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상깊은 구절


 * 세상 모든 생명, 집에서 키우는 화분에게조차, 이제는 저 병든 병아리에게조차 사랑과 관심이라는 게 저렇게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자, 소름이 돋았단 말이야.


*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가 왜 꼭 당신을 사랑해야 합니까? 당신이 그에게 헌신하고 잘해 주었다고 해서 그가 왜 꼭 그것을 알고 거기에 보답해야 합니까?


* 엄마는 타샤 할머니의 말들이 너무 좋아서 잠시 숨을 멈춰야 했어. 이런 일은 별로 없는 거야. 너무 좋아서 숨이 멎을 것 같은 일은. 엄마의 소원이 뭔지 너도 알지. 엄마도 죽을 때 말하고 싶었거든. '아, 하느님 조금 힘들긴 했지만 너무 재밌고 신나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떠나도 아무 여한이 없습니다. 이승에서 신세 많이 졌습니다. 저승도 잘 부탁합니다.'하고.


* 나는 온갖 의무들에서 벗어나야했다. 나는 항상 어딘가에 출석해야 하고, 언제나 연락 가능해야 하고, 어떤 질문에 대해서든 늘 답변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그 모든 삶으로부터 떠나야했다. 사막에서라면 우리는 존재하는 동시에 완전히 여분으로 남을 뿐이다. 나를 찾거나 필요로 하거나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나 자신을 볼 수 있는 거울도 없다. 그리고 그런 공간에서는 결국 나 자신마저 없어도 더 이상 아쉬울 것도 없다. - 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


* 직면하는 것, 회피하지 않는 것,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충분히 거기에 상응한 고통을 겪는것. 그래, 충분히 거기에 상응한 고통을 겪어 내는 것, 그래야 젊은 시절의 고난이 진정 값어치가 있게 되는 거지.


* 주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게 해 주시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 이 사소하고 작은 일을 기억하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으로 엷은 면도날이 지나가곤 한단다.


* 진정한 자존심은 자신에게 진실한거야 

 

공지영을 생각하자면, 책을 내자마자 베스트 셀러가 되는 몇 안되는 여성작가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이들에게도 공지영이라는 이름은 이미 익숙할 것이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으니 더 말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한 명성 덕분인지, 그녀의 책은 언제나 베스트 셀러의 대열에 올라가 있는데, 솔직하게 '이건 베스트 셀러 감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책도 없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베스트셀러 대열에 있는 그녀의 책을 고민 없이 구매하고, 읽고 나면 에이~ 생각보다 별로야..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실제로 좀 별로다...싶은 경우도 있고, 때로는 그 기대감이 굉장히 높아서 그럴때도 있다.

 

 

이 책은 처음 사면서 이런 다짐을 했다. '이 책에 조금이라도 실망을 느끼게 된다면, 나 이제는 진짜 더 이상 공지영책 안사. 공지영은 메이저급 작가니까 내가 안팔아줘도 그녀는 잘먹고 잘 사니까, 더 가난한 출판사, 더 가난한 작가들의 책을 살테야!'라는 뭐 이런 생각을 했는데(어느 신생 출판사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다행스럽게도 이번 책에는 실망을 느끼진 않았다.

 

 

사실 처음에 읽기 시작할때는 여전히 조금은 실망스럽고 또, 내가 가진 사고방식과 다른 부분이 있었기에 계속 읽어야 하나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돈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읽어 나갔다. 그런데, 나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끝끝내 눈물이 터져나왔다. 에필로그에 글을 쓴것이, 공지영의 딸 위녕이었던 것이다. 2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시간동안 건성으로 책을 대했는데, 에필로그를 읽고서 다시 한번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내가 딱 위녕또래의, 바쁜 엄마를 둔 외로운 딸이기 때문에 눈물이 터져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엄마는 위녕의 엄마처럼 일주일에 한번 편지를 써주기는 커녕 평생 살아오면서 내게 편지 한 통 써준적 없지만, 그래도 나는 믿는다. 수없이 상처 입고 방황하고 실패한 저를 당신이 언제나 응원할 것을 알고 있기에...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내가 가진 아픔의 표현 방식이자 일종의 치유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한바탕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는데, 그게 눈물이 나오면서 몸속에 있는 어떤 나쁜 성분이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한바탕 울게 해준 이 책. 내 아픔을 충분히 치유해주었고, 나는 치유를 받는 과정을 통해 응원을 받았다. 내가 응원을 받았다는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성공작인거다. 어느날 문득 삶에 무게가 내 어깨를 짖누를때, 표현이 서툰 우리 엄마 대신 위녕이네 엄마가 해주는 말을 곱씹으며 엄마가 응원해주고 있는거라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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