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프리에르의 사전/로렌스 노포크 저/두산동아/1996년10월

라 로셸[La Rochelle]

프랑스의 대표적인 항구도시. 루이 13세때 재상 리슐리외는 1628년 라로셸을 근거지로 한 신교도의 마지막반란을 평정하였다. 라 로셸이 절대왕정시기에 신교도들의 본거지였단 말이렷다.

이 소설은 1628년 이 때의 사건을 주 모티브로 루이 16세 프랑스 혁명 직전까지의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프랑스 역사를 잘 모르니 그때 분위기를 자세히 알 순 없지만, 숨막힐 듯한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직전의 어수선하고 혼란스럽고 뭔가 뜨거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듯한 분위기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생생하게 손에 잡힐 듯 묘사되어 있다는 것쯤은 알겠다. 1628년 라로셸의 신교도들의 반란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관련이 있다는 설정하에 주인공의 신화학적 상상력을 당시 현실사건과 교묘하게 교차시키며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평소에 그리스로마신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 그 신화와 소설 속 현실 사건들을 비교,대응시키는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모르면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다만 아쉬운 점은 어두운 베일에 싸여있어 시종일관 그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비밀집회(라로셸과 동인도회사의 공통분모) 의 우두머리의 캐릭터가 마지막엔 너무도 싱겁고 단순하게 그려지고, 그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뭔가 좀더 그럴싸하고 멋지구리한 이유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 부분이 다소 미진하다.  아, 마지막의 실제 소용돌이 속으로 배들이 빨려들어가는 장면만큼은 선명하고 박진감있게 묘사되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더라.

그리고 이야기가 어리버리한 주인공의 관점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사람들의 생각과 관점에서도 서술되어 같은 상황이라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재구성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게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모르겠다) 

암튼 이 책을 읽으면서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와네트 이후에 다시 한번 부분적으로나마 프랑스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16,17세기 절대왕정시기 구교도와 신교도의 반목과 리슐리외의 라로셸 신교도 반란진압 사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프랑스 코스에 라로셸을 넣기로 한 것은 순전히 이 책때문이다.

라 로셸에 대해서 자료를 찾다보니 리슐리외에 대해서 관심을 넓히게 되고, 그러다보니 리슐리외가 중요한 조연으로 나오는 뒤마의 <삼총사>와 얽히게 되더라. 이렇게 하나씩 넓혀가는 재미가 있어 책을 읽는 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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