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도 드문데 요즘 연일 약속이다. 내일도, 모레도. 동기 및 친구들을 비롯해서 동료 선생님 등등... 봄방학 시즌이라 그런지 연락도 자주 오고 그냥 다음에~ 하던 약속들이 요즘으로 몰려버렸다. 기름진 메뉴에 술까지 마셔대는데 몸무게가 제자리인 걸 보면 배에 힘주며 쏟아내는 수다 때문인 것도 같다. 늦은 시간까지 고개를 마구 끄덕여주고, 손뼉으로 맞장구를 쳐대고, 입이 커질 때까지 이야기를 쏟아놓다 보면 거의 녹초가 되어서 귀가한다.
오늘은 동료 선생님 한 분을 아주 오랜만에 만났고 반가운 소식까지 들었는데 저녁 시간을 오래 함께 할 수가 없었다. 이어지는 술자리와 불면의 나날들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싱글일 때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재밌게 지내라고 하시다가도 그렇게 싱글인 친구들만 족족 만나고 다니면 더 결혼하기 싫어질 텐데? 이러시고. 하여간 일관성이라곤 없으시다. 급기야는 느이 남자 동기들 중에 뭐 괜찮은 총각 선생님 없니? 오버하시지를 않나. 나의 순도 백퍼센트 막무가내 인간관계에 꼬옥 시커먼 흑심을 들이대시곤 한다.
하여간 이번 주까지만 발랄하게 지내고 다음 주에는 슬슬 개강 준비도 하고 원래의 내성적인 모드로 컴백해야겠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못하는 단순한 나는 이렇듯 사람들을 바쁘게 만나다 보면 내 일에 신경을 잘 못 쓴다. 물론 반갑고 즐겁긴 하지만 워낙에 몰입에 유능한 탓에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많이 지치기 때문이다. 개강하면 곧 졸업시험도 있고 이래저래 바빠질 텐데 긴장 좀 하고 정신을 차려야겠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교와 내 일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너무 모자란 것 같다. 엄마 말씀처럼 ‘뭐 하나만 생각하면 다른 건 전혀 생각을 못 하는’ 아메바스러움이 내 안에 꿈틀거리며 그나마 많지도 않은 에너지를 야금야금 소모시키는 건지도 모르겠다. 모레까지만 바짝 놀고 다시 내성적인 깐따삐야로 돌아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