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 지친다.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정말 회사 가기 싫다고 생각한다. 생각하지만 몸을 일으켜 출근할 채비를 한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정말 가기 싫다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생각하지만 몸은 이러구러 회사 앞이다. 계단을 오르는 몸은 한없이 무거워 밑으로 꺼질 것 같다. 회사 앞에서 카드키에 카드를 대며 또 다시 생각한다. 정말 회사 오기 싫었어. 짜증과 피곤이 가득한 얼굴을 들이밀며 휘청휘청 자리를 찾아간다. 아,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얼른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면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그저 집에 가서 몸을 뉘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 전화벨이 울린다. 정말 받기 싫다. 이젠 더이상 댈 핑계도 없고 핑계도 한두번이지 통하지도 않는다. 불확실한 세상, 어떻게 더 확실하게 얘기하란 말인가. 사람들은 내게 확답을 요구한다. 나도 확답을 해주고 싶지만 언제나 그렇듯 불투명하고 주절주절 변명만 늘어놓는다. 내 자신도 설득시키지 못할 말들이 내 입밖으로 튀어나와 다른 사람들 귀에 들어간들 통할소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데 당할 장사없고 머리 속은 뒤죽박죽 멍해지고 입은 얼어붙어 그 뭐드라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소리마냥 똑같은 말들을 내뱉는다.
이젠 정말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