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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고흐 - 고흐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 떠나는 그림 여행
최상운 지음 / 샘터사 / 2021년 1월
평점 :
Vincent Van Gogh (b.1853-1890)
고흐의 평생 그림 여정을 따라 그의 고향인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마지막 무대였던 프랑스까지 고흐 작품
이 소장된 미술관과 유럽 각지의 흔적을 담은 책이다. 몇 년 전에 이미 읽었는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때는 낯설게 마주했을 그 장면과 작품들을 이번에는 익숙하게 만날 기대감으로 설렜다.
고흐의 작품과 그가 평생 영향을 받았던 화가들의 작품까지 총 14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타계한 고흐는 10년간의 작업 기간 동안 회화 900여 점과 데생 천여 점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독일어와 영어, 프랑스어에 능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고흐는 책을 통한 사유에서
비롯된 편지와 작품들을 통해 단순히 그림만 그린 화가가 아니라 수공업 노동자들을 다룬 책들을 찾아
읽으며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기도 했던 화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흐 관련 책들이 무척 많이 출간되고 있고, 그가 동생 테오와 나누었던 편지글을 통해 그의 작업세계와
내면의 이야기들을 접할수록 더욱 그의 그림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실감한다.
예술가로서 또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의 그의 면면들을 담은 책. 우리가 사랑한 고흐. 내가 사랑한 고흐.
파리 테르트르 광장에는 화가 르누아르가 그린 작품 <뮬랭드라 갈레트의 무도회>로 유명한 카바레
뮬랭드라 갈레트가 있다. 여전히 파리의 명소로 존재하는 공간과 장소는 그 옛날 고흐가 그림으로
남겨두었던 그 시대의 전원 풍경과 오버랩되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이 참 좋았던 점은 고흐가 담았던 그림 속 장면으로 순간이동하는 기분이 들 만큼 생생하게 장소의
흔적을 전해주고, 그의 작업 여정의 변화 과정이 자세히 담겼다는 부분이다. 막연히 고흐의 작품으로서
만이 아니라 그 작품이 탄생한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고흐의 그림 중 대표작 중 하나인 <감자 먹는 사람들>
고흐는 수공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처지나 생태를 다룬
책을 찾아 읽으며 공감하기도 했다. 책에서는 고흐가 좋아하고 작업에 영향을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았
던 화가들의 작품 이야기도 소개된다. 페르메이르의 작품에 매혹되기도 하고, 한스 멤링, 대피 터 브뤼헐,
렘브란트, 밀레, 들라크루아 등은 고흐가 특히 사랑했던 화가들이다.
고흐는 주변의 인물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린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경제적인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그는
종종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했다. 생전 작품을 단 한 점밖에 판매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 고흐의 작품 중 로댕이 <탕기 아저씨의 초상화>를 그의 사후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 작품은 로댕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을 알아본 로댕이라니
고흐는 일본의 우키요에에 대한 관심을 그 작품의 배경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흐의 작품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화가의 유명한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한 화가의 일생을 통해
작품을 해석하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와 인간적인 연민이 더해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작품에 대한 완성도를 떠나 그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평생 동안 작품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해 왔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기대되는 다음 여정과 작품에 행복한 그림여행을 한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불운한 화가로도 꼽히는 고흐
고흐의 여정을 따라 책 속 그림여행을 하다 보니 그 공간으로 순간이동해서 직접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오래 감상해도 좋을 그런 시간들이 곧 오길.
책 속에 담긴 그의 그림들이 캘린더로 만들어졌다. 일상의 언저리에 그의 그림들이 함께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곁에 두고 읽는 고흐
짧은 생애를 살았던 화가였지만 그가 남긴 작품만은 오랜 세월 시간이 더해지며 새로운 감동과 의미를
더하며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