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2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어언 13년쯤 된것 같다. 여기서 본격적으로라는 말은, 장편 소설을 읽기 시작한 시점이다. 처음 읽었던 책은 수없이 많이 얘기했지만 심훈의 상록수였다. 그 전까지 주로 읽었던 책은 전래동화, 창작동화, 콩숙이의 일기 같은 것들이였다. 과연 동화는 동화였고, 소설은 소설이었다. 초등학생이였던 내가 받은 문화적 충격이라는 것은 지금 말로 다 표현 해낼 수 없을 정도. 어쩃거나  소설이라는 장르를 한번 접하자 마자 나는 무수히 많은 소설 책들을 읽었다. 지금도 기억나는것이 있다면, 그때 당시 유행했던 김진명의 소설(내가 읽기엔 벅찬 부분이 많이 있었다)이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이것도 너무어려웠다)였었다. 동네 책방에서 빌릴 수 있는것들부터, 친구로부터 빌린것들이 주류였다. 내 책읽기는 베스트셀러 위주였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고등학생이 되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접한 이후부터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그 책은 다른 느낌보다도, 세상에는 다양한 책이 많구나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었다. 이런 소재로도 글을 쓰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김영하를 알았고, 그날 이후로 김영하의 팬이되었으며 그의 책 만큼은 언제나 빼놓지 않고 수집을 하는 증상을 보였다. 새로운 책이 나올때마다 '역시''과연'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되는 그. 요즘, 통~ 책도 안 읽고, 예전처럼 서점도 자주 들락거리지 않아 소식을 전혀 몰랐는데, 그냥 심심해서 검색해봤더니 지난 7월에 여행자 시리즈의 두번째 편이 나왔던 것이였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주문하고 오매불망 기다리다 마침내 책이 내 손에 들어왔을때, 나는 조금 놀라고 말았다. 첫번째 하이델베르크 편에 비해서 훨씬 마음에 들었기때문. 어디선가 인터뷰 한 것을 봤는데, 하이델베르크에 대한 평에 조금은 상처를 받았다고 했었나?! 어쩃거나, 독자들의 평이 좋지 않았던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도 김빠진 콜라를 마신듯 조금은 섭섭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이번엔 김영하답다는게 어떤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김영하가 사진찍기를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고, 여행, 영화, 음악, 미술에 모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김영하가 여행에 관련된 책을 낸다는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영하가 찍은 사진, 김영하가 고른 음악.보다는, "김영하가 쓴 글 + 사진" 혹은 "김영하가 쓴 글 + 음악" 을 원한다는 것이다. 역시 김영하를 표현하는데에는 글이라는 녀석이 부실해서는 안된다라는게 나의 결론이다.

 

 

어쨋거나, 지난번 책과 비교하자면 너무 마음에 든다는 사실이다. 물론, 지난해 여행을 떠났떤 도쿄라는 도시에 하이델베르크보다 더 애정이 있기에 이렇게 생각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글귀 하나하나가 내 마음속에 들어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든다. 그리고, 겨우 한번 경험해본 도쿄였지만, 그대로 그곳에서 느꼈던 말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감정들을 김영하가 나를 대신해 풀어 내 주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상점이야기, 맥주 이야기, 여행 안내서에 대한 이야기 등등등. 지난해 여름. 겨우 7박 8일간 머물렀던 곳이지만, 어쩐지 그곳이 너무 그리워진다. 밤마다 치즈포를 안주로 여러개의 캔맥주를 마시고, 이케부쿠로의 어느 보석가게에서 손 맛사지를 받고 그곳 점원들과 말도 안되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우에노 공원 가는길 지하철 교각밑에 들어서있던 식당에서 카레 오므라이스를 먹다가 과도하게 부드러운 계란에 탄성을 내뱉고, 식당위로 지나가는 지하철의 진동에 놀랐던 일. 오다이바 그 해변, 자판기 불빛을 조명삼아, 캐논카메라로 성인물을 찍고 있던 남녀까지... 수많은 일들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지만, 김영하의 말처럼 다행히도 한 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을 다 보아버리지 않았기에, 다음번에 찾게될 도쿄는 볼 것이 남아 있다. 정말, 다행이다...

 

 

 

 

 

 

이 책은 김영하이고, 도쿄이며, 여행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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