여본다.

그리운 친구들과 반갑게 마주하는 그날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