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당시에 영화를 보지 못했다.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감성 충만한 중3 여학생들과 이 영화를 함께 보았다.
삼사십대만 공감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과꽃 같은 여중생들과 무리지어 웃고, 울었다.
소리를 만드는 여자와 공간을 만드는 남자.
머물고 싶은 여자와 떠나야 하는 남자...
'잘' 사랑하는 법은 몰라도 우리 모두 '다르게' 사랑했고 그 사랑은 각자 특별했다.
그리고 이 시가 떠올랐다.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 나희덕
사랑에도 속도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솔잎혹파리가 숲을 휩쓰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한 순간인 듯 한 계절인 듯
마음이 병들고도 남는 게 있다면
먹힌 마음을 스스로 달고 서 있어야 할
길고 긴 시간일 것입니다
수시로 병들지 않는다 하던
靑靑의 숲마저
예민해진 잎살을 마디마디 세우고
스치이는 바람결에도
잿빛 그림자를 흔들어댈 것입니다
멀리서 보면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단풍이 든 것만 같아
그 미친 빛마저 곱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