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암각화

1. 암각화의 분포

1970년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경남 울주군 천전리 암각화가 발견되고서부터 본격적인 암각화 조사 연구 시작. 그 이후 울주 대곡리, 고령 양전리․안화리, 안동 수곡리, 영일 인비리․칠포리, 영주 가흥동, 함안 도항리, 남원 대곡리, 여수 오림동, 영천 보성리, 경주 석장리․안심리, 고령 지산리 등 모두 16개의 암각화 유적이 발견됨.

우리 나라 암각화 유적의 분포는 한반도의 동남부지역에 편중. 특히 암각화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방패무늬 암각화의 경우 10개 유적 중 9개 유적이 경상북도에 있고 나머지 하나만 전라북도 남원에 소재. 남원 역시 고대 이전에는 영남문화권에 속하거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 그밖에 다른 유형의 암각화의 경우 실례가 드물기 때문에 지역 특성을 검출할 수 없음.

이러한 지역 분포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한반도에서 암각화문화가 일반화되지 않았다던가, 숨겨진 유적을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연유 때문. 그러나 우리 나라의 암각화에 대한 연구조사활동이 초미의 단계에 있는 만큼 단정지어 말할 수 없음. 다만 방패무늬 암각화의 경우 밀집 분포된 양상과 제작 시기를 고려하면 고대국가 탄생기에 영남지방을 거점으로 발달한 특정 문화와 관련 깊을 가능성이 비쳐짐.


2. 암각화의 제작기법과 종류

우리 나라 암각화의 종류는 크게 人物 ․ 動物 ․ 器物 ․ 圖形 ․ 生活像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됨. 암각화의 제작기법은 쪼아새김(pecking), 면새김(engraving), 갈아새김(grinding) 등 세 가지 기법. 유라시아 북반구에 집중된 암각화 제작기법은 일명 트라겐(X-ray)기법으로 대상의 내부를 선과 동그라미로 채우는 방식으로 쪼아새김과 면새김이 주 요소. 우리 나라 대표적인 반구대 암각화는 면새김과 선새김 기법을 주로 사용.


(1) 인물․동물무늬

인물, 동물무늬 암각화는 어로와 수렵을 주제로 사람과 사냥 동물을 사실적 기법으로 새긴 문양. 울산 대곡리가 대표적이며 천전리와 석장리 암각화에도 일부 표현됨. 쪼아새김을 기본으로 면과 선을 파고 새긴 형식. 수렵과 어로의 풍성과 번성을 기원하는 사냥미술로서 그 문화전통이 동북아 대륙의 암각무늬와 맥을 같이함.


① 인물․동물무늬 암각화의 특징

국보 제 285호 울산 반구대 대곡리 암각화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 면새김과 선새김 기법이 혼합됨. 고래․거북이․물개 등 바다짐승들(면새김 기법). 사슴․호랑이․멧돼지 등의 뭍짐승들(선새김 기법). 또한 사람들이 배를 타고 고래를 잡거나 사냥하는 모습, 제사를 지내는 모습, 울타리(동물사육) 등 약 300여 점의 그림들로 가득 채워짐.

같은 태화강 상류의 국보 제 147호 천전리 암각화는 사슴 등 주로 뭍짐승과 사람(탈 포함)을 면새김한 그림. 기하무늬(갈아새김) 형상들이 먼저 새겨진 동물상 그림들 위에 덧새긴 양상으로 원래 동물상들이 암벽 전체에 가득히 새겨져 있었던 것으로 사려됨.

대곡리 암벽에는 특히 48 마리나 되는 다종의 고래가 새겨짐. 이곳은 고래출몰지역인 울산만에서 20km내외의 거리.(내용: 10~20명 씩 가느다란 배를 타고 수많은 고래들 사이를 용감하게 누비는 모습, 분수모양의 숨을 내뿜는 고래, 머리가 망치처럼 생긴 고래, 새끼를 업은 고래, 고래에 접근하는 배, 작살 꽂는 포수, 작살 꽂힌 고래, 고래를 끌고 가는 배 등 마치 고래사냥의 교과서를 방불케 함) 대곡리 암벽그림 속에 등장하는 성기를 드러내고 춤추는 듯한 인물상- 제사를 주관하는 무당(일본에는 산으로 사냥하러 들어갈 때 산신 앞에서 벌거벗고 제사지내는 풍습이 현재까지 전래됨) 대곡리는 어로․수렵의 양면성. 천전리는 수렵 편향성이 강한 차이점. 원시시대에 식량확보라는 경제적 욕구 충족에 목적이 있었던 것만큼 지리적으로 인접한 대곡리와 천전리 인물동물상 암각화의 문화적 배경은 그들의 경제 주체가 무엇이었든 간에 狩獵 ․ 漁撈와 깊은 연관성을 시사해줌. 이들 암각화의 주인공들은 어로나 수렵의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전문집단으로 사려되며 그러한 기술을 전수하려는 목적으로 암각화를 제작하였을 가능성이 제기됨.


