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따끈한 쫄쫄이 호떡 하나에도 마냥 행복한 여자인데 어떤 경계에 있을 때는 좀 크게 지르는 편이다.
새해다운 전환이 필요했다. 그래서 차를 질렀다. 들어서자마자 화악 시선을 잡아끄는 뉴- 거시기 앞에서 아예 다른 차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너무 마음에 들어하면서도 소심하게 망설이는 남편을 부추겨 결국 새 차를 구입. 화이트 펄로 반짝이는 이 차를 밟으면 천국에라도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계약을 마쳤다. 이것은 그를 위한 내 선물이다. 올 한해도 그가 씩씩하게, 어깨를 활짝 펴고, 열심히 달렸으면 좋겠다.
지난 한해는 내게 찾아든 새로운 생명을 무한 사랑하게 된 한해였다. 나는 기쁨으로 충만했다. 그리고 어떠한 관계를 겪으며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지난 시간이 일순간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사무치게 깨달은 한해이기도 했다. 나는 괴로움에 붙들려 있었다. 웃는 낮과 우는 밤이 나날이 교차했다.
감정을 감추는 것 뿐만 아니라 감정을 속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잘 안 되고 하기 싫은 것인데 호락호락하지 않은 삶 속에서 나 스스로를 지키려면 잘 안 되고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부할 때는 고통이었지만 무시해 버리기로 하자 가뿐해졌다. 과연 일관되게 지속될 수 있는 성질의 가뿐함일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해도 지금의 결론과 의지를 믿기로 한다.
내게 힘이 되는 사람들과 내가 힘을 실어줘야 할 사람들을 좀 더 깊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랑하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이라는 신영복 선생님 말씀을 되새긴다. 그렇지 않다면 해가 바뀌고 나이를 먹는다 한들 늘 제자리 걸음 아니겠는가.
영달이는 빠빠이를 배웠고 두손 올리며 만세도 한다. 하루도 어영부영 그냥 살지 않는 너에게 배운다. 오늘도 열렬히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