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책을 읽을 때보다 알라딘 서재의 옛날 글들을 읽어보는 것이 더 즐거울 때가 있다. 그땐 그랬지의 심정으로. 가끔은 시간이 없어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지난 글들을 꼼꼼히 읽어보기도 한다. 댓글까지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그 시점으로 돌아가 그날의 시선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 그 중엔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버렸던 글과 글쓴이도 있고 제대로 친분도 쌓기 전에 흔적만 남기고 잠적한 글쓴이도 있다. 어떤 글쓴이는 내가 그 사람의 글에 반해 알라딘에 둥지를 튼 것을 기억하는지 잊었는지 더 이상 삶을 기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당신의 관념을 읽고 싶기 보다는 당신의 생활을 읽고 싶어요. 그러니 써주세요.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온라인의 특성이자 한계일 뿐이라고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나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거나 눈코가 다른 곳에 쏠려 있을 때는 글 한 줄 남기기도 어렵지 않더냐고 반문하면서도,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마냥 그 이름이 그 삶이 그립다.
나 대신 술마시는 사람. 나 대신 연애하는 사람. 나 대신 여행하는 사람. 나 대신 싸우는 사람. 나 대신 욕을 하는 사람. 나 대신 책을 사는 사람. 나 대신 공부하는 사람. 나 대신 아파하는 사람. 나 대신......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 뿐인데 독자인 나는 대리체험을 넘어 대리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달하고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호르몬의 작용을 절절하게 느낀다. 그리고는 만난 적이 있든 만난 적이 없든 오래오래 그들의 안녕을 염원하게 되는 것이다. 공용화장실 옆 후미지게 붙어있던 춥춥한 동아리방이 어린 날의 내게는 낙원이었듯 어떤 의미에서는 이곳 역시 그러하다.
삶이 없는 글은 빛이 없고 글이 없는 삶은 그림자가 없다.
그간 알라딘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고로, 지금처럼 살고 읽고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