제작시기

이들 암각화의 제작시기는 동물상과 경제상을 들어 신석기시대로 보는 일부 견해도 있음. 그러나 배가 신석기문화 단계의 뗏목이나 통나무배가 아닌 승선 인원 20여명의 捕鯨船. 포경에 사용된 작살과 작살을 쏘는 弩의 그림에서 금속문화를 강하게 느낄 수 있음. 대곡리나 천전리 동물상 암각화는 이미 금속문화 단계에 진입한 청동기시대의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임.


(2) 청동의기․도형상

① 석검/석촉무늬 암각화

영일 인비리는 검 두 자루와 살촉 하나를 새긴 모습. 여수 오림동 것은 내려꽂듯 새긴 검 한 자루를 향해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경배하는 사람과 그 뒤에 서서 바라보는 사람, 그 아래 무언가 찌른 듯한 琵琶形銅牟 한 자루를 새긴 형상.

석기나 청동기의 창검류가 일반적으로 고인돌의 부장품이었다는 점에서 이 그림들도 같은 문화의 계통으로 사려됨. 창과 검은 권력과 신분의 상징. 권력을 유지 안보 하려는 의미와 삶과 죽음의 세계를 연결하려는 뜻이 있다고 사려됨. 특히 함안 도항리의 경우 사후 세계의 안녕에 대한 인간의 강렬한 열망을 엿볼 수 있음.


제작시기

영일 인비리는 청동기전기 B.C. 7~6세기, 여수 오림동은 청동기중기 이후 B.C. 6~4세기, 함안 도항리는 청동기후기의 B.C. 5~4세기 고인돌이 축조될 때 새겨진 것으로 추정.


② 기하문 암각화

울주 천전리 암각화가 대표적. 넓고 깊게 선갈아 새긴 동심원, 마름모, 거치무늬, 곧은줄, 굽은줄무늬를 독립 또는 복합적으로 연결한 형상. 또는 사람을 기하학적 도형으로 추상화시킨 형상들.

각 문양의 상징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음.

동심원․마름모 - 태양의 상징, 풍요의 기원, 풍우를 주관하는 天神의 의미 등

인면․사람 - 神接한 주술사, 땅을 주관하는 地神 등

갈라진 능형 - 여성의 성기, 다산의 상징. 곡물의 성장과 숙성을 상징 등

다양한 기하무늬들의 조합 - 사물을 개념화시킨 일종의 繪文字, or 반복되는 행위를 통한 주술적 의식의 표상 등

이 그림들은 청동기 이후 농경사회에서 공통적으로 행해진 종족번성과 풍요 기원의 산물로 추정할 수 있음(지배적인 견해). 갈아새김 행위 그 자체가 고도의 수준에 이른 종교 의식이고, 제작 행위가 곧 주술의례이기 때문에 이를 제작한 사람은 전문 주술사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견해도 있음.

한편 천전리 각석의 중하부의 명문에는 3백여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음. 오른쪽 원명은 법흥왕 12년(525) 진흥왕의 부친인 입종갈문왕(사부지갈문왕)이 가신을 거느리고 서석골에 나들이 한 것을, 또 왼쪽의 추명은 법흥왕이 동왕 26년(539)에 사부지갈문왕을 비롯한 신하들을 거느리고 와서 놀았던 것을 기념 삼아 새겨 둔 것.

명문에는 호세(好世: 진평왕 때 화랑), 수품(水品 : 선덕여왕 때 화랑), 영랑(永郞 : 통일신라 직후의 화랑), 문정랑, 주매랑 등의 이름도 보임. 이러한 글을 본다면 이곳이 화랑들의 국토 순례장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음.  

이 밖에도 함안 도항리 그림은 마치 은하계를 표현한 듯 암벽 전체에 크고 작은 바위구멍을 빼곡이 새겼고 태양이나 큰 별을 나타낸 듯한 겹고리를 장식함.


제작시기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등이 다양하게 제시됨.

그림 전체의 내용에서 당시의 사회는 祭政分離는 물론, 기능과 역학적 관계에 따라 다양하게 분화된 사회를 추정 가능케 함. 따라서 최근에는 이미 철기문화를 접한 고대국가의 태동기인 초기철기시대 초~중기라는 주장이 제기됨.


③ 청동의기형 방패무늬 암각화

철기문화가 들어옴으로써 집단간에 서로 먹고 먹히는 정복 활동이 왕성. 방패무늬 또는 검파무늬 암각화는 사회가 새로운 질서에로 급격히 개편되어 감에 따라 불안해진 집단들이 자신들의 존속을 위해 안보를 기원하는 의미로 제작했다는 견해.

방패무늬 암각화의 전개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생성기 - 앞 시기의 쪼아새김 전통이 강하게 잔존해 있고 그림 구성이 다양하며 사실적 표현이 강한 경주 석장리와 안심리가 生成期로서 반달돌칼, 홈자귀, 돌검 등 주변 유적의 출토유물의 성격으로 미루어 청동기 후기 어느 시점에서 발생하여 초기철기 초입까지 이르는 것으로 추정.

