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인사동에 갔었다.

L이랑 만나고 다시 J랑 만나서 빛깔이 고운 장미 꽃바구니 하나 들고 어느 갤러리에 갔다.

수미란 이름의, 내겐 그리운 수미란 이름을 가진 그 화가의 그림은

화사한 색감이 붉은 피가 되어 흘렀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위에서

위태위태하게 외줄을 타고 있는 날개달린 아이.

그 그림이 마치 지금 내 자신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그 그림을 보고 울었다고 했다.

커다란 눈동자에서 피 눈물이 흐른다.

내 마음에서 흐르는 피눈물 같아서

내 머리 속이, 내 허파가 갈갈이 해부되는 느낌.

 

그녀를 만났다.

놀이공원에서 풍선과 솜사탕을 들고 대전차를 타고 싶어하는 사람

어느 시골 읍내의 허름한 캬바레,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떠올리게 하는 늙은 가수와 드러머가 있을 법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사람, 난 저물어 가는 정선의 어느 도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녀는 움직이는 포크레인의 포크 속에 앉아보고 싶다고 했다. 그를 떠올렸다.

개심사의 해우소, 낙엽이 쌓여있는 똥통을 들여다 본다.

정선, 어느 산비탈의 허물어져 가는 폐가,

그 속에서 난 무엇을 보았던가. 

쓸쓸함이 감도는 그 곳에서.

저물어가는 태양이 비추는 아름다운 폐허. 마음 속의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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