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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예쁜 책이다. 날로 진화하는 카메라 덕분에 추억의 한 컷을 저장하기 쉬워진 요즘, 누구나 한 번 쯤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작가는 주변 어디에서나 마주칠 법한 소소한 사물에 얽힌 추억을 사진과 글로 되살려 놓고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당신에게는 어떤 추억이 있나요?
잘 찾아보면, 잘 살펴보면
누구에게나 돋보이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안에 있는 돋보기를 제대로 사용하면
더 좋게 돋보이는 세상이 조금은 더 우리에게 가까워지지 않을까? (p.238)
아무렇지도 않은 사물에 카메라 렌즈를 갖다 대는 순간, 그것은 추억으로 남는 동시에 때로는 나만의 작품이 된다. 이 책의 제목인 ‘사소한 발견’은 내 안의 돋보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만이 외칠 수 있는 유레카인 셈이다.

사진 속 연인은 젊은 시절의 아빠와 엄마다. 아빠의 머리숱은 저 시절 같지 않고 엄마의 뽀얗던 피부엔 주름이 늘었지만 삼십년이 넘는 긴 세월에도 두 분의 아름다움에는 변함이 없다. 세월이 마모시킨 외모와는 상관없이 아빠의 선함과 엄마의 총명함, 그 변치 않는 기질 때문이리라 본다.
결혼할 때 저 사진을 갖고 왔다. 아빠와 엄마가 그나마 가장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엄마를 죽자 사자 쫓아다니던 아빠에게 불만이 많아 여전히 신경질적으로 얼굴을 조금 찡그리고 계시지만 인연을 피해가실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오빠와 내가 세상 구경을 할 수 있게 해준 분들, 나의 사랑하는 아빠, 엄마.
작가의 가족사진을 보면서 부모님의 젊은 시절이라든가, 나의 어린 시절을 오래도록 잊고 지냈다는 생각을 했다. 늘 앞만 보고 내달리다 보니 정작 참 좋았던 그 시절을 잊고 살았다. 오빠와 나는 무럭무럭 커가는 모습, 무언가 잘해서 받아오는 상장으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렸고 부모님은 그 힘으로 고단한 삶을 버텨내셨다. 다 자란 성인이 된 지금은 오히려 부모님께 딱히 해드릴 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품안의 자식이란 말이 그래서 있는 것일까.
요즘 먹은 것, 입은 것,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사진 블로거들이 많아졌는데 이 책은 허영이라는 거품을 뺀 담백한 서정시 같은 사진첩이자 추억의 몽타주다. 단추나 클립 같은 사소한 사물들도 바라보는 자의 심상에 따라 얼마나 돋보일 수 있는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착한 책. 그러한 시선 아래서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 될 수도 있다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특히 사진 찍기에 관심이 많은 블로거들, 커피 한 잔 하면서 한 두 페이지 짬짬이 독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