정형기 - 영천 보성리와 고령 안화리에는 방패무늬 그림 윗면에 머리털 모양의 짧은 선이 새겨짐. 이것은 그림에 군사적 의미가 강화되면서 석장리의 방패무늬가 고깔무늬와 결합해 의인화(擬人化)된 복합형 방패무늬로 발전한 모습. 테두리 삼면에 깃털 같은 방사선을 위엄 있게 갖춘 고령 양전동 방패무늬는 신격화된 祭壇主神으로 자리잡음으로서 형식이 定型化를 이룸. 이 시기의 안보기구(安保祈求)는 그림의 면모와 갈아새긴 기원 행위에서 엿보이듯 이미 집단신앙화의 괘도에 오른 단계임을 시사해 줌. 시기는 보성리가 안화리 보다 다소 앞서고, 안화리가 양전리 보다 다소 앞선 시기의 것이나 크게 묶어 초기철기시대 것으로 사려됨.

변형기 - 변형기에 접어든 칠포리 단계에 이르면 神象의 방패무늬 모습이 군사적 성격이 더욱 강화된 개갑형(鎧甲形)으로 바뀌고 크기도 초대형화 되며 새김도 넓고 깊어김. 이것은 그들의 정치 군사적 현실이 극도로 불안해짐에 따라 집단의 존속을 위한 심각하고 간절한 기원이 있었던 것의 반영. 바로 이 시점이 새로운 철기문화의 도래로 집단간의 정복과 복속이 활발히 전개되어 정치 사회적 질서가 재편되어 가던 역사적 분기점으로 시대구분은 초기철기중기에 해당됨. 이곳에 여성 생식기의 등장은 어쩌면 평화적 개념에서의 종족번성이 아니라 군사력의 절대 요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견해. 남원 대곡리(-1-2-3-4), 포항 칠포리(-1-2-3-4)가 여기에 해당됨.

消滅期 - 마지막 소멸기인 영주 가흥동(-1-2-3), 단계에 이르면 그림의 형식이 지극히 도식화됨. 전통신앙화로 굳어진 기원 행위가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베풀어져 왔음을 뜻함. 정치 질서가 재편되고 사회가 안정됨에 따라 이전 시기와 같이 강렬한 표현은 사라지고 전통적 신앙의례로 전승되어 가는 모습. 이 즈음 성읍국가의 연맹 체제가 성립된 고대국가 탄생기로 시대 구분상 초기철기시대의 마지막 단계.


방패무늬 암각화는 보다 강한 집단이 그 힘을 바탕으로 약소 집단을 지배하며 또 다른 사회 질서에로 진입해 간 청동기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함. 새로운 무기의 발달로 사회 불안이 더욱 고조된 초기철기시대에 성행하다가 고대국가의 탄생으로 안정된 사회질서가 확립된 역사초기에 자연히 소멸해 간 집단안보 기원의 祭壇畵. 

(3) 생활상 암각화

생활상 암각화는 천전리 암각화 중 날카로운 철제 도구로 그어 새긴 세선 그림들. 기마행렬, 항해, 인물, 말, 새, 용을 그림의 소재로 삼아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매우 생동감 있게 조형.

기마행렬도에 보이는 낙타를 타고 가는 사람, 그 뒤이은 파초선 등 일련의 모습은 여느 행렬 같지 않고 국제교류 의식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어 주목됨.

또한 또 다른 기마행렬도와 연이어 보이는 航海圖가 특별히 주목됨. 이 그림 위에 있는 명문과 연관지어 그림을 부인 非德이 유행(遊行)하는 행차로 보는 견해도 있음. 앞뒤가 치솟은 큰배의 위용, 거대한 돛,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는 모습은 연안 나룻배가 아닌 외양 범선임이 분명함. 그림의 성격상 어떤 특정 사건이나 사실을 기록하려는 의도를 느낄 수 있음.

그림의 새김세나 형식(모습)이 신라토기에 새겨져 있는 것들과 통할뿐만 아니라 주위에 같은 새김법으로 새겨 놓은 명문들과도 무관치 않음. 따라서 이 그림은 역사시대의 초미부터 통일신라시대에까지 계속해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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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2004-09-1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각화(상징으로서 예술)은 레포트로 대체함. 추석연휴로 휴강이 끼어 고구려 고분벽화 한주 당겨서 할것임. 착오없도록....

ceylontea 2004-09-1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꾸욱... 퍼가도 되지요??
오랜만에 들러서 좋은 글 올려주셨네요...
바쁘셨군요... 어찌 지내시나 궁금했답니다.

수련 2004-09-1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껏 퍼가세요. 강의용이라서 내용이 좀 지루하기도 하고 딱딱하죠?
실론티님두 잘 계시죠? 예쁜지현이도 잘 자라죠?...
그림자님을 위해 언제 조선후기미술 간추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